심지안은 진지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재빨리 이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 자신을 꽁꽁 가린 채 맑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항의했다. “고맙지만 사양할게요.”‘날 욕망이 가득한 여자로 보는 거야 뭐야? 어이없네, 내가 얼마나 순수한 여자인데!’그녀에게 유일한 일탈은 강우석의 작은 외숙모가 되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우연히 벌어진 일이었고...수줍어하는 그녀를 보며 성연신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내일은 꼭 줄 거니까.”...두 사람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성연신은 이튿날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푹 잤더니 심지안은 피부마저 좋아진 것 같았다. 세수하고 난 뒤 화장을 하지 않은 그녀의 얼굴은 금방 껍질을 벗긴 리치처럼 한 입 베어 물면 과즙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입고 있던 잠옷을 벗고 슬림한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적절하게 컷팅된 원피스는 그녀의 영롱한 몸매를 감쌌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와 매혹적이었다.성연신은 고개를 들고 위층에서 내려오는 여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당장 회사에 가봐야 하지 않았다면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그녀를 안고 싶었다. 심지안은 식탁 의자에 앉아 식빵을 집어 들고 잼을 발랐다. 그녀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남자를 향해 눈을 흘겼다. “왜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회사의 일은 세 시간이면 충분할 거예요. 일 끝나고 데리러 갈게요.”“당신 볼일이 끝났다고 내 볼일도 끝난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오늘은 집에 갈 거예요.”식빵을 한 입 베어 물자 새콤달콤한 딸기잼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 말에 성연신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당신 집으로 가면 돼요.”그는 구체적인 위치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진우가 부동산에 맡긴 집들은 그의 눈에 들지 않는 집들이었다. 근처에 편안한 별장을 골라 사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듯하다. 아파트는 정원이 없어 불편하
“글쎄요. 그 이상은 심전웅도 말해주지 않았어요.”“시간 될 때 한번 가서 물어봐요.”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그녀가 이내 되물었다.“왜 그래요?”성연신은 포크를 내려놓고 맞은켠에 앉아있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이가 든 성동철과 24살짜리 심지안을 놓고 비교해 보면 확실히 두 사람이 닮은 구석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그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니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당신도 나와 성동철 어르신의 따님이 닮았다고 생각해요?”“난 그분 따님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솔직히 그는 성동철의 가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예전에 그 가문에는 성동철 말고도 그의 형 성한수가 있었다. 성한수는 고씨 가문과 막역한 사이었고 성한수의 소개로 성동철도 고씨 가문을 알게 된 것이었다. 성한수는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성연신은 그때 장례식에 참가했었다. 심지안은 턱을 괴며 입을 열었다.“나도 본 적은 없어요.”사실 그녀는 성동철의 딸과 자신이 얼마나 닮았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고청민과 아직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부탁을 하는 건 무례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성연신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사진 갖고 있어요?”“우리 엄마 사진이요?”“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뒤적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왜 다들 우리 엄마 사진을 보고 싶어 하는 거지?”“뭘 그렇게 중얼거려요?”“아니에요. 봐요. 이게 우리 엄마예요.”그녀는 핸드폰을 그에게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사진 속의 젊은 여인은 정교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딱 봐도 명문 집안의 규수 같은 우아한 모습이었다.성연신은 사진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당신이랑 닮긴 했네요.”“많이 닮지 않았어요?”“아주머니가 훨씬 더 우아해 보여요.”“그건 그래요. 인정할게요.”그녀의 엄마는 전형적인 동양 미인이었다. 반면 심지안은 생각도 진취적이고 성격도 활발해서 두 사람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 보였다. 점심시간, 성
심지안은 동공이 갑자기 움츠러들었고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홍지윤이 그녀의 어깨를 꽉 누르자 큰 돌멩이가 몸을 누르는 것처럼 그녀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보아하니 이 홍지윤의 여자는 분명 무예를 익힌 사람이었다. “서두르지 말아요. 친구는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인가요?”홍지윤이 말을 하면서 손뼉을 치자 진현수가 밧줄에 꽁꽁 묶인 채로 룸 안으로 들어왔고 그의 뒤통수에는 누군가 총을 겨누고 있었다. 깊은숨을 들이마시던 심지안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옷 벗어요. 하나도 남김없이.”홍지윤은 조롱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심지안은 입술을 깨문 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외투, 얇은 셔츠 그리고 마지막 속옷을 벗으려는 순간,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써 꾹 참았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팠던 진현수는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그 여자 강요하지 말아요! 무슨 일이 있으면 날 괴롭히라고요!”홍지윤은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연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군.’“이 여자를 위해 당신이 나서겠다고요? 그럼 당신도 옷 벗어요.”진현수가 그녀의 뜻에 따르지 않자 총을 든 남자는 그에게 바로 손을 댔다. 순식간에 진현수의 옷은 모두 벗겨졌고 달랑 속옷 하나 남게 되었다. 홍지윤은 장난꾸러기처럼 심지안을 진현수의 옆으로 밀어붙였다. 야릇한 자세로 앉아있는 두 사람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마 여기가 식당이 아니라 호텔이라고 착각할 것이다.홍지윤은 카메라를 꺼내 사진 몇 장을 찍었다. 한편, 온몸이 굳어버린 심지안은 혼이 빠진 꼭두각시처럼 홍지윤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방어선을 뚫지 않는 한 사진을 찍는 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목숨이니까. 진현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심지안과 재결합한다면 꼭 그녀한테 잘해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홍지윤이 찍은 사진들을 감상하고 있을 때,
심지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왜요?”“최근 10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성남시와 각 지역에서 불법적인 일을 일삼는 조직이 있어요. 그들의 우두머리가 독사라고 하는 사람인데 그의 심복들은 보통 발에 뱀 모양 문신을 하고 있죠. 하지만 그들은 금관성에서 거의 일을 벌이지 않아요. 자세히 생각해 봐요. 정말 누구한테 미움을 산 적 없어요?”심지안은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오지석에게 되물었다.“과일칼에 있는 지문 조사 결과 나왔어요”“네. 오늘은 일이 있어서요. 내일 연신이한테 가져다주려고 해요.”“저한테 먼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오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료한테 먼저 진현수를 데리고 나가라고 눈짓했다. 이내 그는 자료를 꺼내 심지안에게 건네줬다. “조사해 본 결과 30대 남성이에요. 전에도 여러 건의 사건이 있었어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바로 지난번 당신과 고청민을 납치했던 일당 중의 한 명이라는 거예요.”그 말인즉, 이건 오랫동안 계획되었던 범죄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결과에 그녀는 크게 놀라지 않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지금 저와 유일하게 원한이 있는 사람 임시연 씨뿐이에요.”그녀는 임시연이 나타난 후부터 위험한 일들이 계속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록 그 일들이 임시연과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그러나 그녀 말고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특히 원이가 이유 없이 다쳤을 당시, 임시연은 그녀와 성연신 앞에서 언행이 불일치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 그 사건들이 그녀와 분명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지석은 그녀의 상세한 분석을 듣고 잠시 망설이는 눈치였다. “일단 연신이랑 상의해 봐요. 원이가 다친 건 분명 누군가 집으로 침입하여 범행을 저지른 거예요. 경찰에 신고하여 조사를 시작한다면 임시연을 불러 자세히 조사할 수 있어요.”심지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입술을 깨물었다.“알았어요. 연신 씨는 이번 일에 대해 몰랐으면 해요. 비밀로 해주시겠어요?”“물론이
성연신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임시연에게 그런 능력은 없어요.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아요.”“임시연 씨한테는 없어도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은 그럴 능력이 있겠죠. 게다가 임시연 씨 예쁘잖아요. 예쁜 여자 안 좋아하는 남자도 있어요? 상대방은 그녀의 미모를 탐내고 그녀는 상대방의 세력을 탐내는 거죠.”“그렇다면 임시연이 내 아이를 낳는 걸 상대방이 허락할 수 있겠어요?”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연신의 논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임시연이었기 때문에 성연신은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아도 마음으로는 내심 곤란할 것이다. 심지안은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났다. 자신의 아이가 임시연의 아이와 같은 아빠가 생긴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아이가 없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다. 좋은 남자를 찾아 심씨 가문에 들이는 게 어찌 보면 더 좋은 일이었다. “경찰에 꼭 신고하고 싶다면 당신 뜻대로 해요. 하지마 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성연신은 다정하게 입을 열었고 그의 말을 들어보면 임시연에 대해 조금의 연민도 없는 것 같았다. 단지 경찰에 신고하여 수사해봤자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상대방의 경계심만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던 것이다. 잠시 고민에 빠졌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쳐다보았다.“신고할 거예요. 당신이 기분 나빠도 어쩔 수 없어요.”뭔가를 알아낼 수 없다 하더라도 임시연의 기를 꺾어놓고 싶었다. ...결정을 내린 심지안은 곧장 오지석을 찾아갔다. 임시연은 음악회에서 연주를 하던 도중에 경찰에 끌려가고 말았다. 이번 음악회는 그녀가 금관성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하는 공연이었다. 공연장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당신들은 날 잡아갈 증거가 없어요. 내가 당신들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거예요”취조실에 앉아있는 임시연은 너무 화가 나고 마음이 답답했다. 오지석은 담담하게 입을
성연신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경찰 조사에 협조하는 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왜 아니라고 생각해? 연주회에서 그 많은 관객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잡혀 왔어. 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관객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말하면서 임시연은 눈물을 흘렸다.“가뜩이나 할아버지께서 나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는데. 이런 일까지 생겼으니 더 내가 마음에 안 드실 거 아니야!”그녀의 울음소리가 거슬렸던 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이 일이 없다 하더라도 할아버지께서는 당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실 거예요.”‘자기가 한 일은 떳떳하게 책임질 것이지. 이제 와서 울고불고하기는. 원이한테 그렇게 모질게 대했으면서...’“난 그런 적 없어요...”흐느껴 울던 그녀의 눈은 빨갛게 변해버렸다. “경찰에서 내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어요. 근데 왜 날 이렇게 몰아붙이는 거예요? 연신이를 돌려주면 되나요? 난 그냥 아이가 무탈하게 태어나길 바랄 뿐이에요. 제발 부탁인데 이러지 말아요. 몇 마디 말로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말라고요.”사람들은 임시연을 향해 동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마치 그녀가 진짜 피해자인 것처럼 말이다. 그 모습에 심지안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정말 뻔뻔스럽군요.”임시연은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얼굴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욕하고 싶으면 해요. 날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어떻게 해든 좋아요.”한편, 경찰서에서 걸어 나온 오지석은 성연신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예상했던 일이라 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심지안은 임시연을 노려보였다. 임시연이 그녀를 쳐다보는 그 득의양양한 눈빛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였다. ‘정말 여우 같은 여자라니까.’“경고하는데 언젠가는 꼬리가 밟히게 될 거예요. 내가 증거만 찾아낸다면 당신은 끝장이에요.”임시연은 가여운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하
성연신을 발견한 소방관이 엄숙하게 물었다.“당신은 저 여인의 가족인가요? 아니면 친구예요?”그가 대답도 하기 전에 소방관은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어떤 신분이든 상관없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저 여인을 진정시키는 거예요. 절대 자극하지 마세요. 알겠어요?”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렸다.“참, 수영할 줄은 알아요?”“네.”“좋아요, 그럼 가봐요.”성연신은 한 걸음 한 걸음 바다로 들어갔고 바닷물에 젖은 슈트가 그의 몸에 착 달라붙어 그의 훤칠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임시연과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가서 멈춰 섰다. 두 사람은 온몸이 흠뻑 젖은 상태였지만 몸에서 풍기는 우아한 분위기는 막을 수가 없었다. 옆에서 핸드폰을 들고 라이브 방송을 하던 한 사람이 심지안에게 말을 걸었다.“역시 부부는 부부인가 봐요. 저리 물에 흠뻑 젖었어도 참 잘 어울리는 걸 보면요.”그 말에 마음이 불쾌했던 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신아, 나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난 암 환자야. 네 인생은 아직 길어. 나와 아이가 네 발목을 잡길 원하지 않아.”임시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언제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했어?”“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너와 심지안 씨 사이의 걸림돌이 될 거야. 난 내 아이가 그런 억울함을 당하는 게 싫고 네가 나 때문에 곤란해지는 게 싫어.”“심지안 씨는 받아들일 거야.”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임시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해변에 있는 심지안을 쳐다보았다.“정말? 맹세하라고 해. 안 그러면 난 믿을 수 없어.”옆에 있던 소방관은 그 얘기를 듣고 해변을 향해 소리쳤다.“심지안 씨가 누구예요? 이 자리에 있어요?”심지안은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고 바닷바람에 그녀의 가녀린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지안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저예요.”소방관은 이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지금 가장
그 말을 들은 임시연의 입꼬리에는 숨길 수 없는 오만함이 드러났다. 그리고 바로 몸에 힘을 풀더니 마침 성연신의 품 속으로 쓰러졌다.성연신은 임시연을 안아 들고 급하게 구급차로 달려갔다.심지안은 성연신의 팔을 잡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내가 임신했다면 임시연 씨를 떠나보낼 수 있나요?”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뜻이죠? 그녀 배 속의 아기까지 보내라는 건가요?”심지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도 모르겠어요. 죄 없는 아기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임시연을 다시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아까는 어쩔 수 없이 한 약속이었지만 지금 심지안의 마음은 매우 불편해졌다.성연신은 심지안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면서 말했다.“나도 내 아기한테 무관심할 수 없잖아요. 당신이 이해해 줘요.”심지안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성연신의 각도에서 보면 확실히 그러하다.누가 애를 낳든 그 애는 성연신을 아빠라고 부를 수밖에...구급차가 곧 출발하기 전, 성연신은 심지안의 얼굴에 가볍게 뽀뽀했다.“정욱에게 전화해서 당신을 데리러 오라고 해요. 일 다 보고 당신한테 갈게요.”심지안은 성연신이 탄 구급차가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점차 구경하려고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졌다.끝없이 펼쳐진 해변에 심지안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심지안은 검은색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이 꽉 막힌 거 같았다.이 모든 것이 그녀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아기는 잘못이 없다. 그럼 그녀는? 그녀는 무슨 죄가 있다고.분명히 임시연이 그녀의 결혼생활을 망친 것인데...심지안은 정욱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떠돌이처럼 목적 없이 걸어 다녔다.“지안아! 여기 있을 줄 알았어!”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진유진이 그녀에게로 뛰어오고 있었다.“너... 어떻게 알고 왔어?”“인터넷에서 라이브 방송 봤어. 그 여자 구조되었더라?”진유진이 씩씩대면서 말했다.“응...”“성연신 씨는? 그 여자랑 같이 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