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은 짜증 나는 표정으로 그녀를 차버렸다. 그리고 아예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정욱더러 혼자 경찰서에 가게했다....저녁쯤에 심지안은 공사장에서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도 의외의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심지안은 빨리 달려가 무슨 상황인지 알아봤다가 화가 나서 돌아버릴 뻔했다. “조금 상식만 있어도 안개가 낀 날에 타워 크레인을 쓰지 않아요.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고요. 이것도 몰라요?”가볍게는 접촉 사고가 날 수도 있었고 심하면 타워 크레인 기사님의 생명이 위험한 일이었다.“안개가 처음에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점점 짙어져서요.”공사장의 책임자가 겨우 변명했다. “모든 일은 안전이 제일입니다.”“우리도 알아요. 하지만 조빈 씨가 빨리 완성하라고 하셔서.”심지안이 미심쩍다는 듯 물었다.“조빈이요?”“네, 바로 조 대표님이요.”“내가 가서 시간을 조율해 볼 테니 정상적인 진도로 진행하면 됩니다.”조빈은 이 프로젝트의 투자자였다. 심전웅은 익숙한 사람이겠지만 심지안은 이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그녀는 조빈의 연락처를 받고 연락했다. 조빈은 바로 오겠다고 그녀한테 공사장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던 중, 진현수가 전화를 걸어왔다.“지안 씨, 어디예요?”“밖에서 일처리하고 있어요.”“공사장에 또 일이 생겼어요?”심지안은 조금 머리가 아팠다.“네.”“제가 갈게요.”“괜찮아요. 혼자 처리할 수 있어요.”“당연히 지안 씨 능력을 믿죠. 저는 그저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요.”진현수의 말투는 꽤 부드러웠다. “어떻게 우리 어머니한테 얘기해야 하는지 물어보려고요. 우리 사이가 어머님이 생각하시는 것이랑 다르잖아요. 알다시피 남자들은 여자만큼 세심하지 못하거든요. 이런 일도 거절할 건 아니죠?”심지안이 바로 해명했다.“거절이라뇨. 하지만 제 집안 상황도 알다시피 전 웃어른들과 얘기를 나눈 적이 적어서...”“괜찮아요. 그럼 이따가 봐요.”조빈은 엄청 일찍 도착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울음소리에 깬 것이었다.심지안은 병실에 누워서 흐릿한 시선으로 목 놓아 울고 있는 진현수의 어머니를 발견했다.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어머님, 현수 씨는요?”진현수의 어머니는 깨어난 심지안을 보며 소리쳤다.“내 아들은 너를 지키려고 하다가 죽을 뻔했어! 아직도 수술실에서 나오지 못했다고!”심지안은 정신을 차리지 못해 몽롱한 의식 속에서 물었다.“저희는 다 안전벨트를 했는데...”교통사고가 나더라도 다친 정도가 이리도 큰 차이가 있을 리가 없었다. 진현수 어머님의 말로는 그들과 부딪힌 차가 휘발유를 운송하는 차라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심지안이 조수석에 갇혀서 진현수는 두 다리를 다친 상황에서도 그녀를 조수석에서 구해냈다.그래서 다리의 출혈이 너무 많아서 어쩌면 남은 평생 다리를 쓰지 못할지도 몰랐다.심지안은 그대로 굳어 고통스럽게 자책하고 있었다.이튿날 아침 여섯 시.마취가 풀린 진현수가 깨어났다.심지안은 가벼운 뇌진탕과 찰과상을 빼면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나서서 진현수를 돌봐주었다.“지안 씨, 지안 씨도 다쳤으면서 제 걱정은 하지 말아요. 의사가 있으니 지안 씨도 알아서 쉬기만 하면 돼요.”심지안은 고개를 저었다.“전 괜찮아요.”진현수의 어머니는 옆에서 차갑게 코웃음 쳤다.“이 정도 각오는 해야죠. 내 아들은 그쪽을 위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내 아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은 생은 그쪽이 책임져야 해요!”눈을 깜빡인 심지안은 이번에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어머니, 그만 해요.”진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몸을 돌려 심지안에게 얘기했다.“지안 씨, 나가서 아침을 사줄래요? 그 김에 바람도 쐬고요.”만두와 죽을 산 심지안은 돌아오는 길에 고청민의 전화를 받았다. 소년 같은 목소리는 여전히 듣기 좋았다. 마치 시원한 바람처럼 귓가에 울렸다.“지안 씨, 시간 괜찮아요?”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엠베서더 일에 관한 건가요?”
고청민은 핸드폰을 꺼내 심지안의 병실을 사진 찍어 성연신에게 보냈다.「지안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요. 병원에 오실 건가요?」평범한 한 장의 사진인 듯했지만 사진 속에는 진현수의 얼굴이 반쪽 담겨 있었다. 희미하게 보였지만 워낙 익숙한 사람이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청민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벽에 기대어 생각에 잠겼다. 지금 바로 진현수의 진면모를 밝히는 것보다 그는 진현수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정략결혼보다 심지안과의 결혼 약속이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문자를 확인한 성연신은 사진 속 진현수의 모습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바보 같은 여자, 왜 자꾸 다치는 거야? 진현수와 같이 사고를 당했다는 건 두 사람이 같이 있었다는 거잖아! 고청민 이놈도 참 웃기는 놈이네. 나와 진현수가 서로 싸우면 중간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어린놈이 꿍꿍이가 많군.’“국화꽃 하얀색으로 한 다발 사서 진현수한테 보내.”그 말에 정욱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하얀색 국화꽃은 장례식에서나 쓰이는 꽃 아닌가? 죽으라고 저주하는 거야 뭐야?’이런 일을 하는 게 내키지 않았던 그는 다른 직원에게 이 일을 맡겼다. 한편, 성연신은 무뚝뚝한 표정을 지은 채 명품 펜을 들고 서류에 사인하고 있었다. 얇은 서류 종이가 날카로운 펜 끝에 의해 찢어지자 성연신은 서류를 구겨 휴지통에 버리면서 차갑게 말했다.“다시 프린트해 와, 어디서 이딴 불량품을 사 온 거야?”‘불량품이 아니라 대표님께서 하도 힘을 많이 쓰셔서 그런 거잖아요...’정욱은 어이가 없었지만 공손하게 대답하고 자리를 떴고 문을 나서려다가 그는 잠깐 멈춰 섰다. “대표님, 백호 아저씨께서 전화하셨어요. 오늘 어르신께서 퇴원하시니 대표님더러 병원에 오시라고요.”그의 말에 성연신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알았어.”사실은 임시연에 대해 의심이 든 성수광이 그한테 확인할 것이 있어 그를 병원으로 부른 것이었다. ...한편, 고청민은 성연신이 답장하지 않자 핸드폰을 거두고
고청민의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사진 속 여자는 바로 성유진이었다. ‘그럼 지안 씨가 할아버지의 외손녀이고 나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는 거잖아!’그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기뻤다.‘역시 심연아 같이 어리석은 여자가 성유진 이모의 딸일 수가 없지.’“고청민 씨? 왜 그래요?”멍해있는 고청민을 향해 심지안을 손짓했다. “아, 아니에요. 아주머니 참 예쁘시네요. 아주머니 미모에 잠깐 넋을 잃었어요.”정신이 번쩍 든 고청민은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수줍게 웃었다.“그건 너무 오버인 것 같은데요?”“정말이에요. 지안 씨만큼 예뻐요. 아주머니는 지안 씨랑 달리 전통적인 미인이네요. 한결같고 순결하신 분 같아요.”잠시 생각에 잠겼던 심지안은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청민 씨 말이 맞아요.”그녀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남편에 대해 불평불만이 없는 사람이었고 늘 남편의 뜻에 따르는 사람이었다. “아주머니 손목에 있는 옥구슬이 좋아 보이는데 조상님께 물려받은 건가요?”고청민은 계속해서 물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 외할아버지께서 엄마한테 물려주신 거라고 들었어요. 얼마 전에 급히 돈이 필요해서 전당포에 맡겼었는데 청민 씨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깜빡 잊을 뻔했네요. 며칠 뒤에 다시 되찾아와야겠어요.”그녀의 말에 고청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세움 전체가 당신 거예요. 이제야 제대로 주인을 찾았네요.’얘기를 나누면서 고청민은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럼 푹 쉬어요. 난 이만 가볼게요.”그는 당장 할아버지한테 이 좋은 소식을 알릴 생각이었다. 할아버지가 그토록 찾고 있던 외손녀를 찾았다고 그것도 아주 훌륭한 사람이라고. “그래요. 조심히 가요.”그녀는 손에 든 컵을 내려놓고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쌀쌀한 느낌이 들어 옷깃을 잡아당겼다. 뜻밖에도 목에 새겨진 붉은 상처가 훤히 드러났다. 고청민은 그녀의 목에 있는 자국을 보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의 표정을 눈치챈 심지안은 황급히 옷깃을 정리했다. 어색함이
성동철은 고개를 들며 환하게 웃었다.“당연히 좋지.”고청민이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그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런 총명한 외손녀가 있다면, 게다가 성수광의 집안과 사돈이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냐?”그 말에 얼굴이 어두워진 고청민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신 씨는 지안 씨한테 다정한 것 같지 않더라고요. 비가 오는 데 지안 씨를 밖에 그냥 내버려 둔 걸 보면요.”“젊은 부부가 살다 보면 싸우기도 하는 법이야. 어쩌면 심지안이 차에 타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아니에요. 오늘 지안 씨를 만났어요. 성연신 씨한테 어찌 괴롭힘을 당했는지 목에 상처도 있더라고요.”그 말에 성동철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이 녀석이 쓸데없이 세심하기는.”고청민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할아버지는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그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성연신은 신분이든 사회적 지위든 모두 으뜸가는 사람이야.”“그럼 만약 지안 씨가 정말 할아버지 외손녀라면 저와의 결혼 약속은 없던 일로 하실 거예요?” 그의 고집스러운 말투에 성동철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심지안은 너보다 나이가 더 많지 않냐? 너희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아. 이런 얘기는 네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꾸나.”고청민은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네, 할아버지.” 그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성동철은 되물었다.“회사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아니에요.”고청민은 심지안이 성유진의 딸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떴다. ...낮잠을 자고 있던 심지안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어렴풋이 듣게 되었다. 눈을 떠보니 성수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께서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왜 할아버지한테 말하지 않았느냐?”성수광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께 걱정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았어요.”“단지 그 이유이냐?” 성수
“할아버지!”심지안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급히 성수광을 막았다. “저희 두 사람이 헤어진 건 연신 씨 때문만이 아니에요. 처음 저 사람한테 거짓말을 한 건 저예요. 이제는 임시연 씨가 임신했으니 당연히 책임져야죠.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저 때문에 이러실 필요 없어요. 인제 그만 하세요.”“다른 여자라면 모를까, 임시연 그 여자는 안 돼. 그런 여자는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우리 집안에 들일 수가 없다!”“허락하시지 않으면요? 배 속의 아이는 어떡하고요? 할아버지 증손자잖아요.”“그리고 연신 씨 성격에 할아버지께서 계속 이러시면 두 사람 사이만 더 안 좋아질 거예요. 할아버지는 연신 씨한테 가장 가까운 분이세요. 저희 두 사람의 일로 연신 씨가 할아버지를 원망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성수광은 그녀의 진심 어린 말에 감동했고 더 이상 그녀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지안아, 우리 걱정만 하지 말고 네 걱정도 해야지. 앞으로 어떻게 살 생각인 거냐?”그녀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옥살이를 하고 있다. 그녀 혼자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하니 그녀의 인생이 얼마나 고달플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심지안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죠.”“네가 싫다면 할아버지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혼한다면 저놈이 너한테 위자료는 꼭 줘야 할 거야.”“아니에요. 저 돈 있어요.”“거절하지 말거라. 이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거다.”“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지안이랑 얘기 잘 나눠. 또 한 번 지안이 괴롭히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성수광은 서백호와 함께 병실을 나갔다. 성수광이 이대로 물러날 것을 예상치 못했던 서백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임시연 쪽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일단 감시하고 있어. 허튼수작 부리지 못하게 해야지. 뻔뻔스럽게 금관성에 돌아온 이유가 뭔지 지켜보자고. 임시연이 아이를 지우지 못하게
더 이상 화를 내고 싶지 않았던 심지안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당신 마음대로 해요.”‘연기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할아버지께서 병실을 떠나면 다시 돌려주면 되는 거야.’성연신은 지갑에서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그 카드는 예전에 그가 그녀한테 줬던 카드였고 중정원을 나오면서 그녀는 그에게 다시 돌려주었었다. 이 카드는 한도가 없는 카드였고 다시 말해 성연신이 파산당하지 않은 한 이 카드는 계속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예전에 한 집에 살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위자료의 명목으로 이 카드를 받게 되니 기분이 이상했다. 심지안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하고 싶던 말을 꺼내지 못했다. 큰돈에 그녀가 놀랐다고 생각한 성연신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 ‘진현수와의 사랑이 깊은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다 거짓말이었군. 이 여자는 돈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네.’왠지 모르게 성연신은 기분이 좋아졌다. ...크게 다치지 않았던 심지안은 3일 동안 병원에 있다가 의사의 말대로 퇴원했고 진현수는 계속 입원해 있었다.“지안 씨, 나 보러 꼭 와야 해요. 병원에 있는 게 너무 지루해요.”“그럼요. 회사에 밀린 업무들 처리하고 나면 현수 씨 보러 올게요.”이화영은 옆에서 잔소리했다. “어차피 우리 진씨 가문으로 시집올 거 아니에요? 뭐 하러 그리 아등바등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여자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편 뒷바라지 잘하고 아이들 잘 가르치면 되는 거예요.”“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지안 씨와는 전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친구 사이? 친구 사이에 너처럼 이러는 사람이 또 어디 있어? 앞으로 후유증이라도 남으면 누가 너한테 시집오고 싶겠냐고!”“어머니!”“아주머니 뜻 알겠어요. 저와 현수 씨 사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게요. 그러나 당분간 결혼 생각은 없어요.”심지안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의 대화를 끊어버렸다. 그녀의 말에 진현수는 들뜬 표정을 지었다.“
심지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임시연 맞아. 저번에 사진 보여줬잖아.”흠칫하던 진유진은 이내 화가 치밀어 올랐다.“저 여자가 남의 남자 빼앗아서 임신까지 한 그 여자야?”그녀가 임시연의 쪽을 가리키며 큰 목소리로 말했던 터라 주위의 사람들은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임시연을 쳐다보았다. 한편, 임시연은 명품샵에서 신상 옷을 입어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에도 그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심지안을 향해 걸어와 인사를 건넸다. “지안 씨도 쇼핑하러 왔어요? 반가워요.”그녀는 진유진의 싫은 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연신이한테 아빠 된 기념으로 선물을 하고 싶은데 지안 씨가 한번 골라줄래요?”“어머, 살다 살다 이런 뻔뻔스러운 사람은 또 처음 보네. 남의 남자를 가로챈 주제에 뭐가 이렇게 떳떳한 거야? 지금 우리 앞에서 자랑이라도 하는 거야 뭐야?”화가 치밀어 오른 진유진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지안이 앞에서 이런 얘기를 일부러 하는 걸 보면 참 당돌한 여자야.’그러나 임시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나랑 연신이가 사귀었을 때 심지안 씨는 학생 신분이었어요. 게다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데 가로챘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뭐요? 나이가 많은 게 뭐 자랑이에요? 나이가 많으면 남의 남편한테 꼬리 쳐도 되는 거예요?”진유진은 점점 더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쪽 마음대로 생각해요. 난 더 이상 할 말 없어요. 하지만 당신의 말을 들어보면 심지안 씨가 이 결혼에 대해 얼마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네요.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요. 내가 금관성으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요.”임시연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성연신은 자신에게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다. “지난달 절에 가서 염주를 받아왔어요. 염주를 가져온 지 얼마 안 돼서 난 아이를 가지고 되었고 사랑도 얻게 되었죠. 이제 이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