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할 수도 있죠.”정욱은 은옥매가 아이를 낳을 때 성유진이 금방 임신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성유진의 곁에는 심전웅이 하루 종일 함께 있을 때, 은옥매의 곁에는 시도 때도 없이 타두던 남자가 있었다는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의 증언도 있었다. 특히 두 사람은 남자에게 가정이 있다는 둥 예민한 화제로 싸웠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아... 그 남자가 누군지는 찾았어요?”“찾는 중이에요. 아마 내일 알 수 있을 거예요.”이 사실을 알게 된 심지안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속으로는 지금껏 알게 된 힌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어쩐지 은옥매가 심전웅과 다시 만나다 했더니 책임질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심연아가 계략에 능한 것도 은옥매에게 전수받아 그럴 수도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심전웅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순간이었다....이튿날.정욱의 일 처리 속도는 아주 빨랐다. 그는 아예 은옥매의 산후 도우미를 찾아서 데려왔다. 산후 도우미의 이름은 김희경으로 50대의 평범한 부인이었다.“옥매 씨가 좋아하던 남자는 김대휘라고 했는데 제경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그때 벌써 유부남이었고 옥매 씨랑은 파티에서 만났대요. 저는 그냥 여기까지 알고 있어요... 이제 돈을 주는 거예요?”정욱은 성연신을 바라봤다. 그가 눈빛 신호를 주자 곧바로 돈다발을 꺼내 김희경에게 건네줬다.김희경은 떨리는 손으로 돈을 받아 들었다. 아들의 수술비를 드디어 마련하게 되었으니 얼굴에는 기쁨으로 가득했다.정욱은 이만 몸을 일으켜 김희경을 보내주려고 했다. 이때 심지안이 벌떡 일어나 두 사람을 막아서더니 예리한 말투 물었다.“아주머니 심씨 성을 가진 집안에서 산후 도우미로 일한 적 있죠?”‘심씨 성’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김희경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시선을 피했다.“아, 아니요.”“아니라고요?”심지안은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오래전에 찍은 듯한 옛날식 가족사진을 휴대폰 속에서 찾아내더니, 그 속에 희미하게 찍힌 한 사람을 가리키면서 물었
“믿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가를 치르게 해야만 해요.”심지안은 주먹을 꼭 쥐었다. 눈은 실핏줄이 터져 빨갛게 되었다. 속으로는 심전웅에게도 성유진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절망을 맛보여 주리라 다짐했다.정욱은 김희경을 힐끗 보며 성연신에게 물었다.“대표님,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일단 돌려보내고 잘 감시해. 앞으로 증인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으니까.”...심지안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성연신은 오전 일정을 전부 미룬 채 그녀와 함께 있어 줬다.성연신의 품에 안겨 있던 심지안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잠들어 버렸다.심지안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시간은 어느덧 오후 두 시가 되었다. 전보다 훨씬 진정된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저 때문에 일을 하나도 못 했죠.”“이제 좀 괜찮아요?”성연신은 턱을 괴고 눈물 자국을 닦아내는 심지안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행히 맑은 눈동자에 담긴 강인함이 다시 돌아온 듯했다.“네, 저 이만 기획팀으로 돌아갈게요. 저녁에 다시 봐요.”지금의 심지안에게는 슬픔도 사치였다. 감정을 추스르고 나면 곧바로 일상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눈물은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니 말이다.이제는 반격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오후, 심지안이 지난달에 만든 보고서와 프로젝트가 공개되었다. 그 즉시 보고서는 수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특히 금융권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그녀의 독특한 관점과 문장력을 칭찬하며 화제성을 더욱 끌어올렸다.어떤 사람은 심지안의 사진까지 찾아내서 금융권 최고 미인이라는 칭찬과 함께 ‘금융의 꽃’이라는 타이틀도 달아줬다. 그렇게 사무실에서도 가끔 금융의 꽃이라는 장난스러운 말들이 오갔다.금방 아이를 낳고 나서 휴가 중인 김인정도 소식을 보고서는 바로 전화로 축하해 줬다. 그러자 심지안은 한결같이 겸손하게 대답했다.“이것도 다 언니가 잘 가르쳐준 덕분이에요. 저는 아직 초짜일 뿐인걸요.”“지안 씨가 열심히
정욱이 기획부에 갔을 때 심지안은 마침 오후의 회의에서 사용할 자료와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었다. 정욱은 남몰래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지안 씨, 혹시 어제 진현수 씨와 만났어요?”심지안은 놀란 듯 멈칫하며 되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아마 지금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요.”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다음 정욱은 단톡방에서 있었던 일을 심지안에게 알려줬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사건의 포인트도 짚어줬다.“대표님이 지금 엄청 화났어요. 조금 전 핸드폰도 부쉈다니까요. 그러니까 절대 언성을 높이면 안 돼요. 상황을 잘 설명하고 나서 달래주면, 아마 대표님도 화를 가라앉힐 거예요.”심지안은 불안한 듯 손톱을 뜯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결심한 듯 심호흡하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오해했어요, 연신 씨, 저는 현수 씨랑 우연히 만난 거예요. 현수 씨의 친구가 중정원에 살거든요.”성연신은 다리를 테이블에 올린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싸늘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라고 했어요.”“진짜예요. 저 어제는...”성연신은 피식 웃으며 말머리를 잘랐다.“저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니까 좋았어요?”성연신은 어젯밤 장난으로 한 말이 진짜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인이 산책 시간을 이용해 다른 남자와 만났다는 증거가 떡하니 나타났으니 말이다.심지안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얼굴은 속상한 듯 축 처졌다.“좋았냐니까?!”참다못한 성연신이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개를 때린 건 데이트를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죠?”“저는 처음부터 오해라고 했어요. 어제 바로 얘기해주지 않았던 건 연신 씨가 지금처럼 오해할까 봐 그랬던 거예요. 그리고 애들은 갑자기 고양이를 향해 달려가서 살짝 때렸던 거고요. 연신 씨는 왜 번마다 저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는 거예요? 서로한테 이 정도의 믿음도 없이 어떻게 계속 만나요? 더구나 사진 속에서도 저희는 얘
“둘 다 잘못했네요.”손남영이 보기에 심지안의 잘못은 숨김에 있고, 성연신의 잘못은 불신에 있었다.성연신은 칼날같이 예리한 눈빛으로 손남영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아 급 말을 바꿨다.“둘 다 잘못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안 씨 잘못이 더 크네요. 형은 별로 잘못하지 않았어요.”“해결 방법은?”“당연히 돈이죠!”손남영은 잠깐 멈칫하다가 계속해서 말했다.“근데 지안 씨의 사정도 이해가 가기는 해요. 웬 여자 때문에 콩가루 집안이 된 건 둘째 치고 친아빠가 친엄마를 죽인 셈이니까요. 분명히 여자애 혼자서 견디기는 힘든 일인데 반나절 만에 진정하고 일에 집중하는 걸 보면 괜찮은 척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러니 형이 공감해 줘요.”성연신은 감정 없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공감? 나도 부모가 죽고 없는 게 가장 큰 공감이 아닌가?”손남영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성연신의 부모에 관한 얘기는 금기였기 때문에 아무나 함부로 꺼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하지만 지안 씨는 성격 좋으니까, 돈을 좀 주면 잘 해결될 거예요. 돈을 거절할 여자는 없으니까요.”사실 손남영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지만, 성연신의 성격으로 가능할 리가 없을 것 같아서 돈 얘기만 하게 되었다.성연신은 전화를 끊자마자 회사에 연락해 직원 보너스로 남겨둔 돈을 전부 꺼내달라고 했다. 오후의 회의에서 사용하겠다면서 말이다.20분 후.각 부서에서 대표로 보낸 사람은 하나둘씩 회의실에 도착했다. 심지안은 혹시라도 성연신이 다들 보는 앞에서 트집을 잡지는 않을까 걱정되어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로 가서 앉았다.이때 성연신이 몸에 입은 정장의 검은색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분위기와 함께 회의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심지안이 마치 공기라도 되는 것처럼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심지안은 입술을 꼭 깨물며 괜히 노트에 낙서했다. 화가 나는 동시에 서운하기도 했다. 피곤함
사람들은 깜짝 놀란 듯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저마다 말도 안 되는 추측과 함께 심지안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설마 이 돈이 다 심 팀장의 보너스는 아니겠지?’정욱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재무팀에 남아 있는 현금은 3억 6천 원 정도 됩니다. 혹시 부족하면 제가 은행에 다녀올까요?”“됐어, 그냥 줘.”은행에서 더 많은 돈을 가져온다고 해도 어차피 심지안은 다시 은행으로 가져가서 저축해야하기 때문에 성연신은 일단 있는 만큼만 주기로 했다.정욱은 심지안의 앞으로 가서 멈춰서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 대표님이 준비한 보너스예요.”심지안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가만히 서 있었다. 완전히 넋이 나간 듯 정욱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욱은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했다.“보너스는 핑계이고 대표님이 사과하고 싶은가 봐요.”심지안은 무의식적으로 성연신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반응을 살피고 있던 성연신은 약간 뿌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들었다. 어쩐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마음도 순식간에 따듯해졌다.정욱은 작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대표님한테는 지안 씨밖에 없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지, 이번에도 그냥 질투 난 거예요. 절대 일부러 화를 낸 게 아닐 거예요. 그러니 이만 화 풀어요.”두 사람이 싸울 때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정욱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그는 최선을 다해 타일렀다.심지안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숨기기 위해 머리를 살짝 숙였다. 이 세상에 아직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울컥했다. 비록 부모의 사랑은 받아 본 적 없지만 그래도 애인의 사랑은 받을 수 있을 듯하다.“고마워요, 대표님. 저는 앞으로도 대표님을 위해, 그리고 보광 그룹을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심지안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코끝은 울먹이느라 약간 빨개져 있었다.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는 회사에 충성하는 듯한 은밀한 고백에 성연신의 표정은 훨씬
심지안은 그대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에게 은행 카드를 건넨 적 있는 사람은 성연신과 진현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날 동네에서 산책할 때의 CCTV가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모양이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심지안은 머리를 들지 않고서도 성연신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연신 씨, 제가 설명할게요...”“지갑 내놔요.”성연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심지안은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몸 뒤로 숨겼다.“일단 제 설명부터 들어봐요. 아니면 현수 씨한테 전화해서...”심지안이 가방을 숨기는 것을 보고 성연신은 두말없이 가방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지갑 안에서 낯선 은행 카드를 발견하고 말았다.성연신은 머리를 숙이며 눈빛 속의 감정을 숨겼다. 애써 화를 참는 듯한 목소리는 유난히도 싸늘했다.“얼마 받았어요?”심지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현수 씨한테서 돈을 받은 적 없어요. 이건 싫다는 데도 억지로 준 거예요. 돌려주려고 하기는 했지만 강아지들 때문에 쫓아갈 수 없었어요.”“얼마 받았냐니까요?”성연신은 언성을 높이며 또다시 물었다. 이제 슬슬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폭발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400억이요...”“하.”성연신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힘껏 심지안의 턱을 잡으며 물었다.“400억으로 당신을 사겠대요?”“아니에요. 그런 말은 한 적 없어요.”심지안은 턱이 너무 아팠지만 감히 성연신을 밀어내지는 못했다.성연신은 모든 것을 꿰뚫을 수 있을 법한 깊은 눈으로 심지안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감정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돌아와서 물었다.“그 돈을 주면서 저를 떠나라고 했어요?”심지안은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입술도 주체 되지 않고 파르르 떨렸다.“현수 씨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저도 연신 씨를 배신할 생각이 없었고요...”성연신은 급기야 울분이 치밀어 올라 소리를 질렀다.“제가 그렇게 호구 같아요?”은행 카드를 받았으면 그 자리에서 돌려주던지, 안 그러면 바로 버리고 성연신에게 말해서
“알아냈습니다... 화면에 있는 이 사람의 친구분입니다. 그는 중정원에서 사는 사람인데, 제가 그를 찾아갔을 때, 동영상은 이미 삭제되었습니다.”“쯧.”목적은 이미 달성되었으니 삭제하든 말든 상관없었다.임신연은 난감한듯 고개를 숙였다.“어제 난 동영상을 보고 지안 씨를 잘못 탓한 걸 알았어. 지안 씨 지금 집에 있어? 내가 가서 사과할게.”성연신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사과할 게 뭐있어? 개를 때리고 거짓말은 한 것도 사실이잖아.”이런 행동을 했으니 잘못한 것과 다름없다.임신연은 그의 말을 이었다.“네 말도 맞아. 거짓말은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잘못된 거야. ”그녀의 말에 성연신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모두 나가 있어, 나 혼자 있게.”임신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당부하였다.“아침 먹는 거 잊지 마, 너 위도 안 좋은데.”그녀의 팔에 감겨있는 흰 거즈를 바라보던 성연신은 갑자기 또 짜증이 났다.정오가 되었다.성연신은 심지안이 내보내 달라고 애원할 줄 알았는데, 침실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떠보듯 물었다.“지안 씨.”그러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성연신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악몽에 빠진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무력하게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심지안이 보였다.긴장해 난 그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펄펄 끓고 있었다.“어서 일어나 병원에 갑시다.”성연신은 심지안을 깨우려 하였지만, 그녀는 마치 버려진 고양이같이 몸을 점점 더 움츠렸다.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안으려 했다.그러나 그의 손이 닿자마자 그녀는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제가 훔친 게 아니에요, 절 때리지 마세요. 아빠, 정말 제가 훔친 게 아니에요. 연아가 그런 거예요.”마음이 아파 난 성연신은 큰 손으로 심지안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며 달랬다.그리고 가정의를 불러왔다.의사는 심지안의 상태를 확인하며 말했다.“기
성연신은 눈살을 찌푸렸다.“난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지안 씨는 왜 또 이러는 거예요?”심지안은 ‘또'라는 말을 듣고 웃었다.그녀는 돌아서서 성연신은 빤히 쳐다보았다.“뭐가 또 에요? 내가 무슨 실수라도 저질렀나요? 내가 바람을 피웠나요, 아니면 무슨 엄청난 죄라도 지었나요?”그녀의 말투에 성연신은 불쾌해 났다.“거짓말을 하고도 당당하네요.”“내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심지안은 성연신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또 말을 이었다.“내가 그때 현수 씨를 만났다고 말해도 연신 씨는 여전히 의심하고 화낼 거잖아요, 그러니 내가 말하든 말든 뭐가 달라지는데요? 차리지 말 안 하는 게 낮죠.”“이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가 지안 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그와 말을 섞지 말았어야 했어요!”“아예 모든 남자랑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해요!”화가 난 심지안은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연신 씨, 나도 사람이라 다른 사람과 컴뮤니케이션이 필요해요. 성연 씨가 내 주위의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차분하게 앉아서 이야기 나누며 해결해야지, 날 범인처럼 가두는 것은 옳은 해결 방식이 아니에요.”말을 마친 심지안은 바로 고개를 돌려 자기 침실로 돌아갔다.무사히 자기 침실로 돌아온 심지안은 침대에 누워 뒹굴었다.‘놀라 죽는 줄 알았어, 화를 내지 않아서 다행이지... 이번엔 멋지게 잘 말한 것 같아, 다음에도 으쌰 하는 거야! 이번에는 날 하룻밤 가두었지만, 다음에는 한 달 동안 가둘지도 몰라. 절대 이런 일이 생기게 할 순 없어! 그나저나 약도 안 먹었는데 오늘 아주 좋아진 것 같아... 면역력이 강해진 걸까?’한참 후 성연신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마음속이 조마조마했지만, 겉으론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또 날 가두려고요?"문밖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할아버지께서 오늘 저녁 본가 저택에서 연회가 있으니 와서 참석하라고 했어요.”“하지만 조금 있다가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