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깜짝 놀란 듯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저마다 말도 안 되는 추측과 함께 심지안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설마 이 돈이 다 심 팀장의 보너스는 아니겠지?’정욱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재무팀에 남아 있는 현금은 3억 6천 원 정도 됩니다. 혹시 부족하면 제가 은행에 다녀올까요?”“됐어, 그냥 줘.”은행에서 더 많은 돈을 가져온다고 해도 어차피 심지안은 다시 은행으로 가져가서 저축해야하기 때문에 성연신은 일단 있는 만큼만 주기로 했다.정욱은 심지안의 앞으로 가서 멈춰서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 대표님이 준비한 보너스예요.”심지안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가만히 서 있었다. 완전히 넋이 나간 듯 정욱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욱은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했다.“보너스는 핑계이고 대표님이 사과하고 싶은가 봐요.”심지안은 무의식적으로 성연신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반응을 살피고 있던 성연신은 약간 뿌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들었다. 어쩐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마음도 순식간에 따듯해졌다.정욱은 작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대표님한테는 지안 씨밖에 없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지, 이번에도 그냥 질투 난 거예요. 절대 일부러 화를 낸 게 아닐 거예요. 그러니 이만 화 풀어요.”두 사람이 싸울 때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정욱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그는 최선을 다해 타일렀다.심지안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숨기기 위해 머리를 살짝 숙였다. 이 세상에 아직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울컥했다. 비록 부모의 사랑은 받아 본 적 없지만 그래도 애인의 사랑은 받을 수 있을 듯하다.“고마워요, 대표님. 저는 앞으로도 대표님을 위해, 그리고 보광 그룹을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심지안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코끝은 울먹이느라 약간 빨개져 있었다.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는 회사에 충성하는 듯한 은밀한 고백에 성연신의 표정은 훨씬
심지안은 그대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에게 은행 카드를 건넨 적 있는 사람은 성연신과 진현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날 동네에서 산책할 때의 CCTV가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모양이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심지안은 머리를 들지 않고서도 성연신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연신 씨, 제가 설명할게요...”“지갑 내놔요.”성연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심지안은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몸 뒤로 숨겼다.“일단 제 설명부터 들어봐요. 아니면 현수 씨한테 전화해서...”심지안이 가방을 숨기는 것을 보고 성연신은 두말없이 가방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지갑 안에서 낯선 은행 카드를 발견하고 말았다.성연신은 머리를 숙이며 눈빛 속의 감정을 숨겼다. 애써 화를 참는 듯한 목소리는 유난히도 싸늘했다.“얼마 받았어요?”심지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현수 씨한테서 돈을 받은 적 없어요. 이건 싫다는 데도 억지로 준 거예요. 돌려주려고 하기는 했지만 강아지들 때문에 쫓아갈 수 없었어요.”“얼마 받았냐니까요?”성연신은 언성을 높이며 또다시 물었다. 이제 슬슬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폭발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400억이요...”“하.”성연신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힘껏 심지안의 턱을 잡으며 물었다.“400억으로 당신을 사겠대요?”“아니에요. 그런 말은 한 적 없어요.”심지안은 턱이 너무 아팠지만 감히 성연신을 밀어내지는 못했다.성연신은 모든 것을 꿰뚫을 수 있을 법한 깊은 눈으로 심지안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감정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돌아와서 물었다.“그 돈을 주면서 저를 떠나라고 했어요?”심지안은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입술도 주체 되지 않고 파르르 떨렸다.“현수 씨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저도 연신 씨를 배신할 생각이 없었고요...”성연신은 급기야 울분이 치밀어 올라 소리를 질렀다.“제가 그렇게 호구 같아요?”은행 카드를 받았으면 그 자리에서 돌려주던지, 안 그러면 바로 버리고 성연신에게 말해서
“알아냈습니다... 화면에 있는 이 사람의 친구분입니다. 그는 중정원에서 사는 사람인데, 제가 그를 찾아갔을 때, 동영상은 이미 삭제되었습니다.”“쯧.”목적은 이미 달성되었으니 삭제하든 말든 상관없었다.임신연은 난감한듯 고개를 숙였다.“어제 난 동영상을 보고 지안 씨를 잘못 탓한 걸 알았어. 지안 씨 지금 집에 있어? 내가 가서 사과할게.”성연신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사과할 게 뭐있어? 개를 때리고 거짓말은 한 것도 사실이잖아.”이런 행동을 했으니 잘못한 것과 다름없다.임신연은 그의 말을 이었다.“네 말도 맞아. 거짓말은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잘못된 거야. ”그녀의 말에 성연신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모두 나가 있어, 나 혼자 있게.”임신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당부하였다.“아침 먹는 거 잊지 마, 너 위도 안 좋은데.”그녀의 팔에 감겨있는 흰 거즈를 바라보던 성연신은 갑자기 또 짜증이 났다.정오가 되었다.성연신은 심지안이 내보내 달라고 애원할 줄 알았는데, 침실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떠보듯 물었다.“지안 씨.”그러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성연신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악몽에 빠진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무력하게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심지안이 보였다.긴장해 난 그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펄펄 끓고 있었다.“어서 일어나 병원에 갑시다.”성연신은 심지안을 깨우려 하였지만, 그녀는 마치 버려진 고양이같이 몸을 점점 더 움츠렸다.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안으려 했다.그러나 그의 손이 닿자마자 그녀는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제가 훔친 게 아니에요, 절 때리지 마세요. 아빠, 정말 제가 훔친 게 아니에요. 연아가 그런 거예요.”마음이 아파 난 성연신은 큰 손으로 심지안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며 달랬다.그리고 가정의를 불러왔다.의사는 심지안의 상태를 확인하며 말했다.“기
성연신은 눈살을 찌푸렸다.“난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지안 씨는 왜 또 이러는 거예요?”심지안은 ‘또'라는 말을 듣고 웃었다.그녀는 돌아서서 성연신은 빤히 쳐다보았다.“뭐가 또 에요? 내가 무슨 실수라도 저질렀나요? 내가 바람을 피웠나요, 아니면 무슨 엄청난 죄라도 지었나요?”그녀의 말투에 성연신은 불쾌해 났다.“거짓말을 하고도 당당하네요.”“내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심지안은 성연신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또 말을 이었다.“내가 그때 현수 씨를 만났다고 말해도 연신 씨는 여전히 의심하고 화낼 거잖아요, 그러니 내가 말하든 말든 뭐가 달라지는데요? 차리지 말 안 하는 게 낮죠.”“이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가 지안 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그와 말을 섞지 말았어야 했어요!”“아예 모든 남자랑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해요!”화가 난 심지안은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연신 씨, 나도 사람이라 다른 사람과 컴뮤니케이션이 필요해요. 성연 씨가 내 주위의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차분하게 앉아서 이야기 나누며 해결해야지, 날 범인처럼 가두는 것은 옳은 해결 방식이 아니에요.”말을 마친 심지안은 바로 고개를 돌려 자기 침실로 돌아갔다.무사히 자기 침실로 돌아온 심지안은 침대에 누워 뒹굴었다.‘놀라 죽는 줄 알았어, 화를 내지 않아서 다행이지... 이번엔 멋지게 잘 말한 것 같아, 다음에도 으쌰 하는 거야! 이번에는 날 하룻밤 가두었지만, 다음에는 한 달 동안 가둘지도 몰라. 절대 이런 일이 생기게 할 순 없어! 그나저나 약도 안 먹었는데 오늘 아주 좋아진 것 같아... 면역력이 강해진 걸까?’한참 후 성연신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마음속이 조마조마했지만, 겉으론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또 날 가두려고요?"문밖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할아버지께서 오늘 저녁 본가 저택에서 연회가 있으니 와서 참석하라고 했어요.”“하지만 조금 있다가 회
경비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성연신은 핸들을 돌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연신 씨 방금 뭐라 한 거예요? 왜 경비원에게 우리 둘의 관계를 말한 거예요?!”심지안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지안 씨가 나더러 그렇게 말하라고 눈치 줬잖아요.”“경비원이 우리 둘 사이를 눈치채지 못하게 빨리 가라고 한 거예요!”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억울한 듯 말했다.“내가 잘못 이해했네요.”심지안은 이 남자가 고의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증거가 없었다.“앞으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성연신은 심지안이 화가 난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내 기분 봐서요.”...심지안이 사무실로 노트북을 가지러 오자, 곁에 있던 동료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네가 월차를 내자, 대표님도 안 오셨어. 모르는 사람들은 둘이 상의하고 그런 거로 생각할지도 몰라.”손이 떨린 그녀는 하마터면 노트북을 떨어뜨릴 뻔했다.“아이고 농담이야, 너 놀라는 것 좀 봐. 정말인 것처럼.”심지안은 억지웃음을 지었다.“언젠가 진짜가 될지도 모르지. ”동료는 농담하던 표정을 거두었다.‘자신있는가보네...’...금관성에서 본가 저택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심지안이 일을 끝내고 노트북을 닫는 순간, 차도 목적지에 도착했다.저택 주위엔 수많은 고급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그중 하얀색 마이바흐가 눈에 익었다.“오늘 손님이 많아요?”성연신은 눈섭을 치켜올렸다.“왜, 무서운가요?”“그럴 리가요, 나도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거든요... 다만 할아버지께서 연회에 어떤 사람을 청하셨길래 이렇게 굉장한지 궁금할 뿐이에요.”“친척들과 거래처 사람들도 다 있어요,”성연신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김대휘도 올 거예요.”제경에 있는 성씨 그룹은, 인맥도 대부분 제경에 있다.김씨 가문은 제경에서 제일 큰 수산물 시장을 경영하고 있는데, 김대휘는 김씨 집안의 둘째 아들로, 상속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이런 정보들은 정욱이 알아낸 것이다.그전에 성연신은 이 사람에 대
난처해 난 남진영의 네모진 얼굴이 빨개졌다.성연신은 일찌감치 해외로 나가 가족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성연신을 유달리 좋아하는 성수광은 자기 손자가 비록 냉담하고 사업가의 원활함이 없지만 타고난 사업 능력을 갖춘 권력자라고 생각하였다.그리하여 그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것보다 자유롭게 발전하게 하는 편이 더 나을 거로 생각하여 몇 년 동안 외국에 방치해 두었다.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빼앗길까 두려운 성씨 가문의 직계 친척들은 성연신이 영원히 외국에 머물면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당연히 그 누구도 성연신의 집안 배경을 언급하려 하지 않았고, 성연신 이름 자체도 성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남진영을 포함해서 말이다.성연신은 웃는 듯 마는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아저씨, 또 뵙네요. 제 와이프 심지안입니다.”심지안은 얌전히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남진영은 얼굴이 뜨거워 났다. 그때 보광 중신에서 만났던 아가씨가 바로 성연신의 와이프라니...“서로 아는 사이야? 혹시 비즈니스로 만난 적이 있어?”남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비즈니스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저씨, 제가 한 사람 소개해 드릴게요. 고씨 가문의 작은 손주 고청민입니다.”고청민은 흰색 캐주얼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청순한 얼굴에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성숙함이 있었고, 갈색 눈동자는 온화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어르신, 성 대표님, 심지안 씨, 안녕하세요.”고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잘 알고 있는 성수광은 동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이렇게 컸구나, 결혼은 했어?”고청민이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 전 아직 공부 중입니다.”“아직 졸업하지 않았어?”“네, 올해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계속 공부할 생각입니다.”“좋아, 좋아, 하지만 결혼을 생각할 때가 됐어.”고청민이 온화하게 웃었다.“전 아직 결혼 생각이 없습니다.”“하긴, 이 불효 손자도 서른이 다 되어서야 와이프를 찾았지.”성연신은 듣기가 귀찮
소파에 앉아있는 여인을 본 김대휘는 또 얼굴이 화끈거렸다.하루 종일 먹기만 하는 자기 뚱뚱한 딸은 눈앞의 몸매가 늘씬하고 생김새가 아름다운 여인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김대휘는 주요 목적이 돈이 많은 성연신의 투자금을 얻어내는 것인지라 바로 말을 돌렸다.“혹시 수산업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좋은 프로젝트가 있어 그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수산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만약 따님에게 적합한 신랑감을 고르고 있다면 우리 성씨 가문에도 아직 미혼인 직계 도련님들이 있는데...”김대휘는 눈빛이 반짝였다. 뚱뚱한 딸을 성연신에게 시집보내는 것은 무리일 것 같지만, 성씨 가문의 다른 직계 자손에게 시집보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혹시 어느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적합한 사람은 아주 많습니다. 따님의 눈이 아주 높다고 들었는데...”“별로 높지 않습니다. 내 딸이 날씬한 편이 아니어서...”비록 풍만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도 많다고 하지만, 자기 딸이 너무 뚱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김대휘는 감히 거짓말을 못 하고 솔직하게 말했다.“네? 아주 날씬한 거로 기억하는데...”성연신은 처음 듣는다는 듯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하하하, 잘못 기억하셨습니다. 제 딸은 75킬로나 됩니다.”김대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진영 아저씨가 따님 이름이... 심연아라고 하던데, 혹시 제가 잘못 들은 겁니까?”성연신은 검은 눈동자로 김대휘를 쳐다보며 한마디 한마디 말을 이었다.“글쎄 김씨인 당신이 왜 심씨 성을 가진 따님을 두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말입니다.”이 말에 김대휘는 삽시에 얼굴이 굳어져 작은 목소리로 애원했다.“성 대표님, 제발 이 일은 비밀로 해주세요. 저의 그 호랑이 같은 와이프가 알게 되면 절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호랑이 와이프뿐이 아니라, 그 집 가족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성연신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걱정되시면 진영 아저씨한테 물어
백연은 눈을 부릅뜨고 표독스레 말했다.“말을 어떻게 하는 거야? 손윗사람한테! ”“엄마는 형을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요, 어떻게 다른 사람 편을 들어서 말하는 거예요? ”“지안 씨가 다른 사람이면, 숙모도 마찬가지죠.”“....”말문이 막힌 백연은 깊은숨을 내쉬었다.“됐어, 그만두자. 네가 좋아한다면 우리도 별다른 방법이 없지, 네가 데리고 살 건데. 하지만 기본적인 건 우리도 알아야 하지 않겠어?”성연신은 입꼬리를 올리며 어서 말하라고 손짓했다.“숙모!”그녀는 마치 백연이 방금 한 말을 듣지 못한 듯, 공손한 태도로 달콤하게 인사했다.그제야 백연은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너도 알다시피 성씨 가문에 시집오려는 여자들은 아주 많아. 연신이는 직계 자손인데 와이프도 그에 어울리는 여자여야 해. 보기엔 외모는 어울릴 듯한데, 가정 형편은 어떤지?”심지안은 두 눈을 깜빡이며 말해다.“저의 집엔 저밖에 없으니, 성씨 가문에 부담을 줄 일은 없을 거예요, 시름 놓으세요.”그녀의 마음속에 심전웅은 진작 아버지 자격을 잃었다.백연의 마음은 바로 차가워졌다.‘성연신이 설마 고아를 와이프로 데려온 거야? 안돼, 이 혼사는 절대 안돼! 성씨 가문은 금관성과 재경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내로라하는 가문인데, 어떻게 부모도 없는 고아를 가문에 들이겠어? 재수 없게!’이때, 성형찬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본 백연은 바로 고자질했다.“당신이 좀 말려요. 연신이는 그렇게 많은 좋은 가문의 여자들을 마다하고 하필이면...”자초지종을 들은 성형찬은 눈썹을 찌푸렸다.“연신아, 결혼은 큰일인데 신중히 고려해야지!”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 세 식구는 성수광으로부터 성연신이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를 하였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마도 남들 앞에 내세우기 난처한 와이프를 데려온 게 분명하다.오늘 보니 과연 짐작한 것이 맞았다.성연신은 담담하면서도 확고한 태도로 말했다.“둘째 삼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거예요. 내가 누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