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냉철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얼굴에 점잖은 명품을 입고 있었는데 목에 건 마노 비취는 한눈에 봐도 쉬이 구할 수 없는 진귀한 보석이었다.단번에 눈앞에 나타난 남자의 신분을 알아챈 심연아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는 연예계 가장 큰 자본을 움켜쥐고 있는 거장이었는데 그의 아래에 몇 개나 되는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현재 사랑을 받고 있는 수많은 인기스타들은 모두 그가 발굴하고 데뷔시킨 사람들이었다.저런 대단한 사람이 대체 왜 이런 누추한 곳에 나타났단 말인가.남진영은 심연아를 본 순간 실망감에 휩싸였다.성유진의 딸인데 왜 그녀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했단 말인가.하지만 눈앞의 이 사람에게 성유진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그의 차갑던 눈동자에 자애로움이 자리 잡았다.“이름이 뭐예요?”“조금 전엔 제가 잘못했어요. 차 수리 비용은 제가 꼭 드리겠습니다.”심연아는 덜컥 겁이 나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괜찮아요. 아가씨한테 돈을 받으려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제가 아는 분이랑 너무 닮아서요.”“제 이름은 심연아입니다...”남진영의 얼굴에 환희가 스쳐 지나갔다. 눈앞의 이 여자아이는 틀림없이 성유진의 딸이다. 당시 성유진은 심씨 가문 망나니 놈에게 시집을 갔으니 말이다.그는 성유진이 살아있을 때 그녀를 보살필 기회를 저버렸으니, 남은 반평생 동안엔 반드시 성유진을 대신해 그녀의 딸을 지켜줄 거라고 다짐했다.남진영은 첫 만남에 하기엔 황당한 말이라는 걸 알지만 자꾸만 피어오르는 성유진에 대한 애틋함 때문에 결국 입 밖으로 내뱉었다.“연아 씨, 내가 보기엔 우리 두 사람은 인연인 것 같아요. 내 양딸이 되어줄래요?”...심지안은 어젯밤 크게 놀란 데다 성연신과 냉전까지 벌인 탓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오후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그 모습을 본 경은은 승전이라도 거둔 듯 득의양양한 얼굴로 심
설사 성연신에게 혼나 만신창이가 될지라도 경은이 노력도 없이 이득을 보게 할 수는 없다!심지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단호한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경은은 그녀를 막는 척 쫓아나갔지만, 가만히 서서 엘리베이터가 위층으로 올라가 멈춰 서는 것을 지켜보고는 만족스러운 듯 계획팀으로 돌아왔다.동료 몇 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경은 씨, 지안 씨는 정말 대표님을 뵈러 올라갔어요?”“네. 맞아요. 막지 못하겠더라고요. 절반을 나눠주겠다고까지 했는데 만족하지 못하고 400만 원 모두 독차지하려나 봐요.”“하... 욕심이 너무 많네요...”...심지안은 성연신의 사무실 앞에 도착한 뒤 문을 두드렸다. 몇 분이 지나도 응답이 없자 곧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성연신에게 업무 보고를 하던 임원들이 그 소리에 모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과 눈이 마주친 심지안은 등등하던 기세가 한풀 꺾여버렸다. 그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쭈뼛거리며 말했다.“계속하세요. 전 밖에서 줄 서 있다가 잠시 뒤에 다시 들어올게요.”그녀는 말을 마친 뒤 ‘쿵’ 소리와 함께 굳게 문을 닫았다.임원들이 난처한 듯 서로 눈을 마주치다가 고개를 돌려 몰래 성연신의 표정을 살폈다.남자는 몸에 맞춰 재단한 깔끔한 화이트 셔츠와 긴 다리를 돋보이게 해주는 맞춤 정장 바지를 입고 넓은 가죽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그 모습은 웬만한 의류 모델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그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얼굴에 아무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자극법이 통한 것이다.몇 분 뒤.임원들이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다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심지안에게 의문스러운 시선을 보냈다.심지안은 최대한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곧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그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간 뒤에야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가슴을 쭉 내민 채 성연신의 앞으로 걸어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경은 씨가 제출한 프로젝트는 제가 작성한 거예요.”성연신이 나른한
심지안이 난처한 얼굴로 정욱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괜찮아요. 난 서서 보면 돼요.”그 말은 즉 이곳은 사무실이고 보는 눈도 있으니 자제하라는 뜻이었다.성연신이 정욱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자 정욱은 곧바로 그 뜻을 알아차렸다.“전 이만 나가볼게요.”“...”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됐어. 그냥 앉지 뭐. 어차피 처음도 아니잖아. 무료로 제공되는 푹신한 의자라 생각하면 되지.”그녀는 성연신의 다리에 자리 잡고 앉자마자 돌연 무언가 떠올랐는지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이번엔 벨트로 날 괴롭히지 말아요.”성연신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입 다물어요.”심지안이 입을 삐죽거렸다. 불리하기만 하면 다짜고짜 입을 다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그가 마우스를 누르자 화면에 어젯밤 계획팀 외부를 찍은 CCTV 화면이 나타났다.10시 쯤, 경은은 몰래 계획팀 밖으로 나가 자신이 갖고 온 자물쇠로 문을 잠갔다. 그러고는 경비원들이 순찰을 나간 사이 회사의 모든 전원을 끊어버렸다.어둠 속에서 그녀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핸드폰으로 음악을 재생시켰다. 이어 겁에 질려 소리치는 심지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소한 듯 비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모든 과정을 확인한 심지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어젯밤 문밖에 사람이 있다고 느껴졌던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두 사람은 그저 옅은 경쟁 관계일 뿐, 어떠한 원한도 없다. 심지안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경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성연신이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난 지안 씨를 믿었어요.”이 어리석은 여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른 사람에게 당한다. 자신은 종래로 그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면서 말이다.난 지안 씨를 믿었어요...심지안은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가슴 속 어딘가에서 이름 모를 파동이 일었다.누군가가 믿어준다는 건 참 뿌듯한 일이다.이렇게 때로는 예쁜 말도 할 줄 안다니까.“이제 경은 씨를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에요?”귀신
“네? 무슨 얘기인데요?”“임시연 씨의 존재 때문에 대표님과 반목하지 마세요. 대표님과 임시연 씨는 이미 끝난 사이니까요. 요즘 대표님의 마음속엔 심지안 씨 한 명뿐이에요. 어제 지안 씨와 다툰 것 때문에 오늘 오전 내내 저기압이셨어요. 조금 전 지안 씨가 오고 나서야 다시 기분이 풀렸고요.”그 때문에 정욱도 반나절 동안 자신에게 불똥이라도 튈까 봐 두려워 전전긍긍했다.심지안이 그를 쳐다보았다.정욱은 준수한 오관에 약간 검은 빛이 도는 피부를 갖고 있었는데 사람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외모였다.심지안은 그가 좋은 마음으로 해준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덤덤히 고개를 저었다.“우리는 가짜 결혼을 했다는 거 알잖아요.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우린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쟁취해볼 생각 없어요?”“제가 어떻게요?”“대표님은 지안 씨한테 잘해주잖아요. 기회가 있을 수도 있어요.”심지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 사람은 단 한 번도 날 좋아한다고 인정한 적이 없어요. 저도 예전엔 연신 씨의 마음을 얻으려 했었죠.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그녀는 무슨 일이든 명백히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특히 감정적인 부분에선 애매모호한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지안 씨도 대표님은 겉으론 차갑지만 내면은 따뜻한 사람이라는 거 알잖아요. 대표님은 지안 씨를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어요.”“남다르다는 거.. 그냥 신선함 아닐까요?’정욱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혀버렸다.신선함이 생기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신선함이 사라진 뒤에 어떻게 하느냐이지 않겠는가.정욱이 말을 하지 않자 심지안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임시연 씨가 나타나기 전엔 저도 정욱 씨와 같은 천진난만한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이제 깨달았어요. 저의 위치를 바로잡기도 했고요.”성연신이 그녀에게 조금의 흥미를 갖고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특별한 사람으로까지 생각한다고는 자신할 수 없었다.신선함은 사랑이 아니
“아는 사람이에요?”“심지안은 예전 우리 부용에서 일한 적 있어요. 그때도 한번 맛보고 싶었는데...”경은은 깜짝 놀랐다. 이 간악한 여자가 부용까지 갔었을 줄이야.한수군이 심지안에게 꽤 큰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빠른 시일 내에 심지안을 만나요. 그 여자한테 뭘 하든 상관없어요. 내가 필요한 건 사진 몇 장뿐이니까.”“심지안은 날 경계하고 있어요. 만나기 쉽지는 않을 거예요.”“내가 돕길 원해요?”“돕다니요. 우린 한배를 탔는걸요.”경은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온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심지안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가 되면 심지안은 더는 그녀와 경쟁하지 못할 것이다.“그렇게 해요. 대신 돈은 더 추가하죠.”...임시연은 그날 보광 중신에 나타난 이후 4,5일이 지났음에도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심씨 집안은 평온했고 질서정연한 일상이 돌아가고 있었다.하지만 심지안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임시연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아무 이유 없이 성연신의 삶에서 사라져버렸을 리도 없다.이렇게 쉽게 포기할 거라면 애초에 돌아오지도 않을 것이다.또한 심씨 집안도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 목구멍까지 넘어간 열매를 두 번이나 눈앞에서 심지안에게 빼앗겨버렸음에도 말이다. 이제야 제정신이 돌아와 잘못을 뉘우치고 속죄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거라면 얼마나 좋겠는가.하지만 교활하기 짝이 없는 심연아는 절대 이렇게 손해를 본 채로 일을 마무리 짓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귀빈석에 앉은 성연신이 무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단번에 심지안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듯했다.오늘은 보광 중신 새 프로젝트 발표회를 여는 날이다.은은한 바람이 그녀의 얼굴에 불어오자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흩날렸다.옅은
정욱이 심지안의 눈앞까지 걸어가 남자 동료에게 말했다.“재무부에 가서 이번 달 월급을 받은 뒤 회사에서 나가세요.”남자는 처음엔 그 말에 반응하지 못했다.“오늘은 월급을 받는 날이 아닌데요?”반면 단번에 알아차린 심지안이 반신반의한 얼굴로 물었다.“이분 해고당했나요...?”정욱이 말했다.“비슷해요.”말을 마친 그는 일부러 그녀의 핸드폰에 떠 있는 카톡 어플을 쳐다보았다.그제야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게 된 심지안은 재빨리 성연신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우린 연락처만 주고받았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동료 사이에 카톡을 좀 추가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되나요.”심지안이 그의 팔을 흔들며 말했다.“해고하지 않으면 안 돼요?”그 사람이 해고당한다면 이 죄책감을 어찌한단 말인가.남자 동료는 심지안과 비슷한 나이인 듯했는데 아마 공개채용 시기 천신만고 끝에 면접과 시험을 통과해 입사했을 것이다.성연신의 입꼬리가 음산하게 위로 올라갔다.“지금 내 앞에서 다른 남자의 편을 드는 거예요?”“아니에요. 난 그냥 단순히 그 사람은 잘못이 없다는 걸 말하려는 것뿐이에요. 지금 당장 연락처를 삭제하면 되잖아요.”“봐요. 삭제했어요. 그러니까 해고하지 말아요. 연신 씨가 이토록 멋있고 잘생겼는데 다른 남자가 어떻게 제 눈에 들어올 수가 있겠어요.”성연신은 애써 아부를 떠는 심지안을 바라보니 더러웠던 기분이 조금씩 풀려가는 것 같았다.“그건 지안 씨의 눈이 정확하기 때문이죠.”“맞아요. 연신 씨의 말이 맞아요. 날 의심해도 내 눈은 의심하면 안 돼요.”심지안은 환히 웃으며 그의 팔을 품 안에 껴안은 채 몸을 배배 꼬았다.“해고하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앞으론 같은 부서 사람이 아니면 말도 섞지 않을게요.”그녀의 애교스러운 목소리에 남자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던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사라졌다.성연신이 큰손을 휙 저었다.“정욱.”정욱이 힘겨운 얼굴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심지안은 멀어져가는 정욱의
심지안이 냉정한 눈빛으로 심연아를 쳐다보았다.“난 괜찮아. 이렇게 더운 날에 밍크를 입다니, 땀 냄새 나겠어.”“촌스럽네요. 패션에 계절은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뭘 알아요.”심연아의 차 안에 앉아있던 남자가 그녀의 편에 서서 심지안과 맞섰다.가까이에서 보니 남자는 짙은 메이크업에 빨간 립스틱까지 바르고 있었다. 조금 전 멀리서 힐끗 봤을 땐 잘생긴 듯했는데 자세히 보니 남자도 여자도 아닌 요괴 같은 오싹한 모습이었다.심지안은 그와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말해. 여긴 왜 온 거야. 나한테 자랑을 하러 온 거라면 돌아가. 미안하지만 난 관심 없어.”심연아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명함 하나를 꺼냈다.“난 지금 흥월 엔터의 이사야. 난 널 우리 회사 연예인으로 영입하고 싶어. 내가 돈 많은 사람도 소개해 줄게. 네가 남은 평생 호의호식할 수 있게 말이야.”그동안 그녀는 연예계 상황에 대해 많이 알아보았다. 심지안 정도의 미모라면 분명 그 가치가 대단할 것이다.심지안이 늙은 남자에게 기대고 싶다고 하면 소개해 주면 된다. 어쨌든 결국 돈은 심연아의 카드에 흘러들어올 테니 말이다.또한 심지안은 그녀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물론 이건 모두 심연아의 아름다운 환상일 뿐이다. 현실에서 그녀의 눈에 돌아온 건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몸을 돌려 반대로 걸어가고 있는 심지안의 모습뿐이었다.“야,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너 지금 내 인맥이 얼마나 넓은지 알아? 업계 수많은 엘리트들이 나만 보면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려. 이런 기분 느껴보고 싶지 않아? 너희 보광 중신 대표도 내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달려와 물을 따라줄거야.”“아. 시끄러워.”그 짧은 한마디와 함께 주위 공기가 영하로 급하강했다.심지안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성연신이 햇살 아래 옷소매를 거둔 채 건장한 몸매를 뽐내며 서 있었다. 그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으로 심연아를 노려보고 있었다.심연아는 그에게서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특히 그 얼굴은
심연아는 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듯한 그의 기세에 겁을 먹고 화장남도 관여하지 않은 채 줄행랑을 쳤다.혼자 버려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화장남의 얼굴에 분노와 원한이 서렸다.심지안 역시 크게 놀랐다.그녀는 이마를 찌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구급차를 부를까요? 몸을 많이 다쳤으면 어떻게 해요.”“배짱하고는.”성연신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연신 씨가 걱정돼 이러는 거잖아요. 사람을 때리는 건 위법행위예요. 난 당신이 일에 휘말려 잡혀가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요.”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엔 읽을 수 없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요. 지안 씨 자신이나 잘 지켜요.”또 괴롭힘을 당하다니, 왜 이렇게 어리석을까.심지안은 조금 전 심연아를 혼내던 성연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크나큰 안정감이 들었다. 성연신만 옆에 있다면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았다.그 순간 처음 느끼는 따뜻함이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뜨자 화장남은 애써 기어 일어나 핸드폰으로 상처 사진을 찍은 다음 인터넷에 올렸다. 다만 누가 때렸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그는 꽤 이름있는 배우였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수많은 팬들이 화장남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폭행을 한 사람을 잡아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 아우성을 질렀다.이후 그는 정욱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을 했다. 돈을 주면 조용히 넘어갈 것이고 거부한다면 일을 더 크게 만들 거라는 협박이기도 했다.“젠장.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요!”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 끼리끼리 논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은 듯했다.정욱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요. 일을 벌이면 회사 법무팀에서 처리할 거예요.”심지안은 인터넷 여론이나 악플을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진정으로 걱정되는 건 돌연 기획사 이사로 둔갑해 나타난 심연아의 배후에 그녀를 돕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것이었다.그녀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마음을 가다듬은 뒤 창가에 서서 우아하게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