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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자존심까지 내려놓았지만...

성연신은 굳게 다물었던 입 주변 근육을 풀며 잠시 침묵했다.

“인정할게요. 연다빈 씨가 젊었을 때의 우리 어머니와 닮아서 처음에 마음이 갔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안 씨가 너무 날카롭게 반응한 것도 사실이에요.”

성연신은 심지안이 연다빈을 성원 그룹에 계속 남겨두지 않으려는 것도 이해되고, 질투를 느끼는 것에 기쁘기도 했지만, 이런 문제는 단둘이 있을 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

심지안은 성연신을 한참 바라보며 실망한 눈빛을 드러냈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요. 회사로 돌아갈게요.”

“내가 데려다줄게요.”

“필요 없어요.”

심지안은 서둘러 길가에 택시를 잡아타고 문을 세게 닫았다. 따라오던 성연신은 문에 맞을 뻔했다.

성연신은 창문 너머로 냉랭한 심지안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좌절감을 느꼈다.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는 그를 밀어내려 했다.

한 번 또 한 번, 심지안에게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잘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그녀는 조금도 감동하지 않았다.

성연신은 택시가 멀어져 사라질 때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

어두운 조명과 담배 연기 가득한 술집.

장학수는 코끝에 얹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솔직히 이번엔 지안 씨가 잘못한 게 없어.”

그는 변호사로서 일반 남자들보다 더 섬세한 면이 있었다. 친구의 기분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미래를 위해 진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성연신은 잔을 비우며 깊은 눈빛 속에서 자조적으로 말했다.

“나는 내 목숨도 그녀에게 맡길 수 있어. 솔직히 말했는데도 그녀는 날 믿지 않더라. 더이상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이진우는 수박을 먹으며 방관자처럼 말했다.

“네 말도 맞지만, 지안 씨가 화내는 것도 이해가 가.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화낼 만해.”

성연신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회사 오비에서 직원이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고 도와준 게 잘못인가?”

“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 잘못은 연다빈이 심지안의 한계를 시험한 데 있지.”

장학수는 턱을 만지며 지혜로운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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