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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 사람은 대체 누구지?

내 등 뒤에 있던 사람도 표정이 너무 변태 같았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멍하니 바닥에 앉아 있었다.

흙탕물이 내 몸을 타고 바닥에 흘러내리며 발 주위로 퍼졌다.

방금 전 내 모습을 많은 사람한테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면, 나는 내 뺨을 후려 갈기로 싶었다.

나는 방금 전 일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벗고 샤워를 하려 할 때, 핸드폰 알람음이 나를 상념에서 끌어냈다.

정신을 차린 나는 밝게 켜진 화면을 보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건 다름 아닌 친구 추가 메시지였다.

프로필 사진과 닉네임은 모두 공백이었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추가 요청을 받아 주었다.

친구가 추가된 순간 상대는 나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그걸 본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해 손에 힘이 풀리면서 핸드폰이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가슴이 쿵쾅거렸으며, 허공에 멈춰 선 손은 부들부들 떨려 왔다.

사진 속 남자의 손은 번들번들했고, 내 치마 밑 광경 또한 그대로 드러났다.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신 누구야?]

상대는 내 말을 아예 무시했다.

[아까는 기분 좋아하더니 이제 와서 왜 이렇게 딱딱하게 구실까?]

나는 등골이 오싹해 욕실 문 앞에 서서 몸을 떨었다.

‘이 사람 대체 뭐 하자는 거지?’

‘돈이 목적인가 아니면...’

‘내 연락처는 또 어떻게 알았지?’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끝없는 두려움이 밀려와, 나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꽉 쥐었다.

그때 알람음이 다시 울렸다.

나는 흠칫 떨며 액정을 바라봤다.

그걸 본 순간 나는 너무 놀라 혼이 날아갈 뻔했다.

남자는 딱 한 마디를 보내왔다.

[옷도 안 입고 창문을 열어놓다니, 정말 변태네.]

나는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욕실 옆의 창문은 열려 있었고, 커튼이 바람에 날려 움직였다.

나는 쏜살같이 달려가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그 사람이 우리 집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나?]

[설마 나를 감시하고 있나?]

다음 순간 핸드폰이 또 울리며 남자가 보낸 문자가 떴다.

[늦었어. 이미 녹화했어. 커튼 닫아도 소용없어.]

눈 깜짝할 사이에 동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영상에는 벌거벗은 채 서서 핸드폰을 보는 내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얼른 목욕 타월을 잡아당겨 몸을 가리고 유리창으로 맞은편 이웃을 확인했다.

창문가에는 핸드폰을 손에 든 채 흔들고 있는 팔만 보였다. 하지만 사람은 커튼 뒤에 숨어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핸드폰을 쥔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그때, 남자한테서 또 문자가 날아왔다. 나더러 내일 같은 시간에 버스에 올라 자기를 기다리라는 문자였다.

순간 머릿속이 펑 하고 터졌다. 나는 과감히 상대를 삭제하고 차단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려던 찰나, 새로운 친구 신청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다른 계정이었다. 장호섭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추가 요청에 긴 문자를 남겨 놓았다.

[내일 안 오면 버스에서 찍은 영상 가족한테 보낼 거야.]

우리 집 맞은편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어떻게 내가 사는 곳과 연락처를 알고, 이렇게 빨리 맞은편에 세 들게 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계획하고 나를 노린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내가 가지 않으면 그 영상과 사진들은 모든 사람이 보게 될 거다.

두려움이 밀려오는 동시에 왠지 모를 기대가 샘솟았다.

어느덧 다음 날 오전이 되었다.

나는 바닥에 있는 웅덩이를 밟고 버스에 올라탔다.

오늘 버스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는 전날 섰던 자리에 서서 남자가 오기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나는 손잡이를 점점 꽉 움켜쥐며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봤다.

저 안경 낀 사람일까? 아니면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방을 든 사람일까?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둘러봤지만, 도저히 구별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다 의심스러웠다.

그때, 딱딱한 옷감이 내 허벅지를 스쳤다. 나는 순간 숨이 막혔고,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마구 떨렸다. 나는 꿈쩍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 물건은 점점 더 지나치게 내 허벅지를 비벼댔다.

하지만 내가 뻣뻣하게 고개를 돌린 순간, 그런 느낌은 사라졌다.

등 뒤로 남자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가고 있었는데, 계속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저 사람은 아니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차가운 손이 내 상의 안으로 파고들어 와 허리를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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