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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한 체포 작전
치한 체포 작전
Author: 소왕쨩

제1화

늦은 밤 버스 안, 손 하나가 내 치마 속으로 들어왔고,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내 귀에 뿌려졌다.

유리문에 꼭 달라붙은 나는 좀처럼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저 내 허벅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남자의 무릎 때문에 온몸이 민감해졌다.

“너는 이제부터 타락하게 될 거야.”

...

한여름이라 그런지 후덥지근하고 습한 공기가 단번에 덮쳐왔다. 늦은 밤, 비 온 뒤의 끈적한 공기가 살에 쩍쩍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나는 비에 흠뻑 젖은 채 버스에 올라탔다.

빗물과 땀 냄새가 꽉 찬 버스 안, 나는 문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섰다.

이따금 문이 열릴 때마다 빗방울이 내 얼굴에 튕기는 게 왠지 조금 시원했다.

나는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젖은 옷깃을 잡아당겼다. 옷감이 물에 젖어 피부에 들러붙은 느낌은 썩 좋지 않았다.

이 부근에는 유명한 IT 회사가 있는데, 마침 퇴근 시간이라 버스 안은 매우 붐볐고, 이따금씩 뭔가가 내 허벅지를 스쳤다. 그러던 그때 이상한 느낌이 들어,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그저 핸드백이었다.

내가 너무 민감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젖은 앞머리에서 아직도 물이 뚝뚝 떨어졌다.

버스가 이동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너 드러났고, 자꾸만 내 쪽으로 가끼이 붙었다.

나는 너무 귀찮아 혀를 차며 옆으로 피했다. 그러다가 실수로 남자 구두 한 켤레를 밟았다.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충 사과했다.

다음 순간, 브레이크 소리가 울리더니, 나는 유리문에 완전히 깔려버렸다.

내가 몸을 일으켜 세우려던 그때, 뜨끈한 손 하나가 내 허벅지를 만졌다.

너무 놀라 고개를 돌아봤지만 수상한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내 뒤에 선 사람은 어딘가에 바쁘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 젊은 남자였다.

남자의 손길은 계속 이어졌다. 거친 손바닥이 내 피부를 쓰다듬는 게 간지러웠다.

내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동작은 점점 대담해지면서 내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가능성이 지나갔다. 그러다 나는 한 가지 확신했다.

내가 버스에서 성희롱을 당하다니.

나는 남자의 손길을 피하고 싶었지만 유리문에 완전히 깔린 탓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뜨거운 숨결이 귀 뒤에 흩뿌려진 순간 나는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지금 놔주면 사람 안 부를게요. 안 그러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은 내 얇은 천 안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 너무 당황해서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남자가 힘껏 내 입을 막았다.

남자의 손가락은 내 입안을 마구 휘젓더니 내 혀를 꾹 눌렀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미약하게나마 어어 소리 냈다.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없어 공포감은 배로 되었다. 주위를 돌아보며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그 순간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졌다.

너무 굴욕적이라 눈물이 흘러내렸고 몸이 떨려 상대가 빨리 놓아줬으면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원했다.

너무 모순되었다.

내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니, 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렸고 수치심이 밀려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이런 일이 나한테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러던 그때, 내 시선은 옆에 서 있던 남자와 마주쳤다.

내가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남자는 휘파람을 불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모두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들의 시선은 매우 뜨거웠으며, 구석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미 눈치채고 있는 듯했다.

나는 마구 고개를 저었다.

“제발요. 달라는 건 다 드릴게요.”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버스가 천천히 멈춰 섰다.

만족감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자리를 공허함이 대체했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뒤에 있는 승객이 나를 재촉했다.

“얼른 내려요.”

나는 머리가 백지장이 되었고 귓가에는 윙 하는 이명과 남자가 떠나기 전 내 귓가에 속삭였던 말만 반복되었다.

“너는 이제부터 타락하게 될 거야.”

...

얼마간 지났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떠밀려 차에서 내리면서 진흙 구덩이에 넘어졌다.

차가운 흙탕물이 온몸에 튀자 주위의 행인들이 이상한 눈빛을 보내왔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한참이 지나도록 일어서지 못했다.

멍하니 집으로 돌아온 나는 더러워진 옷을 벗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래에서 전해지는 흥분은 나를 속일 수 없었다. 나는 그 변태 때문에 반응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숨을 크게 몰아쉴 때마다 아직도 입안에서 남자의 냄새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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