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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그렇게 신신당부해도 듣지 않더니 이제야 급해진 거지?”

은기훈이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씨 일가에서 은범이 가장 쓸모없었다.

동갑내기 중에서는 이미 종사가 된 사람들도 있었는데 은범은 이제 겨우 암경에 도달한 상태였다.

“문 종사가 이렇게 다쳤는데 나도 더 이상 방법없다. 살고 싶다면 그놈이 말한 대로 해라.”

은기훈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버지! 그건 은씨 일가의 체면을 완전히 잃게 하는 거잖아요!”

은범은 망연자실했다.

만약 그가 정말 진서준에게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다면 은씨 일가는 완전히 체면을 잃게 될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할아버지에게 칠급 대종사를 요청할 거냐?”

은기훈이 은범을 노려보며 질책했다.

“네 할아버지가 문 종사가 이렇게 심각하게 다쳤다는 걸 알게 되면 네 가죽을 벗겨내도 시원치 않아 하실 거다!”

은기훈이 자기 할아버지를 언급하자 은범은 무서워서 머리를 급히 움츠렸다.

늙은 세대 사람들은 생사의 전투를 경험한 사람들로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보통 엄격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자손들에 대한 요구도 엄했다.

은범은 두 세대를 거친 인물이었고 가문도 번성하다 보니 모든 일을 하나씩 철저히 가르칠 수는 없었다.

은기훈 혼자서도 세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다.

그중에서 은범이 가장 걱정되는 존재였다.

“지금까지 너는 온실 속 화초였다. 이제는 비바람도 겪어봐야 해.”

은기훈이 엄숙하게 말했다.

“대장부는 굽혀야 할 때 굽힐 줄 알아야 한다. 네가 나중에 강해져서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게 하면 될 것 아니냐!”

은범이 한 마디 덧붙였다.

“남자는 무릎을 함부로 꿇으면 안 되잖아요.”

“그럼 죽을 때까지 기다려라!”

은기훈이 은범을 싸늘하게 노려보고는 바로 돌아섰다.

아버지가 정말로 자신을 신경 쓰지 않자 은범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젠장, 무릎을 꿇는 게 뭐 대수야? 나도 할 수 있어! 나중에 기회를 잡으면 죽여버릴 거야.”

밤이 깊어졌다.

허사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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