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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그러려면 세 번 무릎을 꿇고 한번 꿇을 때마다 세 번씩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정말 그렇게 사과한다면 그보다 더 한 수치는 없었다.

저 중요한 건 황현호가 보는 앞에서 그래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 밤만 지나면 은범이 진서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는 소식이 이 바닥에 도배될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경성이 아니라 가문 내에서도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된다.

“진 마스터님, 혹시 사람들 내보내 주실 수 있나요?”

은범이 황현호와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 돼요. 저 사람들과는 아직 해결될 일이 남아서요.”

진서준이 얄짤없이 거절했다. 은범은 어떻게든 체면을 지키려 했지만 진서준은 그렇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 모든 건 다 은범이 자초한 일이었다.

은범도 진서준이 일부러 그를 모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울분을 꾹꾹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시간이 귀한 사람이라 딱 10초밖에 못 줘요.”

진서준은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허사연, 그리고 다른 일행과 즐겁게 송년회하고 싶었지만 너무 성가셨다.

“그래요. 사과할게요.”

은범이 이렇게 말하더니 눈을 질끈 감고 살짝 다리를 굽혔다. 그는 큰 충격을 받은 듯한 사람들의 시선 속에 진서준에게로 다가가 털썩 꿇어앉았다.

황연호는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딱딱하게 굳었다.

은범의 신분은 황현호처럼 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4대 가문의 적계 혈통이었다.

그런 은범이 지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청년에게 무릎 꿇고 사고했다 그것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된다.

쾅. 쾅. 쾅.

은범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바닥에 대고 머리를 힘차게 여러 번 박았다. 그러자 이마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빨개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은범은 쉬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 나니 영혼이 쑥 빠져나간 것처럼 서 있기도 힘들었다.

황현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전에 알던 오만방자한 은범이 맞는지 의심했다.

“이제 네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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