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범과 황현호는 넋을 잃은 채로 터덜터덜 룸에서 빠져나갔다.룸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황현우는 은범을 데리고 조용한 구석으로 데려갔다.“은범 씨, 저 사람 누구예요?”황현우는 아직 진서준의 이름과 신분도 몰랐다. 그래도 치욕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20년을 넘게 살면서 황현호는 처음으로 이런 굴욕을 당했다.은범이 그 말에 대꾸했다.“저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고요?”“당연하죠. 경성에서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황현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경성 바닥뿐만 아니라 강남, 서남 지역에서도 진서준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진서준은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이라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요.”‘혜성처럼 나타난 사람?’황현호는 은범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은범이 물었다.“오늘 봉호전은 불참한 거죠?”“네. 어제 오후에 경성에 도착했는데 이미 늦었더라고요.”황현우가 이렇게 대답했다. 개인기를 타고 왔으니 망정이지 티켓을 끊고 왔다면 봉호전이 끝날 때까지도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다.“저 사람 이름은 진서준이에요. 아침에 열린 봉호전에서 우리 가문의 문 종사님과 겨뤄서 이겼어요.”은범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비교하면 할수록 자기가 점점 초라해 보여 진서준의 재능과 실력을 시기 질투했다.은범에게도 이렇게 강력한 힘이 있다면 오늘 같은 수모를 겪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뭐라고요? 문호동 종사님을 이겼다고요?”황현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문호동의 실력은 들어봐서 알고 있었다. 신분은 5급 절정 횡련 대종사였지만 실력으로 보면 6급 무도 대종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진서준이 문호동을 이겼다는 건 진서준의 능력이 6품 대종사보다 더 무시무시하다는 의미였다.황현호는 그제야 은범이 왜 진서준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는지 알 것 같았다.6급 대종사가 은범을 죽이고 싶어 한다면 천의방에 들어간 괴물 빼고는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왜 제가 무릎을 꿇었는지 이제야 알겠죠?”은범이 허탈하게 웃었다.“점심때 아빠가 나한테
“혼자 가요. 나는 그렇게 오래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내일 당장 저 자식을 아작낼 거예요.”황현호가 매섭게 말했다.은범은 조언을 해줘도 못 알아듣는 황현호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대신 복수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요.”“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말고요.”은범이 황현호에게 초크를 걸었다.“내가 바보도 아니고.”황현호가 은범을 째려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도 진서준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으니 얘기가 새 나가지 않게 데려온 졸병들에게 입단속을 잘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누가 입이라도 뻥끗하면 끝장이라는 게 뭔지 톡톡히 보여줄 심산이었다.은범이 가고 황현호는 바로 누나에게 문자했다.[누나, 한 마스터님 집에 계셔?]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안 계셔. 아빠 모시고 외국으로 출장 갔어. 왜? 경성에서 누가 괴롭혀?]한 마스터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황현호는 벽에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그러고 아팠는지 손을 꽉 움켜쥐었다.“아, 겁나 아프네.”황현호가 답장하지 않자 누나가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현호야. 경성에서 누가 괴롭혔니?”수화기 너머로 청아하지만 도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 그냥 아까 은범 씨랑 밥 먹으면서 자랑하고 싶어서.”황현호가 얼른 설명했다.“너 얌전히 있어. 아빠 몇 달 동안은 외국에 나가서 안 돌아오실 거야. 또 사고 쳤다간 정말 내가 너 죽인다.”“알았어.”전화를 끊은 황현호는 은범이 한 말이 떠올랐다.“3월에 나도 한번 가봐?”...“서준 씨, 아까는 살짝 경솔했어요. 황현호의 신분은 은범보다 훨씬 강력해요.”“황현호는 갑부 황경영의 유일한 아들이라 평소에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단 말이에요.”허사연이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 이렇게 쪽팔리는 일은 함부로 나가서 얘기하지 않을 거예요. 집에 알릴 일은 더더욱 없을 거고요.”진서준이 덤덤하게 웃더니 덧붙였다.“그리고 내일이면 바로 경성을 떠나는데 찾으려 해도 절대 못 찾을 걸? 그런
오늘 저녁 허사연을 포함한 다른 여자 일행도 술을 많이 마셨다.진서준이 봉호를 따내는 데 성공했을뿐더러 조금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이다.허사연은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발그레했고 곧 바닥에 넘어질 것처럼 몸을 비틀거렸다.“송년회를 이렇게 많은 사람과 보내게 될 줄은 몰랐네?”허윤진뿐만이 아니라 진서라도 예상하지 못했다.사실 지금까지 그들은 정말 너무 외로웠다.진서라와 유정은 집안이 째지게 가난해 친구로 지내려는 사람이 없었고 허사연과 서지은은 신분이 너무 귀하다 보니 감히 그들과 친구로 지내지 못했다.하여 지금까지 송년회는 혼자 보냈다. 이성 친구는커녕 동성 친구도 매우 적었다.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다가오는 이성들은 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형부, 고마워요. 형부가 내 인생을 이렇게 다채롭게 바꾼 거예요.”허윤진이 와인을 가득 부은 잔을 들고 진서준 앞으로 내밀었다.“적당히 마셔. 몸 상할라.”진서준이 걱정스레 말했다.“괜찮아요. 오늘처럼 중요한 날은 기분이 좋아서 다 괜찮아요.”허윤진은 진서준이 다리에 올라앉기까지 했다. 술에 취한 허윤진은 지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고 진서준 옆에 허사연이 앉아 있다는 것도 잊은 것 같았다.진서준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윤진아, 너 취했어. 소파 가서 좀 쉬어.”진서준이 허윤진을 안아 소파에 앉히려고 했다.“싫어요. 여기 앉을래요.”허윤진은 두 팔로 진서준의 목을 옭아맨 채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방안은 히터가 틀어져 있어 조금 더웠기에 여자들은 입고 온 코트를 다 벗은 상태라 허윤진도 옷 한 벌만 걸친 상태였다. 허윤진이 진서준을 꼭 끌어앉자 진서준은 허윤진의 쭉쭉빵빵한 몸매를 살짝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허윤진의 몸에서는 잔잔한 향기까지 났다.순간 진서준은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고 피가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윤진아, 얼른 일어나. 사람들이 보잖아.”진서준이 얼른 이렇게 말했다.만약 허윤진에게 추태를 들키기라도 하면 앞으로 허윤진을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
허윤진은 자세를 바꾸더니 아예 진서준의 두 다리 위에 앉았다. 하지만 자리를 바꾸자마자 허윤진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빨갛던 얼굴이 더 빨개졌다.진서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얼른 허윤진에게 술을 먹여주고 돌아가서 한잠 자고 싶은 생각이었다.갑자기 얌전해진 허윤진은 진서준이 술을 먹여주자 얼른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서준 씨, 나도 먹여줘요.”서지은도 술잔을 들고 걸어왔다. 차별 대우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진서준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다행히 서지은은 허윤진처럼 짓궂지 않고 말을 잘 들었다.유정은 그런 서지은과 허윤진이 부러웠다. 유정도 먹여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진서준이 화날까 봐 무서웠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진서준을 동생으로 삼았다는 것이었다.혈연관계는 아니라 해도 오누이라 너무 친근한 스킨십을 하면 안 되었다.진서라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진서라는 진서준과 피를 나눈 오누이였다.“다 먹었죠? 그럼 일찍 들어가서 쉬는 게 어때요? 내일 아침 일찍 금운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허사연이 이렇게 말하자 진서준은 계산하러 갔지만 매니저가 돈을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황현호도 쥐어팰 수 있는 사람을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서준은 먹튀할 생각이 없었기에 바로 계산했다.별장에 도착하니 허윤진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진서준은 허윤진을 방에 데려다줬고 다른 사람도 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허사연은 진서준과 동거 중이었기에 진서준의 방에서 샤워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침대에 누워 진서준이 잘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참느라 힘들지 않아요?”진서준이 침대에 눕자 허사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허사연의 손이 올라간 곳을 확인한 진서준은 멈칫하더니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됐어요. 탓하려는 것도 아닌데. 정상적인 생리 현상일 뿐이에요.”허사연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은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그래도 벌은 받아야죠.”허사연은 실눈을 뜬 채로 이렇게 말했다.“내가 자라고 할 때 자요.”...새벽
이가 나미가 화들짝 놀랐다.“주인님, 지금 농담하신 거죠?”이번에 섬나라에서 온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모두 엘리트였다.이가 나미는 진서준과 둘이서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농담은 무슨. 가서 옷 입고 올게. 지금 바로 가자.”진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20여 년 전, 섬나라도 대한민국 무도계를 탄압하는 일에 참여했다. 그런 섬나라가 다시 사람을 보냈다고 하니 진서준은 절대 그대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잠깐만요. 주인님.”이가 나미가 얼른 쫓아가더니 진서준을 말렸다.“왜 그래?”진서준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언짢은 표정으로 이나 나미를 쳐다봤다.“아직도 그 사람들 보호하고 싶은 거야?”이가 나미는 진서준이 화내자 얼른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황송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닙니다. 주인님. 이번에 온 사람들이 다 엘리트라서 그래요.”“그중에는 저희 셋째 숙부님도 있는데 실력이 정말 막강해요. 5급 정점 대종사에요.”“다른 사람도 다 3급 이상이고요.”이번에 섬나라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무인에게 손을 댈 생각은 없었고 그저 신분을 숨긴 채 소식을 캐내러 온 것이었다. 내년 4월에 대한민국 무도계를 탄압할 때가 되면 명확한 목표가 생길 수도 있다.진서준이 이를 듣고 바로 물었다.“모두 몇 명이 왔는데?”“저희 셋째 숙부님을 포함해 모두 다섯 명입니다.”이가 나미가 한마디 덧붙였다.“다섯 명이 같은 곳에서 지내지 않고 모두 따로 지내고 있습니다.”아마도 국안부에서 그들을 발견하고 한꺼번에 잡아낼까 봐 걱정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발을 붙인 곳은 대한민국 경성이었으니 몰래 잠입한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들키지 않으려면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따로 지낸다고? 그럼 더 다행이지. 나는 같이 지내면 어쩌나 했는데.”진서준이 가볍게 웃었다.따로 지내는 게 오히려 진서준에게는 기회가 되었다.섬나라에서 온 다섯 명의 엘리트를 동시에 대적해야 한다면 진서준도 거의 승산이 없지만 따로 지내면 승산이
진서준은 일단 먼저 사과하고 설명하기 시작했다.“섬나라에서 사람을 보내왔는데 남서구의 윈드 호텔에 있어요.”섬나라에서 사람을 보내왔다는 말에 진서훈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온 자는 누구야?”“이가 가문의 사람을 포함해 총 5명이에요. 하지만 지금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에요.”진서준이 한마디 덧붙였다.“다른 네 명의 행방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을 잡아서 족쳐야 해요.”“그런데 이 사람 5급 절정이라 저 혼자서는 상대하지 못할 것 같아요.”진서훈이 멈칫하더니 웃으며 욕했다.“봉호전에서 온갖 잘난 척은 다 해놓고 왜 그래? 문호동까지 이겼잖아. 이제 와서 섬나라의 오급 대종사가 무섭다고?”“달라요. 죽이는 건 쉽지만 제가 알고 싶은 건 다른 사람들의 행방이에요.”진서준이 물었다.“그래. 지금 당장 건너갈게.”진서훈도 더는 너스레를 떨지 않고 운전기사를 불러 그쪽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진서준이 전화를 끊자마자 이가 나미가 이렇게 물었다.“주인님,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신 거예요?”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호국 장군.”이를 들은 이가 나미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집에 있을 때 집안 어르신들이 호국 장군에 대해 토론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대한민국 무도의 절정을 찍은 사람들이었다.이가 가문의 어르신도 호국 장군을 보면 몸을 사릴 정도였다. 그렇게 무서운 존재를 진서준이 어떻게 불렀는지 의문이었다.“왜 그래? 너도 호국 장군 들어봤어?”진서준은 이가 나미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네... 전 세계 강자 중에 호국 장군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요?”이가 나미가 황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께 들어본 적 있어요. 해외 세력이 합세해서 대한민국 무도를 탄압했는데 12명의 호국 장군이 나서서 대부분의 해외 강자를 변방에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고요.”“그 전쟁이 아주 치열했다고 하더라고요. 적지 않은 강자들이 호국 장군의 손에 죽었죠.”“하지만 호국 장군도 4명이나 전사하셨죠.”이가 나미가
진서훈이 단번에 이가 나미의 체질을 알아본 건 딱히 놀랍지 않았다. 진서훈의 경험에 비하면 두 사람은 새 발의 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주인님, 제발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절대 주인님을 해치지 않습니다. 하늘에 맹세할 수 있습니다.”이가 나미가 얼른 충성심을 표했다.진서준이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아.”“가자. 작은할아버지 따라가야지.”진서준과 이가 나미는 얼른 진서훈의 뒤를 따라 이가 나미의 셋째 숙부가 묵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두 분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문을 열어달라고 할게요.”이가 나미가 문을 두드렸다.“숙부님, 숙부님, 주무세요?”안에서 인기척이 열리더니 문이 열렸다. 이가 나미와 조금 닮은 중년 남자가 문을 열었다.“나미야. 네가 웬일이야?”이가 무투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이가 나미를 바라봤다. 뒤에 있는 진서훈과 진서준은 발견하지도 못했다.이가 무토가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자 이가 나미는 정말 너무 역겨웠다. 이가 무토는 분명 이가 나미의 숙부인데 말이다.“오늘이 숙부님의 마지막이 될 거예요. 역겨워 죽겠네 정말.”이가 나미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과 진서훈이 있으니 이가 나미는 자신감이 뿜뿜 솟아올랐다.“뭐라고?”이가 무토는 이가 나미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나미야. 미쳤어? 지금 숙부한테 무슨 말버릇이야?”이가 무토가 훈수를 두었다.“아직도 숙부라는 말이 나와요? 어떤 숙부가 그렇게 더러운 눈빛으로 자기 조카를 바라봐요?”이가 나미가 큰소리로 질책했다.집에 있을 때 이가 나미는 매일 이런 눈빛을 견디면서 살아야 했다. 하여 임무가 있을 때마다 앞다투어 나가겠다고 했다.“섬나라는 변태가 많구나.”진서준이 감탄했다. 진서준은 이가 나미가 그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가 가문의 사람들이 변태적인 건 맞는 것 같았다.진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서야 이가 무토는 뒤에 서 있는 진서준과 진서훈을 발견했다. 두 사람을 본 이가 무토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이가 나미, 가
진서훈은 모든 선천적인 강기를 정확하게 이가 무토에게 사용했고 다른 사람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더 중요한 건 이가 무토가 5급 절정의 대종사라는 것이었다.진서훈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5급 대종사의 무릎을 꿇렸다. 너무나도 무서운 실력이었다.진서준은 그제야 진서훈과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천지 차이였다.호국 장군 중 누군가 진서준을 죽이고 싶다면 손가락 하나로 충분할 것 같았다.“당… 당신 설마 호국 장군이야?”이가 무토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진서훈을 바라봤다.그를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천의방에 이름을 올린 호국 장군이 아니고서는 어려웠다.이가 무토는 이미 식은땀으로 옷이 흠뻑 젖었고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정말 너무 무서웠다.“다른 네 사람은 어디 있어?”진서훈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가 무토는 대답 대신에 이가 나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이런 배신자 같으니. 가주가 너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가 나미가 차갑게 말했다.“여기를 살아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숙부님이 죽으면 국안부에 신분을 들켜서 죽은 거라고 보고할 거예요.”“지금 이가 가문에 내 몸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서 의심이 가더라도 너무 내몰지는 않을 거예요.”맞는 말이긴 했다.이가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가 나미의 몸을 탐하고 싶어 했다.이가 나미가 배신했다고 의심할 수는 있어도 절대 입 밖에 꺼내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사람을 보내 조사하고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강제로 잡아갈 것이다.진서준이 앞으로 다가가 이가 무토에게 말했다.“네 사람의 위치를 알려주면 고생은 덜하게 해줄게.”이가 무토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꿈 깨.”“그래. 그러면 대한민국에서 유실된 지 오랜 침형을 보여줄게.”진서준이 은침을 꺼내더니 일단은 이가 무토가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막고 평생 잊히지 않을 체험을 선사했다.은침을 몇 개 꽂아 넣자 이가 무토의 눈알이 거의 튀어나올 것 같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