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진은 자세를 바꾸더니 아예 진서준의 두 다리 위에 앉았다. 하지만 자리를 바꾸자마자 허윤진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빨갛던 얼굴이 더 빨개졌다.진서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얼른 허윤진에게 술을 먹여주고 돌아가서 한잠 자고 싶은 생각이었다.갑자기 얌전해진 허윤진은 진서준이 술을 먹여주자 얼른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서준 씨, 나도 먹여줘요.”서지은도 술잔을 들고 걸어왔다. 차별 대우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진서준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다행히 서지은은 허윤진처럼 짓궂지 않고 말을 잘 들었다.유정은 그런 서지은과 허윤진이 부러웠다. 유정도 먹여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진서준이 화날까 봐 무서웠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진서준을 동생으로 삼았다는 것이었다.혈연관계는 아니라 해도 오누이라 너무 친근한 스킨십을 하면 안 되었다.진서라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진서라는 진서준과 피를 나눈 오누이였다.“다 먹었죠? 그럼 일찍 들어가서 쉬는 게 어때요? 내일 아침 일찍 금운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허사연이 이렇게 말하자 진서준은 계산하러 갔지만 매니저가 돈을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황현호도 쥐어팰 수 있는 사람을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서준은 먹튀할 생각이 없었기에 바로 계산했다.별장에 도착하니 허윤진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진서준은 허윤진을 방에 데려다줬고 다른 사람도 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허사연은 진서준과 동거 중이었기에 진서준의 방에서 샤워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침대에 누워 진서준이 잘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참느라 힘들지 않아요?”진서준이 침대에 눕자 허사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허사연의 손이 올라간 곳을 확인한 진서준은 멈칫하더니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됐어요. 탓하려는 것도 아닌데. 정상적인 생리 현상일 뿐이에요.”허사연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은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그래도 벌은 받아야죠.”허사연은 실눈을 뜬 채로 이렇게 말했다.“내가 자라고 할 때 자요.”...새벽
이가 나미가 화들짝 놀랐다.“주인님, 지금 농담하신 거죠?”이번에 섬나라에서 온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모두 엘리트였다.이가 나미는 진서준과 둘이서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농담은 무슨. 가서 옷 입고 올게. 지금 바로 가자.”진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20여 년 전, 섬나라도 대한민국 무도계를 탄압하는 일에 참여했다. 그런 섬나라가 다시 사람을 보냈다고 하니 진서준은 절대 그대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잠깐만요. 주인님.”이가 나미가 얼른 쫓아가더니 진서준을 말렸다.“왜 그래?”진서준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언짢은 표정으로 이나 나미를 쳐다봤다.“아직도 그 사람들 보호하고 싶은 거야?”이가 나미는 진서준이 화내자 얼른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황송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닙니다. 주인님. 이번에 온 사람들이 다 엘리트라서 그래요.”“그중에는 저희 셋째 숙부님도 있는데 실력이 정말 막강해요. 5급 정점 대종사에요.”“다른 사람도 다 3급 이상이고요.”이번에 섬나라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무인에게 손을 댈 생각은 없었고 그저 신분을 숨긴 채 소식을 캐내러 온 것이었다. 내년 4월에 대한민국 무도계를 탄압할 때가 되면 명확한 목표가 생길 수도 있다.진서준이 이를 듣고 바로 물었다.“모두 몇 명이 왔는데?”“저희 셋째 숙부님을 포함해 모두 다섯 명입니다.”이가 나미가 한마디 덧붙였다.“다섯 명이 같은 곳에서 지내지 않고 모두 따로 지내고 있습니다.”아마도 국안부에서 그들을 발견하고 한꺼번에 잡아낼까 봐 걱정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발을 붙인 곳은 대한민국 경성이었으니 몰래 잠입한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들키지 않으려면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따로 지낸다고? 그럼 더 다행이지. 나는 같이 지내면 어쩌나 했는데.”진서준이 가볍게 웃었다.따로 지내는 게 오히려 진서준에게는 기회가 되었다.섬나라에서 온 다섯 명의 엘리트를 동시에 대적해야 한다면 진서준도 거의 승산이 없지만 따로 지내면 승산이
진서준은 일단 먼저 사과하고 설명하기 시작했다.“섬나라에서 사람을 보내왔는데 남서구의 윈드 호텔에 있어요.”섬나라에서 사람을 보내왔다는 말에 진서훈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온 자는 누구야?”“이가 가문의 사람을 포함해 총 5명이에요. 하지만 지금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에요.”진서준이 한마디 덧붙였다.“다른 네 명의 행방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을 잡아서 족쳐야 해요.”“그런데 이 사람 5급 절정이라 저 혼자서는 상대하지 못할 것 같아요.”진서훈이 멈칫하더니 웃으며 욕했다.“봉호전에서 온갖 잘난 척은 다 해놓고 왜 그래? 문호동까지 이겼잖아. 이제 와서 섬나라의 오급 대종사가 무섭다고?”“달라요. 죽이는 건 쉽지만 제가 알고 싶은 건 다른 사람들의 행방이에요.”진서준이 물었다.“그래. 지금 당장 건너갈게.”진서훈도 더는 너스레를 떨지 않고 운전기사를 불러 그쪽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진서준이 전화를 끊자마자 이가 나미가 이렇게 물었다.“주인님,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신 거예요?”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호국 장군.”이를 들은 이가 나미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집에 있을 때 집안 어르신들이 호국 장군에 대해 토론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대한민국 무도의 절정을 찍은 사람들이었다.이가 가문의 어르신도 호국 장군을 보면 몸을 사릴 정도였다. 그렇게 무서운 존재를 진서준이 어떻게 불렀는지 의문이었다.“왜 그래? 너도 호국 장군 들어봤어?”진서준은 이가 나미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네... 전 세계 강자 중에 호국 장군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요?”이가 나미가 황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께 들어본 적 있어요. 해외 세력이 합세해서 대한민국 무도를 탄압했는데 12명의 호국 장군이 나서서 대부분의 해외 강자를 변방에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고요.”“그 전쟁이 아주 치열했다고 하더라고요. 적지 않은 강자들이 호국 장군의 손에 죽었죠.”“하지만 호국 장군도 4명이나 전사하셨죠.”이가 나미가
진서훈이 단번에 이가 나미의 체질을 알아본 건 딱히 놀랍지 않았다. 진서훈의 경험에 비하면 두 사람은 새 발의 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주인님, 제발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절대 주인님을 해치지 않습니다. 하늘에 맹세할 수 있습니다.”이가 나미가 얼른 충성심을 표했다.진서준이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아.”“가자. 작은할아버지 따라가야지.”진서준과 이가 나미는 얼른 진서훈의 뒤를 따라 이가 나미의 셋째 숙부가 묵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두 분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문을 열어달라고 할게요.”이가 나미가 문을 두드렸다.“숙부님, 숙부님, 주무세요?”안에서 인기척이 열리더니 문이 열렸다. 이가 나미와 조금 닮은 중년 남자가 문을 열었다.“나미야. 네가 웬일이야?”이가 무투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이가 나미를 바라봤다. 뒤에 있는 진서훈과 진서준은 발견하지도 못했다.이가 무토가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자 이가 나미는 정말 너무 역겨웠다. 이가 무토는 분명 이가 나미의 숙부인데 말이다.“오늘이 숙부님의 마지막이 될 거예요. 역겨워 죽겠네 정말.”이가 나미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과 진서훈이 있으니 이가 나미는 자신감이 뿜뿜 솟아올랐다.“뭐라고?”이가 무토는 이가 나미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나미야. 미쳤어? 지금 숙부한테 무슨 말버릇이야?”이가 무토가 훈수를 두었다.“아직도 숙부라는 말이 나와요? 어떤 숙부가 그렇게 더러운 눈빛으로 자기 조카를 바라봐요?”이가 나미가 큰소리로 질책했다.집에 있을 때 이가 나미는 매일 이런 눈빛을 견디면서 살아야 했다. 하여 임무가 있을 때마다 앞다투어 나가겠다고 했다.“섬나라는 변태가 많구나.”진서준이 감탄했다. 진서준은 이가 나미가 그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가 가문의 사람들이 변태적인 건 맞는 것 같았다.진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서야 이가 무토는 뒤에 서 있는 진서준과 진서훈을 발견했다. 두 사람을 본 이가 무토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이가 나미, 가
진서훈은 모든 선천적인 강기를 정확하게 이가 무토에게 사용했고 다른 사람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더 중요한 건 이가 무토가 5급 절정의 대종사라는 것이었다.진서훈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5급 대종사의 무릎을 꿇렸다. 너무나도 무서운 실력이었다.진서준은 그제야 진서훈과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천지 차이였다.호국 장군 중 누군가 진서준을 죽이고 싶다면 손가락 하나로 충분할 것 같았다.“당… 당신 설마 호국 장군이야?”이가 무토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진서훈을 바라봤다.그를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천의방에 이름을 올린 호국 장군이 아니고서는 어려웠다.이가 무토는 이미 식은땀으로 옷이 흠뻑 젖었고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정말 너무 무서웠다.“다른 네 사람은 어디 있어?”진서훈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가 무토는 대답 대신에 이가 나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이런 배신자 같으니. 가주가 너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가 나미가 차갑게 말했다.“여기를 살아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숙부님이 죽으면 국안부에 신분을 들켜서 죽은 거라고 보고할 거예요.”“지금 이가 가문에 내 몸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서 의심이 가더라도 너무 내몰지는 않을 거예요.”맞는 말이긴 했다.이가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가 나미의 몸을 탐하고 싶어 했다.이가 나미가 배신했다고 의심할 수는 있어도 절대 입 밖에 꺼내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사람을 보내 조사하고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강제로 잡아갈 것이다.진서준이 앞으로 다가가 이가 무토에게 말했다.“네 사람의 위치를 알려주면 고생은 덜하게 해줄게.”이가 무토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꿈 깨.”“그래. 그러면 대한민국에서 유실된 지 오랜 침형을 보여줄게.”진서준이 은침을 꺼내더니 일단은 이가 무토가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막고 평생 잊히지 않을 체험을 선사했다.은침을 몇 개 꽂아 넣자 이가 무토의 눈알이 거의 튀어나올 것 같았
남은 4명까지 해결한 진서준은 돌아가서 휴식하려 했다. 몇 시간만 지나면 동이 틀 시간이었고 내일엔 운전해서 운대산으로 돌아가야 했다.“주인님, 앞으로 혼자 위험한 곳으로 가시려는 거죠?”이가 나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진서준과 진서훈이 말하는 신농이 뭔지 모르지만 몇 마디 안 되는 두 사람의 대화, 그리고 두 사람의 표정에서 신농이 매우 위험한 것임을 단번에 눈치챘다.진서준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맞아.”“만약 내가 신농에서 죽는다면 넌 앞으로 자유의 몸이 되는 거지.”이가 나미가 진서준의 손을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주인님, 오해에요. 저는 주인님이 죽기를 희망하지 않아요.”이가 가문에서 이가 나미는 따듯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거기엔 그저 악의만 있었다.비록 진서준과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되지만 이가 나미는 그가 다른 남자와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여 이가 나미는 자발적으로 진서준을 주인으로 삼았다.이가 나미가 갑자기 진지하게 나오자 진서준은 약간 의외였지만 그래도 손을 내밀어 이가 나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아.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는데 그러면 안 되지.”이가 나미가 이를 악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주인님, 저를 가지세요.”“제 몸을 가지고 내공의 비약을 이룩하세요.”진서준이 이를 듣더니 덤덤하게 웃었다.“아니야. 너나 수련을 열심히 하면 돼.”그때 이가 나미를 하인으로 선택한 것도 섬나라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였지 이가 나미의 몸을 탐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진서준도 빨리 실력을 향상하고 싶었지만 이런 방식은 싫었다. 정말 그렇게 한다면 이가 가문의 짐승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 같았다.진서준이 거절하자 이가 나미는 정말 너무 슬펐다.“주인님, 설마 나미가 싫어서 그래요?”“나미는 굉장히 깨끗해요. 그 어떤 남자도 제게 손을 댄 적이 없어요.”이가 나미는 이렇게 말하며 진서준의 손을 잡아 거봉으로 가져다 대려 했다.진서준이 멈칫하더니 얼른 손을 빼며 흥분한 이가
이가 나미가 얼른 대꾸했다.“주인님, 금운으로 같이 넘어갈래요. 금운에서 기다릴게요.”“섬나라에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바로 보고할 수 있고 좋잖아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되고. 근데 혼자 차 타고 가야 해.”이가 나미에게 당부를 마친 진서준은 별장으로 돌아갔다....이튿날.해가 뜨자 진서준과 허사연, 그리고 다른 일행은 이미 떠날 준비를 마쳤다.“서라야. 일단 임씨 가문에 남아 있어.”“네 몸에 남은 독약을 씻어낼 9가지 약재는 이미 사람 보내서 찾고 있어. 임씨 가문에서도 같이 찾아줄 거야.”진서준은 진서라에게 경성 임씨 가문에 머물 것을 건의했다. 임씨 가문이 안전하기도 했고 진서라와 임씨 가문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진서준이 가자 유정도 더는 경성에 남을 이유가 없어 서남 지역으로 돌아갔다.저녁이 되어서야 진서준과 그 일행을 태운 차가 금운에 도착했다.“서준 씨, 같이 가서 우리 아버지 만날래요?”서지은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아니요. 사연이와 바로 운대산으로 가려고요.”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시간이 부족했다. 신농산으로 들어가기까지 이제 2달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기에 진서준은 시간 낭비하기 싫었다.“뭐 어쩔 수 없죠. 가서 수련해요. 3월 봄에 산 아래서 내려오길 기다릴게요.”서지은은 마음이 깊었기에 억지로 진서준을 집으로 데려가지는 않았다.서지은을 집까지 바래다준 진서준은 허사연 자매와 마트에서 먹을 것들을 한 아름 사 들고 운대산으로 향했다.산자락에 도착한 허윤진은 누렁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누렁아, 네가 여기는 어쩐 일이야? 연아 언니는 어디 가고?”경성으로 돌아가기 전 진서준은 서지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누렁이를 서지은에게 맡겼다.누렁이가 여기에 있다는 건 서지은도 금운으로 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말이었다.진서준이 얼른 앞으로 다가가 누렁이의 몸에 상처가 없는지 살펴봤다. 상처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진서준은 한시름
허사연은 서지은을 소파에 앉혔다.“일단 진정하고 천천히 얘기해 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서지은이 진서준을 힐끔 쳐다보더니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며칠 전 서준 씨가 나를 데려가니까 화가 났던 작은 삼촌이 서울시에 연아 씨를 잡으러 갔어.”“김연아 씨를 억지로 조카와 결혼시키고 싶어 했어. 성대한 결혼식도 없이.”“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김형섭이 사람을 데려가서 김연아 씨를 구해냈대.”“약이 잔뜩 오른 작은 삼촌이 아빠를 속이고 르벨에 가서 대사님을 찾아내 김연아 씨를 김씨 저택에서 억지로 데려가려 했나 봐.”허사연의 동생이 멈칫했다.김씨 가문에는 여러 명의 종사가 있는데 이번에 데려온 게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진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지은이 나머지 얘기를 다 털어놓기를 기다렸다.“르벨에 있는 대사는 지의방 일위였어. 경성 인씨 가문에서 거의 보살을 모시다시피 모셨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는지 경성을 떠나 르벨로 갔더라고.”서지은이 얼른 설명했다.이 소식은 서광문이 서지은에게 알려준 것이었다.상대가 지의방 일위라는 말에 허사연 자매의 마음이 무거워졌다.서씨 가문의 왕안석도 대단하긴 했지만 결국 지의방 21위까지가 끝이었다.그렇다면 르벨 대사의 실력은 더 어마무시할 것 같았다.“작은삼촌이 그 대사를 데리고 바로 김씨 가문에 쳐들어갔지.”“김씨 가문의 대종사들이 연합해도 그 대사의 실력을 뛰어넘지는 못했대.”“김형섭은 더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니까 자기 목숨으로 김연아 씨의 자유를 바꾸겠다고 했대...”이렇게 생각한 서가은이 말을 멈췄다. 그 뒤로 있은 일은 진서준도 대략 알 것 같았다.김형섭은 김연아를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한 것이다.김연아가 아까 왜 김형섭이 그녀를 구하다 죽었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진서준은 전에 김형섭을 가문의 이익만 따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을 것이다.어쩌면 김형섭은 김연아에게 늘 죄책감을 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가문과 김연아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