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지금 사회에 휴대폰과 인터넷은 일반인들에게 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하루 정도 굶을 수 있지만, 휴대폰을 하루 동안 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수련하러 온 것이지 여행하러 온 게 아니에요.”허윤진은 눈을 뒤집고 말했다.“휴대폰 줄 테니까 보관해주세요!”“그래요.”진서준은 휴대폰을 배낭에 넣었다.“뭐 좀 먹고 바로 수련 시작하자!”“응.”마트에서 산 물건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았다.날씨가 추워져서 음식이 상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지난번에 장도윤이 보낸 냉장고도 아직 여기 있다. 고기들은 바로 냉장고에 넣을 수 있다.그들이 뭘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어떤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 이곳은 금지 구역이라 외부인은 출입금지입니다!”이 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어디서 많이 들었던 목소리 같아서 익숙하다고 느꼈다.“저희야말로 그쪽이 누군지 묻고 싶네요. 여기는 우리의 구역입니다!”허윤진이 벌떡 일어나 저 멀리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향해 소리쳤다.진서준은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가 허윤진과 허사연을 지켰다.“저는 진서준이라고 합니다. 혹시 국안부 사람입니까?”방금 산에 오르기 전에 류재훈이 산에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었다.이 미스테리한 사람을 보고, 진서준은 이 사람이 바로 류재훈이 말한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진서준? 정말 왔구나!”여자는 기뻐하며 빠른 걸음으로 진서준을 향해 달려왔다.가까이 와서야 이 여자가 서지은이라는 것을 알았다.“지은 씨, 네가 왜 여기 있어?”진서준은 서지은이 여기서 자기를 기다릴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서광문 성격상 서지은이 여기 오도록 가만 놔두지 않았을 텐데 진서준은 이해하지 못했다.“당연히 널 기다리러 왔지! 네가 올 줄 알았어!”서지은은 달려들어 진서준을 한사코 껴안고 허사연과 허윤진이 있다는 것도 무시했다.허사연과 허윤진은 서지은이 서씨 가문의 딸인 것도 알고 있다.다만 서지은과 진서준의 사이가 이렇게 좋은지는 전혀 몰
그날 밤 서지은이 뱀독에 걸려 의식을 잃었었다.진서준이 서지은을 해독시킬 때, 그녀의 허벅지에 핏자국을 남겼다.서지은이 아마 그 핏자국을 보고 진서준이 자신과 그런 짓을 했다고 착각한 것 같다.그걸 깨달은 진서준은 즉시 설명했다.“지은 씨, 오해야. 그날 밤 내가 너를 해독시키려고 도와줬을 뿐이야.”“네 허벅지에 핏자국도 그때 생긴 거고.”보통 여자들이 그런 일을 처음 할 때 조금 아픈 게 정상이다.진서준과 허사연의 첫날 밤은 허사연이 무슨 약을 먹어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허사연이 다음날 깨어났을 때야 비로소 몸에 불편함을 느꼈다.“잘 생각해봐, 다음 날 깨어나서 몸에 이상한 느낌도 없었지?”서지은은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생각해 보니 정말 진서준과 말한 것과 같았다.다음날 일어났을 때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개운해졌다.설마 자신이 정말 진서준을 오해한 것일까?“서준 씨, 지어낸 말 아니지?”허사연이 진서준을 보며 물었다.“당연히 아니지! 맹세할게!”“내가 정말 서지은한테 무슨 짓을 했으면 벼락...”허사연은 얼른 손으로 진서준의 입을 막았다.“됐어. 맹세 안 해도 돼. 너 믿어.”허사연은 진서준이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그의 인품으로 설사 서지은을 정말 좋아한다 해도 서지은이 의식을 잃은 틈을 타서 그녀의 몸에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다.반대로 서지은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날 밤 이후로, 서지은이 자신을 진서준의 여자로 여겼다.이 모든 것이 착각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서지은은 고통스럽고 실망했다.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샘처럼 뚝뚝 떨어졌다.“왜 울어!”진서준은 또 멍해졌다.정상적인 반응은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닌가?“미안. 내가 착각했어... 앞으로 다시는 너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서지은은 울면서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달려서 하산했다.서지은의 우는 모습을 본 진서준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좋지 않았다.서지은과 운대산에서 열흘 넘게 함께 지내면서 진서
허윤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냥 서지은을 보내주면 좋다고 생각했다.그녀 한 명 없어서 허사연과 허윤진에게 좋은 점만 있고 나쁜 점은 없다.“윤진아, 서지은이 누구 집 딸인지 알지?”허사연이 물었다.“알아. 서씨 가문의 아가씨잖아.”허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서씨 가문의 소중한 아가씨야. 만약 그녀가 진서준 씨 곁에 있으면 진서준에 큰 도움이 될 거야.”허사연이 이어 설명했다.“우리 둘은 지금 진서준을 거의 돕지 못해!”“우리만 생각해서 진서준에 영향을 미치고 발목을 잡을 수 없잖아!”“진서준의 마음속에 우리의 자리가 조금이라도 있고, 우리를 버리지 않으면 천만다행이야.”허윤진은 멍해졌다.그녀는 자기 언니가 이렇게 넓게 생각했을 줄 몰랐다.“자! 수련하자!”허사연은 다리를 꼬고 앉아 아이스 권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모든 게 내 착각이었어!”서지은은 울면서 하산했다.눈물이 그녀의 시선을 흐리게 하여금 앞을 잘 볼 수 없게 됐다.갑자기 허공을 밟아서 균형을 잃고 앞을 향해 쓰러졌다.여기는 산길이고 바닥에는 온통 돌과 나뭇가지뿐이다.서지은은 눈을 감고 넘어져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있다.바로 그때 강력한 힘으로 서지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녀가 미처 반응도 못 한 사이에 어느 따뜻한 품에 안겼다.서지은은 깜짝 놀라 황급히 소리쳤다.“이거 놓으세요! 빨리요!”비록 서지은은 자신과 진서준의 그날 밤 일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았지만, 제2의 남자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그녀는 진서준과 함께 있지 못하더라도 다른 남자를 찾지 않을 것이다.“지은 씨, 나야!”진서준이 얼른 말했다.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이 진서준이라는 것을 본 서지은은 순간 조용해졌다.“너... 너가 왜 따라왔어. 빨리 놔줘. 네 여자친구가 보면 화낼 거야!”“사연 씨가 오라고 했어.”진서준은 사실대로 말했다.“뭐? 네 여자친구가 오라고 했다고?”서지은은 눈이 휘둥그레져 귀를 의심했다.“응. 일단 밑으로 데려다줄게.
서지은은 저녁까지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서광문 부부를 아주 초조하게 만들었다.“여보, 우리 지은이 도대체 왜 이래?”신해숙이 물었다.“나도 모르겠어. 오후에 돌아오자마자 혼자 방안에 가두고 안 나왔어.”“한참을 물어도 대답이 없어.”서광문은 답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집에 오기 전에 어디 갔는지 알아?”신해숙의 말을 듣자 서광문은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요 며칠 지은이가 운대산에 가서 진서준 기다린다고 했었지 않아?”“지은이 오늘 진서준이랑 만난 거 아니야? 아닐 텐데.”“우리 지은이 진서준과 만남을 계속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늘 만났으면 이렇게 기분 나쁘진 않았을걸?”서광문은 바로 오하늘을 불러왔다.“나리!”“당장 운대산 근처에 가서 진서준이 왔는지 확인해봐.”서광문이 명령했다.“네,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오하늘이 직접 운대산 근처에 가서 조사하기 시작했다.여러 골목의 CCTV를 조사한 결과, 진서준이 올 때 운전한 차량을 찾아냈다.그 후 공식적으로 더 조사를 해봤는데 차 주인이 진서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나리, 진서준의 차량이 운대산 아래에 있습니다. 운대산에 온 것으로 봅니다.”“운대산으로 사람을 보낼 필요가 있습니까?”지난번에 진서준이 서씨 가문을 망신시켰는데, 서씨 가문의 사람들은 진서준의 뼈를 갈길 생각도 있다.“역시 그 나쁜 자식이었어!”서광문은 홧김에 눈앞에 놓인 단향나무로 만든 장식품을 박살 냈다.“감히 내 딸을 건드려? 옛날 일까지 싹 다 돌려주마!”“가서 상림이랑 이한석을 데려와라.”상림은 사급 대종사이고 이한석은 오급 대종사이다.전에 진서준과 상림이 한 번 붙인 적도 있다.당시 진서준은 극도의 분노에 휩싸여 있어 상림을 연달아 실패하게 했다.지금 진서준과 상림이 붙으면 지는 확률이 낫고 이길 확률이 높을 것이다.게다가 이한석이라는 오급 대종사가 같이 간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서광문은 본인도 사급 대종사이다.상림과 이한석이 오자 서광문은 둘을 데리고 운대산으로 향했
“거기 서세요! 여기는 외부인 출입금지입니다!”류재훈이 호통을 쳤다.그러나 서광문 세 사람의 얼굴을 본 후, 태도는 순식간에 변했다.“서 가주님, 상 대종사님, 이 대종사님, 세 분이 어떻게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류재훈이 웃으며 물었다.“비키세요! 우린 진서준 그놈을 찾으러 온 겁니다!”“전에 우리 서씨 가문을 개망신시켰는데, 인제 와서 또 내 딸을 괴롭히다니, 우리를 뭐로 본거야!”서광문은 아주 큰 목소리로 말했다.서광문이 정말 화가 난 것을 보고 류재훈은 놀라서 말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그들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세 명의 대종사, 그것도 모두 4급 이상인 대종사들이다.진 상경이 그들을 상대한다면 패할 것이 분명하다.그들이 산속으로 들어가고 류재훈은 서둘러 진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소식을 들은 진서훈은 담담했다.“신경 쓰지 마. 그들은 감히 진서준을 죽이지 못할 거야.”호국 장군이 이렇게 말하는데 류재훈은 더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이때 진서준은 곡에서 수련 중이었다.서광문 세 사람이 온대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진서준은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누가 왔어!”진서준은 눈을 번쩍 떴다.수련 중이던 허사연과 허윤진도 일어섰다.“누가 왔어?”허사연이 물었다.“몰라. 그런데 이 세 사람은 박만년보다 훨씬 강해!”진서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뭐? 세 사람 다 박만년보다 강하다고? 설마 서씨 가문 사람은 아니겠지?”“아니, 서씨 가문 사람들이 네가 온 걸 어떻게 알아? 서지은이 말한 것은 아닐 테고.”허사연은 오후에 분명히 진서준에 서지은을 쫓아가라고 얘기했는데 시켰는데 이해하지 못했다. 진서준이 서지은을 확실하게 거절했다는 것은 몰랐다.허사연은 둘이 이미 화해한 줄 알고 있었다.“여기 있어, 내가 가볼게!”진서준이 말했다.“안 돼. 세 사람 다 박만년보다 강한데 죽고 싶어서 그래?”허사연과 허윤진은 진서준을 붙잡고 못 가게 했다.“형부, 우리 빨리 도망가요. 그래도 목숨은 지켜야죠.”
진서준이 서지은을 울게 만들지만 않았어도 서광문이 그가 운대산에 있다는 걸 알고도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기껏해야 사람을 보내 운대산 아래서 지키고 진서준이 하산을 하고 나서야 찾을 것이다.이점만으로도 서광문이 서지은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다.“한석아, 그놈 지금 어디 있어? 난 왜 안 보이지?”서광문은 진서준의 목소리만 들리고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없었다.주변에는 안개가 짙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진서준이 무슨 진법을 쓴 것 같아. 이 진법을 깨뜨려야 그를 볼 수 있을 거야.”“일단 물러서 봐. 내가 술법의 진법을 해볼게.”이한석이 술법 영선과 맞붙은 것도 이미 10년 전이었다.당시 이한석은 불과 4급 대종사였을 뿐이었다.당시 술법을 몰라 고생을 많이 했었다.이후 이한석은 한동안 술법을 공부해 술법에 대해 좀 아는 편이다.서광문과 상림은 이한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로 물러갔다.순간 이한석의 몸에서 강력한 대세가 뿜어져 나왔다.미환진 안은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깨뜨려!”이한석은 호통을 치면서 주먹을 내질렀다.그 힘에서 나온 기류가 맹호 한 마리가 되어 미환진의 주변으로 돌진했다.진서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진법 중 가장 약한 위치가 진안에 있다.진법을 깨뜨리려면 가장 쉬운 방법이 먼저 진안을 찾아 힘껏 터트리는 것이다.그러나 실력 차이가 너무 크면 진법에 갇힌 사람은 야만적인 힘으로 진법을 깨뜨릴 수 있다.와르르...유리 깨지는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 듯했다.서광문 세 사람의 눈앞에 보였던 안개가 사라지고 숲의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역시 이한석!”서광문이 감탄했다.이때, 그들은 멀지 않는 곳에 진서준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진서준을 다시 본 서광문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다.“이 나쁜 놈아, 감히 내 딸을 건드려? 내가 오늘 반드시 너를 산에서 끌어내려 내 딸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다!”미환진이 깨뜨린 걸 본 진서준은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그는 담담하
예진의 박만년이 여기서 진서준과 붙는다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그래? 난 네 말 안 믿기는데?”이한석의 눈에서 빛이 났다.말을 마치자마자 이한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이한석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음속을 넘어섰다.사급 대종사인 서광문과 상림도 이한석의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는다.“이한석의 실력이 또 늘어났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6급을 돌파할 수 있겠는데.”서광문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서씨 가문에서 6급 대종사가 두 명이나 나오면 전체 실력이 또 한 번 크게 오를 것이다.진서준도 이한석의 빛과 같은 속도에 놀라 눈살을 찌푸렸다.5급과 4급 사이의 차이가 꽤 크긴 한 것 같다.진서준은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손끝에 빛이 스쳐 지나가면서 천문검이 손에 잡혔다.동시에 다른 한 손에서는 천둥 빛이 번쩍였다.한순간에 천둥소리가 나면서 숲 전체가 푸른 천둥에 파묻혔다.이한석은 이 천둥 속에서도 속도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몸에 있는 기운이 뭉쳐 온몸을 감쌌다.트럭 한 대를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천둥이 이한석의 강기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위력이 없었다.푸른 천둥 빛이 가시지도 전에, 살기가 묻힌 검기가 진서준 앞에서 나타났다.검은 아주 얇지만, 마치 거대한 짐승이 눈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이한석은 이 검을 보고 바로 주먹을 날렸다.이한석의 강기가 맹호 한 마리로 변해 진서준의 검빛과 맞싸웠다.쾅쾅쾅...소리가 운대산 전체를 울렸다. 산꼭대기에 서 있어도 이 굉음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허사연과 허윤진은 평곡 안에서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에 안색이 변했다.“진서준이 벌써 그들과 싸우기 시작한 건가?”“언니, 우리도 나가볼까?”허윤진은 초조해하며 말했다.“안 돼, 우린 종사의 상대가 아니야. 가서 진서준에게 폐만 끼칠 거야.”“진서준을 믿자. 괜찮다고 말했으니 별일 없을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허사연도 속이 타들어 간다.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공포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소리가 사람의 마음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도 진서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몸 안의 혈해가 전부 오른팔에 뭉쳐져 상처를 치료해준다.틀에 박힌 규칙을 바꿔야 더 발전할 수 있다.진서준은 자신이 더 높은 경계에 오르려고 했다. 그러려면 약재를 찾거나 제일 높은 강도로 훈련을 해야 한다.이 훈련이 바로 자신의 뼈를 부러뜨리고 혈기로 회복시킨 후 다시 부러뜨리고 다시 회복하면서 반복하는 것이다.이렇게 반복해서 몸이 견딜 수 있을 때까지 훈련하면 끝인 거다.진서준이 이한석의 주먹이랑 맞붙는 것도 자신이 이한석과의 실력 차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오급 대종사인 이한석과 비기려면 반드시 축기경까지 도달해야 한다.진서준의 목표도 축기경이다.영맥과 전에 성약곡에서 단약을 수련해 나온 것까지 해서, 진서준은 축기경까지 이르기에 자신이 있다.“네놈이 얼마나 센 줄 알았는데, 말만 많은 거였네.”서광문은 진서준이 이한석의 주먹에 날아가는 것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이한석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방금 진서준의 주먹에 그의 강기에 약간 금이 갔다.이를 본 이한석은 약간 놀랐다.사급 대종사인 상림이라도 이한석의 강기에 금이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더구나 진서준이 주먹만으로 자신과 맞부딪쳤다.‘이 녀석 실력이 도대체 어떤 경지에 오른 거야. 무서울 정도인데.’만약 진서준을 몇 년 동안 수련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이한석도 진서준의 상대로 안 된다.천천히 일어나 걸어 나온 진서준의 모습은 약간 초라했다.“지금 우리 따라 내려가면 고생 좀 덜할 수 있어!”서광문은 진서준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서지은이 전에 자기가 진서준의 여자라고 말해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죽일 리가 없다.이번에 여기에 온 거도 진서준에 혼만 내주고 더는 제멋대로 굴지 말라고 경고하려고 했을 뿐이다.이 기회를 빌려 진서준을 서씨 가문에 들어가 서지은과 결혼을 시키려고 했다.“저를 죽이지 않는 한 절대 하산하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서광문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진서준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류재훈은 이미 강남을 떠나 동부 국경으로 향했다.하지만 류재훈이 떠나기 전, 간호사를 따로 배정해 권해철을 돌보게 했다.진서준이 들어오자 권해철은 몹시 흥분을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반겼다.이전에 진서준이 이곳을 떠날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가짜 천기각 각주의 손에 죽을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니 권해철은 가슴에 걸려있던 돌을 내리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진 상경님...”권해철은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편히 누워 계세요. 오늘 저는 권 마스터님 부러진 뼈를 맞춰주러 왔어요.”진서준이 침대 옆으로 가서 권해철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진 상경님...”권해철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권 마스터님 상처는 저 때문에 입은 거잖아요. 제가 없었다면 권 마스터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권 마스터님에게 미안해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권해철이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다면 구지범도 굳이 권해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자, 시간이 촉박해요. 긴말은 필요 없고 이제 뼈를 맞춰줄게요.”말을 마친 후, 진서준은 침대 옆의 벨을 눌렀다.잠시 후, 몸매가 흐트러진 중년 여자 수간호사가 들어왔다.“뭐예요?”수간호사는 진서준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이분 옷을 벗겨주세요.”진서준이 정중하게 말했다.“당신은 손이 없나요?”수간호사는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수간호사가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의무 아닌가?그런데 그 의무를 우리가 너에게 빌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당신이 류재훈이 배정한 이분을 간호하는 간호사 맞죠?”“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을 지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무사하게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서지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응.”진서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신농산의 금지구역에 갇혀 그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 몸속의 독소도 진서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임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각각 약초 하나를 제공한 지금, 필요한 약초는 아직 일곱 가지가 남아 있었다.진서준은 이번 대한민국 무도 위기가 해소된 후, 서남쪽 성약당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어쩌면 성약당에서 필요한 약초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준아...”서지은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진서준의 이름을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달빛을 받으며 품에 안은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숨결이 조금 가빠졌다.“응...”얼굴이 붉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정자 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이미 서광문이 명령해 철수한 상태였다.이제 주위 백 미터에는 진서준과 서지은만 남았다.순간, 분위기는 매우 애틋해졌다....경성, 국안부.진서훈은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았다.진서훈 외에도 천자진군 송경식이 경성에 있었다.두 사람은 해외의 악당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진 장군님 집안 손자 성장 속도가 좀 놀랍더군요.”송경식이 진서훈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요한의 자식이니까 재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창욱 어르신이 3년 동안 정성스레 교육했으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거지요.”진서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번 용멸 계획 중에 많은 해외 무인들이 호시탐탐 그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정말 변경에 보내 전투에 참여시키는 겁니까?”송경식이 탁자 위의 차가운 차를 집어 들자 2초도 안 돼서 차가 김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서훈은 송
이번 해외 강자들이 대한민국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건 절호의 기회였다.만약 진서준이 이번 용멸 계획에서 큰 공을 세운다면 서광문이 언급한 전용 권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하는 해외 강자는 결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국안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참여한 해외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강자였다.대한민국 국안부의 종사 수는 본래 많지 않은 데다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사람은 더욱 적었다.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안부는 산이나 농촌에 은거하고 있는 구시대 종사를 여러 명 초청했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 내의 종사들은 거의 출동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 가문 내 종사가 출동한 틈을 타서 다른 세가에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왕안석과 이한석이 아직 서씨 가문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의 대종사도 물론 출동하지 않았다.나라가 없으면 가정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적어도 서광문은 그렇게 할 수 없다.서광문은 자기 가족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서지은은 진서준을 데리고 자택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었다.잠시 후, 서지은과 진서준은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정자에 앉았다.“서준아, 넌 아빠가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명분 따윈 없어도 괜찮아.”서지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대다수 여성은 감성이 뛰어난 동물이다.여자 서지은은 일반 여성보다 더더욱 감성적이었다.서지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권력이나 재물을 추구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서지은이 원하는 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단순한 행복은 서지은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좋아, 나도 더 이상 널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게, 건가 잘 챙기고 이 전투에서 죽지 않도록 해.”전화를 끊고 난 후, 진서준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서준아, 얼른 밥 먹어.”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손짓했다.“알았어, 곧 갈게.”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서지은의 옆에 앉았다.진서준이 식탁에 앉자 서광문 가족이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이전에는 서광문이 서지은의 체면을 고려해 진서준에게 평온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진서준에게 약간의 경외심이 생겼다.만난 지 겨우 석 달 만에 단 일격으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처치했으니 1년이 더 지나면 서씨 가문은 이 용존 앞에서 진짜 하찮은 가족에 불과할 것 같았다.“진서준,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서광문이 물었다.진서준은 서지은이 집어준 그릇 안의 고기를 먹은 후 담담하게 대답했다.“용멸 계획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국경으로 갈 생각입니다.”서광문은 그 대답에 한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인상을 풀었다.진서준이 오늘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만약 해외 강자와 맞닥뜨려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건 모든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진서준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서광문은 자연스럽게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우리 서씨 가문에서 도와줄 건 없어?”서광문이 진서준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이 약재들, 서씨 가문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진서라의 체내 독소 치료에 필요한 약재 리스트를 꺼냈다.그중 하나는 임씨 가문 가주가 진서준이 떠나기 전에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서광문이 대충 훑어보더니 마지막 약재를 보았을 때, 시선이 그 약재에 고정되었다.“그래, 이 약재는 네게 주지. 우리 서씨 가문에 두어도 큰 의미가 없으니까.”서광문이 집사에게 손짓했다.“가서 얼른 이 약재 가져와.”오하늘이 위에 적힌 약재를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저기... 가주님, 이 약재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