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이 서지은을 울게 만들지만 않았어도 서광문이 그가 운대산에 있다는 걸 알고도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기껏해야 사람을 보내 운대산 아래서 지키고 진서준이 하산을 하고 나서야 찾을 것이다.이점만으로도 서광문이 서지은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다.“한석아, 그놈 지금 어디 있어? 난 왜 안 보이지?”서광문은 진서준의 목소리만 들리고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없었다.주변에는 안개가 짙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진서준이 무슨 진법을 쓴 것 같아. 이 진법을 깨뜨려야 그를 볼 수 있을 거야.”“일단 물러서 봐. 내가 술법의 진법을 해볼게.”이한석이 술법 영선과 맞붙은 것도 이미 10년 전이었다.당시 이한석은 불과 4급 대종사였을 뿐이었다.당시 술법을 몰라 고생을 많이 했었다.이후 이한석은 한동안 술법을 공부해 술법에 대해 좀 아는 편이다.서광문과 상림은 이한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로 물러갔다.순간 이한석의 몸에서 강력한 대세가 뿜어져 나왔다.미환진 안은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깨뜨려!”이한석은 호통을 치면서 주먹을 내질렀다.그 힘에서 나온 기류가 맹호 한 마리가 되어 미환진의 주변으로 돌진했다.진서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진법 중 가장 약한 위치가 진안에 있다.진법을 깨뜨리려면 가장 쉬운 방법이 먼저 진안을 찾아 힘껏 터트리는 것이다.그러나 실력 차이가 너무 크면 진법에 갇힌 사람은 야만적인 힘으로 진법을 깨뜨릴 수 있다.와르르...유리 깨지는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 듯했다.서광문 세 사람의 눈앞에 보였던 안개가 사라지고 숲의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역시 이한석!”서광문이 감탄했다.이때, 그들은 멀지 않는 곳에 진서준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진서준을 다시 본 서광문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다.“이 나쁜 놈아, 감히 내 딸을 건드려? 내가 오늘 반드시 너를 산에서 끌어내려 내 딸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다!”미환진이 깨뜨린 걸 본 진서준은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그는 담담하
예진의 박만년이 여기서 진서준과 붙는다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그래? 난 네 말 안 믿기는데?”이한석의 눈에서 빛이 났다.말을 마치자마자 이한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이한석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음속을 넘어섰다.사급 대종사인 서광문과 상림도 이한석의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는다.“이한석의 실력이 또 늘어났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6급을 돌파할 수 있겠는데.”서광문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서씨 가문에서 6급 대종사가 두 명이나 나오면 전체 실력이 또 한 번 크게 오를 것이다.진서준도 이한석의 빛과 같은 속도에 놀라 눈살을 찌푸렸다.5급과 4급 사이의 차이가 꽤 크긴 한 것 같다.진서준은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손끝에 빛이 스쳐 지나가면서 천문검이 손에 잡혔다.동시에 다른 한 손에서는 천둥 빛이 번쩍였다.한순간에 천둥소리가 나면서 숲 전체가 푸른 천둥에 파묻혔다.이한석은 이 천둥 속에서도 속도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몸에 있는 기운이 뭉쳐 온몸을 감쌌다.트럭 한 대를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천둥이 이한석의 강기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위력이 없었다.푸른 천둥 빛이 가시지도 전에, 살기가 묻힌 검기가 진서준 앞에서 나타났다.검은 아주 얇지만, 마치 거대한 짐승이 눈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이한석은 이 검을 보고 바로 주먹을 날렸다.이한석의 강기가 맹호 한 마리로 변해 진서준의 검빛과 맞싸웠다.쾅쾅쾅...소리가 운대산 전체를 울렸다. 산꼭대기에 서 있어도 이 굉음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허사연과 허윤진은 평곡 안에서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에 안색이 변했다.“진서준이 벌써 그들과 싸우기 시작한 건가?”“언니, 우리도 나가볼까?”허윤진은 초조해하며 말했다.“안 돼, 우린 종사의 상대가 아니야. 가서 진서준에게 폐만 끼칠 거야.”“진서준을 믿자. 괜찮다고 말했으니 별일 없을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허사연도 속이 타들어 간다.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공포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소리가 사람의 마음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도 진서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몸 안의 혈해가 전부 오른팔에 뭉쳐져 상처를 치료해준다.틀에 박힌 규칙을 바꿔야 더 발전할 수 있다.진서준은 자신이 더 높은 경계에 오르려고 했다. 그러려면 약재를 찾거나 제일 높은 강도로 훈련을 해야 한다.이 훈련이 바로 자신의 뼈를 부러뜨리고 혈기로 회복시킨 후 다시 부러뜨리고 다시 회복하면서 반복하는 것이다.이렇게 반복해서 몸이 견딜 수 있을 때까지 훈련하면 끝인 거다.진서준이 이한석의 주먹이랑 맞붙는 것도 자신이 이한석과의 실력 차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오급 대종사인 이한석과 비기려면 반드시 축기경까지 도달해야 한다.진서준의 목표도 축기경이다.영맥과 전에 성약곡에서 단약을 수련해 나온 것까지 해서, 진서준은 축기경까지 이르기에 자신이 있다.“네놈이 얼마나 센 줄 알았는데, 말만 많은 거였네.”서광문은 진서준이 이한석의 주먹에 날아가는 것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이한석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방금 진서준의 주먹에 그의 강기에 약간 금이 갔다.이를 본 이한석은 약간 놀랐다.사급 대종사인 상림이라도 이한석의 강기에 금이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더구나 진서준이 주먹만으로 자신과 맞부딪쳤다.‘이 녀석 실력이 도대체 어떤 경지에 오른 거야. 무서울 정도인데.’만약 진서준을 몇 년 동안 수련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이한석도 진서준의 상대로 안 된다.천천히 일어나 걸어 나온 진서준의 모습은 약간 초라했다.“지금 우리 따라 내려가면 고생 좀 덜할 수 있어!”서광문은 진서준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서지은이 전에 자기가 진서준의 여자라고 말해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죽일 리가 없다.이번에 여기에 온 거도 진서준에 혼만 내주고 더는 제멋대로 굴지 말라고 경고하려고 했을 뿐이다.이 기회를 빌려 진서준을 서씨 가문에 들어가 서지은과 결혼을 시키려고 했다.“저를 죽이지 않는 한 절대 하산하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서광문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진서준
공포의 에너지 섞인 파동이 드넓은 바다와 같고 웅장한 산과도 같다.진서준의 얼굴도 약간 일그러졌다.“난 정말 너를 폐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대한민국 무도계에 너 같은 천재가 나타나기에 쉽지 않거든!”“해외에 많은 무도인이 다 대한민국 무도를 호시탐탐하고 있어. 세월이 흘러도 대한민국 무도를 정복하려는 야망은 사라지지 않았어.”이한석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해외 무도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한 진서준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겨뤄본 사람은 남조의 박씨 부자와 동남아 군의방에 오른 그 사람뿐이었다.“무슨 말씀이세요? 설마 해외 무인들이 우리 대한민국 무인들을 자주 공격합니까?”진서준이 물었다.“자주는 아니야.”이한석은 주먹의 힘을 많이 거둬들였다.“25년 전 해외 무인들이 힘을 합쳐 우리 무도계를 공격했었지.”“그 전투에서 우리 무도계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쳤어. 국안부에 원래 12명의 호국 장군이 있었어.”“그런데 그 전투 후에 남은 사람은 8명뿐이야.”“경성 4대 가문의 천교는 더욱 많이 무너졌지.”“우두머리였던 진씨 가문도 실력이 많이 줄어 지금 경성 4대 가문 중 넷째가 되었지.”진서준은 정말 이런 소식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임준도 이런 이야기를 그에게 말한 적이 없다.대한민국 무도계에 재앙이 일어났을 때가 바로 진서준이 태어난 해였다.“지난번에 네가 결혼식장에서 사라지고 현천수군이 직접 와서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에게 너한테 손을 대면 안 된다고 경고했었어.”이한석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현천수군이 직접 오셨다고요?”진서준은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국안부에 가입한 후, 진서준도 이 8명의 호국 장군의 실력과 명성을 알게 되었다.이 여덟 명은 모두 천의방 랭킹 50위 안에 드는 대단한 사람들이다.20년 전에 놓고 말해도 그들의 실력은 결코 얕볼 수 없다.20년 전 해외 무인들이 손을 잡고 4명의 호국 장군을 죽인 것으로부터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서광문도 이한석과 진서준의 대화를 들었다.이 말은 사실 이한석이 서광문에게 하는 말 같았다.대한민국 무도 천재는 이런 박해를 견디지 못한다! 이한석의 동생은 25년 전 대한민국 무도 대회 때 해외 강자의 손에 죽었다.이 일은 이한석의 마음속에 박힌 못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이 일에 가슴이 쓰리다.이한석이 서광문의 곁을 스쳐 지날 때 서광문은 그를 막지 않고 떠나도록 내버려 두었다.강남 제일가의 가주 자리에 오른 서광문의 머리는 당연히 나쁘지 않을 것이다.그가 이렇게 급하게 온 것도 진서준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서광문은 서지은을 20여 년 동안 키울 동안 한 번도 억울한 일을 겪게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진서준을 만난 이후로 서지은은 기쁜 날이 별로 없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진서준을 죽여 버렸을 것이다.“진서준,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서광문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네가 그날 망친 것은 내 동생 아들의 결혼식이다. 이것은 너와 그사이의 일이니 나는 앞으로도 끼어들지 않겠다!” “하지만 만약 네가 지은이를 한 번만 더 괴롭힌다면 나는 호국 장군의 미움을 사더라도 너를 산산조각 내버릴 것이야!”서광문의 마음속에는 대한민국 무도계보다 서지은이 더 소중하다.그는 김형섭과 좀 다르다. 만약 애초에 어쩔 수 없이 딸을 시집보낼 사람이 서광문이었다면 그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끝까지 저항했을 것이다.서광문의 딸바보 모습을 지켜본 진서준은 덤덤하게 말했다.“만약 당신 딸이 제 첩을 하게 해주신다면 저도 잘해주겠다고 약속드리죠.”“뭐라고? 내 딸을 네 첩으로 만들겠다고?”서광문은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곧이어 모든 걸 집어 삼킬듯한 기세를 내뿜었다.서광문의 곁에 서 있던 상림은 순간 멍해졌다.‘가주님이 언제 5급 대종사 단계를 돌파하신 거지?!’그동안 서광문은 대외적으로 자신이 4급 대종사 단계라고 말해 왔다. 평소 그가 뿜어내는 기세도 확실히 4급 대종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실 서광문은 1년
자세히 살펴본 서지은은 진서준의 오른팔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오른팔 전체가 힘없이 축 늘어져 있고, 뼈는 다 부러진 것 같았다.“오른팔은 왜 이래요?”서지은이 진서준의 오른팔을 덥석 잡았다.잡고 나서 보니 진서준의 오른팔 뼈가 정말 다 부러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아빠!”서지은이 분노에 휩싸인 눈빛으로 서광문을 노려보았다.“내가 때린 게 아니야, 이한석이 때린 거지.”서광문이 얼른 해명했다.“그래도 아빠가 내린 명령이잖아요.”서지은은 화를 감출 수 없었다.“정말 서준 씨를 죽일 셈이에요? 좋아요. 죽일 거면 저까지 같이 죽이세요.”서지은이 두 팔을 벌려 진서준의 몸을 빈틈없이 감쌌다.비록 서진은이 진서준과 정식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서지은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을 수 없었다.서지은이 마음먹은 일은 그 누구도 바꿀 수 없었다.“너... 너 이 녀석! 아버지 말 한 번만 들어줄 수 없겠니? 저 자식이 뭐가 좋다고 그래! 아까 저 녀석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너를 첩으로 삼겠대!”서광문이 마음 아픈 표정으로 서지은을 바라보았다.그는 진서준이 도대체 자기 딸에게 어떤 약을 먹였기에 서지은이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서준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고 있었다.서광문의 말에 멈칫한 서지은이 이내 이를 악물며 말했다.“첩이라도 좋아요!”“너... 너 정말 나를 기막혀 죽일 셈이야?”서광문은 통탄했다.강남에서 제일로 가는 가문의 아가씨가 보잘것없는 가난뱅이에게로 가서 첩이 되겠다고 하니 말문이 막혔다.이 사실이 밖으로 전해진다면 서광문은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아빠, 저는 서준 씨를 따르기로 했어요. 아빠가 봐주지 않으면, 정말 아빠 앞에서 죽겠어요.”서지은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어쨌든 서지은은 진서준을 지키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진지한 서지은의 모습을 보며 서광문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어릴 때는 나랑 네 엄마 말을 잘 듣더니 이제 와서 어찌 이리도 반항하는
진서준은 단순히 서지은 때문에 이 내기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그도 대한민국에 천교가 얼마나 있는지 보고 싶었다.또한 자신이 이 천교들 중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그 누구도 남의 밑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2000년 전의 노예조차도 대장부가 태어나서 어찌 오랫동안 다른 사람 밑에서 살 수 있느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하물며 진서준이라고 다를까.“저는 반대예요! 아빠, 이건 서준 씨를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거랑 뭐가 달라요?”서지은이 분노하며 말했다.진서준은 지금 한쪽 팔이 부러져서 장애인이 되었다.그러한 상태에서 서광문이 진서준에게 봉호전에서 장원을 하라고 제안하고 있었다.이건 진서준에게 죽으라는 것이랑 다름없었다.진서준은 팔이 부러지지 않았어도 봉호전에서 연승하기 어려웠다.제일 중요한 사실은 높은 경지의 대종사들도 진서준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일반적으로 실력 좋은 대종사는 체면 때문에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하지만 진서준이 연승 행진을 계속하면 강자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었다.“지은아, 이게 내 마지노선이야. 진서준이 너를 데려가려면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해.”서광문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지은이를 데려가 첩으로 삼으려면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용기와 실력이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 딸을 보내?’“지은 씨, 더 말할 필요 없어. 이 내기는 받아들였어.”진서준이 서지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빠랑 돌아가. 연말에 경성에 같이 놀러 가자.”“응?”놀란 서지은이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오후까지 나한테 떠나라고 하더니 왜 눈 깜짝할 사이에 생각이 바뀌었지?’“나를 위해 목숨까지 희생하는 여자는 네가 네 번째야. 허사연도 내 옆에 너희들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않는데, 내가 나를 속여서 뭐 하겠어.”조금 전, 서지은이 자기 앞을 가로막는 것을 보고 진서준은 가슴이 뭉클했다.한평생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상대를 보호해 주는 사람을 몇이나 만날 수
허사연이 초조한 마음으로 물었다.“별일 아니야.”진서준이 웃으며 답했다.“오른팔이 부러졌는데 어떻게 별일 아닐 수 있어요!”허윤진은 진서준의 늘어진 오른팔을 보고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뭐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라 얼른 진서준의 오른팔을 잡았다.잡고 나서 보니 허사연도 진서준의 오른팔이 완전히 부러진 것을 알았다.“서준 씨, 이게 무슨 일이에요? 오른팔은 왜 이래요?”진서준이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진 허사연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팔이 부러진 사람이 오히려 자신이었으면 했다.“부러진 건 맞지만 걱정하지 마. 내일 아침이면 회복할 거야.”진서준이 웃으며 위로했다.“거짓말하는 거 아니죠?”허사연은 부러진 뼈가 다음날 자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당연히 아니지. 일부러 이한석이 부러뜨리게 한 거야. 부서뜨린 후 재조립. 이제 내 몸은 극에 달했어. 더 강해지려면 영약, 영과를 먹든지 아니면 이런 방법을 쓰든지 해야 해.”진서준이 설명했다.“됐어. 수련하러 가자. 못 믿겠으면 내일 아침에 다시 봐봐.”지금의 진서준에게 시간은 금이었다.연말 봉호전에서 그는 전국 각지의 천교를 만날 것이었다.비록 선술을 수련한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실력으로 13연승을 할 수는 없었다.진서준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허사연 자매는 더 이상 팔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평곡으로 돌아온 진서준은 가부좌를 틀고 성약곡에서 제련한 단약을 꺼냈다.“사연아, 윤진 씨, 이리 와봐.”“왜요?”진서준 앞으로 온 허사연 자매가 그의 손에 들린 단약을 발견했다.“이건 성약곡에서 제련한 단약인데 두 사람은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많이 먹으면 안 되고 차근차근 천천히 섭취해야 해.”진서준이 말했다.“네. 알아요!”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강력한 단약을 복용하면 몸이 견디지 못하고 심지어 터질 수도 있었다.진서준도 허사연 자매의 실력을 빨리 끌어올리고 싶었지만 절대 서두르면 안 됐다.“두 알 줄 테니 한 알은 오늘 밤에 복용하고 수련 시작해. 다른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류재훈은 이미 강남을 떠나 동부 국경으로 향했다.하지만 류재훈이 떠나기 전, 간호사를 따로 배정해 권해철을 돌보게 했다.진서준이 들어오자 권해철은 몹시 흥분을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반겼다.이전에 진서준이 이곳을 떠날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가짜 천기각 각주의 손에 죽을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니 권해철은 가슴에 걸려있던 돌을 내리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진 상경님...”권해철은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편히 누워 계세요. 오늘 저는 권 마스터님 부러진 뼈를 맞춰주러 왔어요.”진서준이 침대 옆으로 가서 권해철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진 상경님...”권해철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권 마스터님 상처는 저 때문에 입은 거잖아요. 제가 없었다면 권 마스터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권 마스터님에게 미안해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권해철이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다면 구지범도 굳이 권해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자, 시간이 촉박해요. 긴말은 필요 없고 이제 뼈를 맞춰줄게요.”말을 마친 후, 진서준은 침대 옆의 벨을 눌렀다.잠시 후, 몸매가 흐트러진 중년 여자 수간호사가 들어왔다.“뭐예요?”수간호사는 진서준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이분 옷을 벗겨주세요.”진서준이 정중하게 말했다.“당신은 손이 없나요?”수간호사는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수간호사가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의무 아닌가?그런데 그 의무를 우리가 너에게 빌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당신이 류재훈이 배정한 이분을 간호하는 간호사 맞죠?”“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을 지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무사하게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서지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응.”진서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신농산의 금지구역에 갇혀 그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 몸속의 독소도 진서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임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각각 약초 하나를 제공한 지금, 필요한 약초는 아직 일곱 가지가 남아 있었다.진서준은 이번 대한민국 무도 위기가 해소된 후, 서남쪽 성약당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어쩌면 성약당에서 필요한 약초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준아...”서지은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진서준의 이름을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달빛을 받으며 품에 안은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숨결이 조금 가빠졌다.“응...”얼굴이 붉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정자 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이미 서광문이 명령해 철수한 상태였다.이제 주위 백 미터에는 진서준과 서지은만 남았다.순간, 분위기는 매우 애틋해졌다....경성, 국안부.진서훈은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았다.진서훈 외에도 천자진군 송경식이 경성에 있었다.두 사람은 해외의 악당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진 장군님 집안 손자 성장 속도가 좀 놀랍더군요.”송경식이 진서훈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요한의 자식이니까 재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창욱 어르신이 3년 동안 정성스레 교육했으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거지요.”진서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번 용멸 계획 중에 많은 해외 무인들이 호시탐탐 그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정말 변경에 보내 전투에 참여시키는 겁니까?”송경식이 탁자 위의 차가운 차를 집어 들자 2초도 안 돼서 차가 김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서훈은 송
이번 해외 강자들이 대한민국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건 절호의 기회였다.만약 진서준이 이번 용멸 계획에서 큰 공을 세운다면 서광문이 언급한 전용 권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하는 해외 강자는 결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국안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참여한 해외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강자였다.대한민국 국안부의 종사 수는 본래 많지 않은 데다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사람은 더욱 적었다.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안부는 산이나 농촌에 은거하고 있는 구시대 종사를 여러 명 초청했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 내의 종사들은 거의 출동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 가문 내 종사가 출동한 틈을 타서 다른 세가에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왕안석과 이한석이 아직 서씨 가문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의 대종사도 물론 출동하지 않았다.나라가 없으면 가정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적어도 서광문은 그렇게 할 수 없다.서광문은 자기 가족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서지은은 진서준을 데리고 자택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었다.잠시 후, 서지은과 진서준은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정자에 앉았다.“서준아, 넌 아빠가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명분 따윈 없어도 괜찮아.”서지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대다수 여성은 감성이 뛰어난 동물이다.여자 서지은은 일반 여성보다 더더욱 감성적이었다.서지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권력이나 재물을 추구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서지은이 원하는 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단순한 행복은 서지은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좋아, 나도 더 이상 널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게, 건가 잘 챙기고 이 전투에서 죽지 않도록 해.”전화를 끊고 난 후, 진서준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서준아, 얼른 밥 먹어.”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손짓했다.“알았어, 곧 갈게.”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서지은의 옆에 앉았다.진서준이 식탁에 앉자 서광문 가족이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이전에는 서광문이 서지은의 체면을 고려해 진서준에게 평온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진서준에게 약간의 경외심이 생겼다.만난 지 겨우 석 달 만에 단 일격으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처치했으니 1년이 더 지나면 서씨 가문은 이 용존 앞에서 진짜 하찮은 가족에 불과할 것 같았다.“진서준,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서광문이 물었다.진서준은 서지은이 집어준 그릇 안의 고기를 먹은 후 담담하게 대답했다.“용멸 계획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국경으로 갈 생각입니다.”서광문은 그 대답에 한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인상을 풀었다.진서준이 오늘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만약 해외 강자와 맞닥뜨려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건 모든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진서준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서광문은 자연스럽게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우리 서씨 가문에서 도와줄 건 없어?”서광문이 진서준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이 약재들, 서씨 가문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진서라의 체내 독소 치료에 필요한 약재 리스트를 꺼냈다.그중 하나는 임씨 가문 가주가 진서준이 떠나기 전에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서광문이 대충 훑어보더니 마지막 약재를 보았을 때, 시선이 그 약재에 고정되었다.“그래, 이 약재는 네게 주지. 우리 서씨 가문에 두어도 큰 의미가 없으니까.”서광문이 집사에게 손짓했다.“가서 얼른 이 약재 가져와.”오하늘이 위에 적힌 약재를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저기... 가주님, 이 약재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