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은은 저녁까지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서광문 부부를 아주 초조하게 만들었다.“여보, 우리 지은이 도대체 왜 이래?”신해숙이 물었다.“나도 모르겠어. 오후에 돌아오자마자 혼자 방안에 가두고 안 나왔어.”“한참을 물어도 대답이 없어.”서광문은 답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집에 오기 전에 어디 갔는지 알아?”신해숙의 말을 듣자 서광문은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요 며칠 지은이가 운대산에 가서 진서준 기다린다고 했었지 않아?”“지은이 오늘 진서준이랑 만난 거 아니야? 아닐 텐데.”“우리 지은이 진서준과 만남을 계속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늘 만났으면 이렇게 기분 나쁘진 않았을걸?”서광문은 바로 오하늘을 불러왔다.“나리!”“당장 운대산 근처에 가서 진서준이 왔는지 확인해봐.”서광문이 명령했다.“네,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오하늘이 직접 운대산 근처에 가서 조사하기 시작했다.여러 골목의 CCTV를 조사한 결과, 진서준이 올 때 운전한 차량을 찾아냈다.그 후 공식적으로 더 조사를 해봤는데 차 주인이 진서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나리, 진서준의 차량이 운대산 아래에 있습니다. 운대산에 온 것으로 봅니다.”“운대산으로 사람을 보낼 필요가 있습니까?”지난번에 진서준이 서씨 가문을 망신시켰는데, 서씨 가문의 사람들은 진서준의 뼈를 갈길 생각도 있다.“역시 그 나쁜 자식이었어!”서광문은 홧김에 눈앞에 놓인 단향나무로 만든 장식품을 박살 냈다.“감히 내 딸을 건드려? 옛날 일까지 싹 다 돌려주마!”“가서 상림이랑 이한석을 데려와라.”상림은 사급 대종사이고 이한석은 오급 대종사이다.전에 진서준과 상림이 한 번 붙인 적도 있다.당시 진서준은 극도의 분노에 휩싸여 있어 상림을 연달아 실패하게 했다.지금 진서준과 상림이 붙으면 지는 확률이 낫고 이길 확률이 높을 것이다.게다가 이한석이라는 오급 대종사가 같이 간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서광문은 본인도 사급 대종사이다.상림과 이한석이 오자 서광문은 둘을 데리고 운대산으로 향했
“거기 서세요! 여기는 외부인 출입금지입니다!”류재훈이 호통을 쳤다.그러나 서광문 세 사람의 얼굴을 본 후, 태도는 순식간에 변했다.“서 가주님, 상 대종사님, 이 대종사님, 세 분이 어떻게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류재훈이 웃으며 물었다.“비키세요! 우린 진서준 그놈을 찾으러 온 겁니다!”“전에 우리 서씨 가문을 개망신시켰는데, 인제 와서 또 내 딸을 괴롭히다니, 우리를 뭐로 본거야!”서광문은 아주 큰 목소리로 말했다.서광문이 정말 화가 난 것을 보고 류재훈은 놀라서 말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그들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세 명의 대종사, 그것도 모두 4급 이상인 대종사들이다.진 상경이 그들을 상대한다면 패할 것이 분명하다.그들이 산속으로 들어가고 류재훈은 서둘러 진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소식을 들은 진서훈은 담담했다.“신경 쓰지 마. 그들은 감히 진서준을 죽이지 못할 거야.”호국 장군이 이렇게 말하는데 류재훈은 더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이때 진서준은 곡에서 수련 중이었다.서광문 세 사람이 온대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진서준은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누가 왔어!”진서준은 눈을 번쩍 떴다.수련 중이던 허사연과 허윤진도 일어섰다.“누가 왔어?”허사연이 물었다.“몰라. 그런데 이 세 사람은 박만년보다 훨씬 강해!”진서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뭐? 세 사람 다 박만년보다 강하다고? 설마 서씨 가문 사람은 아니겠지?”“아니, 서씨 가문 사람들이 네가 온 걸 어떻게 알아? 서지은이 말한 것은 아닐 테고.”허사연은 오후에 분명히 진서준에 서지은을 쫓아가라고 얘기했는데 시켰는데 이해하지 못했다. 진서준이 서지은을 확실하게 거절했다는 것은 몰랐다.허사연은 둘이 이미 화해한 줄 알고 있었다.“여기 있어, 내가 가볼게!”진서준이 말했다.“안 돼. 세 사람 다 박만년보다 강한데 죽고 싶어서 그래?”허사연과 허윤진은 진서준을 붙잡고 못 가게 했다.“형부, 우리 빨리 도망가요. 그래도 목숨은 지켜야죠.”
진서준이 서지은을 울게 만들지만 않았어도 서광문이 그가 운대산에 있다는 걸 알고도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기껏해야 사람을 보내 운대산 아래서 지키고 진서준이 하산을 하고 나서야 찾을 것이다.이점만으로도 서광문이 서지은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다.“한석아, 그놈 지금 어디 있어? 난 왜 안 보이지?”서광문은 진서준의 목소리만 들리고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없었다.주변에는 안개가 짙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진서준이 무슨 진법을 쓴 것 같아. 이 진법을 깨뜨려야 그를 볼 수 있을 거야.”“일단 물러서 봐. 내가 술법의 진법을 해볼게.”이한석이 술법 영선과 맞붙은 것도 이미 10년 전이었다.당시 이한석은 불과 4급 대종사였을 뿐이었다.당시 술법을 몰라 고생을 많이 했었다.이후 이한석은 한동안 술법을 공부해 술법에 대해 좀 아는 편이다.서광문과 상림은 이한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로 물러갔다.순간 이한석의 몸에서 강력한 대세가 뿜어져 나왔다.미환진 안은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깨뜨려!”이한석은 호통을 치면서 주먹을 내질렀다.그 힘에서 나온 기류가 맹호 한 마리가 되어 미환진의 주변으로 돌진했다.진서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진법 중 가장 약한 위치가 진안에 있다.진법을 깨뜨리려면 가장 쉬운 방법이 먼저 진안을 찾아 힘껏 터트리는 것이다.그러나 실력 차이가 너무 크면 진법에 갇힌 사람은 야만적인 힘으로 진법을 깨뜨릴 수 있다.와르르...유리 깨지는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 듯했다.서광문 세 사람의 눈앞에 보였던 안개가 사라지고 숲의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역시 이한석!”서광문이 감탄했다.이때, 그들은 멀지 않는 곳에 진서준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진서준을 다시 본 서광문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다.“이 나쁜 놈아, 감히 내 딸을 건드려? 내가 오늘 반드시 너를 산에서 끌어내려 내 딸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다!”미환진이 깨뜨린 걸 본 진서준은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그는 담담하
예진의 박만년이 여기서 진서준과 붙는다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그래? 난 네 말 안 믿기는데?”이한석의 눈에서 빛이 났다.말을 마치자마자 이한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이한석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음속을 넘어섰다.사급 대종사인 서광문과 상림도 이한석의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는다.“이한석의 실력이 또 늘어났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6급을 돌파할 수 있겠는데.”서광문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서씨 가문에서 6급 대종사가 두 명이나 나오면 전체 실력이 또 한 번 크게 오를 것이다.진서준도 이한석의 빛과 같은 속도에 놀라 눈살을 찌푸렸다.5급과 4급 사이의 차이가 꽤 크긴 한 것 같다.진서준은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손끝에 빛이 스쳐 지나가면서 천문검이 손에 잡혔다.동시에 다른 한 손에서는 천둥 빛이 번쩍였다.한순간에 천둥소리가 나면서 숲 전체가 푸른 천둥에 파묻혔다.이한석은 이 천둥 속에서도 속도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몸에 있는 기운이 뭉쳐 온몸을 감쌌다.트럭 한 대를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천둥이 이한석의 강기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위력이 없었다.푸른 천둥 빛이 가시지도 전에, 살기가 묻힌 검기가 진서준 앞에서 나타났다.검은 아주 얇지만, 마치 거대한 짐승이 눈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이한석은 이 검을 보고 바로 주먹을 날렸다.이한석의 강기가 맹호 한 마리로 변해 진서준의 검빛과 맞싸웠다.쾅쾅쾅...소리가 운대산 전체를 울렸다. 산꼭대기에 서 있어도 이 굉음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허사연과 허윤진은 평곡 안에서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에 안색이 변했다.“진서준이 벌써 그들과 싸우기 시작한 건가?”“언니, 우리도 나가볼까?”허윤진은 초조해하며 말했다.“안 돼, 우린 종사의 상대가 아니야. 가서 진서준에게 폐만 끼칠 거야.”“진서준을 믿자. 괜찮다고 말했으니 별일 없을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허사연도 속이 타들어 간다.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공포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소리가 사람의 마음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도 진서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몸 안의 혈해가 전부 오른팔에 뭉쳐져 상처를 치료해준다.틀에 박힌 규칙을 바꿔야 더 발전할 수 있다.진서준은 자신이 더 높은 경계에 오르려고 했다. 그러려면 약재를 찾거나 제일 높은 강도로 훈련을 해야 한다.이 훈련이 바로 자신의 뼈를 부러뜨리고 혈기로 회복시킨 후 다시 부러뜨리고 다시 회복하면서 반복하는 것이다.이렇게 반복해서 몸이 견딜 수 있을 때까지 훈련하면 끝인 거다.진서준이 이한석의 주먹이랑 맞붙는 것도 자신이 이한석과의 실력 차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오급 대종사인 이한석과 비기려면 반드시 축기경까지 도달해야 한다.진서준의 목표도 축기경이다.영맥과 전에 성약곡에서 단약을 수련해 나온 것까지 해서, 진서준은 축기경까지 이르기에 자신이 있다.“네놈이 얼마나 센 줄 알았는데, 말만 많은 거였네.”서광문은 진서준이 이한석의 주먹에 날아가는 것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이한석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방금 진서준의 주먹에 그의 강기에 약간 금이 갔다.이를 본 이한석은 약간 놀랐다.사급 대종사인 상림이라도 이한석의 강기에 금이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더구나 진서준이 주먹만으로 자신과 맞부딪쳤다.‘이 녀석 실력이 도대체 어떤 경지에 오른 거야. 무서울 정도인데.’만약 진서준을 몇 년 동안 수련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이한석도 진서준의 상대로 안 된다.천천히 일어나 걸어 나온 진서준의 모습은 약간 초라했다.“지금 우리 따라 내려가면 고생 좀 덜할 수 있어!”서광문은 진서준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서지은이 전에 자기가 진서준의 여자라고 말해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죽일 리가 없다.이번에 여기에 온 거도 진서준에 혼만 내주고 더는 제멋대로 굴지 말라고 경고하려고 했을 뿐이다.이 기회를 빌려 진서준을 서씨 가문에 들어가 서지은과 결혼을 시키려고 했다.“저를 죽이지 않는 한 절대 하산하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서광문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진서준
공포의 에너지 섞인 파동이 드넓은 바다와 같고 웅장한 산과도 같다.진서준의 얼굴도 약간 일그러졌다.“난 정말 너를 폐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대한민국 무도계에 너 같은 천재가 나타나기에 쉽지 않거든!”“해외에 많은 무도인이 다 대한민국 무도를 호시탐탐하고 있어. 세월이 흘러도 대한민국 무도를 정복하려는 야망은 사라지지 않았어.”이한석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해외 무도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한 진서준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겨뤄본 사람은 남조의 박씨 부자와 동남아 군의방에 오른 그 사람뿐이었다.“무슨 말씀이세요? 설마 해외 무인들이 우리 대한민국 무인들을 자주 공격합니까?”진서준이 물었다.“자주는 아니야.”이한석은 주먹의 힘을 많이 거둬들였다.“25년 전 해외 무인들이 힘을 합쳐 우리 무도계를 공격했었지.”“그 전투에서 우리 무도계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쳤어. 국안부에 원래 12명의 호국 장군이 있었어.”“그런데 그 전투 후에 남은 사람은 8명뿐이야.”“경성 4대 가문의 천교는 더욱 많이 무너졌지.”“우두머리였던 진씨 가문도 실력이 많이 줄어 지금 경성 4대 가문 중 넷째가 되었지.”진서준은 정말 이런 소식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임준도 이런 이야기를 그에게 말한 적이 없다.대한민국 무도계에 재앙이 일어났을 때가 바로 진서준이 태어난 해였다.“지난번에 네가 결혼식장에서 사라지고 현천수군이 직접 와서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에게 너한테 손을 대면 안 된다고 경고했었어.”이한석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현천수군이 직접 오셨다고요?”진서준은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국안부에 가입한 후, 진서준도 이 8명의 호국 장군의 실력과 명성을 알게 되었다.이 여덟 명은 모두 천의방 랭킹 50위 안에 드는 대단한 사람들이다.20년 전에 놓고 말해도 그들의 실력은 결코 얕볼 수 없다.20년 전 해외 무인들이 손을 잡고 4명의 호국 장군을 죽인 것으로부터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서광문도 이한석과 진서준의 대화를 들었다.이 말은 사실 이한석이 서광문에게 하는 말 같았다.대한민국 무도 천재는 이런 박해를 견디지 못한다! 이한석의 동생은 25년 전 대한민국 무도 대회 때 해외 강자의 손에 죽었다.이 일은 이한석의 마음속에 박힌 못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이 일에 가슴이 쓰리다.이한석이 서광문의 곁을 스쳐 지날 때 서광문은 그를 막지 않고 떠나도록 내버려 두었다.강남 제일가의 가주 자리에 오른 서광문의 머리는 당연히 나쁘지 않을 것이다.그가 이렇게 급하게 온 것도 진서준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서광문은 서지은을 20여 년 동안 키울 동안 한 번도 억울한 일을 겪게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진서준을 만난 이후로 서지은은 기쁜 날이 별로 없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진서준을 죽여 버렸을 것이다.“진서준,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서광문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네가 그날 망친 것은 내 동생 아들의 결혼식이다. 이것은 너와 그사이의 일이니 나는 앞으로도 끼어들지 않겠다!” “하지만 만약 네가 지은이를 한 번만 더 괴롭힌다면 나는 호국 장군의 미움을 사더라도 너를 산산조각 내버릴 것이야!”서광문의 마음속에는 대한민국 무도계보다 서지은이 더 소중하다.그는 김형섭과 좀 다르다. 만약 애초에 어쩔 수 없이 딸을 시집보낼 사람이 서광문이었다면 그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끝까지 저항했을 것이다.서광문의 딸바보 모습을 지켜본 진서준은 덤덤하게 말했다.“만약 당신 딸이 제 첩을 하게 해주신다면 저도 잘해주겠다고 약속드리죠.”“뭐라고? 내 딸을 네 첩으로 만들겠다고?”서광문은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곧이어 모든 걸 집어 삼킬듯한 기세를 내뿜었다.서광문의 곁에 서 있던 상림은 순간 멍해졌다.‘가주님이 언제 5급 대종사 단계를 돌파하신 거지?!’그동안 서광문은 대외적으로 자신이 4급 대종사 단계라고 말해 왔다. 평소 그가 뿜어내는 기세도 확실히 4급 대종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실 서광문은 1년
자세히 살펴본 서지은은 진서준의 오른팔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오른팔 전체가 힘없이 축 늘어져 있고, 뼈는 다 부러진 것 같았다.“오른팔은 왜 이래요?”서지은이 진서준의 오른팔을 덥석 잡았다.잡고 나서 보니 진서준의 오른팔 뼈가 정말 다 부러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아빠!”서지은이 분노에 휩싸인 눈빛으로 서광문을 노려보았다.“내가 때린 게 아니야, 이한석이 때린 거지.”서광문이 얼른 해명했다.“그래도 아빠가 내린 명령이잖아요.”서지은은 화를 감출 수 없었다.“정말 서준 씨를 죽일 셈이에요? 좋아요. 죽일 거면 저까지 같이 죽이세요.”서지은이 두 팔을 벌려 진서준의 몸을 빈틈없이 감쌌다.비록 서진은이 진서준과 정식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서지은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을 수 없었다.서지은이 마음먹은 일은 그 누구도 바꿀 수 없었다.“너... 너 이 녀석! 아버지 말 한 번만 들어줄 수 없겠니? 저 자식이 뭐가 좋다고 그래! 아까 저 녀석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너를 첩으로 삼겠대!”서광문이 마음 아픈 표정으로 서지은을 바라보았다.그는 진서준이 도대체 자기 딸에게 어떤 약을 먹였기에 서지은이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서준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고 있었다.서광문의 말에 멈칫한 서지은이 이내 이를 악물며 말했다.“첩이라도 좋아요!”“너... 너 정말 나를 기막혀 죽일 셈이야?”서광문은 통탄했다.강남에서 제일로 가는 가문의 아가씨가 보잘것없는 가난뱅이에게로 가서 첩이 되겠다고 하니 말문이 막혔다.이 사실이 밖으로 전해진다면 서광문은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아빠, 저는 서준 씨를 따르기로 했어요. 아빠가 봐주지 않으면, 정말 아빠 앞에서 죽겠어요.”서지은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어쨌든 서지은은 진서준을 지키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진지한 서지은의 모습을 보며 서광문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어릴 때는 나랑 네 엄마 말을 잘 듣더니 이제 와서 어찌 이리도 반항하는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