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도 유지수가 갑자기 티테이블에 다리를 올려놓을 줄은 몰랐다.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치마 밑을 다 보았다.“뭐 하는 거야? 내 남자를 유혹하려는 거야?”허사연은 순간 화가 나서 다급히 손으로 진서준의 눈을 가렸다.진서준은 고개를 돌려 화가 나서 말했다.“유지수, 주의 좀 해라.”“내가 뭐 했다고? 난 그냥 다리가 좀 저려서 다리를 올려놓았을 뿐이야.”유지수는 아주 억울한 척했다.“이 파렴치한 인간아!”허윤진은 유지수를 벌거벗은 채 거리에 버리고 싶었다.“자기 언니랑 한 남자를 두고 다투는데, 우리 둘 중 누가 더 파렴치한 인간일까?”유지수가 되려 허윤진에게 칼날을 날렸다.허윤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했다.“무슨 헛소리야!”“네가 진서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나 본데, 누가 진서준을 좋아하는지 한눈에 알아!”유지수는 가볍게 웃었다.일찍이 고양시에서 유지수는 허윤진이 진서준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우리 둘 다 진서준에 시집갈 거야. 할 말 남았어?”허사연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유지수는 허사연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그녀가 보기에 허사연은 매우 보수적인 여자고, 자신의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친동생도 제외할 것도 없다.인제 보니, 유지수는 자신이 허사연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아니면, 진서준의 매력을 과소평가한 게 아닌지 싶다.허사연과 같은 여자가 진서준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은 진서준의 매력을 충분히 설명해준다.“자매가 동시에 한 남자를 좋아하다니. 진서준 참 재밌게 사네.”유지수는 시큰둥하게 한마디 했다.“닥쳐. 여기 남아서 밥이나 얻어먹고 싶으면 입 다물어!”진서준은 정색하고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 입 다물게.”유지수는 다리를 내리고 소파에 옆으로 누웠다.그녀의 치마 네크라인이 높은 편이 아니다.그런 자세로 누우면 가슴라인이 다 보인다.‘이 여자, 속옷도 안 입고 외
식사를 마친 유지수는 단약 한 알을 꺼내 진서라에게 건넸다.진서준은 진서라에게 눈짓을 하며 일단 먹지 말라고 했다.단약을 받고 진서준이 단약의 성분을 통해 유지수가 진서라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다.진서라는 진서준의 눈빛을 읽고 단약을 받아서 바로 복용하지 않았다.“참, 진서준. 운대산의 그 영맥에 날 언제 데려갈 거야?”유지수가 진서준을 보며 물었다.진서준은 순간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유지수가 어떻게 운대산 영맥에 대해 알았을까?유씨 가문에서 들은 건가?지금 국내의 몇몇 가문들은 모두 운대산에 영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그 영맥은 지금 국안부 사람들이 지키고 있어, 아무도 감히 올라가서 점령할 수 없다.전에 진서준의 가족을 잘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었고, 이건 국안부가 진서준에 대한 보상이다.조희선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몰래 끌려갔다.“가서 뭐하게?”진서준이 불쾌하며 말했다.“수련하러 가지! 네가 나랑 운대산에서 단둘이 뭘 하겠다고 해도 불가능한 것도 없지.”유지수는 입술을 오물이고 매혹적인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한테 떨어져!”허윤진은 유지수와 진서준 앞을 막아서며 어미가 자식을 보호하는 것처럼 진서준을 지켜줬다.유지수는 웃으며 뒤로 두 발짝 물러섰다.“하루빨리 대종사가 돼야 진서라의 독도 빨리 풀릴 수 있어.”“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일이 생겨 제때 해독약을 주지 못하면, 진서라 장례를 차려야 할걸.”말을 마치자 유지수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그녀가 떠난 후, 진서라는 유지수가 준 단약을 꺼냈다.진서준이 받아 코앞에 놓고 냄새를 맡았다.그러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이 단약에 포함된 약재가 반이 영약이기 때문이다.이렇게 많은 영약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성약당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그 몇 안 되는 최고 가문뿐이다.게다가 이 단약은 진서라 체내 독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련에도 좋은 약재들로 가득했다.도대체 진서라를 모함하려고 하는 건지, 돕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도 추측일 뿐이고, 사실인지 아닌지는 연말에 경성에 가면 알 수 있다.“진서준, 자?”허사연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아직, 무슨 일이야?”진서준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허사연을 쳐다보았다.허사연은 오후에 허씨 가문에 돌아가서 옷을 많이 가져왔다.지금은 검은색 슬립을 입고 있었다.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진서준의 눈을 사로잡았다.벌써 11월이 되었고, 날씨도 점점 추워진다.빌라에 난방이 되어있어서 옷을 입지 않아도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사귀는 사이인데 여기 안 오면 어디 가 있어?”허사연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진서연 옆에 누웠다.진서연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놀리는 듯 얘기했다.“어젯밤 일 다 잊었는데.”허사연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다시 복습하고 싶어?”“그래도 돼?”“나한테 묻지 말고, 네가 원하면 내가 거절할 여지가 있겠어?”잠시 후 방안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허사연은 옆방에 있는 사람이 듣지 못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억제했다.한바탕 끝난 후, 허사연은 진서준의 가슴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기분은 좀 나아졌어?”“많이 좋아졌어.”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사연을 두 손으로 꼭 껴안았다.“그럼 됐어. 네가 말한 아홉 가지 영약을 모두 찾아서, 진서라 병을 뿌리까지 고쳐야지!”허사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진서준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아침, 그들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금운을 향해 달려갔다.이번 차는 공간이 충분해서, 진서준이 운전기사를 맡았다.반나절을 달려 진서준과 허사연 허윤진 자매는 금운을 다시 찾아왔다.전에 진서준은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결혼식일 난장판으로 해서 두 집안의 체면을 바닥까지 구겼다.그 사건 이후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은 오히려 조용해지고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이는 다른 사람들을 매우 의아하게 만들었다. 사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다.그날 진서훈이 직접 금운을 찾아와 경고했기 때문이다.현천 진군이라는 호국
류재훈이 그렇게 비밀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고 진서준은 더욱 궁금해졌다.호국 장군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그런데 호국 장군이 자신이 오늘 운대산에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진서준은 류재훈과 작별 인사를 하고 허사연과 허윤진을 데리고 산으로 향했다.운대산의 영맥은 진서준이 장악하고 있어 산속의 풀과 나무를 모두 통제할 수 있었다.운대산 전체가 진서준 신체 일부에 해당한다.원래 울퉁불퉁하던 산길이 지금은 매우 걷기 편해졌다.허사연과 허윤진 두 사람은 산속에 들어서자마자 산속의 웅장한 기운을 느꼈다.“진서준 씨, 여기 영기가 장난 아니네요.”허사연은 심호흡하면서 감탄했다.“언니, 여기서 한 달 넘게 수련하고 나오면 종사님들이랑 붙을 수 있을 것 같은데.”허윤진이 감격하며 말했다.진서준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종사님하고 붙는다고요? 종사님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니에요?”“종사까지 되는 데는 선천적인 재능도 필요하고 실전 경험도 많아야 해요.”“둘 다 저랑 같이 수선법문을 수련하는 거지만, 그 간의 차이는 수선법으로도 메울 수 없어요. 알겠어요?”흥에 겨워 있던 허윤진은 순간 기가 눌렸다.장서준이 일부러 허윤진에게 타격을 주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사실을 알릴 뿐이다.진서준이 창욱 어르신을 따라 3년이나 수련해 왔다.3년 동안, 그는 창욱 어르신과 수천 번 이상 다퉈왔다.실전 경험으로 말하자면, 그 무도 종사들은 모두 진서준보다 못하다.진서준이 감옥에서 나온 후 무도 종사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그럼 언니가 무도 종사랑 비기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허윤진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재능은 둘 다 비슷비슷하죠. 사연 씨는 빙정체고, 윤진 씨는 화령체잖아요. 둘의 체질이 보통사람들과 달라서 수련 속도도 남들보다 더 빠르긴 하죠.”“이번 기회에 둘이 운대산에서 수련하면서 저도 많이 가르쳐 줄게요.”“힘든 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내년 3월까지 종사님과 비길 수 있을지도 몰라요.”이 두 자매의 몸이
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지금 사회에 휴대폰과 인터넷은 일반인들에게 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하루 정도 굶을 수 있지만, 휴대폰을 하루 동안 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수련하러 온 것이지 여행하러 온 게 아니에요.”허윤진은 눈을 뒤집고 말했다.“휴대폰 줄 테니까 보관해주세요!”“그래요.”진서준은 휴대폰을 배낭에 넣었다.“뭐 좀 먹고 바로 수련 시작하자!”“응.”마트에서 산 물건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았다.날씨가 추워져서 음식이 상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지난번에 장도윤이 보낸 냉장고도 아직 여기 있다. 고기들은 바로 냉장고에 넣을 수 있다.그들이 뭘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어떤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 이곳은 금지 구역이라 외부인은 출입금지입니다!”이 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어디서 많이 들었던 목소리 같아서 익숙하다고 느꼈다.“저희야말로 그쪽이 누군지 묻고 싶네요. 여기는 우리의 구역입니다!”허윤진이 벌떡 일어나 저 멀리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향해 소리쳤다.진서준은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가 허윤진과 허사연을 지켰다.“저는 진서준이라고 합니다. 혹시 국안부 사람입니까?”방금 산에 오르기 전에 류재훈이 산에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었다.이 미스테리한 사람을 보고, 진서준은 이 사람이 바로 류재훈이 말한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진서준? 정말 왔구나!”여자는 기뻐하며 빠른 걸음으로 진서준을 향해 달려왔다.가까이 와서야 이 여자가 서지은이라는 것을 알았다.“지은 씨, 네가 왜 여기 있어?”진서준은 서지은이 여기서 자기를 기다릴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서광문 성격상 서지은이 여기 오도록 가만 놔두지 않았을 텐데 진서준은 이해하지 못했다.“당연히 널 기다리러 왔지! 네가 올 줄 알았어!”서지은은 달려들어 진서준을 한사코 껴안고 허사연과 허윤진이 있다는 것도 무시했다.허사연과 허윤진은 서지은이 서씨 가문의 딸인 것도 알고 있다.다만 서지은과 진서준의 사이가 이렇게 좋은지는 전혀 몰
그날 밤 서지은이 뱀독에 걸려 의식을 잃었었다.진서준이 서지은을 해독시킬 때, 그녀의 허벅지에 핏자국을 남겼다.서지은이 아마 그 핏자국을 보고 진서준이 자신과 그런 짓을 했다고 착각한 것 같다.그걸 깨달은 진서준은 즉시 설명했다.“지은 씨, 오해야. 그날 밤 내가 너를 해독시키려고 도와줬을 뿐이야.”“네 허벅지에 핏자국도 그때 생긴 거고.”보통 여자들이 그런 일을 처음 할 때 조금 아픈 게 정상이다.진서준과 허사연의 첫날 밤은 허사연이 무슨 약을 먹어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허사연이 다음날 깨어났을 때야 비로소 몸에 불편함을 느꼈다.“잘 생각해봐, 다음 날 깨어나서 몸에 이상한 느낌도 없었지?”서지은은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생각해 보니 정말 진서준과 말한 것과 같았다.다음날 일어났을 때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개운해졌다.설마 자신이 정말 진서준을 오해한 것일까?“서준 씨, 지어낸 말 아니지?”허사연이 진서준을 보며 물었다.“당연히 아니지! 맹세할게!”“내가 정말 서지은한테 무슨 짓을 했으면 벼락...”허사연은 얼른 손으로 진서준의 입을 막았다.“됐어. 맹세 안 해도 돼. 너 믿어.”허사연은 진서준이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그의 인품으로 설사 서지은을 정말 좋아한다 해도 서지은이 의식을 잃은 틈을 타서 그녀의 몸에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다.반대로 서지은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날 밤 이후로, 서지은이 자신을 진서준의 여자로 여겼다.이 모든 것이 착각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서지은은 고통스럽고 실망했다.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샘처럼 뚝뚝 떨어졌다.“왜 울어!”진서준은 또 멍해졌다.정상적인 반응은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닌가?“미안. 내가 착각했어... 앞으로 다시는 너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서지은은 울면서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달려서 하산했다.서지은의 우는 모습을 본 진서준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좋지 않았다.서지은과 운대산에서 열흘 넘게 함께 지내면서 진서
허윤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냥 서지은을 보내주면 좋다고 생각했다.그녀 한 명 없어서 허사연과 허윤진에게 좋은 점만 있고 나쁜 점은 없다.“윤진아, 서지은이 누구 집 딸인지 알지?”허사연이 물었다.“알아. 서씨 가문의 아가씨잖아.”허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서씨 가문의 소중한 아가씨야. 만약 그녀가 진서준 씨 곁에 있으면 진서준에 큰 도움이 될 거야.”허사연이 이어 설명했다.“우리 둘은 지금 진서준을 거의 돕지 못해!”“우리만 생각해서 진서준에 영향을 미치고 발목을 잡을 수 없잖아!”“진서준의 마음속에 우리의 자리가 조금이라도 있고, 우리를 버리지 않으면 천만다행이야.”허윤진은 멍해졌다.그녀는 자기 언니가 이렇게 넓게 생각했을 줄 몰랐다.“자! 수련하자!”허사연은 다리를 꼬고 앉아 아이스 권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모든 게 내 착각이었어!”서지은은 울면서 하산했다.눈물이 그녀의 시선을 흐리게 하여금 앞을 잘 볼 수 없게 됐다.갑자기 허공을 밟아서 균형을 잃고 앞을 향해 쓰러졌다.여기는 산길이고 바닥에는 온통 돌과 나뭇가지뿐이다.서지은은 눈을 감고 넘어져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있다.바로 그때 강력한 힘으로 서지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녀가 미처 반응도 못 한 사이에 어느 따뜻한 품에 안겼다.서지은은 깜짝 놀라 황급히 소리쳤다.“이거 놓으세요! 빨리요!”비록 서지은은 자신과 진서준의 그날 밤 일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았지만, 제2의 남자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그녀는 진서준과 함께 있지 못하더라도 다른 남자를 찾지 않을 것이다.“지은 씨, 나야!”진서준이 얼른 말했다.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이 진서준이라는 것을 본 서지은은 순간 조용해졌다.“너... 너가 왜 따라왔어. 빨리 놔줘. 네 여자친구가 보면 화낼 거야!”“사연 씨가 오라고 했어.”진서준은 사실대로 말했다.“뭐? 네 여자친구가 오라고 했다고?”서지은은 눈이 휘둥그레져 귀를 의심했다.“응. 일단 밑으로 데려다줄게.
서지은은 저녁까지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서광문 부부를 아주 초조하게 만들었다.“여보, 우리 지은이 도대체 왜 이래?”신해숙이 물었다.“나도 모르겠어. 오후에 돌아오자마자 혼자 방안에 가두고 안 나왔어.”“한참을 물어도 대답이 없어.”서광문은 답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집에 오기 전에 어디 갔는지 알아?”신해숙의 말을 듣자 서광문은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요 며칠 지은이가 운대산에 가서 진서준 기다린다고 했었지 않아?”“지은이 오늘 진서준이랑 만난 거 아니야? 아닐 텐데.”“우리 지은이 진서준과 만남을 계속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늘 만났으면 이렇게 기분 나쁘진 않았을걸?”서광문은 바로 오하늘을 불러왔다.“나리!”“당장 운대산 근처에 가서 진서준이 왔는지 확인해봐.”서광문이 명령했다.“네,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오하늘이 직접 운대산 근처에 가서 조사하기 시작했다.여러 골목의 CCTV를 조사한 결과, 진서준이 올 때 운전한 차량을 찾아냈다.그 후 공식적으로 더 조사를 해봤는데 차 주인이 진서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나리, 진서준의 차량이 운대산 아래에 있습니다. 운대산에 온 것으로 봅니다.”“운대산으로 사람을 보낼 필요가 있습니까?”지난번에 진서준이 서씨 가문을 망신시켰는데, 서씨 가문의 사람들은 진서준의 뼈를 갈길 생각도 있다.“역시 그 나쁜 자식이었어!”서광문은 홧김에 눈앞에 놓인 단향나무로 만든 장식품을 박살 냈다.“감히 내 딸을 건드려? 옛날 일까지 싹 다 돌려주마!”“가서 상림이랑 이한석을 데려와라.”상림은 사급 대종사이고 이한석은 오급 대종사이다.전에 진서준과 상림이 한 번 붙인 적도 있다.당시 진서준은 극도의 분노에 휩싸여 있어 상림을 연달아 실패하게 했다.지금 진서준과 상림이 붙으면 지는 확률이 낫고 이길 확률이 높을 것이다.게다가 이한석이라는 오급 대종사가 같이 간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서광문은 본인도 사급 대종사이다.상림과 이한석이 오자 서광문은 둘을 데리고 운대산으로 향했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류재훈은 이미 강남을 떠나 동부 국경으로 향했다.하지만 류재훈이 떠나기 전, 간호사를 따로 배정해 권해철을 돌보게 했다.진서준이 들어오자 권해철은 몹시 흥분을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반겼다.이전에 진서준이 이곳을 떠날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가짜 천기각 각주의 손에 죽을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니 권해철은 가슴에 걸려있던 돌을 내리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진 상경님...”권해철은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편히 누워 계세요. 오늘 저는 권 마스터님 부러진 뼈를 맞춰주러 왔어요.”진서준이 침대 옆으로 가서 권해철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진 상경님...”권해철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권 마스터님 상처는 저 때문에 입은 거잖아요. 제가 없었다면 권 마스터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권 마스터님에게 미안해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권해철이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다면 구지범도 굳이 권해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자, 시간이 촉박해요. 긴말은 필요 없고 이제 뼈를 맞춰줄게요.”말을 마친 후, 진서준은 침대 옆의 벨을 눌렀다.잠시 후, 몸매가 흐트러진 중년 여자 수간호사가 들어왔다.“뭐예요?”수간호사는 진서준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이분 옷을 벗겨주세요.”진서준이 정중하게 말했다.“당신은 손이 없나요?”수간호사는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수간호사가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의무 아닌가?그런데 그 의무를 우리가 너에게 빌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당신이 류재훈이 배정한 이분을 간호하는 간호사 맞죠?”“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을 지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무사하게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서지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응.”진서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신농산의 금지구역에 갇혀 그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 몸속의 독소도 진서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임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각각 약초 하나를 제공한 지금, 필요한 약초는 아직 일곱 가지가 남아 있었다.진서준은 이번 대한민국 무도 위기가 해소된 후, 서남쪽 성약당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어쩌면 성약당에서 필요한 약초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준아...”서지은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진서준의 이름을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달빛을 받으며 품에 안은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숨결이 조금 가빠졌다.“응...”얼굴이 붉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정자 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이미 서광문이 명령해 철수한 상태였다.이제 주위 백 미터에는 진서준과 서지은만 남았다.순간, 분위기는 매우 애틋해졌다....경성, 국안부.진서훈은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았다.진서훈 외에도 천자진군 송경식이 경성에 있었다.두 사람은 해외의 악당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진 장군님 집안 손자 성장 속도가 좀 놀랍더군요.”송경식이 진서훈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요한의 자식이니까 재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창욱 어르신이 3년 동안 정성스레 교육했으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거지요.”진서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번 용멸 계획 중에 많은 해외 무인들이 호시탐탐 그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정말 변경에 보내 전투에 참여시키는 겁니까?”송경식이 탁자 위의 차가운 차를 집어 들자 2초도 안 돼서 차가 김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서훈은 송
이번 해외 강자들이 대한민국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건 절호의 기회였다.만약 진서준이 이번 용멸 계획에서 큰 공을 세운다면 서광문이 언급한 전용 권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하는 해외 강자는 결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국안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참여한 해외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강자였다.대한민국 국안부의 종사 수는 본래 많지 않은 데다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사람은 더욱 적었다.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안부는 산이나 농촌에 은거하고 있는 구시대 종사를 여러 명 초청했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 내의 종사들은 거의 출동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 가문 내 종사가 출동한 틈을 타서 다른 세가에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왕안석과 이한석이 아직 서씨 가문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의 대종사도 물론 출동하지 않았다.나라가 없으면 가정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적어도 서광문은 그렇게 할 수 없다.서광문은 자기 가족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서지은은 진서준을 데리고 자택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었다.잠시 후, 서지은과 진서준은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정자에 앉았다.“서준아, 넌 아빠가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명분 따윈 없어도 괜찮아.”서지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대다수 여성은 감성이 뛰어난 동물이다.여자 서지은은 일반 여성보다 더더욱 감성적이었다.서지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권력이나 재물을 추구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서지은이 원하는 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단순한 행복은 서지은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좋아, 나도 더 이상 널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게, 건가 잘 챙기고 이 전투에서 죽지 않도록 해.”전화를 끊고 난 후, 진서준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서준아, 얼른 밥 먹어.”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손짓했다.“알았어, 곧 갈게.”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서지은의 옆에 앉았다.진서준이 식탁에 앉자 서광문 가족이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이전에는 서광문이 서지은의 체면을 고려해 진서준에게 평온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진서준에게 약간의 경외심이 생겼다.만난 지 겨우 석 달 만에 단 일격으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처치했으니 1년이 더 지나면 서씨 가문은 이 용존 앞에서 진짜 하찮은 가족에 불과할 것 같았다.“진서준,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서광문이 물었다.진서준은 서지은이 집어준 그릇 안의 고기를 먹은 후 담담하게 대답했다.“용멸 계획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국경으로 갈 생각입니다.”서광문은 그 대답에 한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인상을 풀었다.진서준이 오늘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만약 해외 강자와 맞닥뜨려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건 모든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진서준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서광문은 자연스럽게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우리 서씨 가문에서 도와줄 건 없어?”서광문이 진서준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이 약재들, 서씨 가문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진서라의 체내 독소 치료에 필요한 약재 리스트를 꺼냈다.그중 하나는 임씨 가문 가주가 진서준이 떠나기 전에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서광문이 대충 훑어보더니 마지막 약재를 보았을 때, 시선이 그 약재에 고정되었다.“그래, 이 약재는 네게 주지. 우리 서씨 가문에 두어도 큰 의미가 없으니까.”서광문이 집사에게 손짓했다.“가서 얼른 이 약재 가져와.”오하늘이 위에 적힌 약재를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저기... 가주님, 이 약재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