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도 추측일 뿐이고, 사실인지 아닌지는 연말에 경성에 가면 알 수 있다.“진서준, 자?”허사연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아직, 무슨 일이야?”진서준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허사연을 쳐다보았다.허사연은 오후에 허씨 가문에 돌아가서 옷을 많이 가져왔다.지금은 검은색 슬립을 입고 있었다.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진서준의 눈을 사로잡았다.벌써 11월이 되었고, 날씨도 점점 추워진다.빌라에 난방이 되어있어서 옷을 입지 않아도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사귀는 사이인데 여기 안 오면 어디 가 있어?”허사연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진서연 옆에 누웠다.진서연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놀리는 듯 얘기했다.“어젯밤 일 다 잊었는데.”허사연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다시 복습하고 싶어?”“그래도 돼?”“나한테 묻지 말고, 네가 원하면 내가 거절할 여지가 있겠어?”잠시 후 방안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허사연은 옆방에 있는 사람이 듣지 못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억제했다.한바탕 끝난 후, 허사연은 진서준의 가슴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기분은 좀 나아졌어?”“많이 좋아졌어.”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사연을 두 손으로 꼭 껴안았다.“그럼 됐어. 네가 말한 아홉 가지 영약을 모두 찾아서, 진서라 병을 뿌리까지 고쳐야지!”허사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진서준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아침, 그들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금운을 향해 달려갔다.이번 차는 공간이 충분해서, 진서준이 운전기사를 맡았다.반나절을 달려 진서준과 허사연 허윤진 자매는 금운을 다시 찾아왔다.전에 진서준은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결혼식일 난장판으로 해서 두 집안의 체면을 바닥까지 구겼다.그 사건 이후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은 오히려 조용해지고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이는 다른 사람들을 매우 의아하게 만들었다. 사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다.그날 진서훈이 직접 금운을 찾아와 경고했기 때문이다.현천 진군이라는 호국
류재훈이 그렇게 비밀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고 진서준은 더욱 궁금해졌다.호국 장군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그런데 호국 장군이 자신이 오늘 운대산에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진서준은 류재훈과 작별 인사를 하고 허사연과 허윤진을 데리고 산으로 향했다.운대산의 영맥은 진서준이 장악하고 있어 산속의 풀과 나무를 모두 통제할 수 있었다.운대산 전체가 진서준 신체 일부에 해당한다.원래 울퉁불퉁하던 산길이 지금은 매우 걷기 편해졌다.허사연과 허윤진 두 사람은 산속에 들어서자마자 산속의 웅장한 기운을 느꼈다.“진서준 씨, 여기 영기가 장난 아니네요.”허사연은 심호흡하면서 감탄했다.“언니, 여기서 한 달 넘게 수련하고 나오면 종사님들이랑 붙을 수 있을 것 같은데.”허윤진이 감격하며 말했다.진서준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종사님하고 붙는다고요? 종사님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니에요?”“종사까지 되는 데는 선천적인 재능도 필요하고 실전 경험도 많아야 해요.”“둘 다 저랑 같이 수선법문을 수련하는 거지만, 그 간의 차이는 수선법으로도 메울 수 없어요. 알겠어요?”흥에 겨워 있던 허윤진은 순간 기가 눌렸다.장서준이 일부러 허윤진에게 타격을 주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사실을 알릴 뿐이다.진서준이 창욱 어르신을 따라 3년이나 수련해 왔다.3년 동안, 그는 창욱 어르신과 수천 번 이상 다퉈왔다.실전 경험으로 말하자면, 그 무도 종사들은 모두 진서준보다 못하다.진서준이 감옥에서 나온 후 무도 종사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그럼 언니가 무도 종사랑 비기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허윤진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재능은 둘 다 비슷비슷하죠. 사연 씨는 빙정체고, 윤진 씨는 화령체잖아요. 둘의 체질이 보통사람들과 달라서 수련 속도도 남들보다 더 빠르긴 하죠.”“이번 기회에 둘이 운대산에서 수련하면서 저도 많이 가르쳐 줄게요.”“힘든 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내년 3월까지 종사님과 비길 수 있을지도 몰라요.”이 두 자매의 몸이
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지금 사회에 휴대폰과 인터넷은 일반인들에게 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하루 정도 굶을 수 있지만, 휴대폰을 하루 동안 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수련하러 온 것이지 여행하러 온 게 아니에요.”허윤진은 눈을 뒤집고 말했다.“휴대폰 줄 테니까 보관해주세요!”“그래요.”진서준은 휴대폰을 배낭에 넣었다.“뭐 좀 먹고 바로 수련 시작하자!”“응.”마트에서 산 물건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았다.날씨가 추워져서 음식이 상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지난번에 장도윤이 보낸 냉장고도 아직 여기 있다. 고기들은 바로 냉장고에 넣을 수 있다.그들이 뭘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어떤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 이곳은 금지 구역이라 외부인은 출입금지입니다!”이 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어디서 많이 들었던 목소리 같아서 익숙하다고 느꼈다.“저희야말로 그쪽이 누군지 묻고 싶네요. 여기는 우리의 구역입니다!”허윤진이 벌떡 일어나 저 멀리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향해 소리쳤다.진서준은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가 허윤진과 허사연을 지켰다.“저는 진서준이라고 합니다. 혹시 국안부 사람입니까?”방금 산에 오르기 전에 류재훈이 산에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었다.이 미스테리한 사람을 보고, 진서준은 이 사람이 바로 류재훈이 말한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진서준? 정말 왔구나!”여자는 기뻐하며 빠른 걸음으로 진서준을 향해 달려왔다.가까이 와서야 이 여자가 서지은이라는 것을 알았다.“지은 씨, 네가 왜 여기 있어?”진서준은 서지은이 여기서 자기를 기다릴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서광문 성격상 서지은이 여기 오도록 가만 놔두지 않았을 텐데 진서준은 이해하지 못했다.“당연히 널 기다리러 왔지! 네가 올 줄 알았어!”서지은은 달려들어 진서준을 한사코 껴안고 허사연과 허윤진이 있다는 것도 무시했다.허사연과 허윤진은 서지은이 서씨 가문의 딸인 것도 알고 있다.다만 서지은과 진서준의 사이가 이렇게 좋은지는 전혀 몰
“진서준 씨, 모범수로 조기 석방되었습니다.”높은 담장 밖엔 잡초가 무성하고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진서준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먼 곳을 바라봤다. 두 눈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감옥에 있는 3년 동안 엄마랑 서라는 잘 있나 모르겠네.”감옥에 갇힌 3년 동안 엄마와 여동생은 단 한 번도 그를 면회하러 오지 않았다. 이에 진서준은 걱정이 스치기 마련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서준은 헝겊을 가득 꿰맨 가방에서 편지 한 통 꺼냈다.편지봉투를 열자 안에는 쪽지와 ‘천기각’이라고 새겨진 옥패 한 개가 들어 있었다.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옥패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아마 가장 좋은 화씨 옥으로 조각한 듯싶다.진서준은 옥패를 허리춤에 차고 쪽지를 펼쳐보았는데 단 두 문장만 적혀 있었다.「서준아, 넌 앞으로 천기각의 주인이고 이 옥패가 바로 그 증표야.」「내년 3월 꽃 필 무렵에 옥패를 가지고 신농산에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다.」이건 진서준이 출소 전에 감방 동기 구창욱 어르신께 받은 편지이다.구창욱 어르신은 종일 신경질적이어서 감방에 아무도 그와 얘기 나누려는 자가 없다. 오직 진서준만 별일 없을 때 어르신을 찾아와 얘기를 나눈다.어르신은 매일 자신이 천기각 주인이라고 허풍을 치셨다. 천문학과 지리학을 꿰뚫고 의술도 뛰어나다고 하셨다.진서준은 애초에 어르신이 자신을 속이는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어르신을 따라 무술을 연마하고 온갖 기이한 것들을 배우면서 조금씩 어르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3년 동안 진서준은 많은 재능을 습득했다.이젠 그의 두 손으로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감옥에 들어온 이유는 바야흐로 3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3년 전 진서준은 여자 친구 유지수와 함께 갓 졸업하고 같은 회사에 들어갔다.어느 한 비즈니스 미팅에서 이지성이라는 바이어가 유지수를 탐내면서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고 제안했다.진서준은 한창 젊고 패기가 넘쳐 술병을 번쩍 들더니 이지성의 얼굴에 가차 없이 내리쳤다.결국...
유지수가 이지성에게 시집갔다고?본인은 그녈 위해 감방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정작 유지수는 원수 놈에게 시집갔단 말인가?진서준의 두 손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고 눈가에 살의가 굳었다.조희선은 손으로 가볍게 얼굴의 흉터를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돈을 모으기 위해 그녀는 유지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그녀는 집에 돈이 없다는 핑계로 일전 한 푼 내놓지 않았고 심지어 조희선에게 고액 연봉의 일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그 당시 조희선은 그녀에게 엄청 고마워하기까지 했다!하지만 정작 유지수가 소개한 직장에 와 보니 그녀를 기다리는 건 배불뚝이가 된 몇몇 중년 남성들이었다.조희선은 일이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도망치려 했지만 상대가 그녀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절망의 끝자락에 다다른 조희선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제 얼굴을 그었다.그녀의 얼굴에 난 험상궂은 긴 흉터에 놈들은 분노가 차올라 그녀의 양쪽 다리를 부러뜨리고 길바닥에 내던졌다.진서라가 퇴근하고 마침 그 길을 지나며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조희선은 일찌감치 죽었을 것이다!“이런 짐승만도 못한 것들. 내가 조만간 아작을 내고 말겠어. 죽지 못해 사는 고통이 뭔지 보여줄게!”진서준은 이마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주먹으로 양철 벽에 구멍을 냈다.조희선은 연신 머리를 내저으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준아, 이제 막 나왔는데 또 싸워서 들어가면 어떡해! 일자리 구해서 열심히 일해. 더는 사고 치지 말고.”진서준은 손등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온몸의 뼈마디가 으스러질 것처럼 울화가 치밀었다.“그래도 이건 도저히 못 참겠어요!”이때 거친 목소리가 집 밖에서 들려왔다.“할망구, 돈 갚아야지!”순간 조희선의 수척해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극도로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진서준이 미간을 구기고 나가려 하자 조희선이 재빨리 그를 잡아당겼다.“서준아, 너 여기서 꼼짝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조희선의 애원하는 눈빛에 진서준은 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진서준은 엄마를 보더니 몸에 스친 살의가 일찌감치 사라졌다.“엄마, 내가 감방에서 아주 대단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이 내게 무술과 의술을 가르쳐줬어요. 엄마 얼굴에 난 상처랑 부러진 다리까지 전부 치료해 드릴게요.”가슴이 움찔거렸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런 마음을 지닌 건 고맙지만 엄마는 네가 참 걱정이구나! 절대 두 번 다시 사고 치지 말아. 일자리 찾아서 이씨 일가에 진 빚을 다 갚고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꾸나.”진서준이 엄마를 다독이며 대답했다.“네, 엄마 말 들을게요. 지금 바로 나가서 일자리 찾아볼게요.”“그래, 일찍 돌아오너라. 이따가 서라한테 전화해서 퇴근하고 올 때 너 먹일 영양제 좀 사 오라고 해야겠어.”조희선은 마음속에 어렴풋이 희망이 생겨났다.집을 나선 진서준은 깊은 눈동자 속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지난날의 피맺힌 원한을 오늘 반드시 백 배로 갚게 해 줄 거야!’...“아빠, 조금만 버텨요. 병원 거의 다 왔어요! 언니, 좀 더 빨리 몰아!”창백한 얼굴에 겨우 숨을 몰아쉬는 아빠를 보며 허윤진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울지 마, 윤진아. 아빠 괜찮아.”허성태가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콰당!전력 질주하던 마이바흐가 갑자기 급정거했고 뒤에 앉은 허성태 부녀가 화들짝 놀랐다.허윤진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언니, 왜 갑자기 급정거해?”운전하던 허사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허둥지둥 차 문을 열었다.“나 사람 쳤어!”“뭐?”허 씨네 세 부녀가 함께 차에서 내렸다.진서준은 안 그래도 화가 나 있었는데 차에 부딪히기까지 하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운전 어떻게 하는 거야? 똑바로 못 해?!”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병원 모시고 가서 검사시켜 드릴까요?”허사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에 진서준은 분노가 많이 가라앉았다.한편 뒤에 서 있는 허윤진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언니, 이딴 사람에게 왜
두 자매가 아무리 의술을 몰라도 아빠의 혈색으로 보아 확실히 병세를 진정시켜 주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눈앞의 이 미쳐 날뛴 소년이 구해주었다!허성태가 비스듬히 눈을 떴다. 가슴에 꽉 막혔던 그 기운도 말끔히 사라졌다.“아빠, 괜찮으세요?”허윤진이 감격에 겨워하며 물었다.“괜찮아. 아까보다 몸이 훨씬 개운해진 것 같구나.”허성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꼼꼼한 허사연은 아빠 몸에 꽂은 은침을 아직 빼내지 않았다는 걸 바로 발견했다.그녀가 막 빼내려 할 때 진서준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움직이지 말아요! 지금 잠시 아버님 병세를 진정시켜 드렸을 뿐이에요. 침은 아직 빼면 안 돼요.”일곱 개의 은침은 북두칠성 모양으로 허성태의 몸에 꽂혀 있었다.이것은 청하13침 중의 일곱 번째 침, 이름하여 연명침이다!허성태가 두 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감격에 겨운 눈길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살려줘서 고맙네 젊은이!”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따님께서 제 부탁을 들어줘서 아버님을 구해드린 겁니다.”허사연과 허윤진은 진서준이 방금 말한 그 일이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 중 한 명만 진서준과 결혼하면 그녀들도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뜻밖에도 둘 다 시집가게 생겼으니 차오르는 수치심은 어쩔 수가 없었다.“그래? 무슨 부탁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허성태가 의아한 듯 물었다.그는 방금 혼미 상태에 빠져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아버님을 구해드리면 제게 20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진서준이 말했다.이건 허윤진이 방금 꺼낸 얘기이다.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하는 건 단지 오만한 허윤진을 처벌하기 위한 진서준의 장난일 뿐이다.설사 결혼한다고 해도 허사연처럼 온화하고 착한 언니와 결혼하겠지.진서준이 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해야 한다는 일을 언급하지 않자 그제야 허사연 자매도 본인들이 놀림을 당했다는 걸 알아챘다.안도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허윤진은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우리 두 자매가 설마
“그 파렴치한 년과 결혼을 안 했으니 망정이지!”진서준이 싸늘한 눈길로 말을 내뱉었다.“안 그러면 당신들 같은 집구석에 걸려들었을 거잖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꿈에 나올까 봐 두렵네.”유건우는 바닥에서 일어났는데 입이 삐뚤어 바보 꼴이 되었다.“감히 날 때려? 매형에게 이를 거야. 너 또 감방에 처넣을 거라고!”그는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게졌다.진서준의 눈 밑에 차가운 한기가 감돌았다.“어디 한번 해보시던가! 내가 이미 나왔으니 이지성과의 원한은 반드시 결판을 낼 거야!”말을 마친 진서준은 몸을 홱 돌리고 계단을 내려갔다.이제 막 오션 호텔로 출발하려 할 때 주머니 속의 옛날 폰이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허사연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 씨, 얼른 병원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빠가 위급해요!”“또 위독해지셨어요?”진서준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그는 청하13침 중의 전 일곱 침으로 허성태의 병세를 안정시켰고 은침을 뽑지 않아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지금 위급하다는 건 누군가가 허성태의 은침을 건드렸다는 뜻이다.“지금 어느 병원이죠?”진서준이 물었다.“서울 병원에 있어요. 얼른 와보세요, 얼른요!”전화를 끊은 후 허사연은 병실로 돌아가 낯빛이 창백한 아빠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허윤진의 예쁘장한 얼굴도 사색이 되었고 두 눈에 두려움으로 휩싸였다.허성태가 이렇게 된 건 오롯이 허윤진이 설쳐댔기 때문이다.병원에 도착한 후 허사연은 화장실에 다녀왔다.그녀가 화장실로 간 틈을 타 허윤진이 아빠의 몸에 꽂은 은침을 보더니 또다시 진서준의 당부와 그 거만한 자태가 떠올라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그녀는 몰래 은침 한 개를 뺐는데 아빠의 상태가 급격히 저하됐다.허윤진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병원 의사들도 이 상황을 보더니 전부 속수무책이었다.허사연 자매가 착잡해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병실로 들어왔다.“서준 씨!”허사연이 재빨리 앞으로 마중 가며 진서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차가운 섬섬옥수에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