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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작가: 무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21 19:00:00
진서라가 김연아를 보며 말했다.

별장은 한쪽 벽만 남겨놓고 다 무너져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김연아는 진서라와 함께 힘을 합쳐 진서준을 부축했다.

“큰일 났어요, 서준 씨. 우리 언니 좀 봐주세요!”

그 순간, 허윤진이 크게 소리치며 달려왔다.

그녀는 허사연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체온은 아까보다 훨씬 뜨거웠고 허사연의 온몸이 불에 달궈진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

“얼른. 나한테 업혀!”

진서준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그는 진서라와 김연아의 도움으로 허사연의 앞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사연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

“방금 그 영감탱이가 발정 약을 먹였거든요...”

허윤진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뭐라고요?”

진서준의 분노가 다시 끓어올랐다.

주먹 한 방으로 박만년을 쉽게 보내준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진서준은 허사연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그녀의 몸은 끓는 물처럼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빨리 사연이 옆집으로 옮겨요!”

허윤진은 그 말에 망설임 없이 허사연을 업고 별장으로 달려갔다.

“이제 어떻게 하죠?”

옆 별장에 도착하자 허윤진이 진서준에게 물었다.

“저도 지금 남은 영기가 얼마 없어요. 사연이를 구하기 위해선 그 방법 하나예요.”

진서준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무슨 방법인데요?”

“그... 짓을 하는 거요...”

지금 진서준은 매우 지쳐있었다. 지금 남은 영기만으로는 허사연의 몸 안에 있는 사악한 불길을 내보낼 수 없었다.

허윤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더니 말했다.

“그럼 빨리해요!”

어차피 허사연과 진서준은 언젠가 그런 짓을 할 사이였다.

다만 그 기일이 조금 앞당겨 졌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이건 허사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일이었다.

“우선 사연이부터 침실로 옮겨. 나도 일단 쉴 테니까.”

진서준이 말했다.

방금 혈용권을 사용한 진서준은 이미 탈진 상태였다.

그에게는 잠시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 최대한 서둘러요. 시간 더 지체했다간 우리 언니 죽어요!”

허윤진은 진서준을 재촉하며 허사연을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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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깼어?”진서준을 바라보는 허사연의 눈빛은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어젯밤, 두 사람은 결국 마지막 단계까지 다다랐순간까지 뜨겁게 불을 지폈다.비록 허사연은 약효에 영향을 받아약기운 때문에 머리가 좀 흐릿했어지러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젯밤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에 깨어났을 때,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이 성공적으로 경지를 돌파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윤진 씨가 방금 나 부르지 않았어?”진서준이 물었다.“응.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들어오라고 할까?”허사연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 우리 둘이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있는데 들어오게 한다고?”진서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허사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지금 그와 허사연은 벌거벗은 채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데, 고작 얇은 여름 이불 하나에 의지해 몸을 가리고 있었다.이불도 아주 얇은 여름 이불에 불과했기에 완전히 몸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다.이불 하나로는 그들의 중요한 부위를 가릴 수밖에 없다.그런데 만약 허윤진이 지금 들어온다면 그대로 거품 물고 쓰러지지 않을까...“그게 뭐 어때서? 우리 전에 목욕도 같이한 사이인데? 그리고 앞으로 윤진이랑도 이런 짓을 해야 할 텐데 그렇게 부끄러워하면 어떡해?”허사연이 반박했다.꼴깍...진서준은 마른 침을 삼키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전에 허윤진은 허사연과 함께 그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그런데 허윤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진서준은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허사연이 또 직접 이 말을 했으니 진서준도 더 이상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새 사람 만났다고 나 버리면 안 돼. 만약 나랑 아흔하고 날 버린다면 우리는 절대 서준 널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허사연은 진서준의 가슴팍을 깨물어 키스 마크를 남기며 으름장을 놓았다.“아니야. 내가 어떻게 널 버릴 수 있겠어?”진서준이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맹세했다.“나 진서준은 하늘에 맹세한다.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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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910화

    “어제 박만년과 격투를 싸우다가 벌이다가 옷이 전부 찢어져서요. ”“그리고 바지는라면 사연이가 찢었...”직접 말하자니 더욱 부끄러워져 진서준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어? 그럼 형부 지금 아무것도 안 입은 거예요?”허윤진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진서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녀의 말은 진서준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빨리 옷이나 가지러 가요!”“네,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줘요.”허윤진은 그대로 진서준의 방으로 가 옷 한 벌을 가져와 주었다.“우리 언니는요? 옷 안 필요하대요?”“아쉽지만 제 별장에는 언니 옷이 없어서요. 근데 정이가 전에 여기 살면서 남겨뒀던 옷이 있으니까 언니도 입을 수 있을 거예요.”잠시 생각에 잠긴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이 별장은 진서준이 혼자 살던 별장이었지만 나중에는 유정과 고한영도 한동안 머무르게 되었었다.“윤진아, 나도 서준 씨 옷으로 부탁해. 다른 사람 옷은 입기 싫어서 그래.”먼 곳에서 허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은 허사연보다 훨씬 큰 키를 갖고 있었던 탓에 허사연은 진서준의 옷도 모두 입을 수 있었다.곧 허윤진은 그녀의 말대로 진서준의 옷 한 벌을 더 챙겨왔다.“고마워요.”옷을 받은 진서준은 대충 감사 인사를 전하고 서둘러 문을 닫아버렸다.이후 두 사람은 각자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이윽고 옷을 다 챙겨입은 진서준은 허윤진이 허사연에게 겨우 운동복 한 벌만 가져다줬다는 것을 발견했다.트레이닝복은 원래 헐렁한 데다가 속옷도 입지 않은 허사연이 입으니 걸을 때마다 묵직하고 말랑한 무언가가 걷잡을 수 없이 출렁거렸다.진서준의 눈길도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향했다.“뭘 봐.”허사연이 짓궂은 눈빛으로 진서준을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어젯밤에 충분히 많이 만졌잖아.”얼굴이 화끈 달아오른얼굴이 화악 달아오른 진서준은 어색해진 분위기에 겸연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자, 이제 씻고 와. 점심 먹을 시간이잖아.”그렇게 두 사람은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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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준은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자기가 금운에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다.“오늘은 좀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자!”진서준은 아직 몸이 덜 회복됐다고 느꼈다.어제 박만년이랑 그렇게 싸우고, 허사연을 위해 해독약까지 찾아다녔었다.저녁에 아우디 차 한 대가 진서준의 집 앞에 멈춰 섰다.곧이어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한 여자가 차에서 내려 초인종을 눌렀다.“누구세요?”허윤진이 나가서 문을 열었다.문을 열고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보더니 허윤진의 눈에 분노가 떠올랐다.“부끄러운 줄도 모르네. 네가 무슨 염치로 여길 와!”“내가 안 오고 진서라가 죽으면 네가 책임이라도 질 거야?”유지수는 허윤진의 말에 전혀 연연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정말 염치라는 게 없는 사람이구나!”허윤진은 유지수를 차갑게 째려보더니 마지못해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했다.유지수가 오는 것을 본 진서준의 눈에 차가운 눈빛이 돌았다.“왜 그렇게 쳐다봐? 안 반가워?”유지수는 아예 진서준 맞은편 소파에 앉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약만 꺼내고 가!”진서준은 차갑게 대했다.“그렇게 매몰차게 굴지 말고 적어도 음식 대접을 해주고 가라고 해야지.”유지수는 가련한 모습을 드러냈다.그러나 그녀의 이런 모습은 진서준의 동정심은커녕 오히려 더욱 싫어하고 역겨웠다.꼼수가 많고 이기적이다.진서준이 유지수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다.지난번에 고양시에서 왕우림이 진서준에 어떤 사람이 천기각의 각주로 속였다고 말했었다.유지수를 찾아가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녀가 도망쳤다.그러나 진서준은 그가 유지수에게 그 가짜 각주에 관해 물어도 말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다.“우리 집은 당신을 환영하지 않으니 빨리 나가.”허사연이 차갑게 말했다.유지수에 대해 허사연도 호감이 전혀 가지 않고 뼛속 깊이 미워한다.진서준이 유지수를 위해 감옥까지 들어갔는데,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지성과 결혼을 해서 아들까지 낳았다.이런 뼛속까지 나쁜 여자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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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912화

    진서준도 유지수가 갑자기 티테이블에 다리를 올려놓을 줄은 몰랐다.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치마 밑을 다 보았다.“뭐 하는 거야? 내 남자를 유혹하려는 거야?”허사연은 순간 화가 나서 다급히 손으로 진서준의 눈을 가렸다.진서준은 고개를 돌려 화가 나서 말했다.“유지수, 주의 좀 해라.”“내가 뭐 했다고? 난 그냥 다리가 좀 저려서 다리를 올려놓았을 뿐이야.”유지수는 아주 억울한 척했다.“이 파렴치한 인간아!”허윤진은 유지수를 벌거벗은 채 거리에 버리고 싶었다.“자기 언니랑 한 남자를 두고 다투는데, 우리 둘 중 누가 더 파렴치한 인간일까?”유지수가 되려 허윤진에게 칼날을 날렸다.허윤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했다.“무슨 헛소리야!”“네가 진서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나 본데, 누가 진서준을 좋아하는지 한눈에 알아!”유지수는 가볍게 웃었다.일찍이 고양시에서 유지수는 허윤진이 진서준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우리 둘 다 진서준에 시집갈 거야. 할 말 남았어?”허사연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유지수는 허사연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그녀가 보기에 허사연은 매우 보수적인 여자고, 자신의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친동생도 제외할 것도 없다.인제 보니, 유지수는 자신이 허사연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아니면, 진서준의 매력을 과소평가한 게 아닌지 싶다.허사연과 같은 여자가 진서준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은 진서준의 매력을 충분히 설명해준다.“자매가 동시에 한 남자를 좋아하다니. 진서준 참 재밌게 사네.”유지수는 시큰둥하게 한마디 했다.“닥쳐. 여기 남아서 밥이나 얻어먹고 싶으면 입 다물어!”진서준은 정색하고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 입 다물게.”유지수는 다리를 내리고 소파에 옆으로 누웠다.그녀의 치마 네크라인이 높은 편이 아니다.그런 자세로 누우면 가슴라인이 다 보인다.‘이 여자, 속옷도 안 입고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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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친 유지수는 단약 한 알을 꺼내 진서라에게 건넸다.진서준은 진서라에게 눈짓을 하며 일단 먹지 말라고 했다.단약을 받고 진서준이 단약의 성분을 통해 유지수가 진서라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다.진서라는 진서준의 눈빛을 읽고 단약을 받아서 바로 복용하지 않았다.“참, 진서준. 운대산의 그 영맥에 날 언제 데려갈 거야?”유지수가 진서준을 보며 물었다.진서준은 순간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유지수가 어떻게 운대산 영맥에 대해 알았을까?유씨 가문에서 들은 건가?지금 국내의 몇몇 가문들은 모두 운대산에 영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그 영맥은 지금 국안부 사람들이 지키고 있어, 아무도 감히 올라가서 점령할 수 없다.전에 진서준의 가족을 잘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었고, 이건 국안부가 진서준에 대한 보상이다.조희선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몰래 끌려갔다.“가서 뭐하게?”진서준이 불쾌하며 말했다.“수련하러 가지! 네가 나랑 운대산에서 단둘이 뭘 하겠다고 해도 불가능한 것도 없지.”유지수는 입술을 오물이고 매혹적인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한테 떨어져!”허윤진은 유지수와 진서준 앞을 막아서며 어미가 자식을 보호하는 것처럼 진서준을 지켜줬다.유지수는 웃으며 뒤로 두 발짝 물러섰다.“하루빨리 대종사가 돼야 진서라의 독도 빨리 풀릴 수 있어.”“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일이 생겨 제때 해독약을 주지 못하면, 진서라 장례를 차려야 할걸.”말을 마치자 유지수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그녀가 떠난 후, 진서라는 유지수가 준 단약을 꺼냈다.진서준이 받아 코앞에 놓고 냄새를 맡았다.그러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이 단약에 포함된 약재가 반이 영약이기 때문이다.이렇게 많은 영약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성약당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그 몇 안 되는 최고 가문뿐이다.게다가 이 단약은 진서라 체내 독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련에도 좋은 약재들로 가득했다.도대체 진서라를 모함하려고 하는 건지, 돕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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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것도 추측일 뿐이고, 사실인지 아닌지는 연말에 경성에 가면 알 수 있다.“진서준, 자?”허사연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아직, 무슨 일이야?”진서준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허사연을 쳐다보았다.허사연은 오후에 허씨 가문에 돌아가서 옷을 많이 가져왔다.지금은 검은색 슬립을 입고 있었다.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진서준의 눈을 사로잡았다.벌써 11월이 되었고, 날씨도 점점 추워진다.빌라에 난방이 되어있어서 옷을 입지 않아도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사귀는 사이인데 여기 안 오면 어디 가 있어?”허사연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진서연 옆에 누웠다.진서연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놀리는 듯 얘기했다.“어젯밤 일 다 잊었는데.”허사연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다시 복습하고 싶어?”“그래도 돼?”“나한테 묻지 말고, 네가 원하면 내가 거절할 여지가 있겠어?”잠시 후 방안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허사연은 옆방에 있는 사람이 듣지 못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억제했다.한바탕 끝난 후, 허사연은 진서준의 가슴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기분은 좀 나아졌어?”“많이 좋아졌어.”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사연을 두 손으로 꼭 껴안았다.“그럼 됐어. 네가 말한 아홉 가지 영약을 모두 찾아서, 진서라 병을 뿌리까지 고쳐야지!”허사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진서준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아침, 그들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금운을 향해 달려갔다.이번 차는 공간이 충분해서, 진서준이 운전기사를 맡았다.반나절을 달려 진서준과 허사연 허윤진 자매는 금운을 다시 찾아왔다.전에 진서준은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결혼식일 난장판으로 해서 두 집안의 체면을 바닥까지 구겼다.그 사건 이후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은 오히려 조용해지고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이는 다른 사람들을 매우 의아하게 만들었다. 사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다.그날 진서훈이 직접 금운을 찾아와 경고했기 때문이다.현천 진군이라는 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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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재훈이 그렇게 비밀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고 진서준은 더욱 궁금해졌다.호국 장군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그런데 호국 장군이 자신이 오늘 운대산에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진서준은 류재훈과 작별 인사를 하고 허사연과 허윤진을 데리고 산으로 향했다.운대산의 영맥은 진서준이 장악하고 있어 산속의 풀과 나무를 모두 통제할 수 있었다.운대산 전체가 진서준 신체 일부에 해당한다.원래 울퉁불퉁하던 산길이 지금은 매우 걷기 편해졌다.허사연과 허윤진 두 사람은 산속에 들어서자마자 산속의 웅장한 기운을 느꼈다.“진서준 씨, 여기 영기가 장난 아니네요.”허사연은 심호흡하면서 감탄했다.“언니, 여기서 한 달 넘게 수련하고 나오면 종사님들이랑 붙을 수 있을 것 같은데.”허윤진이 감격하며 말했다.진서준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종사님하고 붙는다고요? 종사님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니에요?”“종사까지 되는 데는 선천적인 재능도 필요하고 실전 경험도 많아야 해요.”“둘 다 저랑 같이 수선법문을 수련하는 거지만, 그 간의 차이는 수선법으로도 메울 수 없어요. 알겠어요?”흥에 겨워 있던 허윤진은 순간 기가 눌렸다.장서준이 일부러 허윤진에게 타격을 주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사실을 알릴 뿐이다.진서준이 창욱 어르신을 따라 3년이나 수련해 왔다.3년 동안, 그는 창욱 어르신과 수천 번 이상 다퉈왔다.실전 경험으로 말하자면, 그 무도 종사들은 모두 진서준보다 못하다.진서준이 감옥에서 나온 후 무도 종사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그럼 언니가 무도 종사랑 비기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허윤진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재능은 둘 다 비슷비슷하죠. 사연 씨는 빙정체고, 윤진 씨는 화령체잖아요. 둘의 체질이 보통사람들과 달라서 수련 속도도 남들보다 더 빠르긴 하죠.”“이번 기회에 둘이 운대산에서 수련하면서 저도 많이 가르쳐 줄게요.”“힘든 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내년 3월까지 종사님과 비길 수 있을지도 몰라요.”이 두 자매의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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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916화

    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지금 사회에 휴대폰과 인터넷은 일반인들에게 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하루 정도 굶을 수 있지만, 휴대폰을 하루 동안 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수련하러 온 것이지 여행하러 온 게 아니에요.”허윤진은 눈을 뒤집고 말했다.“휴대폰 줄 테니까 보관해주세요!”“그래요.”진서준은 휴대폰을 배낭에 넣었다.“뭐 좀 먹고 바로 수련 시작하자!”“응.”마트에서 산 물건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았다.날씨가 추워져서 음식이 상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지난번에 장도윤이 보낸 냉장고도 아직 여기 있다. 고기들은 바로 냉장고에 넣을 수 있다.그들이 뭘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어떤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 이곳은 금지 구역이라 외부인은 출입금지입니다!”이 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어디서 많이 들었던 목소리 같아서 익숙하다고 느꼈다.“저희야말로 그쪽이 누군지 묻고 싶네요. 여기는 우리의 구역입니다!”허윤진이 벌떡 일어나 저 멀리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향해 소리쳤다.진서준은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가 허윤진과 허사연을 지켰다.“저는 진서준이라고 합니다. 혹시 국안부 사람입니까?”방금 산에 오르기 전에 류재훈이 산에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었다.이 미스테리한 사람을 보고, 진서준은 이 사람이 바로 류재훈이 말한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진서준? 정말 왔구나!”여자는 기뻐하며 빠른 걸음으로 진서준을 향해 달려왔다.가까이 와서야 이 여자가 서지은이라는 것을 알았다.“지은 씨, 네가 왜 여기 있어?”진서준은 서지은이 여기서 자기를 기다릴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서광문 성격상 서지은이 여기 오도록 가만 놔두지 않았을 텐데 진서준은 이해하지 못했다.“당연히 널 기다리러 왔지! 네가 올 줄 알았어!”서지은은 달려들어 진서준을 한사코 껴안고 허사연과 허윤진이 있다는 것도 무시했다.허사연과 허윤진은 서지은이 서씨 가문의 딸인 것도 알고 있다.다만 서지은과 진서준의 사이가 이렇게 좋은지는 전혀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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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4화

    이제 황씨 가문엔 황현호 같은 멍청이만 남았으니 황씨 가문을 손에 넣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박씨 가문과 황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경쟁 관계였고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였다.그런데도 머리가 비어 있는 황현호는 자기가 박진강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박진강은 황현호의 곁에 앉아 위로하기 시작했다.“너무 초조해하지 마. 너희 누나가 누군가에게 구조되었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그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야.”“그런데 왜 전화를 받지 않지? 밤새도록 전화를 걸었는데도 말이야.”황현호는 초조하게 말을 이어갔다.“황씨 가문의 모든 직원이 우리 누나를 찾으러 나갔지만 밤새도록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황현호가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는 죽었거나 누군가에게 잡혀 감금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 같았다.어느 쪽이든 황현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지금 황씨 가문의 회사는 뱃사공이 없어 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황예은이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면 회사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 뻔했다.“너무 초조해하지 마. 산에 이르면 길이 있는 법이잖아.”박진강이 또 황현호를 달랬다.그때 황현호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황현호는 누나가 전화한 줄 알고 급히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황현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전화 건 사람은 회사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인 동식 삼촌이었다.“동식 삼촌, 무슨 일이시죠?”“네 누나는 찾았어?”“아직 못 찾았습니다.”황현호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 일단 회사로 와.”전화 너머에서 동식 삼촌이 말했다.동식 삼촌은 황경영과 오랜 친구였고 회사 설립 초기부터 몸담아 온 원로급 인물이었다.일부 사람들은 황씨 가문에 유능한 사람이 없다면 황씨 가문의 회사는 동식 삼촌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지금 황씨 가문의 유능한 사람인 황예은이 갑자기 생사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남은 건 황현호라는 무능한 인물뿐이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사회 사람들은 슬슬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었다.“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3화

    “진서준을 경호원으로 쓰겠다고요?”서지은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이번에 진서준이 명주시에 온 건 아주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진서준이 황예은의 경호원을 맡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언니 곁에는 항상 죽청 어르신 두 분이 계셨잖아요. 근데 오늘 밤엔 그분들이 왜 따라오지 않았어요?”서지은이 문득 황예은 곁을 지키던 육급 정점 대종사 두 명을 떠올리며 물었다.“그 두 분은 요즘 칠급 대종사 경지에 오르려고 폐관 수련 중이야.”황예은이 답했다.신농산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청 어르신은 황예은을 찾아와 폐관 수련에 들어가겠다고 알렸다.이 두 사람이 동시에 칠급 대종사로 올라선다면 황예은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은 자기 실력을 몇 번이나 재고 또 재야 할 것이다.그러나 뜻밖에도 누군가가 이 두 사람의 폐관 시기를 노리고 황예은을 공격한 것이다.황씨 가문에는 죽청 어르신 외에도 팔급 대종사 한 마스터가 있었다.하지만 한 마스터는 황경영을 따라 해외에 나가 있어 지금 명주시에 없었다.그 외의 대종사들은 실력이 평범했고 진서준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은 의술까지 겸비하고 있어 설령 독에 걸린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내일 아침 일어나면 진서준한테 직접 물어봐요.”서지은은 진서준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권리가 없었다.사실 서지은은 마음속으로 이 제안을 반대했다.겨우 진서준과 단둘이 있을 기회가 생겼는데 황예은 때문에 깨져버린 것도 모자라 이젠 경호원까지 맡으라고 한다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황예은은 명주시에서 외모와 몸매가 모두 최상급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서지은은 언젠가 진서준이 황예은의 유혹에 넘어가 버릴까 봐 내심 걱정되었다.허사연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서울시에서 급히 달려올 게 뻔했다.“일단 오늘 밤은 여기서 묵고 가세요.”서지은이 대화를 마무리했다.그날 밤, 황예은은 아주 달콤하게 잠들었지만 그녀의 동생 황현호는 급한 마음에 미칠 뻔했다.시장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2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누구나 범인일 수 있었다.박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황씨 가문의 적도 수없이 많았다.“그럼 오늘 저녁은 누구랑 먹었어요?”서지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동생이랑 먹었어.”서지은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동공이 흔들리며 무서운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명문대가에서는 혈육 사이에 관계가 틀어져서 원수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황씨 가문이 대한민국 최고 재벌 가문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황현호가 자기 누나를 질투해 이런 일을 벌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황예은은 서지은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우리 동생은 권력이나 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동생이 그런 것에 환장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황씨 가문을 이끌 기회는 없었을 거야. 다만 내가 가장 우려하는 건 우리 동생이 멍청하게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거야. 내 부하들이 말하길, 요즘 들어 황현호가 박서명 아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하더라.”황예은과 황현호 남매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황현호에게 있어서 황예은은 누나인 동시에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황경영이 황현호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황예은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다.황현호가 황예은을 해치려고 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단, 황현호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지 않았다면 말이다.“현호 씨 바보 아니에요? 황씨 가문이랑 박씨 가문 사이가 어떤지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죠?”서지은이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강남 서씨 가문 아가씨인 서지은조차도 황씨 가문과 박씨 가문 사이의 악연을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황씨 가문의 직계인 황현호는 더더욱 이를 모를 리 없었다.“지난번에 내가 현호를 신농산에서 데리고 온 후로 그 애는 무도에 심취해서 그 김평안이라는 남자를 직접 쓰러뜨리고 싶다고 했어. 그 뒤로 현호는 무도 수련에 미쳐버린 것처럼 보였어.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 같았지. 박서명 아들 중 한 명이 엄청난 수련법을 얻었다고 하더라고. 우리 그 멍청한 동생은 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1화

    “황예은 씨가 몸에 흉터를 남기고 싶으면 다른 사람한테 맡기세요.”진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황예은의 몸에는 몇 군데나 총상이 남아 있었고 그 흔적은 꽤나 눈에 띄었다.완벽주의자인 황예은에게 있어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은 몸에 흉터가 남는 것이었다.만약 흉터를 없애지 못한다면 황예은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잠에서 깨어날 게 분명했다.잠시 고민하던 황예은은 이를 악물고 결정을 내렸다.“좋아요, 이번에도 진서준 씨가 마음대로 해보세요.”어차피 이 남자는 이미 볼 것도 다 봤고 만질 것도 다 만진 남자였다.이런 사소한 것에 연연해 몸에 흉터가 남는다면 평생 후회할 게 뻔했다.진서준은 황예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황예은 씨 몸에 있는 흉터를 없애주는 게 어떻게 내가 제멋대로 하는 겁니까? 제가 뭐 황예은 씨 몸을 좀 본다고 해서 황예은 씨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요.”“하지만 진서준 씨는 본 것만이 아니라 만지기까지 했잖아요.”황예은이 억울하다는 듯 반박했다.“그건 다 황예은 씨를 살리려고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진서준은 진심으로 화나기 시작했다.“황예은 씨가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그때 구하지 말 걸 그랬네요.”지금까지 진서준이 구해준 사람들은 전부 감사의 인사를 연발했는데 황예은처럼 은혜를 원망으로 갚는 사람은 처음이었다.황예은도 사실 진서준이 자기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황예은은 자기가 지금까지 지켜온 순결이 훼손된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됐어, 서준아. 너 어젯밤 내내 고생했으니까 이제 가서 좀 쉬어.”서지은이 진서준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예은 언니, 잠시만 기다려요. 먼저 서준을 방으로 데려다줄게요.”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지은을 따라 방으로 갔다.방으로 돌아오자 서지은이 조용히 말했다.“서준아, 예은 언니한테 조금만 양보해 줘. 언니는 성격이 워낙 강해서 그래. 그래도 내가 보기엔 네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어.”서지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0화

    황예은이 옷을 다 갈아입자 서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을 찾으러 갔다.“서준아, 예은 언니가 좀 화난 것 같으니까 이따가 해명할 때 되도록 조심해.”서지은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알았어.”진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조심하라는 말을 다시 되새겼다.만약 상대가 너무 무례하게 굴면 진서준도 결코 양보하며 자세를 낮추지 않을 예정이었다.문제는 자기가 일부러 실수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이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들어간 게 아니었다.게다가 진서준은 황예은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다.“진서준 씨, 아까 지은한테서 들었는데, 진서준 씨가 저를 구했다고 하던데요.”황예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 눈빛과 태도는 마치 왕좌에 앉은 여왕처럼 고압적이었다.이는 오랫동안 높은 자리를 지키며 형성된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황경영이 대한민국을 떠나기 전에 이미 황예은은 회사 업무의 일부를 맡아 처리하고 있었다.회사의 지도자, 그것도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그러니 황예은의 성격도 강인하고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황예은이 이사장으로 올라간 후, 회사 내에서 황예은의 이름만 들어도 직원들이 벌벌 떨곤 했다.“맞아요. 제가 구했습니다.”진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황예은 맞은편에 앉았다.그런데 앉고 나서야 진서준은 후회했다.황예은이 입은 옷은 목선이 매우 낮았다.비록 황예은이 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앉아 있었지만 풍만한 가슴이 살짝 드러나 있었고 그 모습이 진서준의 시야에 그대로 들어왔다.당혹한 모습을 감추려고 진서준은 뒤로 기대어 눈을 감았다.하지만 이 자세는 상대방에게 매우 무례하다는 인상을 주었다.황예은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대화할 때 이런 태도로 임하는 것은 큰 실례였다.진서준이 소파에 기대 누운 모습을 보자 황예은의 마음속에서 잠잠했던 분노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진서준 씨는 다른 사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9화

    별장에서 황예은은 이미 깨어난 상태였다.다만 지금 황예은의 몸에는 옷이 거의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상반신에는 레이스가 달린 검은 속옷 하나만 걸쳐져 있었다.이 속옷은 서지은이 가져온 속옷이었고 아직 한 번도 입지 않은 새것이었다.그리고 하반신에는 아까 진서준이 마사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다.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두 여자는 동시에 문 쪽을 바라보았다.황예은은 문을 열고 들어온 낯선 남자를 보고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황예은의 차가운 눈빛만으로도 지금 심정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었다.황예은은 자기 알몸을 보고 있는 이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 황예은은 사실 이번이 진서준에게 두 번째로 알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순간이란 걸 몰랐다.“서준아, 왜 노크하지 않고 그냥 들어왔어...”서지은이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서지은은 진서준이 약왕 이용진과 저녁 식사를 오래 하고 밤늦게나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진서준이 너무 일찍 돌아온 것이다.“언제까지 더 볼 생각이야?”황예은이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진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코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돌린 뒤 말했다.“먼저 나가 있을게. 옷을 다 갈아입었으면 날 불러.”진서준이 나간 뒤, 황예은은 서지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사람 누구야?”“진서준이에요. 제 남자친구거든요.”서지은이 솔직하게 대답하며 한마디 보탰다.“예은 언니, 사실 언니 목숨도 진서준이 구한 거예요.”그 말을 듣자 황예은의 눈에서 뿜어나오던 냉기가 다소 누그러졌다.어쨌든 자기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너무 차가운 태도로 대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황예은은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내 옷은 네가 벗긴 거야?”서지은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서준이 언니를 치료할 때 상황이 너무 위급해서 먼저 언니를 여기 데려온 거예요. 나도 여기 들어와 치료 과정을 볼 때 서준이 언니를 추행하는 줄 알았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8화

    지금까지도 진서준은 박씨 가문의 의도가 오리무중이었다.하지만 박씨 가문의 일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지금 진서준의 우선순위는 약재를 구하고 모든 정력을 간첩을 잡는 데 쏟아부어야 했다.호텔을 떠난 진서준은 이용진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30여 분을 달린 끝에 진서준 일행은 마침내 이용진의 장원에 도착했다.이용진의 장원 면적은 서씨 가문 것만큼 크지 않았지만 화려함만큼은 서씨 가문을 능가할 기세였다.각종 명인의 고화와 진귀한 보물들이 온 사방에 진열되어 있었다.이 모든 보물은 하나하나가 최소 10억 이상의 진품이었고 적어도 진서준이 자세히 살펴본 결과 위조품은 하나도 없었다.이 보물들만 해도 자산 가치가 조 단위를 뛰어넘을 될 터였다.“용존님,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말만 하세요.”이용진이 호탕한 어조로 말했다.“난 이런 것들에는 관심 없습니다.”진서준은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렇군요...”이용진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돈을 통해 진서준과의 관계를 더 가까이 만들고자 했던 이용진의 계획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진서준과 친분이 두터워지면 나중에 치료를 부탁하기도 훨씬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진서준은 이용진의 속셈을 꿰뚫어 본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약왕님 체내 내상이 다 나으면 매주 두 번씩 무도를 연마하고 한 달에 다른 사람과 한 번 실력을 겨루는 수준으로 수련하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약왕님 무도 실력도 늘어날 뿐 아니라 건강에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알겠습니다. 앞으로 꼭 용존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이용진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수많은 별장을 지나 진서준은 이용진을 따라 규모가 어마어마한 냉장실로 들어갔다.냉장실 안에는 사람 키 절반 정도 되는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각 기둥 위에는 희귀한 약재들이 놓여 있었고 방탄유리로 보호되고 있었다.진서준이 자세히 둘러보니 여기에 진열된 약재는 성약당의 것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희귀성만큼은 성약당을 훨씬 뛰어넘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7화

    이 사람은 바로 어제 서울시에서 체포되었던 박운기였다.진서준 역시 이렇게 빨리 박운기를 다시 마주칠 줄은 몰랐다.“운기야, 저 사람 알아?”무리의 선두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박운기를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바로 저놈이 사람들을 이끌고 내 계획을 망쳤습니다.”박운기가 이를 갈며 말했다.만약 진서준이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박운기의 계획은 이미 성공했을 것이다.그랬다면 박씨 가문으로 돌아갈 때는 차가운 시선 대신 온갖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을 터였다.이번에 서울시에서의 임무를 맡기 위해 박운기는 온갖 시련을 이겨내며 경쟁했다.모두가 보기에 이 임무는 그야말로 공을 세우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렇게 쉬운 임무를 박운기가 망쳐버렸다.망친 것도 모자라 박씨 가문은 관계를 동원해 박운기를 구출해야만 했다.공을 세워야 할 장사가 완전히 손해만 본 장사로 탈바꿈한 것이다.박씨 가문의 계획을 망친 장본인이 진서준이라는 사실을 알자 중년 남자는 진서준을 쓱 훑어보고는 냉랭하게 비웃었다.“전설 속의 용존님, 역시 이름값 제대로 하시는군요.”진서준은 그 남자를 힐끗 보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걸어 들어갔다.진서준이 자기를 무시하자 중년 남자의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잠깐 스쳤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약왕님은 언제부터 용존님과 친구가 되셨습니까?”중년 남자는 이용진을 발견하자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박재명, 분명히 말해두지. 용존님 일은 바로 내 일이야. 감히 용존님에게 시비를 걸려고 한다면 내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이용진이 싸늘하게 대응했다.박재명은 박씨 가문의 실질적인 권력자가 아니었다.그는 단지 박서명의 넷째 동생일 뿐이었다.그래서 이용진은 굳이 박재명을 깍듯하게 모시며 아부할 필요가 없었다.이용진의 말에 박재명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약왕님, 굳이 한 사람 때문에 우리 박씨 가문을 적으로 돌릴 필요가 있겠습니까?”이용진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6화

    “당연히 가능하죠.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애초에 병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겠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정말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용존님.”그러자 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아직은 섣불리 고마워하지 마세요. 제가 치료하는 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저 이용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기꺼이 돕겠습니다!”이용진이 자신 있게 가슴을 치며 말했다.“제가 약왕인 당신에게 부탁이 있다면 당연히 약재 때문이죠.”진서준은 차분하게 진서라의 체내 독소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약재를 설명했다.이용진은 그 얘기를 들은 뒤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용존님, 솔직하게 말할게요. 용존님이 언급하신 약재 중 혈령지는 제 약재 창고에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약재는 아쉽게도 제 창고에 없습니다.”“그것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진서준은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적어도 하나는 확보했으니 오늘 헛걸음을 한 게 아니었다.“얼마면 되겠습니까? 시세대로 구매하겠습니다.”이용진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존님, 가격을 말하는 건 제게 따귀를 날리는 겁니다. 용존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제 약재 창고에 나머지 세 가지 약재가 있었다면 전부 무료로 드렸을 겁니다.”이용진이 이렇게 호탕하게 나오자 진서준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생명을 구해준 대가로 혈령지 하나를 받는 건 결코 과한 요구가 아니었다.“용존님, 급하지 않으시다면 식사를 마친 후 제가 약재 창고로 가서 혈령지를 가져오겠습니다.”이용진의 제안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죠.”“오늘 식사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곽 선생님, 어서 앉으시죠.”이용진은 웨이터를 불러 이곳의 대표 요리를 전부 주문했다.이 대표 요리들만 해도 가격이 2억을 넘겼다.일반인 한평생 월급을 한 끼 식사로 소비하는, 그야말로 호화로운 만찬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차려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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