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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박만년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진서준에게 아직 비장의 카드가 남아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진서준이 여기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의 진서준을 분명 마지막 남은 힘을 겨우 짜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자신을 위협하려고 일부러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슨 카드인지 어디 한 번 꺼내 봐. 내가 너 따위를 두려워할 것 같으냐!”

박만년이 냉소를 흘리며 진서준을 비웃었다.

진서준은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그의 몸 위로 혈기가 퍼지더니 혈해의 힘이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절반도 안 되는 영기로 박만년을 죽이려는 건 그야말로 허황한 망상에 불과했다.

진서준이 모든 영기를 끌어모아 일격을 날리는 게 아닌 이상, 박만년을 죽일 수 있는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지금 진서준은 체내에 넘쳐나는 혈기에 의존에 사력을 다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

진서준의 주변에 피어오르는 혈기를 바라보며 박만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자식이, 그렇다고 내가 너한테 기회를 줄 것 같아?”

성공을 코앞에 둔 박만년은 진서준에게 역전당하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

만약 정말 진서준에게 역으로 살해당한다면 저승에 간다고 해도 절대 마음이 편치 못할 것 같았다.

박만년은 두 주먹을 휘둘러 뱀처럼 피어오른 강기를 진서준에게 날려 보냈다.

진서준은 주먹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 뱀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펑펑!

거대한 두 구렁이는 탱크 한 대를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었지만 진서준의 주먹 앞에서 힘없이 갈라져 버리고 말았다.

자세히 보니 진서준의 주먹에는 얇은 혈기가 둘려 있었다.

그 혈기는 마치 전국 시대 장군들이 입던 갑옷처럼 단단했다.

진서준의 별장은 계속 진동하고 있었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싶었다.

진서준의 눈빛에 냉기가 들어차더니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인 그는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그의 몸이 활처럼 팽팽해졌다.

극도로 긴장된 온몸의 근육이 꿈틀대더니 진서준은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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