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쓰러진 박형민은 울음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허윤진은 그 소리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진서준은 허윤진을 보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차에서 기다려요.”허윤진은 그제야 조수석에 올라타 아까의 장면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진서준이 보여준 충격적인 장면은 잊고 싶다고 해서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눈을 감으면 진서준이 한 손으로 차를 막아 나서던 장면이 떠오른다.“나쁜 자식! 그렇게 강하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지. 괜히 걱정하게 만들어 놓고!”허윤진은 뜨거운 두 볼을 만지면서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도로 위에서, 진서준은 박형민의 얼굴을 밟고 차갑게 그를 내려보았다.“네 동생이랑 같이 죽어버려.”그 말을 들은 박형민이 재빨리 빌었다.“제발 용서해 줘. 내 모든 재산을 다 너한테 줄게.”“늦었어.”진서준은 박형민의 목에 발을 갖다 대고 힘껏 밟았다.박형민의 눈에 안광이 사라지더니 얼굴에는 믿기 힘들다는 듯한 표정만 남았다.그는 자기가 서울시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진서준은 박형민은 처리한 후 산 앞으로 와서 가볍게 주먹을 뻗었다.그러자 산에 박힌 박동민이 그대로 떨어졌다.박동민은 이미 죽기 직전의 상태였다.그의 눈은 빨갛게 충혈된 상태였고 척추는 부러져서 허리가 구부정했다. 진서준의 주먹에 박동민의 두 팔 뿐만 아니라 몸안의 내장까지 거의 가루가 되었다.지금 죽지 않은 것만 해도 꽤 대단했다.진서준은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체내의 영기를 끌어올렸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밝은 빛이 나와 박동민의 몸에 내려앉았다.그 순간, 박동민의 몸은 빠르게 불타올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가루도 남지 않았다.외눈박이 형제를 다 처리한 후, 진서준은 차에 올라탔다.“괜찮아요?”진서준이 차에 타자 허윤진은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보면서 걱정했다.진서준은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날 걱정해 주는 거예요?”진서준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보이자 허윤진은 또 화가 났다.진서준에게 있어서 허
가격이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도 훌륭했지만 하민규의 헤네시 베놈과는 차원이 달랐다.게다가 하민규는 그들 중 운전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예전에 카레이싱 시합에서도 그는 몇억이 되는 고급 차를 몰고 매번 1등을 차지했다.하지만 이번에 그는 20억 원에 가까운 헤네시를 몰았지만, 오히려 2위가 되었다.“허윤진과 그녀의 남자 친구!”“뜻밖에도 허윤진의 남자 친구가 차신이었네!”진서준과 허윤진이 차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황은비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녀는 진서준이 무조건 1등을 할 거라고 믿었다. 왜냐면 그는 진 마스터니까!진서준에게 잔뜩 화가 나 있던 허윤진은 사람들이 숭배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허윤진이 예쁘고 돈도 많았지만 이런 시선은 처음으로 받아보았다.그래서 그녀의 기분은 한껏 들떠 있었다.“여러분, 제가 찾은 보디가드 실력이 괜찮죠?”넋 놓고 바라보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하나둘씩 허윤진 곁으로 다가와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윤진아, 이런 차신 보디가드는 어디서 찾았어? 나도 추천해 줘.”“나도 이렇게 멋있고 실력 있는 보디가드 갖고 싶어.”“윤진아, 우리 이렇게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는데, 네 보디가드 나한테 하룻밤만 빌려줘!”직진 스타일의 몇 여자들은 직접 진서준의 손을 잡고 추파를 던졌다.허윤진은 마치 암탉이 갓난 병아리를 보호하듯이 진서준의 앞에 막아 나섰다.“내 보디가드는 내 거야, 절대 남에게 줄 수 없어!”진서준은 허윤진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웃음이 나왔다.비록 어른이지만 그녀의 행동과 말투는 어린아이와 같았다.바로 이때, 하민규의 헤네시 베놈이 옆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화려한 옷차림에 잘생긴 얼굴의 청년들이 앞에 나타났다.그러자 허윤진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즉시 흩어져서 하민규에게 길을 내주었다.“운전 실력이 대단하네요!”하민규는 미소를 지으며 진서준 앞에 있는 허윤진을 무시하고 두 눈을 빤히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열광적인
진서준은 하민규가 왜 자기한테 차를 선물하려 하는지 알고 있었다.그는 그저 하민규와 평범한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 금전적으로 얽히고 싶지 않았다.우정은 일단 돈과 섞이면 금방 변질된다.사람들은 차를 몰고 초운산에서부터 마그레라로 이동했다.마그레라라고 불리는 이곳은 서울시에서 가장 크고 럭셔리한 술집이었다.가장 기초적인 노래방 외에도 재벌 2세들이 즐기는 오락거리가 많았다.하민규 일행이 들어서자, 매니저는 아첨하는 표정으로 재빨리 그의 앞으로 왔다.“민규 도련님, 오늘에는 노래 부르러 오셨어요? 아니면 마사지 받으러 오셨어요?”하민규는 품에서 평범해 보이지 않는 황금 카드를 꺼내 매니저에게 건네줬다.“제일 크고 럭셔리한 룸으로 안배해 주세요.”제일 큰 룸은 면적이 거의 170평이었고 안에는 평소에 볼 수 있던 오락시설이 전부 설치되어 있었다.서울시에도 유일하게 마그레라만이 이런 룸이 있었다.“이걸 어쩌죠, 민규 도련님. 오늘 제일 큰 룸은 이미 다른 분께서 예약했어요...”매니저는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긴장한 눈빛으로 하민규를 바라보았다.그는 단지 마그레라의 매니저일 뿐, 회장이 아니었다.만약 하민규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었다.이 일은 매니저랑 관계가 없었지만, 재벌 2세 같은 사람들은 변덕스럽기에 그지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제일 큰 룸이 없다는 말을 듣자 하민규의 얼굴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제일 큰 룸이 없으니 작은 걸로 하죠.”진서준이 말했다.매니저는 보잘것없는 진서준을 보고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의 생각에는 룸을 바꾸는 것도 하민규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그럼 서준 형님의 뜻대로 할게요. 룸을 바꿔주세요.”진서준이 말했으니 하민규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하지만 매니저는 어리둥절했다. 천하의 하씨 집안의 도련님이 이 젊은 청년의 말을 듣다니!“아직 서서 뭐 하세요?”매니저가 반응이 없는 것을 보자, 하민규는 이마를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지금 바로 안
몇몇 낯선 남자가 들어오자, 모든 사람은 멈추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허윤진의 어깨를 움켜쥔 중년 남자는 흐릿한 눈빛에 새빨개진 얼굴이었다. 분명히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았다.그는 방 안의 모든 사람을 훑어보았고 모두 청년들이라는 것을 보자 그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이 계집애랑 아는 사이지? 이 년이 글쎄 방금 내 뺨을 때렸어. 이 일은 어떻게 할래?”진서준은 벌떡 일어나 허윤진을 향해 걸어갔다.비록 허윤진이 성질이 더러운 건 사실이지만 그녀가 괜히 다른 사람의 얼굴을 때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흉측한 중년 남자가 허윤진에게 이상한 행동을 했을 것이 틀림없었다.“네가 분명히 나를 먼저 모욕했잖아!”허윤진이 눈시울을 붉히며 반박했다.중년 남자는 이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옷 입은 꼴을 봐. 나와서 몸이나 파는 그런 년이잖아? 몸 파는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아직 어리둥절해 있던 사람들은 중년 남자와 허윤진의 대화를 듣고 바로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다.사람들은 중년 남자를 불쌍하게 바라보았다.허씨 집안은 원래 만만치 않았고 오늘 밤 이 자리는 심지어 하민규가 초대한 자리였다.중년 남자가 허윤진에게 손찌검하는 것은 하민규를 도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지만 한 사람이 하민규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진서준은 허윤진 곁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에 얹힌 중년 남자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이 손 당장 놓아. 아니면 넌 죽을 줄 알아!”진서준이 자기 손목을 잡자, 중년 남자는 화가 나서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중년 남자의 뒤에 있던 보디가드들이 진서준을 에워쌌다.보디가드들의 몸에는 보통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용맹함이 느껴졌다.그들이 따라다녔기에 중년 남자가 감히 이렇게 날뛸 수 있었다.“서준 씨, 구해줘요!”허윤진은 진서준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에는 간절함이 아른거렸다.갑자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룸 안에서 들려왔다.우드득!그러자 중년 남자는 가슴을 찢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허윤진이 화를 내자, 다른 여자들은 더 이상 진서준을 에워싸지 않았다.그래도 몇몇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진서준의 연락처를 물어봤다.룸 안의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다. 사람들은 노래도 부르고 함께 게임도 했다.허윤진은 돌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진서준을 보고 입을 삐죽이며 물었다.“서준 씨, 함께 노래 할래요?”“아니요. 괜찮아요.”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그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그녀는 체면이 깎인 듯 불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서준 씨, 저 여우 같은 여자랑 노래하지 말고, 저랑 노래하는 건 어때요?”황은비가 빙그레 웃으며 진서준의 팔을 껴안았다.“윤진아, 한 남자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몰라.”그러자 허윤진이 차가운 어조로 대꾸했다.그녀의 생각은 단순했다. 그저 진서준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직접 그 말을 전하기가 부끄러웠다.“네가 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뜻이야.”이 말을 들은 허윤진은 몹시 당황했다.“무슨 소리야! 내가 어떻게 저런 남자를 좋아해?”그녀는 말을 마치고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을 집어 들고 몇 모금 마시며 긴장한 마음을 감추었다....마그레라의 회장 대기실. 아까 그 중년 남자는 자기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안으로 왔다.대기실은 매우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력셔리한 테이블 뒤에는 캐주얼한 옷차림의 30대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 남자의 품에는 치마를 입은 여자가 앉아 포도를 먹여주고 있었다.이 남자가 바로 마그레라의 회장인 김성진이었다.김성진의 다른 한 신분은 바로 김춘근의 동생이었다.서울시에서 김춘근은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부산시에서 그는 지하 세력의 왕이었다.“양 회장님, 룸에서 여자들이랑 놀지 않고, 저한테 와서 뭐 해요?”김성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싱겁게 물었다.“제 손이 하나 부러졌어요. 놀기는 개뿔! 더 놀다간 이 목숨도 날아가겠어요.”양시후는 진서준이 부러뜨린 손을 들어 김성진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이 말을 듣자
김성진은 하민규와 함께 놀고 있는 재벌 2세들이 그저 술친구로 보였다.하민규가 술친구 한명을 위해 자신과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지금 여기 마그레라는 김성진의 가게였기에 양시후가 하민규를 때린다 해도 그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양시후는 경멸에 찬 웃음을 지으며 하민규에게 말했다.“이렇게 의리 있으니, 그러면 하민규 씨가 그 친구를 대신해 스스로 팔을 부러뜨려요.”스스로 팔을 부러뜨리라고 하니 하민규는 승낙할 리가 없었다.“김성진 씨, 충고하는데 당장 사람을 데리고 떠나세요. 양시후 팔을 부러뜨린 사람은 당신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웃기는 소리! 서울시 그 몇몇 늙은이 외에, 나는 당신과 같은 애송이들을 전혀 안중에 두지도 않았는데요.”김성진은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하민규 씨, 저는 지금 당신의 체면을 세워주는 거예요. 정신 차리세요.”김성진은 말하며 갑자기 손을 뻗어 하민규의 멱살을 잡고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이 상황을 본 다른 사람들은 하민규를 도와주고 싶었으나, 김성진의 신분을 생각하니 겁에 질려 침묵을 지켰다.이때 황은비가 이마를 찌푸리며 다가왔다.“김성진 씨, 지금 자신이 뭐 하는지 아세요?”이쁘게 생긴 황은비를 보자 양시후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김성진은 황은비를 보고 그녀가 황씨 집안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그는 황씨 집안이 두렵지 않았다.“은비 씨, 똑똑한 사람이라면 당장 물러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 부하들이 은비 씨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노골적인 협박에 황은비의 안색은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졌다.뒤에 서있던 허윤진도 당황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김성진이 하민규와 황은비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서준 씨, 지금 어떡해요? 빨리 방법 좀 생각해 보세요.”“움직이지 마세요.”진서준이 말을 마치고 허윤진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더니 김성진에게로 걸어갔다.허윤진의 두 손은 옷자락을 힘껏 움켜쥐었고 얼굴에는 걱정이 가
강성철이 마그레라 가게를 보살펴 주고 있었다.그리고 강성철은 진서준의 부하였으니, 김성진은 당연히 지금 진서준과 맞서지 않았다.복수를 하려면 올해 생사결단 시합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룸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마그레라의 회장은 하민규의 체면도 봐주지 않았는데 진서준의 전화 한 통에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설마 이 진서준의 세력이 하민규보다도 더 대단한 걸까?’“허윤진, 네 보디가드는 도대체 무슨 사람이야?”“전화 한 통에 저 사람들을 물리치다니, 말도 안 돼!”“우리가 아까 그렇게 놀렸는데 화내지 않겠지?”허윤진은 팔짱을 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내 보디가드일 뿐이야. 그렇게 대단한 인물도 아니야.”이때 진서준이 고개를 돌려 허윤진 등 사람에게 말했다.“여기 계속 있을 거예요?”사람들은 진서준이 말하자 즉시 룸을 떠나면서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진서준 일행이 전부 떠나자 양시후는 참지 못하고 김성진에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김성진, X발 무슨 뜻이야? 저 새끼가 내 손을 부러뜨렸다고. 찍소리 못하고 저 새끼들을 보내? 네 친형 김춘근은 그렇게 용감하고 당당하더구먼, 너는 왜 이리 겁쟁이야!”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김성진은 양시후의 뺨을 때렸다.그러자 그는 머리가 어지러웠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김성진을 바라보았다.“내가 오늘 그 청년을 건드리면 우리 모두 오늘 여기서 죽었을 거예요.”김성진은 양시후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요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용감해야 할 뿐만 아니라 똑똑해야 한다.강성철과 도진수도 진서준의 앞에서 쩔쩔매는데, 김성진은 더더욱 그를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게다가 방금 진서준이 보여준 실력도 김성진을 두렵게 했다.만약에 아까 정말 싸움이 일어났다면, 자신의 10여 명의 부하들도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그 자식을 뒤에서 받쳐주는 사람이라도 있어요?”양시후는 아직도 마음이 내려가지 않은 듯 말했다.그러자 김
고민 끝에 백은수는 손승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잔혹한 사실을 그에게 알리기로 했다.병원 병실에서 자고 있던 손승호는 핸드폰이 울리자,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았다.“누구야! 이 늦은 밤에.”백은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승호야, 지금 잠이 오니?”백은수의 목소리를 듣자 손승호는 갑자기 잠이 깼다. 그는 분명히 외눈박이 형제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승호는 웃으며 물었다.“은수 형님, 혹시 좋은 소식이라도 있으세요?”“좋은 소식도 있고 나쁜 소식도 있지, 어느 것을 먼저 듣고 싶어?”백은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손승호는 나쁜 소식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에 약간 어리둥절했다.‘설마 상대방이 내가 준 돈이 너무 적어서 가격을 더 올리려는 걸까?’이번에 외눈박이 형제를 청하기 위해 손승호는 무려 20억 원이나 되는 전 재산을 전부 걸었다.20억 원으로 진서준의 목숨을 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만약에 지금 손승호에게 돈을 더 달라고 하면 그는 다른 사람한테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은수 형님, 상대방이 돈을 더 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손승호가 묻자 백은수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사람도 다 죽었는데 어디 가서 돈을 더 달라고 하겠어?”손승호는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외눈박이 형제가 죽었다고요? 말도 안 돼.”손승호는 이 형제가 실력이 뛰어나고 무섭기로 소문났다고 들었다.그는 진서준의 실력으로 절대로 외눈박이 형제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내가 지금 널 속이는 거 같아?”백은수는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일단 킬러가 죽으면 제일 큰 손해를 입는 건 플랫폼이었다.20억 원을 전부 돌려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눈박이 형제마저 잃었다.외눈박이 형제 덕분에 그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손승호는 한참 침묵하다가 물었다.“은수 형님, 좋은 소식은요?”“좋은 소식은 권해철 마스터가 4일 후면 남주성에서 서울시로 온대. 권 마스터와 비기면 외눈박이 형제는 아무것도
“당연히 가능하죠.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애초에 병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겠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정말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용존님.”그러자 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아직은 섣불리 고마워하지 마세요. 제가 치료하는 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저 이용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기꺼이 돕겠습니다!”이용진이 자신 있게 가슴을 치며 말했다.“제가 약왕인 당신에게 부탁이 있다면 당연히 약재 때문이죠.”진서준은 차분하게 진서라의 체내 독소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약재를 설명했다.이용진은 그 얘기를 들은 뒤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용존님, 솔직하게 말할게요. 용존님이 언급하신 약재 중 혈령지는 제 약재 창고에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약재는 아쉽게도 제 창고에 없습니다.”“그것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진서준은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적어도 하나는 확보했으니 오늘 헛걸음을 한 게 아니었다.“얼마면 되겠습니까? 시세대로 구매하겠습니다.”이용진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존님, 가격을 말하는 건 제게 따귀를 날리는 겁니다. 용존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제 약재 창고에 나머지 세 가지 약재가 있었다면 전부 무료로 드렸을 겁니다.”이용진이 이렇게 호탕하게 나오자 진서준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생명을 구해준 대가로 혈령지 하나를 받는 건 결코 과한 요구가 아니었다.“용존님, 급하지 않으시다면 식사를 마친 후 제가 약재 창고로 가서 혈령지를 가져오겠습니다.”이용진의 제안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죠.”“오늘 식사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곽 선생님, 어서 앉으시죠.”이용진은 웨이터를 불러 이곳의 대표 요리를 전부 주문했다.이 대표 요리들만 해도 가격이 2억을 넘겼다.일반인 한평생 월급을 한 끼 식사로 소비하는, 그야말로 호화로운 만찬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차려졌
이용진은 평생 실력이 이 정도로 무시무시한 청년을 본 적이 없었다.자기를 지키는 두 호위가 반응할 틈조차 없이, 아니, 심지어 방어할 기회도 없이 한순간에 당하다니,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곽윤상 역시 진서준이 갑자기 공격을 시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해명할 기회가 생겼다.“약왕님, 이분은 바로 국안부 용존님이십니다.”곽윤상이 재빨리 이 틈을 이용해 설명했다.“뭐라고? 네가 바로 그 용존이라고?”이용진은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용존이라는 이름은 이미 명주시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대다수 명주시 명문대가는 이 절세 천재를 돈으로라도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진서준을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진서준이 아직은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었기 때문이다.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용존이라는 봉호를 받은 인물이니 앞으로 거의 30년이 지나면 대한민국 전역에서 진서준과 겨뤄볼 만한 상대가 있을 리 없었다.심지어 4대 은거 문파조차도 진서준에게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보시다시피 용존이 틀림없습니다.”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서준이 처음부터 용존이라는 신분을 밝혔다면 이용진은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대한민국 전역에서 이 나이에 육급 절정의 대종사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진서준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이용진은 이제야 이 청년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용존님, 방금 제가 무례했던 점은 널리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약왕 이용진은 몸을 약간 숙이며 진서준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조금 전의 거만했던 태도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용진은 곽윤상이 명주시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고 질책했었다.그런데 3분도 안 돼 본인이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었다.이용진은 지금 누군가가 그에게 귀싸대기라도 날린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약왕님, 앉으세요.”진서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용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놀라운 기색이 담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진서준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방금 당신이 한 얘기는 전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 체내에 숨은 질병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 오는 날씨에 수련을 하다 보면 체내 강기를 돌릴 때 복부 아래쪽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 통증은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요. 설령 신경이 쓰여 의사를 보인다고 해도 보통 의사라면 문제를 발견하지 못할 겁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정밀한 장비로도 알아내기 어렵겠죠.”진서준의 이 말에 이용진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졌다.진서준은 정확히 이용진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지난 2년 동안, 비만 오면 이용진은 온몸이 불편해졌다.특히 강기를 돌릴 때면 복부 아래쪽에서 은은하게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처음에는 이용진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그러나 점점 이상하다고 느껴져 성약당의 장로까지 불러 진찰을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그런데 진서준이 오늘 초면에 단번에 이 문제를 짚어내자 이용진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이용진이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묻자 진서준은 태연히 대답했다.“당연히 당신 얼굴을 보고 알았죠.”“얼굴을 본다고 어떻게 알 수 있어?”이용진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고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터무니없군. 성약당의 장로조차 알아내지 못한 문제를 네가 단번에 알아냈다고?”이용진은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진서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이봐 청년, 솔직하게 말해. 내 곁에 내통자를 심어 놓은 게 아니야?”명주시에서 이용진 같은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은 항상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해야 했다.다시 말해 억울한 사람 천 명을 죽이더라도 내통자 한 명도 놓치지 않는 태도가 생존의 비결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명주시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이용진 곁의 두 대종사도 이
‘이 녀석 미쳤나?’방 안의 모든 사람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이용진이 누구인가? 바로 명주시에서 누구나 다 아는 약왕이었다.전국을 논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절반 이상의 귀한 약재는 약왕의 손을 거친다.이런 사람이 어떻게 병에 걸릴 수 있을까?더군다나 매일 약재를 다루는 약왕에게 병이 있다면 명의들이 못 알아챘을 리가 없었다.그러니 진서준이 이용진에게 병에 걸렸다고 말한 건 미친 소리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소리였다.“이봐, 넌 지금 무슨 헛소릴 지껄이는지 알고는 있나?”이용진의 얼굴은 어둠 그 자체였다.그는 이곳에서 꼬박 30분 넘게 기다렸다.그런데 자기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한 장본인이 고작 이런 애송이였고 오자마자 병이 있다며 모욕까지 했다.평소 인내심이 깊고 신사적이던 이용진도 이 순간만큼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용진의 분노를 눈치채자 곽윤상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겁에 질려 진서준의 옷자락을 살짝 당겼다.하지만 진서준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태연히 이용진 맞은편에 앉아 스스로 차를 따라 마셨다.진서준의 이 태연한 모습에 이용진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아무래도 이 청년은 약왕인 이용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난 똑같은 말을 두 번 하지 않아요.”진서준은 차 한 모금을 마신 뒤,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진서준의 말에 이용진 오른쪽에 앉아 있던 대종사가 비웃으며 말했다.“약왕님은 무공을 수십 년간 연마하셨고 이미 종사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야. 병에 걸렸다면 네가 말하지 않아도 진작 발견되었을 거야. 허튼소리도 정도껏 해야지.”보통 종사 경지에 오른 무인은 병에 걸리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무인의 근육, 뼈, 혈액은 이미 평범한 인간을 초월했기에 체내 바이러스조차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종사 무인이 병에 걸릴 경우라면 대개 다음 세 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난치병이거나 중독이거나 아니면 심각한 내상이 있을 경우였다.하지만 이용진은 이 세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난치병은커녕, 누군가의 독에
“여기는 국제적인 대도시잖아요.”곽윤상도 감탄했다.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교내 미인 대회에 나가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 안내원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손님, 저희 호텔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식사나 숙박을 원하시면 회원 자격이 필요합니다.”곽윤상은 군말 없이 금박으로 장식된 카드를 꺼냈다.여성 안내원은 카드를 꼼꼼히 확인한 뒤,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곽 선생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이미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꼭대기 층의 5번 방입니다.”곽윤상의 말에 여성 안내원이 대답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확인해 보겠습니다.”여성 안내원은 프런트로 가서 예약 사항을 확인한 뒤, 두 사람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꼭대기 층으로 가는 직행 엘리베이터는 총 네 대였고 속도는 어마어마했다.무려 300미터의 높이를 단 20초도 되지 않아 올라갔다.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진서준은 눈앞의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멀리 보이는 구름층과 자기와 나란히 있는 듯한 달빛이 시야에 들어와 하늘 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진 마스터님, 여긴 어떠십니까?”곽윤상의 질문에 진서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내가 가본 레스토랑 중 가장 호화로운 곳 중 하나로군요.”“그렇긴 하죠. 이 호텔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곽윤상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이 호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회원이어야 하는데 꼭대기 층에 오고 싶다면 일반 회원으로는 부족하고 최소한 골드 회원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골드 회원권을 발급받는 데만 200억이 필요합니다.”골드 회원권이 200억이나 한다는 말에 진서준이 다른 질문을 던졌다.“그럼 일반 회원은 얼마인가?”“10 억입니다.”곽윤상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시하며 말했다.“그리고 이 돈은 카드에 적립되는 게 아니라 그냥 회원권 발급 비용일 뿐입니다.”그 말을 듣고 진서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전국을 통틀어도 이런 가격을 자신 있게 책정하는 곳은 명주시의 호텔들뿐일
진서준과 곽윤상은 약속된 호텔을 향해 차를 몰았다.가는 길에 곽윤상이 말문을 열었다.“진 마스터님이 황씨 가문 따님을 데리고 떠난 직후, 경찰청과 군부 사람들이 모두 몰려왔습니다.”그 총격 사건에 관련된 총잡이들은 물론, 사건 현장과 가까웠던 사람들까지도 모두 경찰서로 끌려가 진술을 받았다.하지만 진서준이 사람을 구할 당시 주변엔 이미 아무도 없었기에 누가 황예은을 구했는지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아마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할 겁니다.”진서준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저쪽에서 고용한 사람은 대부분 죽음의 수행자입니다. 이런 더러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자들이죠.”아까 진서준이 그 총잡이들을 처리하면서 그들이 이미 중독된 상태란 걸 알아챘다.그 독은 독성이 맹렬한 독이었고 섭취 후 12시간 안에 즉사하게 되어 있었다.이를 통해 배후의 진짜 범인은 상당히 잔혹한 수단을 사용하는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곽윤상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명문대가로 불리는 가문들은 흔히 이런 죽음의 수행자들을 양성한다.이 죽음의 수행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이 명령만 내리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이었다.“명주시에서 이런 죽음의 수행자를 양성할 능력이 있는 가문이 어느 가문인지 알아요?”진서준의 질문에 곽윤상은 멈칫하다가 되물었다.“진 마스터님은 이 사건을 조사하려는 겁니까? 황씨 가문 따님과 친구 사이신가요?”“친구는 아니지만 내가 조사 중인 다른 일이 오늘 밤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진서준이 답했다.간첩 문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했다.황씨 가문의 실권을 장악한 황예은이 확보한 자료 중에 진서준이 필요한 단서가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명주시에서 황씨 가문과 박씨 가문 외에도 이런 죽음의 수행자를 양성할 능력이 있는 가문이 열 곳은 넘습니다.”곽윤상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명주시 규모가 너무 크지는 않지만 이곳은 땅값이 금값입니
잠시 후, 황예은이 엎드린 채 갑자기 구토하기 시작했다.검은색의 악취 나는 물질들이 황예은의 입에서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하지만 진서준은 이 상황을 보며 여전히 긴장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황예은이 이물질을 다 토해낸 후, 진서준은 그녀의 몸에서 침을 뽑아냈다.그러고는 입가의 검은 물질을 닦아내고 황예은을 소파에 똑바로 눕혔다.“실례할게요.”말을 마친 진서준의 두 손이 황예은의 쭉쭉빵빵한 몸 위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일부러 황예은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뭔가를 시도하려는 게 아니었다. 황예은이 중독된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침 치료만으로는 독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었고 탐운19수라는 특별한 마사지 기법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이 치료는 진서준에게도 고역이었다.의사 앞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다고는 하지만 사실 현실은 달랐다.특히 이렇게 절세 미녀인 황예은 앞에서라면 어느 남자 의사라도 마음을 다잡기가 어려웠다.그때 갑자기 대문이 벌컥 열렸다.올기가 서지은을 집 안으로 들어보내고 곽윤상은 문밖에서 대기하게 했다.거실에 들어온 서지은은 알몸으로 누워 있는 황예은과 그녀의 몸을 만지고 있는 진서준을 보고는 황급히 문을 닫았다.“서준아, 너... 너 어떻게 예은 언니가 기절한 틈을 타 성추행할 수 있어?”서지은은 화난 표정으로 빠르게 다가왔다.“그건 오해야. 난 지금 이 여자 체내 독을 제거하는 중이야.”진서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상황을 설명했다.서지은은 아무 말 없이 진서준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바닥에 있는 이 검은 물질은 전부 독이야. 이 여자가 방금 토한 거거든.”진서준이 바닥을 가리키며 한마디 덧붙였다.서지은도 바닥에 가득한 물질에서 풍기는 악취를 맡았다.“다른 방법으로 치료할 순 없었어?”“나도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이야. 이따가 곽 선생님과 함께 약왕을 만나러 가야 하거든. 그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어.”진서준은 이 수단을 사용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도시의 도로를 가로지르며 검은 그림자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존재가 있었다.주변 사람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할 새도 없이, 그 그림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서준은 황예은을 등에 업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자기와 서지은이 머무는 별장으로 돌아왔다.별장에 들어가자 진서준은 서둘러 불을 켜고 황예은을 소파에 눕혔다.이때 황예은은 아직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몸에 묻은 핏자국은 이미 바람에 말라 피비린내가 거의 다 사라졌다.황예은의 몸에는 몇 군데 총상 자국이 있었고 꽤나 참혹한 상태였지만 다행히 주요 부위는 피해 가서 치명상은 아니었다.“넌 밖에 나가서 별장을 지켜.”진서준은 어깨에 앉아 있던 올기를 향해 말했다.올기는 순순히 밖으로 날아가 진서준을 위해 문을 지켰다.올기가 떠난 후, 진서준은 황예은의 몸에 남은 옷을 천천히 벗기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예술 작품처럼 완벽한 몸매가 진서준의 눈앞에 드러났다.비록 여자의 몸을 처음 본 건 아니었지만 진서준은 자연스럽게 동작을 멈춘 채 멍하니 서 있었다.핏자국이 없었다면 황예은의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 몸매만으로도 진서준의 피를 끓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진서준은 마음을 다잡고 손바닥을 황예은의 몸에 놓았다.진서준 체내의 영기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이내 황예은의 온몸에 퍼져나갔다.치료가 거의 다 끝나자 진서준은 손을 살짝 떨었다.그러자 황예은 몸 안에 흩어진 영기가 터진 풍선처럼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속 총알을 튕겨냈다.총알은 무려 다섯 개나 체내에 있었다.여자는 고사하고 건장한 남자라고 해도 총알 다섯 발을 맞고 살아남는 건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체내의 총알이 빠져나간 후, 진서준은 바로 젖은 수건으로 황예은 몸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몇 군데 피가 황예은의 허벅지 안쪽에 흘러내렸다.“이건 다 널 살리기 위한 거야...”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황예은의 피를 닦아내는 데만 해도 수건 세 개가 전부 붉은색으로 물들어 버렸다.황예은의 몸에
게다가 지금 황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그룹은 황예은이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황예은이 죽으면 황씨 가문는 크게 요동치며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그때는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큰 일이 될 수 있었다.진서준은 급히 황예은을 부축해 차에서 끌어냈고 영기를 그녀의 몸에 주입해 출혈로 인한 상처를 치유했다.“주인님, 제가 도와드릴까요?”올기가 급히 물었다.“괜찮아, 여긴 보는 눈이 많아 넌 그냥 조용히 있어.”진서준은 황예은을 안고 단 몇 걸음 만에 곽윤상의 차로 돌아갔다.진서준이 차 안으로 돌아오자 서지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봤다.하지만 진서준이 안고 있는 사람을 보자 서지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예은 언니!”황예은이 온몸에 피를 흘리고 있는 걸 본 서지은은 얼굴이 급격히 창백해졌다.“서준아, 아까 공격받은 사람이 예은 언니였어?”진서준도 놀라며 되물었다.“너 이 여자 알아?”“명주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람입니다.”곽윤상이 대신 대답했다.“이 여자는 명주시 최고 재벌 황경영의 딸입니다. 지금 황씨 가문 실권도 이 여자가 꽉 쥐고 있고요.”보아하니 황예은은 명주에서 꽤나 유명한 인물인 듯했다.“예은 언니와 난 같은 대학에 다녔고 언니는 내 선배였어. 우리는 학교에서 꽤 친하게 지냈어.”서지은은 진서준의 손을 꼭 잡으며 초조하게 말했다.“서준아, 제발 예은 언니를 살려줘.”“걱정 마, 이 여자를 죽게 두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곽윤상에게 말했다.“곽 선생님, 오늘 약왕과의 만남은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여자를 치료하는 게 시급한 것 같아요.”“알겠습니다, 바로 약왕에게 연락할게요.”곽윤상은 곧바로 약왕에게 전화를 걸었다.약왕은 약속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듣자 불쾌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명주시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인 약왕은 누군가가 약속을 잡았다가 제멋대로 취소할 수 있는 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곽윤상, 난 당신 스승 체면을 봐서 만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