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가 되니 이승재는 조금 전처럼 의기양양하지 않았다.그는 진서준의 실력에 정말로 겁을 먹었다.겨우 손가락 하나로 그의 사부님이 걸어둔 진법을 파괴할 수 있다니, 이 정도 실력이라면 그의 사부님과 엇비슷할 정도였다.이승재가 떠난 뒤 황보식은 기쁜 얼굴로 함께 식사하자고 초대했고 진서준은 거절하지 않았다.밥을 먹을 때 황보식의 눈동자에서 은근한 걱정이 보였다.“각주님, 권해철은 오랫동안 이름을 날린 사람입니다. 5일 뒤 대결에서 절대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그때가 되면 제가 서울시의 세가들을 초대하여 그들에게 각주님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황보식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은 덤덤히 웃을 뿐 거절하지 않았다.권해철과의 대결로 서울시 세가들은 진서준의 진정한 실력을 알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앞으로 진서준에게 불경을 저지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점심을 먹은 뒤 황보식은 조철용에게 차로 진서준을 데려다주라고 했다.집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서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가 고한영인 걸 확인한 뒤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이에요?”“진서준 씨, 어서 플라워 호텔 706으로 와줘요.”고한영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에게 들릴까 봐 무서운 사람처럼 말이다.“알겠어요.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진서준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는 곧바로 플라워 호텔로 향했다....어젯밤 밤새 노력한 덕에 유정과 고한영 두 사람은 드디어 회사의 모든 자료를 다 보았다.그리고 유정은 노수연이 보낸 부채 회사 정보를 보러 갔다.유정과 고한영 두 사람은 의논한 결과 먼저 고객 중 한 명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려고 했다.우선 예의를 차리다가 그래도 안 되면 강경한 수단을 사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만약 상대방이 계속해 빚을 갚으려 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생각이었다.두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한 사람은 손지헌이라는 청년이었다.손지헌은 유정과 고한영을 보다가 하
두 남자가 다가오자 고한영을 비명을 질렀다.“저 조금 전에 대표님에게 연락했어요. 저희 대표님 곧 올 거예요!”손지헌은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겠다. 그는 잠시 뒤 올 사람이 누군지 상관하지 않았다.“오늘 경찰서 서장이 이곳에 온다고 해도 너희를 구할 수는 없을 거야! 감히 술병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는 사람은 너희가 처음이야!”유정이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먼저 약속을 어긴 사람은 당신이에요!”“약속을 어겼다고?”손지헌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내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면 왜 반년 동안 시간을 끌면서 빚을 갚지 않았을까? 난 노수연을 오래전부터 탐내왔어. 그런데 노수연은 너무 똑똑해. 그래서 본인은 오지 않고 너희 둘을 대신 보낸 거지.”손지헌의 말을 들은 유정과 고한영은 기분이 가라앉았다.역시나 노수연은 두 사람을 해칠 생각이었다.“저 둘의 옷을 벗겨. 내가 실컷 놀고 나면 너희들도 맛보게 해줄게.”손지헌은 두 손을 휘적이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두 부하는 그 말을 듣자 눈을 빛냈다.그들은 아직 유정과 고한영 같은 대단한 미인과 자본 적이 없었다.“오지 마. 오지 말라고!”유정은 조금 전 와인을 꽤 많이 마셔서 취기가 오른 탓에 정신이 혼미해서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웠다.고한영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녀의 긴 두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진서준 씨, 빨리 와요!’고한영이 마음속으로 묵묵히 기도하고 있을 때, 쾅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왔다.룸 안으로 들어온 진서준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고한영과 유정을 보자 눈에서 분노의 불길을 내뿜었다.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본 순간, 절망에 빠졌던 유정은 다시금 희망을 되찾았다.그녀는 진서준만 있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진서준 씨!”손지헌이 흐려진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버럭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이놈은 또 누구야? 감히 내 일에 간섭하려고 들어?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널 때려죽여 줄까
손지헌의 오만한 모습을 본 진서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같은 피가 틀림없네.”손지헌의 모습은 손승호와 다를 바가 없었다.진서준은 차갑게 손지헌을 노려보며 그에게 걸어갔다. “강성철이 오기 전까지 같이 한번 놀아보자고.”그 말을 들은 손지헌은 표정이 약간 변했다. 그리고 약간 두려운 표정으로 진서준을 보며 물었다.“뭘 하려는 거야? 경고하는데, 날 건드리면 이따가 죽을 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야!”손지헌은 으름장을 놓으며 진서준을 협박하려고 했지만 진서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그건 강성철이 오고 난 후에 볼 일이지.”진서준은 바로 한 손으로 손지헌의 멱살을 잡고 테이블 앞으로 끌고 갔다.“여자한테 술을 강요하는 걸 좋아하잖아? 잘됐네. 난 남자한테 강요하는 걸 좋아해서.”진서준은 테이블 위에 놓인 다섯 병의 고량주와 열 병의 와인을 가리키면서 얘기했다.“1분에 한 병씩 마셔. 만약 못 마시면 네 손가락을 하나씩 부러뜨릴 거야. 그리고 직접 네 입에 술을 들이부어 주지.”손지헌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불안해하면서 입을 열었다.“너 미쳤어? 이 술을 다 마시고 나면 거의 죽는 거랑 다름없잖아!”손지헌이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는 건 맞지만, 그의 주량은 센 편이 아니었다.고량주 한 근이 그의 한계였다. 그것도 천천히 마셔야 했다.평소에 그에게 술을 강요할 사람도 없었으니까 술을 한계까지 마실 일도 없었다.하지만 오늘 진서준을 만난 것은 큰 실수였다.“네 생사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이윽고 그는 한 손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모든 술병의 뚜껑이 동시에 날아가 천장에 박혀버렸다.손지헌은 그 뚜껑들을 보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이, 이게 사람이야?’“일단 고량주부터 시작하자.”진서준이 고량주 한 병을 가져와 손지헌의 앞에 놓았다.“시작.”그 말을 들은 손지헌은 고량주를 들고 병째로 마셨다.두 모금 마셨을 때부터, 손지헌은 목에 불이 붙은 것만 같았다. 타들
손지헌의 두 부하는 진작 깨어있었다.두 사람은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손지헌을 보면서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렸다.그들은 귀신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손지헌은 진서준의 피부를 갈기갈기 찢고 뼈를 다 뽑고 싶은 정도였다.“넌 이제 끝장이야! 강성철이 사람을 데리고 왔으니까!”말을 마친 손지헌은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 룸 밖으로 갔다.같은 층에서 밥을 먹던 고객들도 인기척을 느끼고 문을 연 채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있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호텔에서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나는 거 아니야?”“쉿, 조용히 해. 저 사람들의 H배지 못 봤어? 다 호스텔 그룹의 사람들이라고!”“저 뒤에 있는 사람 좀 봐! 강성철 아니야?”사람들은 강성철을 보고 놀라서 가슴이 철렁했다.이 호텔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강성철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다만 그들은 강성철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호텔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설마 호텔에 원수라도 있나?선글라스를 끼고 시가를 입에 물고 있는 강성철은 카리스마가 물씬 느껴졌다.“강성철 형님!”손지헌은 강성철 앞에 와서 억울하고도 분통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완전히 망가져 버린 손지헌의 왼손과 얼굴에 가득한 피를 본 강성철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도련님, 감히 누가 도련님을 건드린 겁니까.”강성철은 항상 손씨 가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손지헌의 아버지는 기관의 사람이었다. 조직 사람으로서, 강성철은 기관의 사람을 가장 두려워했다.“저는 그저 저 사람의 부하 여직원들에게 술을 좀 강요했을 뿐인데, 작은 회사의 회장 따위가 감히 날 죽이려고 했습니다!”손지헌은 턱으로 진서준이 있는 룸을 가리키며 표독스러운 눈으로 얘기했다.“성철 형님, 이따가 저 자식의 사지를 잘라버리고 살려두세요.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보여줘야죠. 매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게 할 겁니다.”사지를 자르는 것은 고대의 형벌 중 하나다.원한이 깊지 않은 이상 그 정
손광진이 그렇게 존경하는 사람에게 감히 시비를 걸다니.이 소식을 손광진이 알게 된다면 복수는커녕, 맞아 죽지 않으면 다행인 일이었다.정신을 차린 손지헌은 얼른 진서준에게 얘기했다.“진 선생님, 아까는 제가 몰라뵈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저한테 기회를 한 번 주세요! 제 할아버지는 진 선생님을 매우 존경하고 계십니다. 눈앞의 사람이 진 선생님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로 이런 불경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겁니다!”손지헌에게서는 아까와 같은 오만방자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애절하게 빌면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손지헌의 두 부하는 그 모습을 보고 멍해서 서 있었다.그들은 손지헌이 다른 사람 앞에서 이렇게 비굴해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강성철은 무표정으로 이 모든 장면을 보고 있었다. 손지헌이 뇌가 있다면 무조건 진서준에게 사과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진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손지헌은 바로 고개를 돌려 강성철을 쳐다보았다.“성철 형님, 제발 뭐라도 얘기해 봐요!”강성철은 차갑게 코웃음치고 진서준의 귓가에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진 선생님, 손씨 가문의 실력은 약한 편이 아닙니다. 게다가 손지헌의 아버지도 어느 정도의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손 하나를 부러뜨렸으니 앞으로 선생님을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이대로 용서해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약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그럼 용서해 주죠.”손지헌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돌리며 감사 인사를 올렸다.“감사합니다,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 성철 형님! 진 선생님, 제가 진 빚은 두 배로 갚도록 하겠습니다!”진서준은 거절하지 않았다. 손지헌은 이미 반년이나 빚을 졌으니 두 배로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떠나기 전, 진서준은 손지헌에게 경고했다.“내 신분을 손승호에게 알리지 마.”손지헌은 놀랐지만 또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그는 진서준과 손승호 사이의 갈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해서 놀랐다.또 손승호는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손지헌은 손승호가 왜 입원한 것인지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누가 감히 형한테 손을 댄 거야!”손승호의 머릿속에는 진서준의 얼굴이 떠올랐다.이를 꽉 문 손승호가 얘기했다.“내 여자를 뺏은 그런 자식이 있어. 지헌아, 나중에 시간 되면 나 보러 병원에 와.”“알겠어. 지금 당장 갈게.”손지헌은 얼른 운전기사더러 서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VIP 병동으로 온 손지헌은 머리에 하얀 붕대를 감은 손승호를 발견했다.그 모습에 손지헌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너도 이런 꼴을 당하는구나!’“형, 이게 무슨 일이야. 누가 이렇게 심한 짓을 한 거야. 형을 이렇게 때려놓다니...”손지헌은 마음 아파하는 표정으로 화를 내면서 손승호를 쳐다보았다. “진서준이라는 범죄자 새끼야!”손승호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얘기했다.진서준이 범죄자라는 말을 들은 손지헌은 살짝 놀랐다.그는 진서준이 옥살이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떠한가. 지금 진서준은 만인지상의 진 선생님이다.“범죄자? 그러니까 겁도 없이 형을 건드리지!”손지헌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하는 척 얘기했다.“형, 내가 당장 아버지한테 연락해서 그 새끼를 감옥에 처넣으라고 할게.”손지헌은 손승호의 성격을 잘 알았다.그는 이해심이 없고 멍청하며 뒤끝이 길다. 그래서 그를 건드린 사람은 평생 기억하면서 언제 복수할지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진서준이 손승호를 이 정도로 만들어 놓았으니 손승호는 진서준을 감옥에 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손지헌이 핸드폰을 꺼내자마자 손승호가 소리 질렀다.“전화하지 마! 난 그 자식의 사지를 부러뜨리고 길가에 내던져서 평생 구걸이나 하게 만들 거야. 감옥에 보내는 건 너무 가벼운 벌이야.”손승호의 말을 들은 손지헌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형, 그럼 다른 사람이라도 찾았어?”손승호는 입꼬리를 올리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그래. 어젯밤에 외눈박이 형제한테 도움을 청했어.외눈
진서준도 자기 뒤에 있는 차량을 발견했다.그 차에 앉은 사람이 손승호가 고용한 킬러라고 생각했다. 차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달려오더니 진서준 앞에서 멈춰 섰다.은백색의 마세라티 스포츠카였다.그 차를 본 진서준은 한숨을 돌렸다.“틀렸네. 손승호가 보낸 킬러인 줄 알았더니만.”킬러들은 보통 조용하게 일을 처리한다. 이런 스포츠카를 끌고 다니면서 사람을 죽이는 일은 거의 없다.차 문이 열리자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쭉 뻗은 다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그 다리와 몸매를 보면서 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이 몸매는 진서준이 아는 여자 중에서 가장 훌륭한 몸매였다.하지만 상대방이 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굳어버렸다.“허윤진!”허윤진이 왜 여기에... 게다가 이렇게 섹시한 차림으로...허윤진은 차에서 내려 진서준을 돌아봤다.그리고 진서준이 자기 몸매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부끄러워했다.“변태! 어딜 보는 거예요!”허윤진은 10센티미터나 되는 하이힐을 신고 진서준 앞에 와서 창피함과 분노가 섞인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진서준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뒤로 물러나 숨을 깊이 쉬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윤진 씨가 왜 여기에... 설마 나 찾아온 거예요?”어젯밤의 일 때문에 진서준은 허윤진 같은 멍청한 여자와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았다.허윤진과 가까이하면 진서준은 해만 입을 것이다.“뻔뻔하기는. 내가 왜 서준 씨를 찾아와요!”허윤진이 소리쳤다.진서준은 한숨을 돌렸다. 그는 허윤진이 자기를 찾아왔을까 봐 나름 걱정하던 참이었다.“그럼 잘됐네요. 비켜주세요. 집에 가야 해서.”진서준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을 본 허윤진의 눈에서는 분노가 이글거렸다.아까까지만 해도 음흉한 시선으로 그녀의 가슴과 다리를 보더니, 이제 와서 성인군자인 척하는 것이 역겨웠다.“잠깐, 가지 마요!”허윤진은 두 팔을 벌려 진서준의 앞을 가로막았다.“왜요? 날 만나러 온 것도 아니면서.”진서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윤진을 쳐
평소의 초운산은 조용했지만 오늘은 아주 시끌벅적했다.도로에는 수억 원짜리 스포츠카가 가득 세워져 있었다.반짝이는 네온사인, 신나는 음악, 그리고 여러 가지 음식까지. 없을 것이 없었다.화려하게 차려입은 30여 명의 남녀들이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허윤진을 본 사람들은 얼른 몰려왔다.“윤진아, 오늘 정말 섹시한데? 설마 저 남자한테 넘어간 건 아니지?”“오랜만이네. 허윤진이 남자를 다 데려오고.”“우리 공주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면 학교의 남자들이 다 울겠어.”사람들의 농담에 허윤진은 부끄럽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얘기했다.“이 사람은 그저 내 보디가드 겸 기사일 뿐이야. 남자 친구는 절대 아니야!”허윤진의 해명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뿐, 믿어주지 않았다.학교에서 허윤진은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경우가 없었다.게다가 그녀의 스포츠카에 타 본 남자도 없었다.눈앞의 이 남자는 차림이 수수하지만 몸에서 우아한 기품이 흘러넘쳤다.“윤진아, 그럼 말 바꾸기 없기다? 나 네 보디가드가 마음에 들어.”허윤진과 비슷한 얼굴과 몸매를 가진 여자가 진서준 곁에 와서 그의 팔을 그러안고 몸을 갖다 댔다.허윤진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놀란 눈으로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진서준은 고개를 돌려 자기 팔에 매달린 여자를 보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는 황보식의 연회에서 이 여자를 본 기억이 있었다.황은비는 진서준이 자기를 쳐다보자 웃으면서 윙크를 날렸다.황은비는 황정식의 손녀였다. 그래서 저번 연회에 황은비도 참석했었다.“이 여우 같은 계집애가? 얼른 놔!”허윤진은 정신을 차리고 화가 난 얼굴로 황은비를 노려보았다.두 사람은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두 사람 다 대학의 4대 미인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황은비는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친구가 아주 많았다.하지만 허윤진은 상대적으로 도도하고 시크하며 이성과 대화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허윤진의 욕에도 황은비는 전혀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