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도 자기 뒤에 있는 차량을 발견했다.그 차에 앉은 사람이 손승호가 고용한 킬러라고 생각했다. 차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달려오더니 진서준 앞에서 멈춰 섰다.은백색의 마세라티 스포츠카였다.그 차를 본 진서준은 한숨을 돌렸다.“틀렸네. 손승호가 보낸 킬러인 줄 알았더니만.”킬러들은 보통 조용하게 일을 처리한다. 이런 스포츠카를 끌고 다니면서 사람을 죽이는 일은 거의 없다.차 문이 열리자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쭉 뻗은 다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그 다리와 몸매를 보면서 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이 몸매는 진서준이 아는 여자 중에서 가장 훌륭한 몸매였다.하지만 상대방이 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굳어버렸다.“허윤진!”허윤진이 왜 여기에... 게다가 이렇게 섹시한 차림으로...허윤진은 차에서 내려 진서준을 돌아봤다.그리고 진서준이 자기 몸매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부끄러워했다.“변태! 어딜 보는 거예요!”허윤진은 10센티미터나 되는 하이힐을 신고 진서준 앞에 와서 창피함과 분노가 섞인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진서준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뒤로 물러나 숨을 깊이 쉬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윤진 씨가 왜 여기에... 설마 나 찾아온 거예요?”어젯밤의 일 때문에 진서준은 허윤진 같은 멍청한 여자와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았다.허윤진과 가까이하면 진서준은 해만 입을 것이다.“뻔뻔하기는. 내가 왜 서준 씨를 찾아와요!”허윤진이 소리쳤다.진서준은 한숨을 돌렸다. 그는 허윤진이 자기를 찾아왔을까 봐 나름 걱정하던 참이었다.“그럼 잘됐네요. 비켜주세요. 집에 가야 해서.”진서준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을 본 허윤진의 눈에서는 분노가 이글거렸다.아까까지만 해도 음흉한 시선으로 그녀의 가슴과 다리를 보더니, 이제 와서 성인군자인 척하는 것이 역겨웠다.“잠깐, 가지 마요!”허윤진은 두 팔을 벌려 진서준의 앞을 가로막았다.“왜요? 날 만나러 온 것도 아니면서.”진서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윤진을 쳐
평소의 초운산은 조용했지만 오늘은 아주 시끌벅적했다.도로에는 수억 원짜리 스포츠카가 가득 세워져 있었다.반짝이는 네온사인, 신나는 음악, 그리고 여러 가지 음식까지. 없을 것이 없었다.화려하게 차려입은 30여 명의 남녀들이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허윤진을 본 사람들은 얼른 몰려왔다.“윤진아, 오늘 정말 섹시한데? 설마 저 남자한테 넘어간 건 아니지?”“오랜만이네. 허윤진이 남자를 다 데려오고.”“우리 공주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면 학교의 남자들이 다 울겠어.”사람들의 농담에 허윤진은 부끄럽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얘기했다.“이 사람은 그저 내 보디가드 겸 기사일 뿐이야. 남자 친구는 절대 아니야!”허윤진의 해명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뿐, 믿어주지 않았다.학교에서 허윤진은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경우가 없었다.게다가 그녀의 스포츠카에 타 본 남자도 없었다.눈앞의 이 남자는 차림이 수수하지만 몸에서 우아한 기품이 흘러넘쳤다.“윤진아, 그럼 말 바꾸기 없기다? 나 네 보디가드가 마음에 들어.”허윤진과 비슷한 얼굴과 몸매를 가진 여자가 진서준 곁에 와서 그의 팔을 그러안고 몸을 갖다 댔다.허윤진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놀란 눈으로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진서준은 고개를 돌려 자기 팔에 매달린 여자를 보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는 황보식의 연회에서 이 여자를 본 기억이 있었다.황은비는 진서준이 자기를 쳐다보자 웃으면서 윙크를 날렸다.황은비는 황정식의 손녀였다. 그래서 저번 연회에 황은비도 참석했었다.“이 여우 같은 계집애가? 얼른 놔!”허윤진은 정신을 차리고 화가 난 얼굴로 황은비를 노려보았다.두 사람은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두 사람 다 대학의 4대 미인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황은비는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친구가 아주 많았다.하지만 허윤진은 상대적으로 도도하고 시크하며 이성과 대화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허윤진의 욕에도 황은비는 전혀 개
고수빈이 간 후, 허윤진은 또 황은비와 대치하며 화를 냈다.“언제까지 안고 있을 거야! 얼른 놔!”황은비는 웃으면서 얘기했다.“평생 안고 있을 건데?”허윤진은 뻔뻔한 황은비를 보다가 진서준을 돌아보았다.진서준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화가 난 허윤진은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진서준, 얼른 차에 가서 기다려!”진서준도 사실 난처했다. 두 사람은 자기 할 말만 하느라 그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하지만 허윤진이 명령조로 얘기하자 진서준은 그저 담담하게 얘기했다.“전 허윤진 씨의 하인이 아닙니다.”진서준이 자기 말에 반박하자 허윤진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래, 딱 기다려.”말을 마친 허윤진은 몸을 돌려 떠났다.사람들은 허윤진이 떠나자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황은비도 진서준의 팔을 놓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진서준 씨, 혹시 화 나셨어요?”황은비는 그저 허윤진을 약 올리기 위해 진서준의 팔을 잡았다.사실 황은비는 진서준과 허사연이 무슨 사이인지 몰랐다.그래서 본인의 행동이 진서준을 불쾌하게 만들었을까 봐 걱정했다.“괜찮아요. 밑진 것도 없고.”진서준이 담담하게 웃었다.황은비는 부드러운 소재의 기능성 티셔츠와 속옷을 입고 있었다.그래서 황은비가 그의 팔을 그러안았을 때, 진서준은 황은비의 몸매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진서준의 말을 들은 황은비는 약간 부끄러워했다.평소에는 발랄하고 활기 넘치는 그녀였지만 남자와 이런 접촉은 처음이었다.“그래도 앞으로는 이런 스킨십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진서준이 말을 이었다.“알겠어요.”황은비는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보고 물었다.“진서준 씨는 허사연 씨와 무슨 사이예요?”진서준은 바로 대답했다.“제 여자 친구예요.”황은비는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진서준의 입에서 나오는 확답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후 크게 실망했다.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황은비가 발랄하게 얘기했다.“진서준 씨, 저 진서준 씨한테 반했어요.”그 말에 진서준
아무리 카레이싱이라고 하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그래서 진서준은 시속 80을 넘지 않았다.1분도 되지 않아 진서준과 허윤진의 시선 속에서는 차량들이 사라져 버렸다.“왜 이렇게 느리게 운전하는 거예요!”허윤진은 약간 화가 나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진서준이 카레이싱을 모른다는 건 장난인 줄 알았더니만 진짜였다.“천천히 운전하면 안전하잖아요. 전에 초운산에 와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 차 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죽음의 문턱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목숨 귀한 줄 모른다.허윤진 같은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란 사람은 깊이 생각할 줄 모른다.“정말 괜히 데려왔다니까!”허윤진은 진서준을 노려보더니 창문을 내리고 바람을 쐬었다.빵빵!이때 뒤에서 차량의 경적이 들려왔다.허윤진은 호기심에 고개를 빼고 뒤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이상하네. 시합이 시작되면 다른 차량은 진입 불가인데. 왜 갑자기 다른 차량이 나타난 거지?”진서준은 경적을 듣고 백미러를 쳐다보았다.그들의 뒤에 있는 건 토요타 차량이었는데 작지만 속도는 빨랐다.순식간에 그 차는 진서준의 옆으로 다가왔다.토요타 조수석의 창문이 내려가더니 안대를 쓴 대머리가 진서준을 보며 물었다.“네가 진서준이지?”진서준이 그 대머리를 보자 시선이 날카로워졌다.이 얼굴은 TV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바로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을 죽이고 다녔다는 외눈박이 형제였다.다만 진서준은 그들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허윤진은 대머리의 말을 듣고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씨, 저 사람들 알아요?”“외눈박이 형제예요. 신문이나 기사에서 본 적 있을 거예요.”진서준이 얘기했다.허윤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했다.“신문이나 기사를 안 봐서 외눈박이 형제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없네요. 뭐 레이싱 선수라도 돼요?”조수석에 앉은 박동민은 섹시한 옷차림에 예쁜 얼굴을 가진 허윤진을 발견하고 음탕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형, 오늘 밤 잘 즐길 수 있겠는데
“안돼!”허윤진은 진서준이 토요타에 치이기 직전의 모습을 보면서 눈이 붉어졌다.말로는 진서준을 싫어한다고 했지만 어제 진서준이 그녀를 구해준 후, 허윤진은 진서준을 다시 보게 되었다.토요타는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였다. 아주 빠른 속도로 진서준을 향해 덮쳐가고 있었다.다른 사람이 이 차에 치였다면 무조건 죽었을 것이다.쿵.차는 그대로 진서준을 박았다. 하지만 날아간 건 진서준이 아니었다.진서준은 오른손으로 차를 내리찍었다. 토요타 엔진이 부서져서 산산조각이 났고 기계가 부서져 기분 나쁜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마치 차가 친 것이 사람이 아닌 강철로 된 벽인 것처럼 말이다.차의 트렁크 부분은 아예 들려있었다.하얀 연기가 차에서 뿜어져 나왔다. 에어백에 묻힌 외눈박이 형제도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제 자리에 있는 진서준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차에 치여 날아갈 줄 알았던 진서준이 그 자리에 서 있다니.두 사람은 진서준의 오른손을 보면서 겁을 먹었다.한 손으로 미친 듯이 질주하는 토요타를 진정시켰으니 말이다.오른손의 힘이 그렇게 대단한가?설마 진서준이 종사 급이라도 되는 건가?허윤진도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딱 벌렸다.한 손으로 차를 막다니!‘저게 사람 맞아?’진서준은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진서준이 이 길을 선택한 것은 외눈박이 형제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손승호는 죽일 수 없지만 이 두 킬러는 바로 죽일 수 있다. 차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얼른 차에서 내려 도망치려고 했다.진서준을 보는 두 형제의 눈에는 비웃음이 아닌 두려움으로 가득했다.손승호는 분명 진서준이 쓰레기일 뿐이라고 했다.“날 죽이러 온 거 아니야? 왜 도망치는 거야?”진서준은 오른손을 거두고 두 사람을 보면서 차갑게 웃었다.박형민이 얘기했다.“너... 도대체 누구야.”그는 한 손으로 차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유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박형민은 서울
바닥에 쓰러진 박형민은 울음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허윤진은 그 소리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진서준은 허윤진을 보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차에서 기다려요.”허윤진은 그제야 조수석에 올라타 아까의 장면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진서준이 보여준 충격적인 장면은 잊고 싶다고 해서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눈을 감으면 진서준이 한 손으로 차를 막아 나서던 장면이 떠오른다.“나쁜 자식! 그렇게 강하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지. 괜히 걱정하게 만들어 놓고!”허윤진은 뜨거운 두 볼을 만지면서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도로 위에서, 진서준은 박형민의 얼굴을 밟고 차갑게 그를 내려보았다.“네 동생이랑 같이 죽어버려.”그 말을 들은 박형민이 재빨리 빌었다.“제발 용서해 줘. 내 모든 재산을 다 너한테 줄게.”“늦었어.”진서준은 박형민의 목에 발을 갖다 대고 힘껏 밟았다.박형민의 눈에 안광이 사라지더니 얼굴에는 믿기 힘들다는 듯한 표정만 남았다.그는 자기가 서울시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진서준은 박형민은 처리한 후 산 앞으로 와서 가볍게 주먹을 뻗었다.그러자 산에 박힌 박동민이 그대로 떨어졌다.박동민은 이미 죽기 직전의 상태였다.그의 눈은 빨갛게 충혈된 상태였고 척추는 부러져서 허리가 구부정했다. 진서준의 주먹에 박동민의 두 팔 뿐만 아니라 몸안의 내장까지 거의 가루가 되었다.지금 죽지 않은 것만 해도 꽤 대단했다.진서준은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체내의 영기를 끌어올렸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밝은 빛이 나와 박동민의 몸에 내려앉았다.그 순간, 박동민의 몸은 빠르게 불타올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가루도 남지 않았다.외눈박이 형제를 다 처리한 후, 진서준은 차에 올라탔다.“괜찮아요?”진서준이 차에 타자 허윤진은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보면서 걱정했다.진서준은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날 걱정해 주는 거예요?”진서준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보이자 허윤진은 또 화가 났다.진서준에게 있어서 허
가격이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도 훌륭했지만 하민규의 헤네시 베놈과는 차원이 달랐다.게다가 하민규는 그들 중 운전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예전에 카레이싱 시합에서도 그는 몇억이 되는 고급 차를 몰고 매번 1등을 차지했다.하지만 이번에 그는 20억 원에 가까운 헤네시를 몰았지만, 오히려 2위가 되었다.“허윤진과 그녀의 남자 친구!”“뜻밖에도 허윤진의 남자 친구가 차신이었네!”진서준과 허윤진이 차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황은비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녀는 진서준이 무조건 1등을 할 거라고 믿었다. 왜냐면 그는 진 마스터니까!진서준에게 잔뜩 화가 나 있던 허윤진은 사람들이 숭배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허윤진이 예쁘고 돈도 많았지만 이런 시선은 처음으로 받아보았다.그래서 그녀의 기분은 한껏 들떠 있었다.“여러분, 제가 찾은 보디가드 실력이 괜찮죠?”넋 놓고 바라보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하나둘씩 허윤진 곁으로 다가와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윤진아, 이런 차신 보디가드는 어디서 찾았어? 나도 추천해 줘.”“나도 이렇게 멋있고 실력 있는 보디가드 갖고 싶어.”“윤진아, 우리 이렇게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는데, 네 보디가드 나한테 하룻밤만 빌려줘!”직진 스타일의 몇 여자들은 직접 진서준의 손을 잡고 추파를 던졌다.허윤진은 마치 암탉이 갓난 병아리를 보호하듯이 진서준의 앞에 막아 나섰다.“내 보디가드는 내 거야, 절대 남에게 줄 수 없어!”진서준은 허윤진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웃음이 나왔다.비록 어른이지만 그녀의 행동과 말투는 어린아이와 같았다.바로 이때, 하민규의 헤네시 베놈이 옆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화려한 옷차림에 잘생긴 얼굴의 청년들이 앞에 나타났다.그러자 허윤진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즉시 흩어져서 하민규에게 길을 내주었다.“운전 실력이 대단하네요!”하민규는 미소를 지으며 진서준 앞에 있는 허윤진을 무시하고 두 눈을 빤히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열광적인
진서준은 하민규가 왜 자기한테 차를 선물하려 하는지 알고 있었다.그는 그저 하민규와 평범한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 금전적으로 얽히고 싶지 않았다.우정은 일단 돈과 섞이면 금방 변질된다.사람들은 차를 몰고 초운산에서부터 마그레라로 이동했다.마그레라라고 불리는 이곳은 서울시에서 가장 크고 럭셔리한 술집이었다.가장 기초적인 노래방 외에도 재벌 2세들이 즐기는 오락거리가 많았다.하민규 일행이 들어서자, 매니저는 아첨하는 표정으로 재빨리 그의 앞으로 왔다.“민규 도련님, 오늘에는 노래 부르러 오셨어요? 아니면 마사지 받으러 오셨어요?”하민규는 품에서 평범해 보이지 않는 황금 카드를 꺼내 매니저에게 건네줬다.“제일 크고 럭셔리한 룸으로 안배해 주세요.”제일 큰 룸은 면적이 거의 170평이었고 안에는 평소에 볼 수 있던 오락시설이 전부 설치되어 있었다.서울시에도 유일하게 마그레라만이 이런 룸이 있었다.“이걸 어쩌죠, 민규 도련님. 오늘 제일 큰 룸은 이미 다른 분께서 예약했어요...”매니저는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긴장한 눈빛으로 하민규를 바라보았다.그는 단지 마그레라의 매니저일 뿐, 회장이 아니었다.만약 하민규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었다.이 일은 매니저랑 관계가 없었지만, 재벌 2세 같은 사람들은 변덕스럽기에 그지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제일 큰 룸이 없다는 말을 듣자 하민규의 얼굴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제일 큰 룸이 없으니 작은 걸로 하죠.”진서준이 말했다.매니저는 보잘것없는 진서준을 보고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의 생각에는 룸을 바꾸는 것도 하민규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그럼 서준 형님의 뜻대로 할게요. 룸을 바꿔주세요.”진서준이 말했으니 하민규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하지만 매니저는 어리둥절했다. 천하의 하씨 집안의 도련님이 이 젊은 청년의 말을 듣다니!“아직 서서 뭐 하세요?”매니저가 반응이 없는 것을 보자, 하민규는 이마를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지금 바로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