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아까부터 정신을 잃은 척하고 있었다.룸 안에서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때, 그는 이미 음식에 약을 탄 사실을 눈치챘다.진서준은 이 기회를 틈타 아예 기절한 척해서 멍청한 허윤진이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알아보려 했다.그런데 손승호가 갑자기 나타날 줄은 몰랐다.손승호가 혼잣말하던 것도, 두 사람이 조금 전 나눈 대화도 진서준은 휴대전화로 전부 녹음했다.허윤진이 건물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을 때 진서준은 사실 그녀를 구할 생각이었다.허윤진이 아무리 짜증 나고 성가셔도 그녀는 허사연의 동생이었기 때문이다.만약 허윤진이 죽는다면 허사연은 분명 슬퍼할 것이었다.허사연을 깊이 사랑하는 진서준은 자기 여자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손승호가 겨우 말 몇 마디로 허윤진을 속일 줄은 몰랐다.이렇게 멍청한 여자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건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만약 허윤진이 일반 가정집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일찌감치 사기를 당하고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너... 너 왜 깨어있어?”손승호는 진서준의 발차기에 내장이 전부 쏟아져나올 것만 같았다.배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리는 통증을 손승호는 참기 어려웠다.허윤진도 이때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진서준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걸 보고 무척 놀라워했다.“진서준 씨 기절한 거 아니었어요?”진서준은 덤덤한 눈길로 허윤진을 힐끗 바라보았다.“내가 기절하기를 그렇게 간절히 바란 거예요?”허윤진은 표정이 굳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계속 반응이 없길래 진짜 정신을 잃은 줄 알았죠.”진서준은 허윤진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손승호를 향해 걸어갔다.그는 짐승만도 못한 손승호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그가 오늘 이렇게 음험한 수작을 부리려던 걸 생각하면 앞으로 또 어떤 계략을 꾸밀지 몰랐다.“진서준, 날 놓아준다면 앞으로 당신에게 시비를 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조금 전의 발길질로 손승호는 자신과 진서준 사이의 실력 차이를 실감했다.만약 진서준과 붙
허윤진은 옷을 갈아입은 뒤 전화를 꺼내 병원에 연락했다.손승호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출혈 과다로 죽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전화를 끊은 뒤 허윤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는 이만 가요.”진서준은 손승호를 싸늘하게 바라본 뒤 허윤진을 데리고 떠났다.오늘 밤 비록 손승호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절대 그를 오래 살려두지는 않을 생각이었다.그들이 호텔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거리에는 행인이 적었고 서늘한 밤바람이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갔다.허윤진은 파란색 원피스만 입고 있었기에 서늘한 바람이 불자 저도 모르게 몸을 떨면서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렸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자기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었다.허윤진은 당황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진서준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손을 흔들어 택시를 불러 세웠다.“내 차는 아직 레스토랑 입구에 있으니 우선 레스토랑으로 돌아가서 차를 가져온 뒤 데려다줄게요.”그렇게 택시 한 대가 빠르게 두 사람 앞에 멈춰 섰다.진서준은 별말 없이 조수석에 앉았고 뒷좌석에 앉은 허윤진은 진서준을 힐끗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약간의 불만이 보였다.장소를 말한 뒤 진서준은 눈을 감고 쉬었다.최근 들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진서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지금 진서준은 그저 열심히 수련하며 실력을 높여 내년 3월 신농산에 갈 생각뿐이었다.이승재의 사부님이 관문을 나온다면 그와 함께 영골을 찾아 어머니의 두 다리를 치료하고, 가끔은 허사연과 데이트하면서 그녀와 감정을 쌓아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소망마저 이룰 수 없다니. 게다가 자꾸만 뵈는 게 없는 놈들이 그에게 시비를 걸어왔다.“청년, 여자 친구랑 싸우기라도 한 거예요?”운전기사는 4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운전기사는 진서준이 허윤진과 함께 앉지 않고, 두 사람의 표정과 행동에서 두 사람이 싸운 연인처럼 보여서 그렇게 말했다.“저희는 연인이 아니에요!”진서준과 뒷좌석에 앉
허윤진의 악랄한 축복에 진서준은 그녀가 양심이 없다고 생각했다.조금 전에 그녀를 구해줬는데 돌아서자마자 그를 죽으라고 저주하다니.“걱정하지 말아요. 난 100살까지 장수할 테니까. 당신은 계속 날 보게 될 거예요.”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액셀을 밟고 그곳을 떠났다.허윤진은 진서준의 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그제야 집으로 들어갔다.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허사연은 별장 입구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서둘러 그곳으로 달려갔다.“윤진아, 어딜 갔었어? 왜 이렇게 늦게 돌아온 거야? 내가 전화해 보니까 전화도 받지 않던데!”허사연은 초조한 얼굴로 동생 앞으로 달려가서 그녀를 자세히 살펴봤다.허윤진에게 있어 허사연은 어머니와도 같았다.두 자매의 어머니는 아주 어렸을 적 세상을 떴고, 허사연은 철이 들었을 때부터 허윤진을 몹시 아꼈다. 마치 어머니처럼 말이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허사연은 단 한 번도 허윤진을 혼낸 적이 없었다.그로 인해 허윤진은 막무가내에다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다.그뿐만 아니라 허윤진은 머리를 쓰는 것도 싫어했다.허사연이 그녀를 위해 모든 걸 계획했기 때문이다.“언니, 나 친구랑 놀다 왔어. 휴대전화는 진동으로 해놨고.”허윤진은 웃으며 설명했다.“그러면 나한테 미리 얘기했어야지!”혼을 내는 것 같으면서도 걱정이 더 많이 느껴지는 그녀의 말투에 허윤진은 더더욱 자책했다.그래도 다행히 진서준 덕분에 좋지 않은 일을 피할 수 있었다.허윤진은 허사연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녀를 껴안았다.“윤진아, 갑자기 왜 이래?”허사연은 깜짝 놀라면서 의아한 얼굴로 여동생을 바라보았다.“그냥. 언니는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데 난 언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서.”허윤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바보야. 난 네 언니잖아. 너한테 잘해주는 건 당연한 거지.”허사연은 허윤진이 처음으로 고맙다는 뜻으로 말하자 무척 기뻤다.품속의 여동생을 바라보며 허사연은 어린아이가 어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시간도 늦었으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은 뒤 진서준은 다시 침실로 돌아가서 계속 수련했다.정오가 되어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진서준은 수련을 멈췄다.“황보식 어르신, 무슨 일이세요?”전화 건너편에서 황보식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각주님, 얼른 별장으로 오세요. 이승재가 권해철의 도전장을 가지고 왔습니다!”황보식의 말에 진서준은 눈을 빛냈다.그는 권해철을 오래도록 기다렸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진서준은 곧바로 운전해서 황보식의 별장으로 향했고 약 30분 뒤 황보식의 별장 앞에 도착했다.진서준이 차에서 내리자 조철용이 곧바로 그를 맞이하러 갔다.“진 선생님, 황보식 어르신께서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안내하시죠.”진서준은 조철용을 따라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그들은 응접실에 도착했다.응접실 안에는 황보식을 제외하고 이승재도 있었다.“진 선생!”황보식은 진서준이 안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진 선생님, 오랜만입니다.”이승재는 거만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예전에 그는 진서준을 두려워했는데 지금은 그의 사부 권해철이 돌아왔으니 이승재는 진서준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이승재가 보기에 권해철이 진서준을 죽이는 것은 개미를 죽이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진서준 또한 이승재의 경멸을 보아냈지만 개의치 않았다.“당신 사부님이 나왔다고?”“맞아요. 이건 우리 사부님의 도전장입니다. 자신 있다면 어디 한 번 열어보시죠!”이승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곳으로 오기 전에 권해철은 이 도전장에 술법을 걸었다.만약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이 도전장을 연다면 술법으로 인해 다치게 된다.권해철이 이렇게 한 이유는 진서준의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였다.만약 진서준이 도전장에 걸린 술법 때문에 다치게 된다면 권해철의 상대가 될 자격이 없었다.탁자 위 도전장을 힐끗 본 진서준은 단숨에 도전장의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보잘것없는 술법으로 날 시험해 보려고 해?”진서준은 냉담히 웃더니 한 손으로 힘을
떠날 때가 되니 이승재는 조금 전처럼 의기양양하지 않았다.그는 진서준의 실력에 정말로 겁을 먹었다.겨우 손가락 하나로 그의 사부님이 걸어둔 진법을 파괴할 수 있다니, 이 정도 실력이라면 그의 사부님과 엇비슷할 정도였다.이승재가 떠난 뒤 황보식은 기쁜 얼굴로 함께 식사하자고 초대했고 진서준은 거절하지 않았다.밥을 먹을 때 황보식의 눈동자에서 은근한 걱정이 보였다.“각주님, 권해철은 오랫동안 이름을 날린 사람입니다. 5일 뒤 대결에서 절대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그때가 되면 제가 서울시의 세가들을 초대하여 그들에게 각주님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황보식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은 덤덤히 웃을 뿐 거절하지 않았다.권해철과의 대결로 서울시 세가들은 진서준의 진정한 실력을 알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앞으로 진서준에게 불경을 저지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점심을 먹은 뒤 황보식은 조철용에게 차로 진서준을 데려다주라고 했다.집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서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가 고한영인 걸 확인한 뒤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이에요?”“진서준 씨, 어서 플라워 호텔 706으로 와줘요.”고한영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에게 들릴까 봐 무서운 사람처럼 말이다.“알겠어요.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진서준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는 곧바로 플라워 호텔로 향했다....어젯밤 밤새 노력한 덕에 유정과 고한영 두 사람은 드디어 회사의 모든 자료를 다 보았다.그리고 유정은 노수연이 보낸 부채 회사 정보를 보러 갔다.유정과 고한영 두 사람은 의논한 결과 먼저 고객 중 한 명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려고 했다.우선 예의를 차리다가 그래도 안 되면 강경한 수단을 사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만약 상대방이 계속해 빚을 갚으려 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생각이었다.두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한 사람은 손지헌이라는 청년이었다.손지헌은 유정과 고한영을 보다가 하
두 남자가 다가오자 고한영을 비명을 질렀다.“저 조금 전에 대표님에게 연락했어요. 저희 대표님 곧 올 거예요!”손지헌은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겠다. 그는 잠시 뒤 올 사람이 누군지 상관하지 않았다.“오늘 경찰서 서장이 이곳에 온다고 해도 너희를 구할 수는 없을 거야! 감히 술병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는 사람은 너희가 처음이야!”유정이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먼저 약속을 어긴 사람은 당신이에요!”“약속을 어겼다고?”손지헌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내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면 왜 반년 동안 시간을 끌면서 빚을 갚지 않았을까? 난 노수연을 오래전부터 탐내왔어. 그런데 노수연은 너무 똑똑해. 그래서 본인은 오지 않고 너희 둘을 대신 보낸 거지.”손지헌의 말을 들은 유정과 고한영은 기분이 가라앉았다.역시나 노수연은 두 사람을 해칠 생각이었다.“저 둘의 옷을 벗겨. 내가 실컷 놀고 나면 너희들도 맛보게 해줄게.”손지헌은 두 손을 휘적이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두 부하는 그 말을 듣자 눈을 빛냈다.그들은 아직 유정과 고한영 같은 대단한 미인과 자본 적이 없었다.“오지 마. 오지 말라고!”유정은 조금 전 와인을 꽤 많이 마셔서 취기가 오른 탓에 정신이 혼미해서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웠다.고한영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녀의 긴 두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진서준 씨, 빨리 와요!’고한영이 마음속으로 묵묵히 기도하고 있을 때, 쾅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왔다.룸 안으로 들어온 진서준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고한영과 유정을 보자 눈에서 분노의 불길을 내뿜었다.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본 순간, 절망에 빠졌던 유정은 다시금 희망을 되찾았다.그녀는 진서준만 있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진서준 씨!”손지헌이 흐려진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버럭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이놈은 또 누구야? 감히 내 일에 간섭하려고 들어?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널 때려죽여 줄까
손지헌의 오만한 모습을 본 진서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같은 피가 틀림없네.”손지헌의 모습은 손승호와 다를 바가 없었다.진서준은 차갑게 손지헌을 노려보며 그에게 걸어갔다. “강성철이 오기 전까지 같이 한번 놀아보자고.”그 말을 들은 손지헌은 표정이 약간 변했다. 그리고 약간 두려운 표정으로 진서준을 보며 물었다.“뭘 하려는 거야? 경고하는데, 날 건드리면 이따가 죽을 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야!”손지헌은 으름장을 놓으며 진서준을 협박하려고 했지만 진서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그건 강성철이 오고 난 후에 볼 일이지.”진서준은 바로 한 손으로 손지헌의 멱살을 잡고 테이블 앞으로 끌고 갔다.“여자한테 술을 강요하는 걸 좋아하잖아? 잘됐네. 난 남자한테 강요하는 걸 좋아해서.”진서준은 테이블 위에 놓인 다섯 병의 고량주와 열 병의 와인을 가리키면서 얘기했다.“1분에 한 병씩 마셔. 만약 못 마시면 네 손가락을 하나씩 부러뜨릴 거야. 그리고 직접 네 입에 술을 들이부어 주지.”손지헌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불안해하면서 입을 열었다.“너 미쳤어? 이 술을 다 마시고 나면 거의 죽는 거랑 다름없잖아!”손지헌이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는 건 맞지만, 그의 주량은 센 편이 아니었다.고량주 한 근이 그의 한계였다. 그것도 천천히 마셔야 했다.평소에 그에게 술을 강요할 사람도 없었으니까 술을 한계까지 마실 일도 없었다.하지만 오늘 진서준을 만난 것은 큰 실수였다.“네 생사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이윽고 그는 한 손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모든 술병의 뚜껑이 동시에 날아가 천장에 박혀버렸다.손지헌은 그 뚜껑들을 보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이, 이게 사람이야?’“일단 고량주부터 시작하자.”진서준이 고량주 한 병을 가져와 손지헌의 앞에 놓았다.“시작.”그 말을 들은 손지헌은 고량주를 들고 병째로 마셨다.두 모금 마셨을 때부터, 손지헌은 목에 불이 붙은 것만 같았다. 타들
손지헌의 두 부하는 진작 깨어있었다.두 사람은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손지헌을 보면서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렸다.그들은 귀신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손지헌은 진서준의 피부를 갈기갈기 찢고 뼈를 다 뽑고 싶은 정도였다.“넌 이제 끝장이야! 강성철이 사람을 데리고 왔으니까!”말을 마친 손지헌은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 룸 밖으로 갔다.같은 층에서 밥을 먹던 고객들도 인기척을 느끼고 문을 연 채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있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호텔에서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나는 거 아니야?”“쉿, 조용히 해. 저 사람들의 H배지 못 봤어? 다 호스텔 그룹의 사람들이라고!”“저 뒤에 있는 사람 좀 봐! 강성철 아니야?”사람들은 강성철을 보고 놀라서 가슴이 철렁했다.이 호텔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강성철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다만 그들은 강성철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호텔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설마 호텔에 원수라도 있나?선글라스를 끼고 시가를 입에 물고 있는 강성철은 카리스마가 물씬 느껴졌다.“강성철 형님!”손지헌은 강성철 앞에 와서 억울하고도 분통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완전히 망가져 버린 손지헌의 왼손과 얼굴에 가득한 피를 본 강성철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도련님, 감히 누가 도련님을 건드린 겁니까.”강성철은 항상 손씨 가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손지헌의 아버지는 기관의 사람이었다. 조직 사람으로서, 강성철은 기관의 사람을 가장 두려워했다.“저는 그저 저 사람의 부하 여직원들에게 술을 좀 강요했을 뿐인데, 작은 회사의 회장 따위가 감히 날 죽이려고 했습니다!”손지헌은 턱으로 진서준이 있는 룸을 가리키며 표독스러운 눈으로 얘기했다.“성철 형님, 이따가 저 자식의 사지를 잘라버리고 살려두세요.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보여줘야죠. 매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게 할 겁니다.”사지를 자르는 것은 고대의 형벌 중 하나다.원한이 깊지 않은 이상 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