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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이민혁은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협곡 속 깊은 동굴을 바라보았다.

방금 떠오른 달빛이 산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두 개의 그림자가 거의 동시에 협곡의 양쪽 산에 나타났다.

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왼쪽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그 그림자는 추소영이었다.

다른 한쪽은 붉은 옷을 입고 은색 족쇄와 수갑을 찬 서양인 남자였다.

그들 셋은 거의 동시에 상대방을 발견했다. 추소영과 수갑 찬 남자는 잠깐 망설인 뒤 동시에 몸을 날려 협곡 중간으로 뛰어왔다.

세 사람은 피의 호수를 둘러싸고 삼각형 모양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민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해할 수 있으니까, 먼저 자신의 의도를 얘기하고 통성명하는 게 어떨까요?”

“생각보다 빨리 만났네요.”

추소영이 이민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추소영 씨.”

“네. 동제회의 추소영입니다. 해골회를 조사하러 왔어요.”

“동제회? 당신들과 해골회는 어떤 사이죠?”

“저희는 사적인 조직이지만, 다들 아는 조직이랍니다. 혈신교와도 원한이 있어, 그들이 나왔다 하면 저희의 목표가 되는 겁니다.”

“이곳은 어떻게 알았죠?”

“해골회의 사람이 절 공격하면서 이 좌표를 노출했어요.”

이민혁은 굳은 얼굴로 서양인 남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요?”

서양인 남자가 신사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신성한 광명교회의 교주 길버트입니다. 모든 사악한 것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지요.”

추소영이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된 거예요?”

“저희가 속은 것 같아요. 소영 씨처럼, 수행 도중 해골회의 사람을 만나 그들과 대적하던 중 이 좌표를 알게 됐어요. 우리 두 사람의 상황이 비슷하니, 이분도 비슷하겠죠?”

“이민혁 씨, 어떻게 오셨나요?”

“초방위국 이민혁입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우리 함정에 빠진 것 같군요.”

추소영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황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길버트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네, 당한 겁니다. 해골회가 어떤 선물을 준비했는지 모르겠군요.”

이민혁이 동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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