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소영은 차갑게 웃으며 다시 한번 원지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원지안은 낮게 웃으며 피의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주변에 두터운 방패가 쳐져 추소영의 검을 튕겨냈다.이때 추소영의 몸에서 영적 에너지가 폭발했다. 그녀는 손을 모으고 크게 소리쳤다.“날리는 검.”추소영의 장검이 그녀의 손짓 아래 빠른 속도로 여러 각도에서 원지안을 공격했다.원지안은 이 공격을 신경 쓰지 않고는 추소영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추소영은 기술을 썼기에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금방이라도 원지안의 칼에 베일 것 같았다.이때, 추소영이 외쳤다.“보호.”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갑옷이 늘어나더니 그녀의 몸 밖에 3미터 높이의 거대한 갑옷을 형성해 그녀를 보호했다.원지안의 칼이 갑옷과 부딪쳐 굉음을 냈다. 추소영의 갑옷은 번쩍이며 원지안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추소영의 검은 여전히 원지안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녀의 실력은 절대 얕잡아볼 수 없었다. 악귀로 변한 원지안도 추소영의 칼을 계속해 피하며 수비하다가 기회를 봐서 공격했다.이때 길버트의 빛이 원지안을 내려찍었다. 광명교회의 신성한 힘은 사악한 것들을 억제하는 힘이 있었다.원지안의 힘은 길버트보다 월등히 강했다. 그녀의 피의 방패는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하지만 길버트도 광명교회의 교주로서, 절대 약한 상대가 아니었다. 성스러운 빛 아래 그의 몸에는 영적인 에너지가 맴돌았다. 빛줄기들이 원지안을 공격하며 어쩔 수 없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했다.그러나 원지안이 훨씬 강했기에, 두 사람이 연합해도 겨우 원지안을 상대할 수 있었다.이민혁은 한쪽에서 괴물들과 싸우며 이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지금은 대치 상태였지만 원지안의 힘은 끝도 없이 나왔기에 이대로 간다면 그들이 질 수도 있었다.그는 피의 호수에 주의를 돌렸다. 이 호수에서 핏빛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안개는 허공에 올라간 뒤 피의 바다 영역으로 녹아들어 갔다. 그 영역은 다시 원지안에게 힘을 불어넣어 그녀가 계속해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그는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칼에 부여했다. 순간, 그의 칼에서 전깃불이 화려하게 번쩍거렸다.이민혁은 돌진해 오는 괴물들을 보며 칼을 휘둘렀다. 괴물들은 비명과 함께 재가 되어버렸다. 전기칼에 죽은 괴물들은 다시는 피의 호수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렇게 하면 원지안의 힘을 계속해 소모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때, 길버트와 추소영, 원지안의 전투도 격렬해졌다. 길버트의 몸에서 빛기둥이 생기고, 그곳에서 나온 천사들이 찬송가를 불렀다. 길버트의 손짓과 함께 그 빛들이 원지안을 향해 날아왔다. 그는 주문까지 외웠다.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피의 바다 영역을 뚫고 길버트의 몸에 들어와 그의 위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추소영의 검은 이미 백 자루로 늘어나 불꽃을 번쩍이며 사방에서 원지안을 공격해 댔다.원지안도 광폭해졌다. 그녀의 주변 세 면에 방패가 둘리어 길버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녀는 피의 칼을 휘두르며 추소영의 공격을 튕겨내고는 위협적으로 추소영에게 다가갔다.추소영은 다시 한번 외쳤다.“감옥.”그녀의 장검이 천 자루로 나뉘어서 원지안의 주변에 맴돌았다. 검들 사이는 영적 에너지로 연결돼 하나의 감옥을 만들었다. 감옥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검들이 원지안의 몸을 난도질해 끝내는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길버트는 이를 보고는 크게 외치며 공격을 더 강하게 퍼부었다.원지안은 이미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그녀의 고함과 함께 피의 호수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도 붉은 불길이 타올랐다. 피의 검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응집된 채 계속해서 추소영을 공격했다.추소영은 갑옷과 검에 의지한 채 원지안의 공격을 버텨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전투는 굉장히 공격적이고 격렬했다.이민혁은 싸우면서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전기칼로 원지안의 힘을 계속 소모할 수는 있었지만, 그 효과는 극히 미미했다. 피의 호수는 매우 컸기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는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왜 피의 호수는 원지안에게 끝없는 힘을 줄 수 있는 걸
“이거였구나.”이민혁의 진실의 눈 아래서 피의 호수의 비밀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이민혁의 외침과 함께 검이 나타났다. 검은 정신력에 의해 공중에서 떠다니며 덮쳐오는 괴물들을 거침없이 찌르고 베었다.그는 끊임없이 주술을 바꾸다가 돌연 두 손을 가슴 앞에 합장하며 외쳤다.“뇌법·천뇌진옥.”피의 호수의 상공에 갑자기 대량의 먹장구름이 응집되기 시작하더니 천둥번개가 기승을 부리며 심상치 않은 징조를 보였다.눈 깜짝할 사이에 무수한 천둥번개가 피의 호수를 내려치며 폭격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원지안의 피의 바다의 영역에서 천뇌진옥의 위력은 역부족이었다.이민혁이 다시 한번 외치자 체내 용수정이 급속도로 선회하며 강대한 영능이 용솟음쳐나왔다.용수정의 왕성한 영능하에 천뇌진옥 역시 강대해지며 범위가 끊임없이 확대되었고 끝내는 전체 피의 호수를 덮어버렸다. 천둥과 우뢰가 피의 호수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피의 호수는 격렬히 끓어올랐고 대량으로 증발하기 시작했다. 이때, 원지안은 철저히 난폭해진 상태였다. 그녀가 미친듯이 고함을 지르자 몸에서 영능이 광풍을 일며 흘러나왔고 그녀의 몸집은 다시한번 10미터 좌우로 커졌다. 온 몸에 영능의 화염이 불타는 거인이 이민혁을 향해 달려왔다.이민혁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 말했다.“남아있는 모든 힘을 끌어모아서라도 시간을 끌어줘요. 원지안의 비밀이 이 호수에 있어요.”길버트가 상황을 보곤 다시 한번 높이 외쳤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빛기둥이 윙윙 소리를 내며 면적을 넓혔다. 성스러운 찬송가가 다시 한번 협곡에 울려 퍼졌고 그의 손 위의 빛은 성스러운 화염으로 변했다.성염 속에 우뚝 선 길버트는 마치 진정한 천사 같았다. 위엄과 신성 그 자체를 뜻하는.그의 손에 띄워진 성염은 모든것을 훼멸할듯한 기세로 지극히 공포적인 힘을 가지고 원지안을 공격하고 있었다. 추소영 역시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몸을 감싸고 수미터 높이의 영능화염이 솟아올랐다. 감옥의 위력이 다시 한번 대폭 증가했다.“만길감옥.”천자루의
한순간 천뇌진옥이 내린 천둥·번개가 피의 색으로 변하며 더욱 광포해지기 시작했다.끊이지 않는 굉음과 함께 피의 호수 위에 천둥과 번개가 종횡무진하였고 핏물은 급속도로 끓으며 증발했다. 단 몇 분 만에 호수는 밑바닥이 말라버렸다.원지안이 슬프게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거대하던 몸집은 점차 작아졌고 힘도 약해지기 시작했다.이때 추소영이 고함을 지르자 만 자루의 장검이 새가 보금자리에 돌아오듯 자리를 되찾아 원지안을 향해 날아가 찌르기 시작했다.원지안이 검을 휘둘러 추소영의 검진을 파괴했으나 여전히 수십 개의 장검이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그리고 이때 한줄기 성염이 굉음을 내며 날아와 원지안의 허리에 큰 구멍을 냈다.원지안은 비틀거리다 끝내는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몸집이 급속히 줄어들더니 정상인의 모습이 되어 땅에 쓰러진 채 꼼짝하지 않았다.세 사람은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는 이미 완전히 말라 있었고 호수의 밑바닥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피의 알이 여전히 끔찍하리만치 공포스러운 영능을 뿜어내고 있었다.“이것이 바로 피의 알인가요?”추소영이 숨을 헐떡였다. 확실히 조금 전의 전투가 데미지가 큰 듯했다.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길버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확실해요.”“그만 보세요. 이건 제가 가져갈 겁니다.”이민혁이 조금의 동요도 없는 모습으로 그들을 막아서며 말했다.이에 추소영이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그럴 순 없습니다. 우리 동제회와 혈신교는 철천지원수라, 저쪽의 모든 건 저희가 가져가서 연구해야 합니다.”“두 분, 이건 사악한 물건이므로 교회의 교칙에 따르면 저희 쪽에서 가져가서 정화하는 게 맞습니다.”길버트 역시 물러나지 않았다.이민혁은 두 사람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끄러운 일 만들지 맙시다.”추소영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갑의 칼날 영역이 다시 한번 펼쳐졌다.길버트의 몸에서도 신성한 빛이 뿜어나왔다.두 사람 모두 피의 알을 꼭 가져가야만 한
추소영의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그녀는 곧 웃으며 대답했다.“농담이고, 사실 딱히 관심도 없었어요. 민혁 씨가 가져가세요.”길버트는 눈을 흘기며 아예 등을 돌려버렸다.이민혁은 호쾌하게 웃으며 호수에 뛰어들었고 피의 알을 다른 시공간으로 던져 버린 후 돌아왔다.셋이 함께 원지안의 옆으로 걸어왔다. 이때 원지안은 이미 날씬한 여인의 모습이었고 얼굴도 아름다웠다. 다만 안색이 창백하고 몸에 성한 구석이 없었으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듯했다.“아직도 살아있어?”추소영이 깜짝 놀라며 감탄하자 길버트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숨넘어가기 직전이에요.”이때 원지안이 세 사람을 보고 힘겹게 웃어 보였다.“드디어 벗어나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곧 눈을 감았다. 어렵게 내쉬던 숨도 완전히 멎었다.이민혁은 원지안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때 추소영이 입을 열었다.“해골은 모두 토벌했으니 남은 괴물이 있더라도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는 없겠군요. 더 볼일 없는 것 같으니 저는 이만 갑니다.”말을 마친 추소영은 곧바로 떠났다.길버트가 두 손을 올리자, 한줄기의 성염이 원지안의 시체 위에 떨어졌고 원지안은 곧 정화되어 재마저 남지 않게 되었다.이민혁이 그의 족쇄를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이건 왜 하는 겁니까?”“이것은 신앙 족쇄라는 것으로, 제 신앙심을 경건히 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만든 것입니다.”이에 이민혁이 혀를 내둘렀다.“이걸 하면 신앙심이 강해진답니까?”길버트가 상대하지 않자 이민혁이 물었다.“혹시 고수입니까?”“저는 떠돌이 수행자입니다.”길버트의 대답에 이민혁이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광명교회의 추기경이라 하지 않았습니까?”“저는 이미 교황 폐하에 의해 교회에서 추방되었습니다.”“그런데도 본인을 광명교회의 사람이라 칭한 겁니까?”이민혁이 놀라며 묻자, 길버트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그러나 교황 폐하께서는 제 추기경 신분을 박탈하지는 않으셨습니다. 해서 저는 광명교회에 돌아갈 수 없
두 사람이 차를 몰고 해호도로 돌아왔을 때는 날이 거의 밝아오고 있었다.이민혁은 곧장 수련단을 꺼내 삼켰다. 수련단은 몸을 강화할 수 있었으며 일정한 시간 동안 에너지의 증폭으로 신체가 폭발하여 사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사무실로 돌아온 양예찬은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문건 하나를 열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건 하나를 완성했다.「성역급, 영능이 강대함, 번개 속성의 힘. 붉은색의 특수한 힘, 힘의 속성 모름.」발송을 누르고, 문건 발송이 완료되자 관련 기록을 삭제. 이후에야 양예찬은 새로운 문건을 열고 해골회 사건보고를 쓰기 시작했다....어느 한 호텔.샤워를 마친 추소영이 가운을 두른 채 침대 위에 누웠다. 추소영은 핸드폰을 꺼내 숨겨진 앨범에서 한 사진을 찾았다. 남녀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모두 삼십 대의 모습이었다.남자는 수수하고 무던한 얼굴이었지만 여인은 절세미인이었다. 서로에게 기댄 두 사람의 활짝 웃는 모습이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좀 닮긴 했는데. 그 사람이 맞을까.”추소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혼잣말했다.그녀는 일어나서 집안을 서성거리며 한참을 고심했다.“사진 두 장만 남겼는데 어떻게 확신해. 근데 둘 다 성도 이 씨인 데다가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설마 이게 다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지?”추소영은 근심 가득한 모습이다.한참을 서성이던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모르겠다. 일단 자자.”가운을 벗자 하얀 속살의 농염한 몸매가 드러났다. 알몸으로 이불에 들어간 추소영은 잠을 청했다.이민혁은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수련단의 약을 흡수한 데다가 잠까지 잘 자고 나니 그는 온몸이 비할 데 없이 개운했다. 전투로 인한 과로가 비에 씻기듯 사라지고 없었다.세수를 마치고 거실에 나와 핸드폰을 꺼냈다.“안녕하십니까. 전속 연락원 도수정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는 이민혁을 더욱 편안하게 했다.“수정 씨, 동제회의 정보를 좀 알아봐 주세요. 그중에서도 추소영
“길버트, 광명교회의 추기경이며 5년 전 교회의 고위층과 의견 충돌이 생겼다. 들리는 데에 의하면 재판장에서 세 명의 거장과 전투를 벌였다. 이후 교황에 의해 바티칸 총 교회에서 추방당했다. 그러나 추기경의 신분은 박탈당하지 않았으며 이후 사처를 떠돌며 수행했고 2년 전 우리나라로 입국했다고 한다.”“그들이 마음대로 입국할 수 있는 겁니까?”“광명교회는 합법 조직으로서 회원 역시 합법이므로 입국에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길버트는 성역의 강자이므로 저희도 당시에 그를 주목했으나 별다른 이상한 기색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줄곧 가난한 지방에서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데에만 정력을 쏟는 것을 보고 우리 조직도 관심을 끊었습니다.”“그렇군요. 알겠어요. 감사합니다.”“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그럼 이만 끊겠습니다.”“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이민혁이 깊은 사색에 잠겼다.이들 중에 누구 하나 쉬운 인물이 없었다. 심지어 비밀이 많은 존재들이었으므로 초방위국마저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그러나 이민혁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으니 더 이상 관여할 필요는 없다.이때 양예찬이 보고서를 들고 왔다.보고서의 사건 경위 내용은 매우 상세했다. 그가 숨긴 피의 알 부분을 제외하고는.한번 훑어보고 난 후 이민혁이 말했다.“상세하게 잘 썼네. 올려보내.”양예찬이 인사를 하고 떠나자 이민혁이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방으로 돌아간 그는 곧바로 피의 알을 던졌던 시공간으로 들어갔다.피의 알은 땅 위에서 마치 심장처럼 느리게 뛰고 있었다.피의 알에는 강대한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이민혁은 이 에너지에 대해 조금도 흥미를 느끼지 않았고 바로 용신의 제단에 던져버렸다.태고시대의 기운이 내려오면서 피의 알은 뜻밖에도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빠르게 용은으로 변해 황금 모래시계에 나타났다.어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든 용신제단에서는 예외 없이 모두 용은으로 변한다. 이 역시 이른바 용신의 강대함을 증명하
수천 리 내에 인적이 없는 사막.사막의 한가운데에는 공포스러운 땅이 존재한다.이곳은 무수한 해골들로 이루어진 수십 리 면적의 해골 땅이다.수천수만 개의 해골이 함께 엉겨 붙어 쌓여있다. 해골의 땅의 중앙에는 사람의 두개골로 만들어진 거대한 왕좌가 있다.두개골 왕좌 위에 키가 크고 몸집이 거대한 사람이 마치 잠든 것처럼 왕좌의 팔걸이에 비스듬히 기대 있다.몸에 붉은 두루마기를 두른 채 머리 역시 붉은 천에 가려져 있어 알아볼 수 없다. 그는 마치 이 해골의 원천지와 두개골 왕좌와 융합된 듯 얼마나 오래 존재했는지 알 수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 두개골 지팡이를 짚고 왔다. 그는 해골의 땅을 건너와 왕좌의 앞에 멈춰 서더니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위대한 피의 지존이시여. 제7호 피의 알이 진화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라졌습니다.”왕좌의 남자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아직 피의 알의 힘을 감당할 사람이 없나보구나.”노인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게 말입니다. 원지안 같은 투명한 영혼도 철저히 흡수하지 못했으니 더 적합한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급해 할 필요 없어. 여태 기다린 시간이 얼만데 충분히 더 기다릴 수 있어.”“예. 위대한 지존이시여.”“일곱 번째 사도를 경성에 보내서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도록 해. 그리고 피의 알이 어찌 사라졌는지까지 알아봐.”“예. 지존 나으리.”왕좌 위의 남자가 손을 젓자 전체 사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노인은 무릎을 꿇고 절을 한 후 떠났다.피의 지존은 여전히 해골의 땅과 융합되어 있었다. ...해호섬.서원과 안수연이 10여 개의 도시락과 술을 들고 이민혁의 방으로 들어왔다.이민혁이 침실을 나서며 두 사람에게 의아하게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술 좀 마셔야죠. 며칠간 못했잖아요. 형 저녁에 아무 일 없죠?”서원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물었고 이민혁은 고개를 저었다.셋은 나란히 테이블에 앉아 들고 온 도시락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