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셉션이요?”서원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저는 안 갈래요. 전 그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요.”서원은 특별한 신분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공개 행사에 쉽게 참여할 수 없었다.이민혁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 리셉션에는 볼거리가 많을 텐데 정말 안 갈 거야?” “볼거리가 있다고요?”서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듯하더니 곧바로 말했다.“그럼 꼭 가야죠. 어디에서 해요? 무슨 리셉션이죠?”“시에서 주최하는 비즈니스 리셉션이니 장소는 네가 직접 문의해.”그렇게 말한 후 이민혁은 전화를 끊었다.그는 생각 끝에 휴대 전화 카드를 꺼내 초 방위국의 전화에 꽂았다.전화기가 두 개나 있으니 그는 도대체 카드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 게 맞을까?곧이어 그는 권총과 신분증을 여행 가방에 넣고 반 차원에 던져 넣은 다음 나가서 차를 몰고 포레 주택 단지의 집으로 돌아왔다.이때도 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고 이민혁은 거실에 앉아 긴 침묵을 지키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했다.밤에 이 리셉션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남지유의 아버지가 오기 때문에 그 관계는 매우 복잡해지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은 그를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다.그는 남지유의 체면을 지켜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그녀가 아버지와 다툴 수도 있지만, 자신이 그렇게 하면 부적합했다.생각해 보니 좋은 방법이 없어서 때가 되면 어떻게 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남지유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그녀는 그의 부하일 뿐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도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관계였기 때문에 그녀를 무시할 수 없었다.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여섯 시가 넘자 남지유는 마침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다. 유진월도 큰 캐리어를 끌고 남지유 뒤를 따라 들어왔다.유진월은 남지유의 경호원이자 운전기사였는데, 지금까지 잘해주고 있었다.“안녕하십니까, 민혁 님.”유진월은 이민혁에게 정중하게 경례하며 인사를 건넸다.이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 꼭대기 층 연회장에서는 이미 붐비고 있었다.서경시의 총책임자 허진성과 서경시 재정 부문의 총책임자 박현우도 직접 운전하고 왔다. 이번 행사가 서경시에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이 두 사람도 왔는데 당연히 서경시의 사업가들도 빠질 수 없었다.현재 연회장에는 70~80 명의 사람이 있으며 기본적으로 서경 비즈니스 영역의 인물들이다.모두가 두세 명씩 모여서 이야기하고 웃으며 활기차게 움직였다.모두 알다시피, 이런 종류의 와인 파티는 목적을 이미 확정 지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시 정부가 나서서 진행한다는 뜻인데, 겉으로는 서로 이번 만남을 통해서 모든 면의 관심과 도움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고이며, 중간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그것에 개입하거나 혼란을 틈타 한몫 챙기는 짓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다들 서경에서 장사하면서 허진성과 박현우의 체면을 감히 안 지켜줄 수가 없었다.따라서 모든 사람은 그들의 기분을 맞춰주고 태도를 보여주려 온 것이다. 아무도 전자 산업 단지의 문제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그 속에서 이익을 얻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바로 이 순간 한 청년이 행사장에 들어왔고, 그가 걸어 들어오자마자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다.서경의 한 재계 거물이 서둘러 그를 맞이하며 말했다.“서원 도련님, 도련님도 오시다니, 정말 놀랍습니다.”“저는 그냥 재미 보러 왔어요. 아저씨, 오랜만이네요?”서원은 웃으며 말했다.이 재계 거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내가 마지막으로 도련님 아버지를 뵈러 간 것이 6개월 전이었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어요.”“네, 아저씨, 일 보세요. 저는 뭐 좀 먹으러 갈게요.”서원이 웃었다.재계 거물도 눈치 있게 서원의 곁을 떠나면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원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이곳에서 자신의 지위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그러나 서원은 혼자서 뷔페 테이블에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담고 샴페인 한 잔을 들고 입에
노련한 정치가였던 허진성은 서원의 지위와 신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가 여기 가만히 앉아서 설사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어떤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 분명했다.다만 그가 어떤 태도를 보이려 하는 지를 모를 뿐이었다.그는 서원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 알고 싶었다.하지만 서원은 그냥 웃으며 말했다."제 일은 뭐 그냥 그런걸요,하지만 아저씨가 맡으신 이 프로젝트는 정말 괜찮은 것 같아요. 서경의 경제발전과 일자리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축하드립니다."허진성은 그 말을 듣고 즉시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원아, 너의 아버지의 뛰어난 안목 덕분이지. 처음 나의 아버지와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나를 강력하게 지지해 주셨어. 그 때문에 이렇게 빨리 결정이 날 수 있었고...다 너의 아버지 덕분이야.""그래도 아저씨의 공이 많으시죠.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니세요?" 이로써 허진성은 서광명이 산업단지 관련 문제에 대해 다른 뜻이 없다고 확신했다.이제 그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서원이 어떤 다른 목적으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고 만약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자신이 나서서 서원의 체면을 충분히 차려주기만 하면 되었다.서원의 체면을 차려준다는 것은 서영광의 체면을 차려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이때 허진성은 화제를 돌리며 속삭였다."보신 시에서 너랑 이형석이 큰 사건을 해결했다고 하더구나?""하하, 그냥 우연히 저한테 얻어걸린 거예요. 제가 알게 됐는데 그걸 어떻게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어요?" 서원은 웃으며 대답했다.허진성은 서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탄했다."좋아, 그럼 너와 이형석은 이 일만 마무리하고는 공식적인 자리로 돌아가. 젊었을 때 일을 많이 해두는 게 좋아.""아저씨, 감사합니다." 서원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허진성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전세웅과 남준혁을 부르며 말했다. "이쪽은 글로리그룹 대표 전세웅이고, 이쪽은 글로리그룹 이사장 남준혁이야. 자
남지유와 이민혁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준혁과 전세웅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남준혁은 얼굴을 찡그리고 이민혁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내가 전에 했던 말 못 알아들은 거야?""지유가 같이 오자고 해서 온 거라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이진혁이 대답했다.이때 전세웅은 남지유를 힐끗 쳐다보았다. 잠깐이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 오래전에 남지유의 사진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녀의 실물이 이렇게 아름답고 특유한 아우라를 지녔을 줄은 몰랐다. 그 또한 수많은 여인을 봐 온 사람이었지만 이 정도의 아우라와 미모를 모두 갖춘 미인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비록 잠깐 놀랐지만 그는 금세 정신을 차렸고 시선은 이민혁에게로 향했다, 전세웅은 이민혁을 위아래로 살핀 후 입을 열었다."이민혁 씨라고 했죠?""네.""그쪽도 KP 소속이라고 들었는데요?""그런 셈이죠.""혹시 직급이 어떻게 되세요?""정확한 직급은 없어요.""그럼 평범한 직원인가요?""아니요.""그럼 뭐죠?" 전세웅은 원하는 대답을 얻어 낼 때까지 물어볼 기세였다.이민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굳이 설명해야 할 문제인가요?""그럼요. 신원 미상의 사람이 어떻게 남 대표님과 한 지붕 아래서 생활할 수 있겠어요? 위험하잖아요." 전세웅이 말했다.이민혁은 웃으며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안전하든 안 하든 남 대표님이 알아서 하시지 않을까요? 신경 쓰지 마시죠? ""내 앞에서 이렇게 거만하게 굴면 곤란할 텐데."이민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쪽이 건드리지 못 할 사람은 많아요. 그러니까 그만 설쳐요.""허허. 우리 글로리 그룹은 곧 서경의 최고의 그룹이 될 거야. 그때 우리 두 그룹이 협력하면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넌 먼데? 당신이 지유씨한테 뭘 줄 수 있는데?"맞는 말이었다. KP와 같은 대규모 투자 그룹과 글로리 그룹이 협력하면 양측 모두에게 큰 이익을 가
이 말을 들은 이민혁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당신의 기분이 어떻든 저희가 알 필요는 없을 거 같네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나오신다면 더 불쾌해지실 거 같아요.”전세웅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가 화를 내려고 하는 순간 남준혁이 그를 막아섰다. "됐어, 세웅아. 리셉션이 곧 시작되니까 이런 사람과 말다툼 하지 말고 품위를 지켜. 그리고 지유야, 네 일은 그렇게 정하자. 아버지가 돼서 자식을 해치기라도 할까. 너도 다 컸으니 제발 네 멋대로 행동하려 하지 말아라."말한 후 남준혁은 전세웅을 끌고 그대로 자리를 떠나 강당으로 걸어갔다. 그쪽에는 이미 허진성과 박현우가 리셉션 시작을 알릴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이민혁은 남지유를 쳐다보았다. 남지유의 얼굴에는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다.말을 꺼낸 사람이 남지유의 아버지이니 이민혁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화 풀어, 내가 전에 말했잖아.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도 너를 강요할 수 없어." 이민혁이 타일렀다.남지유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나도 알아, 네가 나를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걸. 그냥 이런 아버지가 있다는 게 슬퍼서..."이민혁도 더는 감히 함부로 입을 열 수 없었다. 이것은 남지유의 가족 문제였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남지유가 왜 그렇게 아버지를 싫어하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어쨌든 그는 남지유와 남준혁 사이에 개입할 수 없었다. 두 사람 관계가 어떻든 남준혁이 남지유의 아버지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고 어쩌면 미래의 장인어른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이민혁은 스스로 깜짝 놀랐다.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했을까?그는 이런 생각을 하고 살짝 찔렸는지 남지유를 힐끗 쳐다봤다. "너 왜 그래?"남지유가 이민혁의 시선을 감지하고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이민혁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바로 이때 허진성이 마이크 앞에 서서 말을 시작했다.내용은 뻔했다. 산업 단지의 발전 전망이 어떤지, 서경의 경제발전과 취업기회 마련에 얼마나 크게
"응?"사람들은 조금은 놀란 듯싶었다. 이런 장소에서 갑자기 딸을 소개하겠다니?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던 와중, 남준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지유야, 이리 올라와서 인사드리거라."사람들은 더욱 충격을 받았다.남준혁의 딸이 남지유였다니?그가 딸을 소개하려 했던 것도 모두 이유가 있어서였다. 남지유는 KP 그룹이 서북에서의 총 책임자로서 많은 저금을 통제하고 있었다. 만약 글로리 그룹과 협력한다면 두 그룹에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올지 다들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남준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들은 순간 남지유는 이간을 찌푸렸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싫었다.허진성이 그녀에게 초대장을 보내 왔을 때 기업가로서의 그녀는 반드시 와야만 했다.게다가 비록 아버지와 갈등이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남지유는 이민혁을 바라보았다. 이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 남지유한테 말했다."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언제나 나의 결정을 응원해.""고마워, 후회하기 없기다." 이렇게 말한 후 남지유는 표정을 가다듬고 당당하게 식장으로 걸어갔다.남준혁은 남지유가 걸어오는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았다. 남지유가 자신의 옆에 서자 그는 남지유의 손을 잡고는 사람들에게 소개했다."저의 딸 남지유입니다. 현재 KP 투자 그룹 서북 본부의 대표로 일하고 있죠, 앞으로 저의 딸 잘 부탁합니다."사람들은 남준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 부녀에게 박수를 보냈다.서경은 물론 진무도 전체에서도 남지유의 능력은 알아줘야 했다.남지유 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일종의 인사라고나 할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이런 자리에서는 품위를 지키는 게 맞았다.남준혁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알릴 일이 하나 더 남았습니다. 바로 제 딸과 글로리 그룹의 대표, 전세웅 씨의 약혼식이 며칠 후 이곳에서 열릴 거라는 겁니다. 많이들 참석하셔서 축하해주세요.”남준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의
남지유에게 아버지의 이런 행동은 가족 관계를 이용해 그녀를 납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비록 두 사람 사이의 혈연 사이의 정은 이제는 남지 않았지만 남준혁은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아버지가 그녀에게 한 행동들과 어머니에게 일어난 일을 회억하니 남지유의 정신은 거의 무너졌고 무대에서 온전히 서 있지도 못할뻔했다.이때 남준혁은 남지유를 자연스럽게 부축하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이건 너의 평생이 걸린 문제니까 아버지 말을 듣는 게 맞아, 모든 사람에게 몇 마리 해, 이 결혼만 있다면 앞으로는 함령성에서든 진무도에서든 상관없이 우리 남씨 가문의 지위가 한층 더 올라갈 거야."남지유는 코웃음을 쳤다. 말은 꿀을 발라 놓은 것처럼 잘하고 정작 그녀의 의견조차 물어본 적 없으면서... 정말 가소로웠다.그녀는 절대로 어머니처럼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마음대로 조종당하며 살지 않을 거다.마음을 가다듬은 남지유는 마이크 앞으로 다가가 관중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관중들은 남지유가 전세웅과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군중들의 마음속에서는 남준혁이 대놓고 이 일을 얘기한 이상 두 사람의 결혼은 이미 정해진 일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이때 남지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여러분, 저와 전세웅 씨는 아무런 친분이 없으며 이 결혼 또한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KP 그룹도 글로리 그룹과 아무런 협력관계가 없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이 말을 들은 군중은 소란스러워졌다.남지유가 이런 태도를 보이니 남준혁과 전세웅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남지유는 아버지의 체면 따위는 상관하지도 않았다.한동안 사람들은 수군댔고, 놀랍게도 남지유가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그뿐만 아니라 남지유의 이러한 태도는 글로리 그룹의 주가를 폭락시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며, 전세웅 또한 한동안 얼굴을 들고 못 다닐 것이 분명했다.한편 남준혁과 전세웅의 얼굴빛은 극도로 어두워
이민혁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이었다면 당연히 그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남준혁까지 얽혀 있으니 조금 복잡한 문제였다.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그는 남지유의 뜻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이미 그는 남지유를 자기의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식장으로 걸어갔다.군중은 놀란 눈으로 외계인을 발견한 듯 이민혁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이민혁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런 사람이 어떻게 남지유의 남자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게다가 남지유가 전세웅과 같은 훌륭한 인재를 두고 이민혁을 남자 친구로 사귀고 있다니...어디 모자란 거 아닌가?라고 다들 생각했다.그리고 남지유가 이 타이밍에 이민혁을 불러낸 건 남준혁과 전세웅의 얼굴에 똥칠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한테 전혀 변명할 수 있는 여지를 두지 않았다. 전세웅은 이민혁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남준혁 또한 이민혁을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이민혁은 그들의 눈빛을 보지도 못했거니와 전혀 신경 쓸 의사도 없었다. 그리고 곧장 무대로 올라와 남지유 옆에 섰다.남지유는 매우 자연스럽게 이민혁의 팔을 잡고 군중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쪽이 바로 제 남자 친구 이민혁 씨입니다. 앞으로 예쁘게 봐주세요."이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는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이 자리에, 남지유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무대 아래에 있는 군중들 모두 눈살을 찌푸리고 토론하고 있었다. 일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걸 그들도 느꼈다.남지유는 남준혁의 딸이니 그만이라 쳐도 이민혁이 이렇게 대놓고 나타나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남준혁이 참는다고 해도 전세웅이 가만히 있을까?체면이 이렇게 깎였는데 만약 아무런 대응이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서경에서 사업을 해나간단 말인가?바로 이 순간 전세웅이 다른 마이크를 들고 이민혁과 남지유의 옆에 섰다.사람들은 전세웅이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 일제히 말을 멈췄다.전세웅은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