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이?”김예훈이 웃었다. “라벤더 재단은 영국에서 그저 삼류재단일 뿐이야. 근데 한국에 와서 잘난 척이야.”김예훈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김예훈이 전쟁터에 있었을 때 영국에서는 김예훈한테 잡혀간 귀족을 도로 찾기 위해 영국 대재단의 주권을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이 라벤더 재단은 그중에 없었다. 그러니 라벤더 재단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재단이었다. 영국에서도 별것 아닌 재단일 게 틀림없었다. 대부호들이 라벤더 재단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김예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라벤더 재단이 영국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해도 그게 뭐 어때서? 전쟁터에서는 5대 강국 연합도 김예훈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한국은 이미 세계 강국이 되었고 더 이상 해외의 다른 세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굴욕당한 역사가 뼛속에 깊이 새겨들어 습관이 된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김예훈은 이런 서양 녀석들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김예훈의 말을 들은 정민아가 옆에서 인정했다. “확실히, 한국에서 외국 기업은 아무것도 아니지. 하지만 저들이 여권을 가지고 왔으니 우대 정책을 받을 거야. 공평한 경쟁이라면 우리나라 기업도 나름대로 상대가 될 텐데. 하지만 이런 얘기는 우리 둘만 있을 때 하는 게 좋아. 다른 사람이 들으면 괜히 시끄러워질 거야.”정민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김예훈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김예훈이 사고를 잘 치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러다가 영국의 귀족까지 건드리면 진짜 국제적인 사고를 쳐서 더욱 시끄러워질 것이다. 김예훈과 정민아가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주변에서 가격을 올리는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경매가는 이미 3천4백억이 되었다. 많은 가문과 대기업 사람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 누구도 더 이상 값을 올리지 않았다. 다들 각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온 것이니 큰돈을 들였다가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되면 돌아가서 면박을 받을 게 뻔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포기했다. 이때 조지가 일어서더
“역시 영국에서 온 귀족이라 그런지 손이 크네요!”“영국의 귀족은 자본이 많아서 우리의 상대가 아닙니다!”“게다가 외국인이라서 우대정책이 있으니 세금도 많이 낼 필요가 없죠. 이 점에서부터 우리가 진 겁니다.”이런 상황에서 계속 값을 올렸다가는 밑질 가능성이 더 높았다. 로열 가든 그룹의 임원진들도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가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라벤더 재단이 낙찰해가면 그들은 외자기업이 될 것이었다. 외자기업은 국내의 기업보다 좋은 정책이 있었다. 임원들은 이미 로열 가든 그룹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자본에 찌들어 나라를 위한 마음 따위는 없고 자기가 잘 사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정민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얘기했다. “이렇게 좋은 그룹이 영국인 손에 떨어지다니, 앞으로 성남시의 미래가 좋지 않아... 에휴...”정민아는 이 외자기업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성남시의 시장을 붕괴시킬까 봐 걱정되었다. 자본가들은 큰 손해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심각한 손해였다. 김예훈은 정민아를 보며 호기심에 물었다.“그렇게 걱정돼?”그는 정민아가 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하는 생각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정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시민들의 생활 비용이 높아질 것 같아서 걱정이야.”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내 말이 맞네. 그럼 그걸 위해서라도 조지의 뜻대로 되면 안 되겠어.”정민아는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우리가 무슨 방법이 있을까.”“간단하지.”김예훈이 작게 웃었다. 그리고 놀란 정민아의 시선 속에서 손을 번쩍 들었다. 놀란 정민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예훈이 뭐 하는 거지? 막 나가자는 건가?“여보, 이러지마. 이런 곳에서 훼방을 놓으면 당신도 책임 못 져!”놀란 정민아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인제 와서 막아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김예훈이 손을 들 때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적지 않은 대부호들이 김예훈을 볼 때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그
알다시피, 라벤더 재단의 사람들은 다 영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몇 명은 화교였지만 다들 영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국내에서 일을 할 때는 다 외국인 우세 정책이 있었다. 그리고 그 특권 때문에 그들은 한국에서 막 나갈 수 있었다. 무슨 모순이 생기더라도 정부에서는 외교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 그들의 편을 들어주곤 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반 시민들은 이러한 특권을 가진 외국인들과 시비가 붙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감히 영국인과 시비를 거는 인간이 있었다. 게다가 조지는 영국의 귀족이었다! 영국인들 중에서도 통치계급에 속하는. 그는 먼 곳에서 김예훈과 정민아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감히 그를 건드리다니. 예의만큼이나 눈치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죽으려고 작정했나! “6천2백억!”조지는 차가운 표정으로 가격을 올렸다. 그리고 도발적인 시선으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김예훈은 생각 밖으로 담담하게 또 손을 들었다. “6천 2백억에 1원 추가.”“너!”화가 치밀어 오른 조지는 온몸이 떨려왔다.이건 명백한 도발이었다. 더 나아가서는 조지의 귀족 신분에 대한 무시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김예훈을 바라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어디서 뛰어나온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담이 매우 컸다. 10대 제일의 명문가의 대표들도 하지 못한 일을 하며 라벤더 재단을 도발하지 않는가!이렇게 담대한 사람이라니! 죽어도 자기의 사인을 모르고 죽을 인간이었다!정민아의 얼굴에도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한국인과 시비가 붙으면 그나마 해결하기 쉽기라도 하지. 외국인과 시비가 붙으면 모든 것이 시끄러워진다. 자칫하면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임씨 가문이 어떻게 힘을 쓴다고 해도 도와주기 어려웠다. 정민아는 그저 김예훈이 충동적이라고 생각했다. 순간의 충동으로 라벤더 재단을 건드리다니!하지만 이미 칼을 뽑아 들었으니 무라도 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높은 가격을 부른 조지는 따가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 7천억이라는 가격은 라벤더 재단이 부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성남시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일부분의 자금을 남겨놓아 다른 일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조지는 김예훈이 계속 가격을 더 올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만약 김예훈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로열 가든 그룹은 자연스럽게 라벤더 재단 손으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김예훈이 가격을 더 올린다면 그는 더 가격을 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때가 되면 이 거지 같은 하층민이 어떻게 7천억을 준비하는지 구경이나 할 셈이었다. 이때 모두의 시선이 김예훈에게로 집중되었다. 옆의 정민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들 조지의 표정에서 그가 더 높은 가격을 부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아냈다. 그래서 모두 김예훈이 어떻게 나올 예정인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생각지 못하게, 김예훈은 조지를 보며 웃더니 손을 들고는 담담하게 얘기했다. “8천억.”가볍게 뱉어낸 몇 글자는 회의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몸이 굳어버리게 만들었다. “뭐라고?!”“8천억?!”이 경매가를 들은 모든 사람의 표정이 구겨져 버렸다. 또 1원만 더 보태는 줄 알았는데, 입을 열자마자 천억을 더 보태다니!이렇게까지 할 일인가!!이때 조지와 라벤더 재단의 사람들은 모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들은 김예훈이 그들을 도발하기 위해서 가격을 올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천억씩이나 올리는 것을 보면 장난은 아닌 모양이었다. 정민아는 이미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8천억?김예훈이 장난하고 있는 걸까?그렇게 많은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성남시 기관에서 온 사람들도 이상한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그가 과연 8천억을 가져올 수 있을 건인가. 그저 선우정택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다른 분이 나타나지 않으시면 로열 가든 그룹은 8천억의 가격으로 김예훈 씨한테 돌아갑니다.”이
이 순간 조지의 표정은 또 거만함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렸다. 8천억이라니. 80원도 아니고.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김예훈이 진짜 그런 돈이 있다고? 현장에 있는 성남시 기관의 사람들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만약 라벤더 재단이 이 핑계로 일을 키우면 그들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오늘 이 경매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왔는데 제대로 일을 했다면 공로를 얻겠지만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의 책임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때 기관의 사람이 일어나 김예훈에게 얘기했다. “김예훈 씨,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김예훈 씨의 자산이 이번 경매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많다는 것을 한번 증명해 주셔야겠습니다.”“증명하지 못하신다면 김예훈 씨는 국제 비즈니스 활동을 방해한 죄로 구속되실 겁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조지 님께도 진심으로 사과하셔야 할 겁니다!”그 말을 들은 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제가 증명이 필요하다면 저자는요?”김예훈은 손을 들어 조지를 가리켰다. 기관의 사람은 작게 웃으며 얘기했다. “조지 님은 존귀하신 외국 손님입니다. 당연히 자산을 증명할 필요가 없죠.”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말이 안 되잖아요. 비즈니스 활동은 공평해야 하는데, 자산을 검증하고 싶으면 해요. 하지만 내 조건은, 저 외국 사람도 자산을 검증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왜 굳이 제 자산을 증명해야 하죠?”김예훈의 말을 들은 조지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감히! 너 같은 하층민이 나 같은 귀족을 모욕해?!”“귀족? 내가 알기로는 영국에 널리고 널린 게 남작이고 자작은 개보다도 많다던데. 당신 같은 건 끽해봤자 남작이겠지? 고작 남작 따위가 한국에서 나대다니. 그리고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남작이 우리 한국에서 외교 특권이 있으니, 나도 당신의 신분을 검증해야 하지 않겠어? 신분을 도용한 것이면 어떡해?”김예훈은 당당하게 당연한 말을 해 기관의 사람들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건...”성
조지도 데릴사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차가운 웃음을 띠고서는 말했다.“여자 팔아서 먹고사는 녀석이 지금 나한테 기어올라? 남작으로서 한마디 하겠는데, 만약 오늘 자산 증명 못 하면 외교 분쟁이 일어날 거라는 거 알아둬. 너와 네 아내 모두 대사관 갈 준비나 해.”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거절한다면?”“그럼, 이번 일을 영국 제국 국회에 보고할 거야. 그럼, 우리 국회에서 너희 기관에 해명 요청을 하겠지.”조지가 차갑게 위협적인 말을 내뱉었다.조지가 이렇게 말하면 이전에는 어디서든 먹혔다.“지금 나 협박해? 그리고 우리나라를 협박하는 거야?”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희 한국을 위협하면 안 될 게 뭐가 있어? 어차피 저급한 하층민들만 있는 나라인데.”조지가 차갑게 웃었다.성남 기관 사람들을 포함에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일그러졌다.비록 많은 사람이 사대주의에 찌들어 있었지만 대놓고 저급하다느니 하층민이라느니, 이런 욕을 들으니 참을 수 없었다.극도로 차가워진 김예훈은 한숨을 쉬었다.김예훈은 조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좋아. 대화는 여기서 그만하고 내기를 할 거면 나와 해. 근데 조금 큰판으로 놀 자신은 없나? 내가 팔천억이 없으면 죽을 게, 근데 만약 있으면 네가 죽는 거야!”헉.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김예훈이 이렇게 목숨까지 내걸 줄은 아무도 몰랐다.김예훈의 말을 듣고 조지는 그 누구보다 더 놀랐다.원래 김예훈이 벌벌 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목숨까지 내걸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때 조지는 의심의 눈초리 하며 자심 생각한 뒤에야 차갑게 입을 열었다.“건방진 녀석, 나는 엄연한 귀족이야. 어떻게 나보다 아랫것이랑 내기하겠니? 네가 나랑 이런 걸 할 자격이 되는 줄 알아?”말을 끝내고 성남시 기관 직원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어이 너네! 한국에서는 손님을 이렇게 대하나? 난 이번 일을 절대 그냥 안 넘어가!”“왜? 겁나나 봐?”김예훈이 조롱하듯이
“헉!”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숨이 턱 하고 막혔다.“완납 성공했다고?”“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정말로 팔천억 원이 있다고?”라벤더 재단 사람들은 하나 같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조지 손에 들려 있던 재떨이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이...한국에 오자마자 어떻게 이렇게 초거대 부호를 만날 수 있지?가장 놀란 건 사실 정민아다.김예훈이 어젯밤에 선우 가문한테서 정민아한테 리조트를 준 것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해 볼 수 있다.하지만 지금 팔천억 원을 써서 로열 가든 그룹을 낙찰하다니?도대체 돈이 어디서 난거지?정민아가 주는 용돈으로는 어떻게 모으든 간에 절대 팔천억 원을 만들 수 없다.정민아의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성남시 기관의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김 선생님, 실례지만 저희와 같이 사무실로 가 나머지 절차를 마쳐주시겠습니까?”이 직원은 더 이상 둘이 내기를 그만하도록 김예훈을 내보내려고 하고 있다.김예훈은 담담히 한번 쳐다보고서는 말했다.“아. 이 말 하는 걸 까먹었네. 로열 가든 그룹은 내 아내한테 주는 선물이니까 남은 절차는 아내랑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요.”“뭐? 아내한테 준다고?”“저 부인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야? 팔천억 원이나 하는 그룹을 선물로 받고.”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정민아는 두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그대로 굳었다.정민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전에 김예훈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민아를 위해 회사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었다. 그때는 그저 장난인 줄 알았는데, 이 남자는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다!“여보, 우리 가자.”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 정민아가 조용히 말했다.“안 급해.”김예훈이 웃었다.그러고는 몸을 돌려 조지를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우리가 한 내기 잊지 않았겠지?”조지의 얼굴이 한없이 창백해졌다.주위 사람들도 모두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또 어떤 사람은 눈썹을 찌푸리며 김예훈을 쳐다봤다. 이들은 이 녀석이 정말로 조지를 죽일 거라고
특히 조지는 지금 손을 감싸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안돼! 우리 영국 제국 사람은 절대 이 작은 나라에서 모욕당할 수 없어! 내가 저 녀석 절대로 가만 안 둘 거야! 로열 가든 그룹은 내 거야! 저 여자도 내가 차지할 거야!”“도련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조지의 집사 이성호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이 녀석은 한국 사람인데 영국 제국의 국적을 이미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영국 제국의 하인을 자처하고 있다.이런 남의 집 지키는 개를 자처하는 녀석이 가장 낯짝이 두꺼운 녀석이다!새 주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같은 나라 사람한테 악랄하게 굴다니.지금 이성호는 이미 알랑방귀를 뀌면서 어떻게 새로운 주인을 위해 복수를 할지 생각 중이다.조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 이번에 몇 명 데리고 왔지?”“총 삼십 명입니다. 그중 리더는 영국 제국 신전기사단의 퇴역 군인 출신으로 실력이 좋습니다!”이성호가 말했다.“좋아. 네가 사람들을 데리고 준비해! 그리고 저들 감시도 잘하고, 저들이 이곳을 떠날 때 움직인다! 어쨌든 우리는 외교적 면책 특권이 있으니, 살인이 걸려도 아무 일 없어.”차가운 표정의 조지는 저 굽힐 줄도 모르는 한국 녀석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한편.사무실에 도착한 정민아는 30분 정도 이것저것 처리 하며 드디어 남은 서류를 다 작성했다.이제 정민아가 바로 로열 가든 그룹의 새 주인이다!이미 서명까지 다 했지만, 정민아는 계속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정민아는 김예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여보, 우리 이 꿈에서 언제 깰까?”“응?”김예훈은 무슨 소리인지 몰라 당황했다.“우리 지금 꿈속 아니야? 이 모든 게 다 현실이야?”정민아는 아이같이 귀여운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은 정민아의 얼굴을 살살 꼬집으며 말했다.“아파?”“아파!!!”정민아가 발끈 소리 질렀다.그렇다. 이 모든 건 현실이다.“여보, 이제 말 좀 해줘. 그 돈 어디서 난 거야?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침착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