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영국에서 온 귀족이라 그런지 손이 크네요!”“영국의 귀족은 자본이 많아서 우리의 상대가 아닙니다!”“게다가 외국인이라서 우대정책이 있으니 세금도 많이 낼 필요가 없죠. 이 점에서부터 우리가 진 겁니다.”이런 상황에서 계속 값을 올렸다가는 밑질 가능성이 더 높았다. 로열 가든 그룹의 임원진들도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가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라벤더 재단이 낙찰해가면 그들은 외자기업이 될 것이었다. 외자기업은 국내의 기업보다 좋은 정책이 있었다. 임원들은 이미 로열 가든 그룹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자본에 찌들어 나라를 위한 마음 따위는 없고 자기가 잘 사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정민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얘기했다. “이렇게 좋은 그룹이 영국인 손에 떨어지다니, 앞으로 성남시의 미래가 좋지 않아... 에휴...”정민아는 이 외자기업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성남시의 시장을 붕괴시킬까 봐 걱정되었다. 자본가들은 큰 손해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심각한 손해였다. 김예훈은 정민아를 보며 호기심에 물었다.“그렇게 걱정돼?”그는 정민아가 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하는 생각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정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시민들의 생활 비용이 높아질 것 같아서 걱정이야.”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내 말이 맞네. 그럼 그걸 위해서라도 조지의 뜻대로 되면 안 되겠어.”정민아는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우리가 무슨 방법이 있을까.”“간단하지.”김예훈이 작게 웃었다. 그리고 놀란 정민아의 시선 속에서 손을 번쩍 들었다. 놀란 정민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예훈이 뭐 하는 거지? 막 나가자는 건가?“여보, 이러지마. 이런 곳에서 훼방을 놓으면 당신도 책임 못 져!”놀란 정민아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인제 와서 막아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김예훈이 손을 들 때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적지 않은 대부호들이 김예훈을 볼 때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그
알다시피, 라벤더 재단의 사람들은 다 영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몇 명은 화교였지만 다들 영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국내에서 일을 할 때는 다 외국인 우세 정책이 있었다. 그리고 그 특권 때문에 그들은 한국에서 막 나갈 수 있었다. 무슨 모순이 생기더라도 정부에서는 외교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 그들의 편을 들어주곤 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반 시민들은 이러한 특권을 가진 외국인들과 시비가 붙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감히 영국인과 시비를 거는 인간이 있었다. 게다가 조지는 영국의 귀족이었다! 영국인들 중에서도 통치계급에 속하는. 그는 먼 곳에서 김예훈과 정민아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감히 그를 건드리다니. 예의만큼이나 눈치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죽으려고 작정했나! “6천2백억!”조지는 차가운 표정으로 가격을 올렸다. 그리고 도발적인 시선으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김예훈은 생각 밖으로 담담하게 또 손을 들었다. “6천 2백억에 1원 추가.”“너!”화가 치밀어 오른 조지는 온몸이 떨려왔다.이건 명백한 도발이었다. 더 나아가서는 조지의 귀족 신분에 대한 무시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김예훈을 바라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어디서 뛰어나온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담이 매우 컸다. 10대 제일의 명문가의 대표들도 하지 못한 일을 하며 라벤더 재단을 도발하지 않는가!이렇게 담대한 사람이라니! 죽어도 자기의 사인을 모르고 죽을 인간이었다!정민아의 얼굴에도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한국인과 시비가 붙으면 그나마 해결하기 쉽기라도 하지. 외국인과 시비가 붙으면 모든 것이 시끄러워진다. 자칫하면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임씨 가문이 어떻게 힘을 쓴다고 해도 도와주기 어려웠다. 정민아는 그저 김예훈이 충동적이라고 생각했다. 순간의 충동으로 라벤더 재단을 건드리다니!하지만 이미 칼을 뽑아 들었으니 무라도 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높은 가격을 부른 조지는 따가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 7천억이라는 가격은 라벤더 재단이 부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성남시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일부분의 자금을 남겨놓아 다른 일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조지는 김예훈이 계속 가격을 더 올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만약 김예훈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로열 가든 그룹은 자연스럽게 라벤더 재단 손으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김예훈이 가격을 더 올린다면 그는 더 가격을 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때가 되면 이 거지 같은 하층민이 어떻게 7천억을 준비하는지 구경이나 할 셈이었다. 이때 모두의 시선이 김예훈에게로 집중되었다. 옆의 정민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들 조지의 표정에서 그가 더 높은 가격을 부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아냈다. 그래서 모두 김예훈이 어떻게 나올 예정인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생각지 못하게, 김예훈은 조지를 보며 웃더니 손을 들고는 담담하게 얘기했다. “8천억.”가볍게 뱉어낸 몇 글자는 회의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몸이 굳어버리게 만들었다. “뭐라고?!”“8천억?!”이 경매가를 들은 모든 사람의 표정이 구겨져 버렸다. 또 1원만 더 보태는 줄 알았는데, 입을 열자마자 천억을 더 보태다니!이렇게까지 할 일인가!!이때 조지와 라벤더 재단의 사람들은 모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들은 김예훈이 그들을 도발하기 위해서 가격을 올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천억씩이나 올리는 것을 보면 장난은 아닌 모양이었다. 정민아는 이미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8천억?김예훈이 장난하고 있는 걸까?그렇게 많은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성남시 기관에서 온 사람들도 이상한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그가 과연 8천억을 가져올 수 있을 건인가. 그저 선우정택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다른 분이 나타나지 않으시면 로열 가든 그룹은 8천억의 가격으로 김예훈 씨한테 돌아갑니다.”이
이 순간 조지의 표정은 또 거만함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렸다. 8천억이라니. 80원도 아니고.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김예훈이 진짜 그런 돈이 있다고? 현장에 있는 성남시 기관의 사람들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만약 라벤더 재단이 이 핑계로 일을 키우면 그들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오늘 이 경매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왔는데 제대로 일을 했다면 공로를 얻겠지만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의 책임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때 기관의 사람이 일어나 김예훈에게 얘기했다. “김예훈 씨,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김예훈 씨의 자산이 이번 경매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많다는 것을 한번 증명해 주셔야겠습니다.”“증명하지 못하신다면 김예훈 씨는 국제 비즈니스 활동을 방해한 죄로 구속되실 겁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조지 님께도 진심으로 사과하셔야 할 겁니다!”그 말을 들은 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제가 증명이 필요하다면 저자는요?”김예훈은 손을 들어 조지를 가리켰다. 기관의 사람은 작게 웃으며 얘기했다. “조지 님은 존귀하신 외국 손님입니다. 당연히 자산을 증명할 필요가 없죠.”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말이 안 되잖아요. 비즈니스 활동은 공평해야 하는데, 자산을 검증하고 싶으면 해요. 하지만 내 조건은, 저 외국 사람도 자산을 검증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왜 굳이 제 자산을 증명해야 하죠?”김예훈의 말을 들은 조지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감히! 너 같은 하층민이 나 같은 귀족을 모욕해?!”“귀족? 내가 알기로는 영국에 널리고 널린 게 남작이고 자작은 개보다도 많다던데. 당신 같은 건 끽해봤자 남작이겠지? 고작 남작 따위가 한국에서 나대다니. 그리고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남작이 우리 한국에서 외교 특권이 있으니, 나도 당신의 신분을 검증해야 하지 않겠어? 신분을 도용한 것이면 어떡해?”김예훈은 당당하게 당연한 말을 해 기관의 사람들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건...”성
조지도 데릴사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차가운 웃음을 띠고서는 말했다.“여자 팔아서 먹고사는 녀석이 지금 나한테 기어올라? 남작으로서 한마디 하겠는데, 만약 오늘 자산 증명 못 하면 외교 분쟁이 일어날 거라는 거 알아둬. 너와 네 아내 모두 대사관 갈 준비나 해.”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거절한다면?”“그럼, 이번 일을 영국 제국 국회에 보고할 거야. 그럼, 우리 국회에서 너희 기관에 해명 요청을 하겠지.”조지가 차갑게 위협적인 말을 내뱉었다.조지가 이렇게 말하면 이전에는 어디서든 먹혔다.“지금 나 협박해? 그리고 우리나라를 협박하는 거야?”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희 한국을 위협하면 안 될 게 뭐가 있어? 어차피 저급한 하층민들만 있는 나라인데.”조지가 차갑게 웃었다.성남 기관 사람들을 포함에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일그러졌다.비록 많은 사람이 사대주의에 찌들어 있었지만 대놓고 저급하다느니 하층민이라느니, 이런 욕을 들으니 참을 수 없었다.극도로 차가워진 김예훈은 한숨을 쉬었다.김예훈은 조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좋아. 대화는 여기서 그만하고 내기를 할 거면 나와 해. 근데 조금 큰판으로 놀 자신은 없나? 내가 팔천억이 없으면 죽을 게, 근데 만약 있으면 네가 죽는 거야!”헉.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김예훈이 이렇게 목숨까지 내걸 줄은 아무도 몰랐다.김예훈의 말을 듣고 조지는 그 누구보다 더 놀랐다.원래 김예훈이 벌벌 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목숨까지 내걸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때 조지는 의심의 눈초리 하며 자심 생각한 뒤에야 차갑게 입을 열었다.“건방진 녀석, 나는 엄연한 귀족이야. 어떻게 나보다 아랫것이랑 내기하겠니? 네가 나랑 이런 걸 할 자격이 되는 줄 알아?”말을 끝내고 성남시 기관 직원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어이 너네! 한국에서는 손님을 이렇게 대하나? 난 이번 일을 절대 그냥 안 넘어가!”“왜? 겁나나 봐?”김예훈이 조롱하듯이
“헉!”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숨이 턱 하고 막혔다.“완납 성공했다고?”“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정말로 팔천억 원이 있다고?”라벤더 재단 사람들은 하나 같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조지 손에 들려 있던 재떨이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이...한국에 오자마자 어떻게 이렇게 초거대 부호를 만날 수 있지?가장 놀란 건 사실 정민아다.김예훈이 어젯밤에 선우 가문한테서 정민아한테 리조트를 준 것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해 볼 수 있다.하지만 지금 팔천억 원을 써서 로열 가든 그룹을 낙찰하다니?도대체 돈이 어디서 난거지?정민아가 주는 용돈으로는 어떻게 모으든 간에 절대 팔천억 원을 만들 수 없다.정민아의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성남시 기관의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김 선생님, 실례지만 저희와 같이 사무실로 가 나머지 절차를 마쳐주시겠습니까?”이 직원은 더 이상 둘이 내기를 그만하도록 김예훈을 내보내려고 하고 있다.김예훈은 담담히 한번 쳐다보고서는 말했다.“아. 이 말 하는 걸 까먹었네. 로열 가든 그룹은 내 아내한테 주는 선물이니까 남은 절차는 아내랑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요.”“뭐? 아내한테 준다고?”“저 부인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야? 팔천억 원이나 하는 그룹을 선물로 받고.”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정민아는 두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그대로 굳었다.정민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전에 김예훈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민아를 위해 회사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었다. 그때는 그저 장난인 줄 알았는데, 이 남자는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다!“여보, 우리 가자.”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 정민아가 조용히 말했다.“안 급해.”김예훈이 웃었다.그러고는 몸을 돌려 조지를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우리가 한 내기 잊지 않았겠지?”조지의 얼굴이 한없이 창백해졌다.주위 사람들도 모두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또 어떤 사람은 눈썹을 찌푸리며 김예훈을 쳐다봤다. 이들은 이 녀석이 정말로 조지를 죽일 거라고
특히 조지는 지금 손을 감싸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안돼! 우리 영국 제국 사람은 절대 이 작은 나라에서 모욕당할 수 없어! 내가 저 녀석 절대로 가만 안 둘 거야! 로열 가든 그룹은 내 거야! 저 여자도 내가 차지할 거야!”“도련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조지의 집사 이성호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이 녀석은 한국 사람인데 영국 제국의 국적을 이미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영국 제국의 하인을 자처하고 있다.이런 남의 집 지키는 개를 자처하는 녀석이 가장 낯짝이 두꺼운 녀석이다!새 주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같은 나라 사람한테 악랄하게 굴다니.지금 이성호는 이미 알랑방귀를 뀌면서 어떻게 새로운 주인을 위해 복수를 할지 생각 중이다.조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 이번에 몇 명 데리고 왔지?”“총 삼십 명입니다. 그중 리더는 영국 제국 신전기사단의 퇴역 군인 출신으로 실력이 좋습니다!”이성호가 말했다.“좋아. 네가 사람들을 데리고 준비해! 그리고 저들 감시도 잘하고, 저들이 이곳을 떠날 때 움직인다! 어쨌든 우리는 외교적 면책 특권이 있으니, 살인이 걸려도 아무 일 없어.”차가운 표정의 조지는 저 굽힐 줄도 모르는 한국 녀석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한편.사무실에 도착한 정민아는 30분 정도 이것저것 처리 하며 드디어 남은 서류를 다 작성했다.이제 정민아가 바로 로열 가든 그룹의 새 주인이다!이미 서명까지 다 했지만, 정민아는 계속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정민아는 김예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여보, 우리 이 꿈에서 언제 깰까?”“응?”김예훈은 무슨 소리인지 몰라 당황했다.“우리 지금 꿈속 아니야? 이 모든 게 다 현실이야?”정민아는 아이같이 귀여운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은 정민아의 얼굴을 살살 꼬집으며 말했다.“아파?”“아파!!!”정민아가 발끈 소리 질렀다.그렇다. 이 모든 건 현실이다.“여보, 이제 말 좀 해줘. 그 돈 어디서 난 거야?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침착
만약 그렇다면 여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말이 된다.김세자가 자기한테 청혼을 한 것도 말이다.선우 가문이 리조트를 정민아한테 준 이유도 이해가 간다.이번에도 김예훈이 팔천억 원을 내놓을 수 있던 것도 말이 안 된다.김예훈이 어떻게 조지의 손을 부러뜨리냐는 말이다.또 이전에 많은 일들이 모두 말이 되기 시작했다.그러나 문제는 만약 남편이 김세자라면 왜 여태 말 한마디 안 했냐는 것이다.정민아는 눈썹을 찌푸리며 김예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복잡한 의문들을 정리하고 있었다....일이 끝나고 김예훈과 정민아는 이곳에 더 머무를 생각이 없어 차를 몰고 떠났다.로열 가든 그룹이 이제 정민아의 것이 되니 계획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았다.두 사람이 떠난 이후 방금 오른손에 깁스한 조지가 사람들을 데리고 정민아와 김예훈의 룸 문을 발로 차 열었다.그러나 아무도 없는 빈 룸을 보고 조지는 차갑게 말했다.“사람은?”이성호가 옆에서 눈치 없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아마 방금 떠났을 겁니다. 우리 애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까 절대 놓치지 않을 겁니다.”조지는 듣고 차갑게 말했다.“네가 직접 가서 남자애를 그 자리에서 반쯤 죽여놓고 여자애랑 데리고 와! 내가 남자가 보는 앞에서 그 아내를 놀아 주겠어! 그리고 십 원에 로열 가든 그룹을 우리 라벤더 재단 이름으로 돌려놓겠어.”조지의 얼굴에는 잔인함이 묻어 있었다.이성호는 명령에 따라 바로 나갔다.조지의 수행원들은 모두 흥미롭다는 모습으로 말했다.“도련님, 진작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우리 라벤더 재단이 언제부터 그런 경매에 참석했다고 이번에 그랬던 겁니까.”“맞아요. 그냥 바로 로열 가든 그룹을 우리한테 넘기라고 해야 했어요. 팔기 싫어도 우리한테 넘길 수밖에 없어요.”조지가 차갑게 말했다.“여긴 한국이다. 우리가 비록 외교적 면책 특권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일들을 그렇게 대놓고 가져올 수 없어! 원래 이번에는 우리 라벤더 재단이 규칙을 지킬 줄 알았는데 김예훈, 이 녀석이 우리가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