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건우를 처음 만났을 때, 풍사해는 깜짝 놀라 그만 바지에 실수를 할 뻔 했다. 또 그 다음에는 사해루에서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도 했었다. 그때 풍사해는 임건우를 사람이 아닌 악마라고 느꼈었다.쨍그랑.천수향은 칼을 임건우 앞에 던졌다.“네가 이 칼로 직접 네 배를 찌르면 이 사람들은 풀어줄게.”‘뭐라고?’유가연 뿐만 아니라 심수옥과 유지연도 천수향의 말을 듣고 두 귀를 의심했다. 그녀들은 깜짝 놀라 아연실색했다.그 칼은 자그마치 30센티미터는 족히 되어보이는 긴 칼이었다. 그 칼로 배를 찌른다면…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당신 미쳤어요? 당신은 임건우가 자살하기를 원하는 거예요?”유가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때, 천수향은 또 다른 비수를 꺼내 유가연의 목에 갖다댔다.“찌를래, 말래? 걱정하지 마. 난 널 이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현무천서 하나야.”유씨 가문 세 모녀는 현무천서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유지연은 임건우가 천수향이 건넨 칼로 자신을 찌를 거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만약 임건우가 이대로 자신들을 버리고 간다면? 그러면 그들은 바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바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고문을 당해야 할 수도 있었다.“그러면 그냥 현무천서를 가져가면 되지 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거죠?”천수향은 임건우만 뚫어져라 쳐다본 채, 유지연의 말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임건우가 칼로 자기 배를 찌르지 않는다면, 천수향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네가 찌르지 않으면, 내가 네 와이프를 찌를 거야. 그러면 넌 네 와이프를 다신 보지 못하게 될거고.”천수향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하얀 유가연의 목에서 검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멈춰.”그때, 임건우가 고함을 질렀다.“빨리 찌르지 않고 뭐해? 뭘 망설이고 있는 거야? 이건 네가 가연이에게, 우리 가문에 빚진거야. 생각해 봐, 지난 1년 동안 너를 재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곧 온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유씨 가문 세 모녀는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이 들었다. 하긴, 조금 심각한 교통사고라도 머리가 어지러울 텐데 하물며 칼로 직접 자기 배를 찌르는 이런 처참한 모습을 보고는 더 견딜 수 없을 것이다.“왜 이렇게 바보같아? 네가 죽으면 난 어떻게 살아라는 거야?”유가연이 울부짖었다.풍사해도 임건우의 행동에 깜짝 놀라 정신이 멍해졌다. 자기한테까지 이렇게 독하게 굴다니…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그래, 너같은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해.’천수향은 조용히 피식 웃었다.“네가 이정도로 정이 깊은 남자인 줄은 몰랐네? 이런 요구도 다 들어주다니 말이야… 나 천수향, 한 번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지. 네가 지금 그 현무천서를 내놓기만 하면 이 사람들은 풀어주겠어.”“푹.”임건우는 또 피를 토했다.이번에는 전보다 몸이 더 심하게 흔들렸다. 얼굴빛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해졌으며 두 다리로 제대로 서 있지 못해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졌다.“뭐? 뱉은 말은 꼭 지킨다고? 역시 동도인은 예상대로 믿으면 안되는 거였어.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선수라니까?”“뭐?”천수향은 분노했다.“난 그저 현무천서가 너한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그래.”임건우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그래도 주머니 속에 이 물건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그가 꺼낸 것은 바로 한강 한연아에게서 얻은 항마추였다.이 항마추는 늙은 회화나무의 수심을 깎아만든 것인데 그 위에는 수많은 악마의 피가 묻어 있어 일찌감치 영기가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요 며칠 동안 임건우는 그 항마추를 고칠 방법을 연마하면서 항마추에 뇌속성을 첨가했기 때문에 악성을 짓누르는데 효과가 있었다.오늘날 이 물건은 영기를 지니고 있어 주변의 모든 영기를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 있었다.“이게 뭐야? 지금 날 놀리는 거야? 아무거나 들고 와서
유지연도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형부가 그런 선택을 한 건 모두 우리가 도망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준 거야. 이대로 다시 돌아가면 형부는… 형부 죽음이 무의미해지잖아. 언니, 형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가야 도망가야 해.”그렇게 세 사람은 말을 하면서 골목을 빠져 나왔다.그때, 골목 어귀에 람보르기니 한 대가 멈춰 섰다.골목이 너무 작아서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안에서 두 여자가 다급히 내렸는데 바로 유화와 여윤아였다.두 사람은 유씨 가문 세 모녀의 대화를 이미 들어버렸다.순간, 유화는 가슴이 철러덩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방금 뭐라고 했어? 우리 오빠가 왜?”유지연은 놀라서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그때, 유가연이 다급히 지금 상황을 유화에게 알려주었다.“그이가 다쳤어요. 스스로 칼로 자기 배를 찔렀어요… 빨리… 빨리 경찰에 신고해야 해요.”그녀의 말에 유화의 눈시울이 발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유지연을 내팽개치고 유가연의 옷을 움켜쥐었다.“유가연, 네가 우리 오빠를 이렇게 만들었어? 만약 우리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 손으로 직접 네 가문을 망가뜨리고 말거야. 오빠가 너를 위해 기껏 칼에 찔려줬으니 너희 둘 사이의 연은 이걸로 완전히 청산된 셈이겠지? 윤아야, 가자.”유화의 눈에는 살기가 어려있었다.두 사람은 유가연을 뒤로 하고 이내 골목 안으로 쏜살같이 뛰어갔다.심수옥은 그런 유화가 못마땅했지만 감히 큰 소리로 욕하지는 못하고 그들이 멀리 떨어진 후에야 유지연과 유가연을 끌어당기며 한 마디했다.“어서 가자. 죽을 거면 저 두 사람더러 죽으라 해. 어쩜 저렇게 하나같이 천박할까?”......임건우는 손을 뻗어 항마추를 끌어당겼다.그러자 그는 천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창백한 얼굴에 피를 너무 많이 토한 탓인지 온 몸에 기운이 없어보여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다 임건우가 연기한 것이었다.그는 천의도법의 계승자이자 의술이 뛰어난 의사였다. 때문에 그는 몸이 대한 이해도가 대다수
“어… 어떻게…”천수향은 자신이 임건우에게 반격을 당할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어떻게 내가 다 죽어가는 사람한테 반격을 당할 수 있는 거지?’천수향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녀도 어딜가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 고명한 수련자였다. 아무리 현자급 무도 고수라 해도 그녀에겐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임건우는 손에 든 칼을 살짝 비틀었다.그러자 천수향은 비명을 더욱 세게 질렀다.“그거 알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가족을 건드리는 거야. 그런데 너는 무려 내 가족을 세 명이나 건드렸어. 그것도 모자라 우리 장모님 얼굴에 상처도 내고 말이야…”임건우는 천수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우리 장모님 유일한 장점이 바로 얼굴인데, 그 장점마저 없어지면 앞으로 날 더러 어떻게 참아라는 거야?”천수향은 고통에 온 몸을 덜덜 떨었다.그녀는 반항하려고 몸부림 칠 수록 항마추가 온 몸에 침입해 그녀 몸 구석구석에 흉악한 기운을 퍼뜨려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한 마디로 저항은 무의미했다.“제기랄, 내가 거만했어…” 천수향은 자신이 처음에 조금 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아예 임건우의 팔을 잘랐다면 지금과 같은 결말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걱정 마, 넌 죽지 않아.”임건우가 말했다.“나도 야나기타 조직에 대해 관심이 많거든. 네가 나한테 직접 말해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너한테 달려있겠지.”“그게 무슨 뜻이야?”천수향의 생존 욕구가 갑자기 샘솟았다.“내 항마추 안에는 흉기가 너무 심해. 왜냐하면 그 안에는 수많은 원령들의 잔혼이 담겨있거든. 만약 네가 나를 도와 그 잔혼들을 없애준다면, 난 네게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줄게.”임건우가 말을 마치자, 손에 들고 있던 칼은 갑자기 천수향의 심장을 푹 찔렀다.천수향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가면도 바닥에 툭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가면 뒤로 앳되고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아쉽네…”임건우는 그녀의 얼굴을 슥 확인했다.천수향의 육신과 영혼은 그렇게
“그럴 리가 없어요. 저희는 조금 전까지 방금 그곳에 납치되어 있었어요. 심지어 제 남편은 중상을 입었다고요.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도 모르는데… 바닥에 핏자국이 가득할 거예요.”유가연이 말했다.“그런 거 못 봤습니다. 잘 확인해보시고 말씀하세요. 설마 가짜 신고를 하는 건 아니죠? 만약 맞다면 허위 신고로 경찰서에 오셔야 할 겁니다.”“네?”뚝.유가연이 뭐라고 해명하기도 전에 전화는 뚝 끊기고 말았다.유가연은 조마조마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굴렀다.그녀는 경상 골목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가 심수옥에게 제지당했다.“좋은 곳도 아닌데 거길 왜 또 가겠다는 거야? 너 정말 열 명 남짓한 남자들에게 짓눌려 폭행당해야 그만둘 거야? 아유, 짜증나. 얼굴이 아파서 죽을 거 같아. 빨리 가서 접수나 해.”유가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지갑을 유지연에게 던졌다.“지연아, 엄마 좀 잘 챙겨줘. 난 꼭 다시 가봐야겠어.”유가연은 말을 하면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심수옥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하지만 갑자기 큰 소리를 치는 바람에 얼굴이 심하게 아파왔다.그때, 병원 안으로 들어오는 임건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유가연의 앞을 가로막았다.“여보?”유가연은 잠시 자신이 환각을 본 건 아닌지 의심했다.그도 그럴것이 지금 임건우는 멀쩡히 산 채로 그녀 앞에 서 있었고 옷도 새로 갈아입었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중상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괜찮아?”“난 정말 괜찮아, 걱정 마!”유가연은 그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녀 두 눈으로 임건우가 피를 철철 흘리는 것을 목격했으니 말이다. 유가연은 서둘러 임건우의 옷을 걷어내고 복부의 흉터를 확인했다.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임건우의 말처럼 흉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뭐야?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불가능해.”유가연은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폈지만 정말 흉터 자국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그만 만졌으면 이제 그만 좀 만지시지?”그때, 한 여자
하필 병원 입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어 지나가는 몇 몇 행인들은 세 사람의 대화에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절세미인 두 명이 한 남자 때문에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그중 한 여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동시에 여러명의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두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에 행인들은 깜짝 놀랐다.‘뭐야?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아이고, 남자가 다 얼어죽었어?’한편, 임건우도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가연을 보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다른 곳에 가서 얘기하자. 당신한테 말할 게 있어. 어쨌든, 무슨 이유에서든… 내가 미안해. 당신이 무슨 보상을 원하든 내가 다 들어줄게.”유가연은 꼭두각시처럼 임건우의 발걸음을 따라 강가로 걸어갔다.강물이 졸졸 흐르는 한적한 강가.멀리에서는 누군가가 낚시를 하고 있다.잠시 후, 유가연이 고개를 들었다.“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맞지?”유가연은 임건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런데 어떻게 이혼하자고 말할 수 있어? 그 단어를 입밖으로 내뱉았을 때, 가슴이 아프지 않았어?”유가연은 갑자기 땅바닥에 주저앉아 낮은 소리로 엉엉 울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더러 남은 여생은 당신한테 기대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은 이혼이 우리의 가장 좋은 결말이라는 건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혹시 내가 뭘 잘못했어?”“…”임건우는 그녀의 이런 질문에 대답할 힘이 없었다. 그는 그저 졸졸 흘러가는 강물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유가연과 함께했던 모든 추억이 영화처럼 흘러갔다. 예전의 많은 기억들은 진작에 잊혀진 줄 알았는데 지금 되새겨보니 기억에 생생했다.“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는지 알아? 우리 엄마 그리고 동생까지 매일 나한테 이혼하라고 닥달해. 하지만 난 이혼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설령 당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한평생 의기소침하고, 나한테 빌붙어 산다고 해도 난 절대 이혼하지
유가연은 입을 크게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임건우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마치 꿈을 꾸는 것같은 착각이 들었다.임건우도 말하는 것보다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울적한 표정으로 유가연을 쳐다보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이게 내가 당신이랑 이혼하려는 이유야. 만약 나랑 이혼하지 않는다면, 너는 더 위험해질거야. 마치 오늘 일어난 일처럼… 만약 언젠가 네가 또 인질로 잡히거나 괴롭힘을 당한다고 해도 내가 매번 구하러 갈 수는 없어. 그런 날이 오면… 난 아마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지.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30분 후.유가연은 마침내 임건우가 무인이라는 사실을 납득했다. 하지만 그녀는 무인의 세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도대체 나한테 얼마나 많은 걸 숨긴 거야? 네가 무인이어도 이혼할 필요는 없잖아? 무인은 결혼해도 안되고 가정을 이뤄도 안 되는 거야? 무인이면 자손도 두면 안돼? 그리고 현무천서는 또 뭐야? 동도인이 왜 너한테 현무천서를 달라고 한 거야? 그리고 네가 사람을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게… 정말이야?”임건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유가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겁에 질린 얼굴로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연아,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야. 내 손에는 더러운 피가 묻었어. 이젠 네가 나랑 있어도 전혀 행복하지 않을 거야. 온갖 협박이나 당할 수도 있어. 그리고 우리 아버지… 사실 교통사고로 사망하신 게 아니야. 유골함에 들어있는 유골도 아버지 유골이 아니라 돼지의 유골이야. 아버지의 생사는… 나도 전혀 몰라. 현무천서는 원래 우리 아버지 거야. 그런데 그만 우리 아버지보다 더 강한 상대한테 빼앗겨버렸어. 근데 어떤 사람들은 그 현무천서가 나한테 있다고 생각해서 계속 나를 공격하고 있어. 임씨 그룹에 빼앗겼다는 것도 전부 음모고. 그리고… 사실 난 강주 임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 우리 아버지
유가연이 마침내 이혼하겠다고 하자 심수옥은 순식간에 싱글벙글해졌다. 하지만 얼굴에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아 웃는 순간 상처를 잡아당겨 얼굴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더니 곧 또 다시 임건우를 욕하기 시작했다.“임건우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집안이 평온한 적이 없어. 하루하루가 정말 재수가 없어서 원 참… 지금도 봐봐, 내 얼굴이 무슨 지경이 되었는지… 의사가 그러는데 칼자국은 영원히 없어 안 진대. 성형말고는 원래 얼굴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했어. 제기랄, 임건우 걔는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유가연은 이젠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약병 한 통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이건 임건우가 엄마한테 준 연고예요. 상처를 치료하고 흉터를 제거할 수 있대요.”“젠장.”심수옥은 그 연고를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걔가 나한테 주면 뭐 얼마나 좋은 약을 주겠어? 아마 여기에 독을 넣었을 거야. 혹시 날 독살하려는 거 아니야? 내가 죽으면 너희 둘은 누가 보호해, 안 그래?”“…”유가연은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간 후, 방 문을 꼭 잠갔다.침대 머리맡에는 임건우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몇 년 전 두 사람이 처음 손을 잡고 해양 공원에 놀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유가연의 가느다란 손이 사진 위를 스쳤다.잠시 후, 그녀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한편, 하루 동안 당자현이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괴한 불륜녀란 뉴스는 점점 더 떠들썩해졌다. 이 스캔들로 그녀의 여신 이미지는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 거의 모든 미디어 플랫폼의 헤드라인은 당자현에 관한 뉴스로 도배되었다.인터넷에서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당자현을 욕하기 바빴다.화문 엔터테인먼트.당자현 소속사에서는 이사회 이사들이 긴급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때, 40~50대쯤 되어보이는 중년 한 명이 갑자기 욕설을 퍼부었다.“당자현 이 망할 것 같으니라고… 부끄러운 줄 몰라, 부끄러운 줄. 불륜을 저지르
“크앙!”당자현의 신념이 하늘을 찌를 듯한 파동을 일으킨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울음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졌다.그 소리는 바로 금강마원의 울음이었다.그 뒤로 다시 세 번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는데 길고 짧은 소리가 섞여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다.몇 초 후, 고대 결계의 깊은 곳에서 수많은 요족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쿵! 쿵!대지가 흔들리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그것은 마치 만 마리 요수들이 뛰쳐나가는 듯한 소리였다.“윙!”하늘을 가르는 높은 소리와 함께 한 마리 대붕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나타났다.그 날개를 펼친 채로 수 킬로미터를 커버할 정도로 거대한 천룡이었고, 바로 그 새의 왕 천붕이었다.그 천붕 위에는 금강마원 한 마리가 편안히 서 있었다.“크앙!”금강마원은 두 팔을 쳐들고 가슴을 쳐대며 천둥 같은 울음소리를 터뜨렸다.그 울음은 처절하고 분노에 찬 소리였다.그것은 바로 금강마원, 백호였다.백호는 당자현의 신념을 감지한 후, 그 안에 자신들의 딸이 납치된 정보를 읽어낸 것 같았다.쿵!백호는 수백 미터의 고공에서 몸을 수직으로 떨어뜨려 당자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럼에도 여전히 백호의 키는 당자현보다 훨씬 컸다.그때 대지가 다시 흔들리며 수많은 요수가 우르르 몰려왔다.그중에서도 성주인 박철호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백호야!”“내 딸이 나쁜 사람에게 납치당했어. 네가 도와줄 수 있겠어?”당자현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백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물러나며 크게 외쳤다.“크앙!”모든 요족들이 일제히 움직여 임건우의 딸과 전소은을 찾아 나섰다.그 후, 백옥도 번개처럼 도착했다.바로 묻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야?”임건우는 급하게 설명했다 “전소은에게 불사족이 붙었어요. 난 그들이 후지산 아래의 불사족과 관련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요. 얼음 궁전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모두 위험할 수 있어요.”백옥은 얼굴을 굳히고는 물었다.“너희 둘의 피를 좀 줄 수 있겠어?”곧 임건우와 당자현의 혈액이 백
동시에 당자현이 강력한 영혼 공격을 날려 전소은을 강타했다.평소 같았다면 전소은은 머리를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전소은은 사악한 존재가 빙의된 상태로 당자현의 정신력 공격을 완전히 무효화했다.그 틈을 타 전소은은 순식간에 몸을 돌려 당자현에게 달려들었다.슉!전소은의 속도는 너무 빨라 당자현이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다가왔다.그리고 당자현이 품에 안고 있던 아기가 전소은의 한 손에 휩쓸리며 떨어졌다.“아가!”당자현의 눈이 붉게 충혈되며 절규했고 황급히 손을 뻗어 아기를 붙잡으려 했다.그러나 전소은이 한발 빨랐다.전소은은 아기를 품에 안고 동쪽으로 날아가 버렸다.“아아!”당자현은 간절한 마음으로 소리쳤다.“내 아이를 돌려줘!”임건우는 분노로 온몸이 뒤틀릴 듯한 고통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 뒤쫓았다.“전소은! 정신 차려!”“전소은! 사악한 존재의 조종에 휘둘리지 마!”임건우는 소리치며 끈질기게 전소은을 추격했지만, 전소은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아이를 안은 채 도주하며 다양한 연막을 펼쳐 추적을 방해했다.해상에 이르자 전소은은 그대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안 돼!”임건우는 결국 폭발하듯 분노를 터뜨렸다.임건우의 갓난 딸, 아직 기저귀를 차야 하는 작은 아기가 한 여자의 품에 안겨 바닷속으로 사라졌다니!“전소은, 제발 우리 딸에게 아무 일 없길 빌어라.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놈을 반드시 없애버릴 거야!”임건우는 지체할 틈도 없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하지만 바다에 들어선 후, 전소은과 그의 딸은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아아아!”임건우가 미칠 듯한 분노와 좌절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당자현이 다급히 임건우를 찾아왔다.당자현은 불안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자기야, 딸은? 우리 딸은 어디 있어?”임건우는 붉어진 눈으로 바닷속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저... 저기 없어.”당자현은 입을 틀어막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임건우
그 금빛 광선은 마치 고목을 쳐내듯 바로 금용 허상에 부딪혔다.원래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기에 그런 공격을 견뎌낼 리가 없었다.삼계지인술의 환상 특성은 공격을 거의 받지 않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그것은 비눗방울처럼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쉽게 부서지곤 했다.금용이 사라진 후 임건우와 당자현은 다시 공중에 떠 있었다.그때 한 인물이 빠르게 다가왔다.“사기꾼!”“여기서 백성들을 속이다니!”그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본 임건우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전소은, 너 지금 우리 집에 와서 뭐 하는 거야?”그렇게 나타난 사람은 바로 예전에 독수리 부대에서 활동하던 전소은이었다.전소은도 임건우와 당자현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어? 너희였어! 건우야, 이게 자연 신전에서 태어난 아이야? 한 번 보여줄래?”당자현은 전소은을 처음 봤기에 아이를 꼭 끌어안고 몸을 숨겼다.임건우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뭘 본다는 거야? 애들 좋아하면 남자 하나 골라서 결혼하고 네가 애를 낳아.”전소은은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임건우, 너 변했구나. 우리가 약속한 대로 네가 내 아이를 낳아줄 차례 아니었어?”“뭐라고?”“새로운 여자를 만나니까 예전 사람은 잊었구나?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어!”임건우는 머리가 두 개처럼 커졌다.이 여자는 일부러 시비를 걸려고 하는 거다.임건우는 급히 당자현에게 말했다.“자현아, 이 여자의 말은 믿지 마. 전소은은 오십이 넘었는데 아직도 남자가 없어. 아래쪽도 병이 있고 정상적인 여자가 아니야. 심리 상태도 이상해서 환각을 보고 있어.”윙!전소은의 분노가 폭발했다.임건우가 말한 것들은 전소은의 가장 큰 상처와 자존심에 대한 공격이었다.그것은 전소은이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자아의 굴욕이었고 임건우가 그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게다가 전소은은 최근 몇 가지 일로 기분이 나빴고 원래 산책을 하려고 나온 것이었는데 임건우의 가짜 용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전소은은 갑자기 앞쪽으로 몸을 던지며 임건우
그날 밤.임건우는 옥침대와 강아연을 데리고 무인도로 향했다.함께 온 이들은 사대 왕희였다.다음 날, 임건우와 당자현은 딸을 데리고 당문으로 돌아왔다.당씨 가문에 도착하자마자, 당문 사람들이 문 앞에 줄지어 서서 환영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숫자가 무려 백 명이 넘었다.중해 지역은 이 때문에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왕야가 직접 문 앞에서 기다린다는데 대체 어떤 대단한 인물이 오길래?”“모르겠는데? 혹시 상경에서 온 사람인가?”“이 정도 환대라니 보통 인물은 아닐 거야!”“설마 연호 제군을 기다리는 건가?”당문 주변의 이웃들은 이미 이 장면에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사람들은 저마다 눈을 반짝이며 이 신비로운 인물을 함께 기다렸다.그때였다.임건우와 당자현이 나란히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공중에서 당문 대문 앞의 웅장한 광경을 본 임건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게 뭐야? 대체 왜 이렇게 성대하게 준비한 거지?”당자현이 웃으며 말했다.“아마도 우리 할아버지가 사위의 명성을 빌려 당문의 위상을 높이려는 것 같아.”당자현은 딸을 안고 한숨을 쉬었다.“우리 할아버지는 체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야. 과거에 당문이 팔대 왕족 중에서도 최하위였을 때 어떻게든 당문의 지위를 올리려고 애쓰셨거든. 이제 너처럼 유명한 사위를 얻었으니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지.”임건우는 이마를 툭 쳤다.‘아, 이거 어쩌지?’임건우는 늘 조용하고 겸손한 것을 선호했기에 이렇게 눈에 띄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당자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냥 몰래 들어가서 알리는 게 나을 것 같아.”임건우는 고개를 저었다.“어르신께서 이렇게 고생하시는데 내가 후손으로서 소원을 들어 드리는 게 도리겠지.한 번쯤은 대놓고 나서 볼까?”“어떻게 대놓고 나서겠다는 건데?”“훌륭한 사위라는 말이 있잖아. 그럼... 한 번 진짜 용을 타볼까?”임건우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당자현은 미소를 지었다.“난 상관없어. 난 이제 닭이면 닭, 개면 개, 너
“사대 성지, 무슨 비밀이 있을까?”“지금 시대는 달라졌어. 지구의 영기가 희박해져서 예전처럼 강력한 사대 성지도 이제는 예전 같지 않아. 전 한 번 서산에 갔었는데 거기 영기가 정말 희박했어. 독수리 학원보다 나을 게 없더라고. 고대 결계 속의 영기랑은 비교도 안 돼.”“그래서 서산의 제자 중에 많은 사람이 독수리 학원에 들어와서, 심지어 우리 학원에서 스승을 찾고 있어!”황정은이 사대 성지에 관해 이야기할 때 표정에 약간의 불신이 묻어났다.아마도 황정은은 사대 성지가 이미 몰락해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심지어 이제는 독수리 학원에 아첨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이걸 봐요!”임건우는 손에 쥔 고대 팔찌를 황정은에게 던졌다.그때 이미 그 남자는 죽었고 옥팔찌에 있던 영혼의 흔적도 사라져 누구든지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황정은은 팔찌를 보더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많은 물건이?”황정은은 임건우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임건우는 말했다.“품질을 다시 한번 봐요.”황정은은 이번에 팔찌 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무려 5분 정도 시간을 들여 검토했다.그리고 의식을 팔찌에서 뺐을 때 황정은의 표정은 꽤 복잡했다.“뭔가 이상해!”황정은은 즉시 이상함을 느꼈다.“이 저장 공간에 있는 물건 중 일부는 독수리 학원에도 없는 것들이야. 그 중 일부는 고대 결계 깊숙한 곳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인데 그런 것들은 거래할 수 없는 자원들. 독수리 학원은 절대 팔지 않지. 심지어 독수리 부대가 그것들을 손에 넣었을 때 이미 나누어져 버린 거지. 그런데 서산은 어떻게 이런 것들을 가지게 된 거지?”임건우는 말했다.“방금 그 사람이 나에게 한 가지를 알려줬어. 서산은 독수리 학원에서 제자를 보낸 게 사실 연극에 불과했다고.”황정은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래서 사대 성지는 사실 가난하지 않다는 거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팔찌 하나의 주인, 그 사람의 조카만 해도 이렇게 많은
한 자루의 검이 임건우의 심장을 그대로 꿰뚫고 지나갔다.그 순간, 공격을 가했던 남자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뭐야? 이렇게 간단하다고?”너무 약했다.‘이 정도로도 요존이라 불릴 수 있어? 쓰레기 같은 녀석 아닌가!’그러나 바로 그때.퍽!그는 자신의 몸에서 고통을 느꼈다.반쯤 부러진 뼈검이 그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뼈검 위로 핏방울이 또르르 떨어졌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임건우의 얼굴을 보았다.“어떻게... 이럴 수가?”그러나 그 순간, 자신이 검으로 꿰뚫었던 임건우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던 임건우의 몸은 순식간에 종이인형으로 변해 있었다.임건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옥침대는 아마 네 저장 반지 안에 있겠지?”임건우는 그가 끼고 있던 저장 반지를 손쉽게 빼내고 뼈검을 뽑아냈다.그렇지만 그 남자는 강자였다.심장이 꿰뚫렸음에도 곧바로 죽지는 않았다.강력한 영력이 심맥과 심장을 보호하며 그는 서둘러 단약을 꺼내 먹으며 심장을 회복하려 애썼다.“오? 저장 법보도 있었네?”임건우는 그의 손목에 끼워져 있던 고대 팔찌까지 빼냈다.그리고는 또 한 번 뼈검을 그의 심장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그 남자의 두 눈이 붉게 물들며 분노와 절망이 가득 찼다.그는 도망치고 싶었다.그러나 생명력은 빠르게 소멸되고 있었다.‘억울해! 이런 식으로 죽다니!’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기습당해서 죽다니... 너무 비참하잖아.’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소리쳤다.“지금 나를 죽이면 우리 서산에서 널 찾아낼 거고 나의 복수를 해줄 거야!”임건우는 비웃으며 말했다.“서산? 서산은 네 삼촌의 것이 아니야. 강아연, 그녀가 서산을 되찾을 거야. 너희 같은 반역자들은 모두 죽을 운명이지.”그는 그 말에 크게 동요하며 외쳤다.“뭐? 네가 뭐라고 했어? 강아연? 강아연은 영근을 뽑히고... 이미 죽은 거 아니었어? 너 대체 누구야?”임건우가 태연하게 말
“서산파, 그렇게 대단한가?”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옆에서 울려 퍼졌다.중년 남자는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한 청년이 느릿느릿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걸음은 더딘 것처럼 보였지만, 순식간에 그 청년은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그 청년은 다름 아닌 임건우였다.강아연이 당한 일을 떠올릴 때마다 그의 마음속엔 울화가 치밀었다.이미 산산조각이 난 심정에 불이 붙은 격이었다.임건우는 이미 서산파의 새 장문인을 마음속 필살 목록에 올려두었다.감히 강아연의 영근을 파낸 데는 분명 그 장문인의 묵인이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영근을 직접 파낸 것이 그 자신일지도 몰랐다.그런데 지금 여기서 그 장문인의 조카를 만나게 될 줄이야.“건우야!”황정은은 임건우를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이며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중년 남자는 임건우를 훑어보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누군가 했더니 소문으로만 듣던 그 임건우군. 세상이 떠들썩하게 떠받드는 요존이란 놈이 바로 너로구나. 요수와 한통속이 돼서 인간의 적이 된 배신자가 말이지. 너 같은 주제에 감히 우리 서산파를 모독하다니. 기회를 줄게.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며 머리를 백 번 박아. 그리고 스스로 단전을 파괴해. 그렇지 않으면 너는 물론 네 가족들까지도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임건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임건우는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자들을 가장 증오했다.이 서산 장문인의 조카란 놈도 예외가 아니었다.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이쪽을 주목하는 이는 없었지만,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몇몇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여기서 싸움을 벌이면 분명 눈에 띌 것이다.임건우는 황정은에게 물었다.“옥침대, 이 멍청이가 가져간 거예요?”황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황정은 역시 옥침대가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희귀한 보물급 법보인데 설령 상대가 서산파라고 해도 함부로 넘겨줄 수는 없었다.“나를 뭐라고 부른 거야?”중년 남자는 말뜻
“만약 이 일을 하려면 분명 네 개의 수련 성지보다 더 강력한 존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전화를 끊은 후, 임건우는 가족들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혼자 독수리 학원으로 향했다.“형부!”유지연이 뒤에서 그를 불렀다.“무슨 일이야?”“아이들, 아직 주민등록도 안 돼 있고 출생증명서도 없잖아요. 이름도 빨리 지어야 해요.”“아... 이건 좀 골치 아프네.”임건우는 아이뿐 아니라 첫째 딸의 이름조차 아직 정하지 못했다.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내가 돌아오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자. 그때 너희도 생각을 해보고 그냥... 추첨이라도 하자!”유지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럴 수가! 아이의 이름은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렇게 대충 지을 수 없죠!”임건우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정말 작은 가정사에까지 신경 쓰는 네가 마치 작은 가정부 같군.”임건우가 발을 내디디자 이미 수리 밖의 거리가 훨씬 멀어져 있었다.임건우는 일부러 강주의 번화가를 거닐며 예전에 일어난 요족의 침략 사건이 이 도시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사람들은 여전히 평범하게 일하고 있었고 거리엔 차량이 오가며 행인들이 북적였다.시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최고의 약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한 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그 치명적인 전투와 대변혁은 마치 오래 전 일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사람들의 대화 중에 그 사건을 가끔 언급하는 모습도 있었다.그럼에도 대부분에게는 이미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여겨졌다.슥.임건우는 한걸음에 농구장이 있는 학교 옆으로 나타났다.여러 명의 여학생이 농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몇몇이 임건우를 발견했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그다음 순간, 임건우는 또 한 발짝 내디디자 땅에 도장이 번쩍이며 허공에 사라졌다.“어, 방금 여기 사람 하나 나타났던 거 아니야? 순간적으로 사라졌어.” 한 안경을 쓴 여학생이 소리쳤다.“잘못 본 거 아니야? 아무도 없었잖아.”“진짜야, 젊고 키 큰
강아연의 상태는 여전히 심각했다.현재 강아연의 영맥은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었고 몸은 마치 바닥이 새는 물통처럼 원기가 끊임없이 새어 나가고 있었다.임건우가 아무리 많은 진기를 강아연에게 주입해도 잠시 후면 전부 소멸해버렸다.“태운 별장으로 가자!”임건우는 단호하게 결정했다.예전에 임건우는 임씨 사람들로부터 아버지가 사들였던 임씨 저택을 되찾았고 이후 태운 별장에서 이곳 저택으로 이사했었다.하지만 지금 저택은 이미 폐허가 된 지 오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값나가는 물건은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다.결국 다시 태운 별장으로 돌아가 임시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아연이의 몸은 지금 진기와 영력을 저장할 수 없지만, 손상된 영맥은 끊임없이 영기를 공급받아야 해. 그래서 내가 아연이를 위해 어떤 물건을 빌려올 필요가 있어.”임건우가 말했다.“어떤 물건인데요?”유화가 물었다.“침대 하나.”임건우가 말한 것은 바로 황정은이 쓰던 침대였다.그 침대는 고대 고수들이 남긴 취령진이 새겨져 있어 영기를 모아 비처럼 내리는 기능이 있었다.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물건이었다.임건우는 황정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결국 임건우는 백옥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백옥은 전화를 받자마자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드디어 네놈이 나타나는구나! 난 네가 스승은 필요 없다는 건 줄 알았어!”백옥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그녀가 이미 예순이 가까운 나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기 어렵게 했다.만약 백옥이 연예계에 있었다면 분명 노익장을 자랑하는 괴물 같은 존재로 모두를 놀라게 했을 것이다.“스승님, 제가 누구를 잊어도 스승님만큼은 잊을 수 없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승님인데!”임건우는 조금 비위를 맞추며 말을 꺼냈다.“스승님, 하나 여쭤볼 게 있어요. 혹시 정은 선생님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쳇, 첫 마디부터 정은 선생님이 어디 있는지 묻다니 날 잊지 않았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네. 네 마음은 이미 정은 선생님한테 가 있구나.”“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