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 강주 어느 한 곳에서....등불이 휘황찬란한 유씨 가문의 별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오늘은 유씨 가문의 부인 심수옥의 46번째 생일이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미모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색이 뛰어난 딸 둘을 두고 있는데 하나는 강주 제일의 미녀이고, 또 하나는 강주 대학의 얼짱이다. 두 딸을 탐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번 축하의 기회를 빌어 찾아온 것이다. "유 사모님, 이것은 동해에서만 나는 진귀한 진주인데 피부를 맑고 희게 한다고 합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이모님, 이 옥여의를 받으시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시길…."유씨 부인은 손님들의 선물들을 받으며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바로 이때,별장 밖에서 한 청년이 너무 씻어 하얗게 색이 바랜 청바지를 입고 뛰여 들어오더니 다급한 어조로 유씨 부인에게 말한다.“어머님, 저의 어머니 병이 심해져서 당장 수술해야 할 것 같은데 일억 원만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이 말을 들은 손님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다. 그들은 이상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본다.오늘 유씨 부인 생신인데 선물을 드리기는커녕 일억 원을 달라고 손을 내밀다니, 혹시 머리가 돈 건 아닐까?"이분은?""누구겠어요? 바로 유씨 가문의 데릴사위인 임건우, 유가연 아가씨의 쓰레기 같은 남편이죠! 그저 명의상의 남편일 뿐, 아가씨는 아직 결백한 몸이래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우리가 여기 무슨 볼일 있겠어요?"양복 입은 한 청년의 비꼬는 말에 별장 곳곳에서 폭소가 터졌다. 그 소리에 소파에 앉아 있던 절세의 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임건우를 바라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임건우의 아내, 유가연이다.두 사람은 결혼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임건우는 유씨 가문에서 가정부보다도 못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고, 아내의 방 앞에는 얼씬하지도 못한다.결혼 당일,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버지 임우진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어머
"임 도련님!"수옥은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열정적으로 마중 나갔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존경의 기색을 나타냈다. 그는 임호진이라고 하는데 강주 임 씨 그룹의 작은 회장이다. 임 씨 그룹의 시가는 백만 억에 달하는데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그런데 그를 본 건우는 눈에 불이 달아오르더니 달려가 호진의 목덜미를 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이 짐승보다 못한 자식. 감히 너 형수를 넘봐?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야?"임호진은 임건우의 사촌 동생, 즉 셋째 삼촌 임봉의 아들이다. 건우는 이들 부자를 뼈에 사무치게 증오하고 있다.작년 시월,부모님이 차 사고를 당한 후 삼촌 임봉은 형님을 횡령죄로 모함하고 임우진 부부가 일으켜 세운 임 씨 그룹을 빼앗고는 우진의 가족들을 모두 임씨 가문에서 쫓아냈다. 그렇지 않으면 건우도 오늘날, 이 비참할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할아버지한테서 가문으로부터 쫓겨난 주제에.... 뭐, 형수? 가연 아가씨가 어떻게 형수가 돼? 하물며 유명무실한 사이인데, 형이 가연 아가씨한테 어울리기나 한다고 생각해?""임 도련님, 오늘 바쁘실 텐데 어떻게 오셨어요?"수옥이 건우을 옆으로 밀어내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아줌마 생신인데, 당연히 생신 축하드리려 왔죠! 이것은 백 년 묵은 인삼이에요, 제가 육억을 주고 다른 사람한테 특별히 부탁하여 사 온 거예요. "수옥은 육억짜리 백 년 인삼이라는 말에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 연모하는 눈길로 절세의 미녀 가연을 바라보는 호진의 눈에는 남자로서의 갈망의 욕망이 비치고 있었다.호진은 예전부터 가연을 탐내고 있었다. 그는 가연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연 씨 얘기는 들었어, 마침 우리 아버지와 만리상맹 고위층 사이에 친분이 있으니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 일이 해결되면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도록 하고. 가연 씨, 난 진심이야, 가연 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깊이 사랑하고 있었어, 혼
건우는 그 말에 놀라 또다시 멍해졌다.‘일조라.... 그게 얼마나 되는 거지?’임 씨 그룹은 전성기에 매우 번성했는데, 시가총액은 백 조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정 자산이고, 아버지 손에도 일조도 없었던 것 같다.‘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건....’"당신이 내 아버지의 부하라고요? 그 만리상맹의…."동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 만리상맹의 전체가 모두 도련님 것입니다."퍽!건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들어 자기 뺨을 때렸다."아니, 도련님! 이게 무슨....?""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랬어요.""허허,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사실입니다. 도련님의 아버지인 임 어르신은 소인에게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만약 어르신이 아니셨다면 전 전 이미 온 집안이 망하고 저세상 사람이 됐을 겁니다. 당시 어르신은 만리상맹을 창립하여 소인에게 맡기셨습니다""네?"건우는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굳어있었다. 아무래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만리상맹은 임 씨 그룹보다 얼마나 더 큰지 모른다. 소문에 의하면 자산이 천 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하 세계에서는 더욱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이렇게 거대한 그룹을 아버지께서 손수 만드셨다고? 왜 난 들어본 적도 없는 거지’"어르신께서는 장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임 씨 그룹을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만리상맹을 창설하여 두 그룹이 상부상조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또 이걸 도련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그는 고풍스러운 작은 상자를 꺼내 건우에게 건네주었다. 건우는 이상한 기색으로 되물었다."혹시 아빠가 언제 주신건데.... 이제야 저한테 갖다주시는 건가요?""오늘은 도련님의 스물네번째 음력 생신이십니다. 이것은 1년 전에 어르신께서 미리 준비해 놓으신 생신 선물입니다. 도련님, 생신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사모님께서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가 여러 가지 이유
"가연아, 너…어떻게 왔어?"가연은 지은을 한번 쳐다보더니 살짝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병원 장부에 일억 원 입금했어. 건우야, 난 여기까지 밖에 도울수 없을 것 같아."’뭐라고?’"가연아, 어디서 일억 원이나 구해왔어? 설마 호진이 그 자식한테 달라고 한 거야? 안돼, 가연아, 나 이 돈 받을 수 없어, 그 사람 돈 가지면 내가 뭐가 돼? 게다가, 나 지금 돈이 많아, 정말 아주 많거든, 일 조나 있으니 네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야!”짝!가연은 건우의 뺨을 한 대 때렸다."부탁인데, 너 제발 좀 정신 차리고 꿈 좀 그만 꿔! 열 달 동안이나 꿈을 꾸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이제 그만하자, 내일부터 우리 각자 잘 지내는 거야!"말을 마치자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병원을 뛰쳐나갔다. 뒤쫓아 나가려던 건우를 붙잡은 지은은 가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어머머머, 이게 웬일이야? 어떻게 네 사촌 동생인 임호진과 관계가 있지? 설마, 유가연이 너 엄마 수술비를 빌리려고 사촌 동생과 같이 잔 건 아니겠지? 아이고, 감동스러워라...."퍽!건우가 손을 들어 지은의 얼굴을 한 대 후려쳤다."네 이런 헛소리 따위나 지껄이다니, 죽고 싶어?""네가…네가 감히 날 때려?"지은은 건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머리끄덩이라도 잡아 뜯으려 했다. 마침 지나가던 수간호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양지은,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그만 좀 해, 병원에서 싸움질이라니, 일 그만두고 싶어?"수간호사가 호통을 치자 지은은 곧 건우 몸에서 떨어지더니 건우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개자식아, 감히 내 뺨을 때려? 설마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았어?"수간호사도 건우를 알고 있었다."왜 양지은 씨의 뺨을 때린 거죠?"이때 건우는 엄마 쪽을 가리키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우리 엄마를 여기 이렇게 버려놓았는데, 맞을 짓 한 거 아닌가요? 병원 장부에 잠시 돈이 없다고 하여 내가 돈을 안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여
건우는 누구한테 홀리기라도 한 듯 저도 모르게 유 씨네 별장으로 향했다. 유 씨네 별장은 별장이라지만 사실은 낡은 양옥집이다. 낡은 집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지은 3층짜리 아파트로서 실제 빌라 단지와는 거리가 멀다. 고개를 든 그는 문득 가연의 방에 불빛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어? 가연이 집에 있네? 호진한테 간 거 아니었어?"그의 눈빛에는 마치 죽어가던 사람이 강심제 주사를 맞고 살아난 것처럼 다시 희망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수옥의 말을 다 믿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년은 자기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저절로 이 집을 떠나게 하려고 어떤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그는 황급히 문으로 달려들어 갔다.소파에 앉아 사람들과 화상 채팅을 하며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수옥의 모습이 보였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이를 본 건우는 마음이 답답해졌다.‘이 여편네가 딸이 다시 재혼할 거로 생각하고 아주 마음을 놓고 있네? 만리상맹의 위협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건우를 본 수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집에 돌아올 낯짝이나 있는 거야? 내일이면 내 딸과 이혼하겠는데, 어서 썩 꺼지지 못해?"건우는 그녀를 무시한 채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가연이가 방에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안 그러면 절대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찰칵!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건우은 문을 쾅쾅 두드렸다."가연아, 문 좀 열어봐. 안에 있는 거 알아. 할 말이 있어."수옥은 그 뒤를 맨발로 따라 올라와 건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이 병신새끼야, 어서 꺼지지 못해? 누가 널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허락했어? 올라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내가 가연을 꼭 만나봐야겠어요.""무슨 헛소리야, 너한테 말하지 않았어? 가연인 임호진한테 갔다고, 지금쯤이면 아마 아이 를 가졌을지도 몰라. 그러니 너, 치근덕거리지 마. 내 딸이 임 씨 그룹 사모님이 되는 걸 막으면, 내가 널 아주
건우은 그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웃었다. "양지은 넌 나의 발가락을 아직 핥을 자격이 없어. 그냥 돌아가서 이 뚱보의 발가락이나 핥아, 혹시 모르지.... 기쁘서 너에게 사십만짜리 싸구려를 사줄 수도 있잖아.""너!!!"지은은 화가 나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겨우 지은의 남자친구 자격을 얻은 뚱보는 오늘 밤 어떻게든 그녀를 자기 침대에 끌어가려 하고 있었는데, 지금 건우의 이 비웃음을 받고 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돈도 없는 놈이 허풍은? 오줌이나 싸서 네 상판이나 비춰봐봐. 이 육십억짜리 목걸이를 네가 산다고? 육십만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너?""내가 사면? 너도 같이 하나 살 거야?”건우는 정말 사려고 마음먹었다. 지난 십 개월 동안 가연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이 목걸이를 사서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자신이 그녀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게 하고 싶었다."어디서 굴러온 미친놈이야? 지은씨가 이런 허풍만 떠는 자식을 어떻게 알고 있어? 격이 떨어지게도!""이 뚱보가 돈 없으면 없다고 그냥 말할 것이지, 다른 말만 찾고 그래? 어쨌든 이 목걸이는 하나밖에 없으니 딱 내 아내한테만 어울린다고 봐. 네 여친한테는 돼지 목에 목걸이 건 격이야. 뭐, 나도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넌 옆에 있는 육억짜리만 하나 사면 돼. 어때? 내기 할래?""하! 이 자식, 누굴 겁주는 거야? 내기하려면 어디 한번 해 봐! 근데 네가 사지 못하면?"건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지은이 앞질러 말했다."사지 못하면 무릎 꿇고 엄마라고 부르던가?""좋아! 그렇게 해!"건우는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며 대답했다.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세 사람은 곧 그 목걸이를 파는 삼 층으로 올라갔다. 카운터를 찾아갔는데 의외로 이 목걸이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가연의 절친인 송가희였다."뭐? 네가 만인의 연인을 사겠다고?"만인의 연인을 사겠다는 건우의 말을 들은 송가희는 경멸의 눈빛으로 건우를 바라봤다."건우
가희는 너무 놀라 영혼이 가출이라도 한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카운터 화면에 잔액이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진 사장님이 왜 그를 그렇게 중시하는가이다. 지존 VIP라고 하는데 만성주얼리에는 여태껏 이런 회원 카드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머리는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복잡했다. 분명 유 씨네 집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인 따위가 왜 이렇게 큰 변화를 가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건 불가능해! 몇 번인가 나에게 발 씻을 물도 따라주었는데....’이때 지은이 옆에서 소리를 질렀다."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분명히 기계가 고장 난 거야! 이 거지 같은 놈한테 어떻게 육십억이 있을 수 있어? 이 자식은 육십만도 없을텐데.... 빨리 다시 한번 검사해 봐요!"진 사장은 지은을 사납게 노려보았다."감히 임 도련님을 욕하다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여봐라, 정신 좀 차리게 뺨을 갈겨라!"만리상맹은 강주의 지하 제일 세력이다. 경비원들 역시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명령이 떨어지자 지은을 카운터에 눌러놓으며 철썩철썩하고 연이어 십여 개의 따귀를 때렸다. 금세 지은의 얼굴이 돼지 대가리처럼 퉁퉁 부어올랐지만, 곁에 있던 뚱뚱보는 찍소리도 못했다."어이, 뚱뚱보, 저 육억짜리 보석사는 거 잊지 마!"건우가 옆어서 한마디 귀띔해 주었다. 그 뚱보남은 당장 울 것만 같았다. 육억 원은 그에게도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만리상맹 앞에서 감히 사지 않을 수 없었다.뚱보가 황급히 대답했다."네, 네, 바로 살게요."지은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에 흥분이 스쳐 갔다. 방금 여기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사십만 원짜리 손 목걸이를 샀고, 그녀가 또 팔찌를 사려고 하니 뚱보가 한사코 동의하지 않았다. 오늘 밤을 넘기면 사주겠다고 하면서….그런데 지금 바로 육억짜리를 사게 된다니, 오히려 건우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일 것 같다. 그녀가 보석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자 뚱보남은 그녀를 밀치며 소리쳤
델루나호텔의 가장 호화로운 스위트룸의 큰 침대에 누워서도 건우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 일어난 일들이 너무 놀랍고도 충격적이었다.그는 아버지가 그렇게 큰 비밀을 숨기고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만리상맹은 강주의 지하 세계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 아버지가 가장 큰 지하 세계의 보스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아빠의 죽음은 정말 교통사고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일가?’한밤중이 되어서야 깊은 잠에 빠진 그는 휴대폰 알람이 울려서야 침대에서 일어나 병원으로 바삐 달려갔다.병실에 도착하니 어머니의 침대 옆에는 여러 명의 의사가 모여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몸매가 가장 핫한 의사 이청하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는 엄마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라 다급히 물었다."의사 선생님, 우리 엄마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병세가 악화한 건가요?"흰 가운에 마스크를 쓴 청하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상태가 나빠진 게 아니라 호전될 조짐이 보입니다.""정말인가요?"건우는 잠시 멍해 있다가 기쁨에 차서 물었다. 그에 청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에도 임건우 씨 어머님께서 갑작스럽게 상황이 나빠져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외로 빨리 안정되고 컨디션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께서 삶에 대한 욕망이 매우 강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그럼, 수술은....?""일단 검사 결과를 보고 괜찮다고 판단되면 수술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수술도 위험 확률이 있으니깐요."두 시간 후,검사 보고서가 나왔다."결과가 괜찮으니 수술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머니께서 깨어날 확률이 높아졌다는 건 아직 의식이 있다는 뜻입니다. 계속 침술로 치료를 진행할 것입니다."청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건우는 너무 기뻐서 저도 모르게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그는 정말 기뻤다. 열 달 만에 처음으로
“서산파, 그렇게 대단한가?”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옆에서 울려 퍼졌다.중년 남자는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한 청년이 느릿느릿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걸음은 더딘 것처럼 보였지만, 순식간에 그 청년은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그 청년은 다름 아닌 임건우였다.강아연이 당한 일을 떠올릴 때마다 그의 마음속엔 울화가 치밀었다.이미 산산조각이 난 심정에 불이 붙은 격이었다.임건우는 이미 서산파의 새 장문인을 마음속 필살 목록에 올려두었다.감히 강아연의 영근을 파낸 데는 분명 그 장문인의 묵인이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영근을 직접 파낸 것이 그 자신일지도 몰랐다.그런데 지금 여기서 그 장문인의 조카를 만나게 될 줄이야.“건우야!”황정은은 임건우를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이며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중년 남자는 임건우를 훑어보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누군가 했더니 소문으로만 듣던 그 임건우군. 세상이 떠들썩하게 떠받드는 요존이란 놈이 바로 너로구나. 요수와 한통속이 돼서 인간의 적이 된 배신자가 말이지. 너 같은 주제에 감히 우리 서산파를 모독하다니. 기회를 줄게.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며 머리를 백 번 박아. 그리고 스스로 단전을 파괴해. 그렇지 않으면 너는 물론 네 가족들까지도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임건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임건우는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자들을 가장 증오했다.이 서산 장문인의 조카란 놈도 예외가 아니었다.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이쪽을 주목하는 이는 없었지만,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몇몇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여기서 싸움을 벌이면 분명 눈에 띌 것이다.임건우는 황정은에게 물었다.“옥침대, 이 멍청이가 가져간 거예요?”황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황정은 역시 옥침대가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희귀한 보물급 법보인데 설령 상대가 서산파라고 해도 함부로 넘겨줄 수는 없었다.“나를 뭐라고 부른 거야?”중년 남자는 말뜻
“만약 이 일을 하려면 분명 네 개의 수련 성지보다 더 강력한 존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전화를 끊은 후, 임건우는 가족들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혼자 독수리 학원으로 향했다.“형부!”유지연이 뒤에서 그를 불렀다.“무슨 일이야?”“아이들, 아직 주민등록도 안 돼 있고 출생증명서도 없잖아요. 이름도 빨리 지어야 해요.”“아... 이건 좀 골치 아프네.”임건우는 아이뿐 아니라 첫째 딸의 이름조차 아직 정하지 못했다.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내가 돌아오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자. 그때 너희도 생각을 해보고 그냥... 추첨이라도 하자!”유지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럴 수가! 아이의 이름은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렇게 대충 지을 수 없죠!”임건우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정말 작은 가정사에까지 신경 쓰는 네가 마치 작은 가정부 같군.”임건우가 발을 내디디자 이미 수리 밖의 거리가 훨씬 멀어져 있었다.임건우는 일부러 강주의 번화가를 거닐며 예전에 일어난 요족의 침략 사건이 이 도시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사람들은 여전히 평범하게 일하고 있었고 거리엔 차량이 오가며 행인들이 북적였다.시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최고의 약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한 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그 치명적인 전투와 대변혁은 마치 오래 전 일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사람들의 대화 중에 그 사건을 가끔 언급하는 모습도 있었다.그럼에도 대부분에게는 이미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여겨졌다.슥.임건우는 한걸음에 농구장이 있는 학교 옆으로 나타났다.여러 명의 여학생이 농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몇몇이 임건우를 발견했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그다음 순간, 임건우는 또 한 발짝 내디디자 땅에 도장이 번쩍이며 허공에 사라졌다.“어, 방금 여기 사람 하나 나타났던 거 아니야? 순간적으로 사라졌어.” 한 안경을 쓴 여학생이 소리쳤다.“잘못 본 거 아니야? 아무도 없었잖아.”“진짜야, 젊고 키 큰
강아연의 상태는 여전히 심각했다.현재 강아연의 영맥은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었고 몸은 마치 바닥이 새는 물통처럼 원기가 끊임없이 새어 나가고 있었다.임건우가 아무리 많은 진기를 강아연에게 주입해도 잠시 후면 전부 소멸해버렸다.“태운 별장으로 가자!”임건우는 단호하게 결정했다.예전에 임건우는 임씨 사람들로부터 아버지가 사들였던 임씨 저택을 되찾았고 이후 태운 별장에서 이곳 저택으로 이사했었다.하지만 지금 저택은 이미 폐허가 된 지 오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값나가는 물건은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다.결국 다시 태운 별장으로 돌아가 임시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아연이의 몸은 지금 진기와 영력을 저장할 수 없지만, 손상된 영맥은 끊임없이 영기를 공급받아야 해. 그래서 내가 아연이를 위해 어떤 물건을 빌려올 필요가 있어.”임건우가 말했다.“어떤 물건인데요?”유화가 물었다.“침대 하나.”임건우가 말한 것은 바로 황정은이 쓰던 침대였다.그 침대는 고대 고수들이 남긴 취령진이 새겨져 있어 영기를 모아 비처럼 내리는 기능이 있었다.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물건이었다.임건우는 황정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결국 임건우는 백옥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백옥은 전화를 받자마자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드디어 네놈이 나타나는구나! 난 네가 스승은 필요 없다는 건 줄 알았어!”백옥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그녀가 이미 예순이 가까운 나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기 어렵게 했다.만약 백옥이 연예계에 있었다면 분명 노익장을 자랑하는 괴물 같은 존재로 모두를 놀라게 했을 것이다.“스승님, 제가 누구를 잊어도 스승님만큼은 잊을 수 없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승님인데!”임건우는 조금 비위를 맞추며 말을 꺼냈다.“스승님, 하나 여쭤볼 게 있어요. 혹시 정은 선생님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쳇, 첫 마디부터 정은 선생님이 어디 있는지 묻다니 날 잊지 않았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네. 네 마음은 이미 정은 선생님한테 가 있구나.”“아니에요,
그래서 강아연이 서산의 장문인 딸이라는 소식을 들은 모든 이들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당자현이 말했다.“서산... 기억이 좀 나...”임건우는 당자현을 보고, 그녀가 말하는 기억이 이번 생의 것이 아니라 전생, 혹은 그 전생의 기억임을 직감했다.당자현을 보면 자연스럽게 유가연이 떠오른다.두 사람 모두 환생한 존재들이라 당자현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릴 뿐인데 유가연은 전생의 영향으로 성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유화가 물었다.“그럼 강아연의 아버지는 지금 어떻게 된 거지?”남자는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장문 부인께서는 이미 돌아가셨고 장문인은... 실종되었습니다.”모두의 마음이 한층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때 임건우는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강아연의 몸에 진기를 흘려보냈다.임건우의 진기에는 혼돈의 원기, 고대 문자의 힘, 그리고 불교의 원력까지 더해져 회복력이 극도로 강했다.잠시 후, 강아연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기 시작했다.강아연이 눈을 떴다.“오빠...”“아가씨!”“아연아!”강아연은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임건우는 그녀를 손으로 눌렀다.“움직이지 마!”강아연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자, 그동안 아무리 영혼을 뽑아갈 때에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던 그녀가 지금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우나영은 임건우를 옆으로 데려가며 물었다.“건우야, 아연이는 괜찮을까? 회복될 수 있을까?”임건우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조금 힘들어요. 영근이 꺼내진 것이 너무 큰 상처를 남겼어요. 그놈이 너무나 잔인하고 거칠어서 아연이의 내부의 영맥까지 손상을 입혔습니다. 이건 정말 다루기 어려운 일이에요.”“그게 힘든 일이라는 거겠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첫째, 아연이의 영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물건을 찾아야 합니다. 둘째, 꺼내진 영근을 찾아서 다시 심어줘야 해요.”이 일은 말은 쉬워도 실제로는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서산의 장로의 손녀가 지금 그 장로의 자리를 차지하며 장문인이 되었고
임건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이 남자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접니다. 나를 왜 찾은 거죠?”그러자 그 남자는 달려오더니 무릎을 꿇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외쳤다.“임 도련님! 우리 아가씨를 구해주세요!”임건우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아가씨가 누구죠?”남자가 대답했다.“우리 아가씨의 이름은 강아연입니다.”“뭐라고?”“아연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도대체 무슨 일인데요?”우나영을 비롯한 사람들도 깜짝 놀라며 물었다.강아연은 우나영을 의붓엄마처럼 따랐고 어리지만 말 잘 듣고 예의 바른 아이로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그랬기에 모두가 긴장한 눈빛으로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가 동문에게 해를 입었습니다. 지금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입니다.”임건우는 다급히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죠?”“근처 민가에 있습니다.”임건우는 곧 강아연을 만날 수 있었다.임건우가 예전에 독수리 학원을 찾아갔던 주된 이유도 강아연 때문이었지만, 당시 학원은 이미 완전히 점령된 상태였고 단 한 명의 수강생도 찾을 수 없었다.그때 요수들에게 들은 바로는 독수리 학원을 점령할 때 이미 그곳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그 말을 듣고 강아연은 무사하리라 믿었지만, 지금 그녀를 보니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강아연은 허름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머리카락은 생기를 잃고 바싹 말라 있었다.피가 통하지 않는 듯 강아연의 얼굴은 완전히 쇠약해 보였고 몸의 기운은 이미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게다가 온몸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심각한 부상으로 고통받고 있었다.“이게 누가 한 짓이야?”“아연아, 아연아...”반하나는 강아연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반하나와 강아연은 중해에서 창업하던 시절부터 가까웠고 특히 강아연이 반하나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체향이 특별한 효과를 지닌 것을 알고 난 뒤로는 늘 그녀와 같은 방에서 자곤 했다.남자가 입을 열었다.“그 일을
“형부, 형부! 이러지 마세요!”“죽으면 안 돼요!”유지연은 임건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몸을 흔들었다.임건우가 힘겹게 말했다.“아직 안 죽었어. 그런데 네가 계속 이렇게 흔들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아! 형부,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괜찮아. 조금 쉬면 나아질 거야.”“우리 언니... 그 여자는요?”“가버렸어.”“가버렸다니요? 어디로요?”“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래.”유지연의 얼굴에 슬픔이 드리웠다.“역시 언니가 말한 대로 됐네요. 이걸 어쩌죠?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엄마 없이 크다니 너무 불쌍해요.”임건우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데려올 거야. 그런데... 그러려면 내가 더 강해져야 해!”인과를 끊는 게 뭐 대수랴.기억을 완전히 잃게 된다고 해도 반드시 유가연을 다시 찾아오리라.유지연은 유가연이 진짜 죽은 게 아니라 여전히 한 가닥 희망이 있다는 걸 알자 안심하며 한층 밝아진 얼굴로 임건우를 가볍게 안았다.“형부, 이제부턴 제가 아이들의 엄마가 될게요. 언니 대신 제가 잘 돌볼게요.”하지만 임건우에게는 지금 그런 로맨틱한 분위기에 휩쓸릴 여유가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다시 가나절로 돌아갔다.유가연은 아이를 낳기 전부터 본래의 인격이 돌아오면 다른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까 두려워 자신을 불탑에 가둔 상태였다.심지어 우나영과 심수옥 등 다른 사람들 모두를 가나절의 다른 구역에 격리시켜 두었고 그들 사이를 진법으로 막아두었다.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사람은 유지연 혼자뿐이었다.임건우는 진법을 다시 열어 안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둘씩 풀어주었다.임건우를 보자마자 심수옥이 달려왔다.“건우야! 빨리! 가연이가 애 낳겠대! 정말 속 터져 죽겠어. 몇 달이나 됐다고 애를 낳겠다니. 조산 기간도 안 됐는데 제정신인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지연이 두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엄마, 이미 낳았어요.”“뭐라고?”유가연이 전생의 대능자라는 것, 그리고 아이를 낳고 기억을 되찾아
당가은은 임건우를 바라보며 갑자기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위험하다!임건우는 그 순간, 당가은의 기운 변화에 즉시 반응했다.그는 본능에 따라 몸을 피하려 했지만, 한 걸음 내딛기도 전에 당가은의 손길에 의해 그대로 제어당했다.형체 없는 결계가 그의 몸을 꽁꽁 묶어버렸다.“너 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지?”임건우는 분노와 혼란 속에서 소리쳤다.당가은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너는 내게 그냥 벌레와 같아. 금단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너 같은 존재가 몇백 년 뒤에는 결국 황토로 변할 거야. 내 긴 생애 속에서 너의 존재는 반짝이는 유성처럼 지나가는 시간보다도 짧을 뿐이야. 그런데 너와 내가 다시 태어난 몸에서 네가 낳은 아이들이 나와 얽혀버렸어. 나는 그저 우리 사이의 인연을 끊으려는 것뿐이야.”말을 마친 그녀는 손끝으로 날카로운 칼날처럼 된 에너지의 실체를 만들어 냈다.그 칼날 위에는 수많은 규칙의 힘이 얽혀 있었다.임건우는 급히 외쳤다.“잠깐만! 제발!”하지만 당가은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녀에게 있어 임건우는 아마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그런 존재가 무슨 말을 하든 그녀는 그저 지나치게 여겼을 뿐이었다.그의 신체를 억제한 상태에서 당가은은 규칙의 신검을 내리쳤다.“으악!”임건우는 고통에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그 고통은 너무나도 강렬했다.마치 영혼이 찢겨 나가는 것처럼 몸을 움켜잡고 떨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당가은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조금만 참아. 곧 지나갈 거야. 끝나고 나면 보상을 줄게.”그녀의 얼굴은 유가연의 모습이었다.하지만 그 성격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고 사람의 생명을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는 듯했다.임건우의 금단 안에서 숨겨졌던 12개의 문자가 하나씩 빛을 발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흘려보냈다.그것이 그의 내부의 이상을 숨기고 있었다.결국, 어느 순간 임건우는 느꼈다.그의 신장 안에 무언가가 깨지는 느낌이 왔다.무언가가 끊어지며
이때 유지연이 허겁지겁 달려왔다.앞에 앉아 울고 있는 유가연을 보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왜 울고 있어?”유가연은 무릎을 껴안고 턱을 괸 채 울어서 벌게진 눈으로 그녀를 한 번 쓱 쳐다보며 말했다.“너 누구야? 내가 너를 알아?”유지연은 순간 당황하며 얼어붙었다.“나... 나 언니 동생이잖아. 친동생...”뒤쪽 몇 마디는 그녀 자신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유지연은 임건우와 눈을 마주치더니 얼른 바닥을 기어 다니는 두 아이를 안아 올렸다.“애들이 왜 이렇게 계속 울어요?”그녀가 물었다.“네 언니가 바닥에 던져놨어.”“뭐라고요? 아니, 혹시 어디 다친 거 아니에요?”유가연은 뒤를 힐끗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저 애들 내가 윤회석에 숨겨놨던 신력을 얻었어. 거기다 내 신격까지 두어 번 물어뜯은 애들인데 던졌다고 부서지겠어? 망치로 두드려도 멀쩡할걸.”“아... 뭐라고요?”임건우와 유지연은 동시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그녀가 말한 게 정말 신격인가?임건우는 떠올렸다.자신이 계승한 선조의 기억 속에 따르면 신격은 오직 신적 존재만이 응집하는 힘이었다.그렇다면 윤회석 속에서 깨어난 이 여인, 당가은이라 불리는 그녀는 과거에 정말로 신이었단 말인가?당가은이 지장왕 같은 존재라니 그럴 법했다.게다가 지금 그녀의 모습이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다만 조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고 울고불고 정신없는 게 문제였다.“애들이 배고픈 것 같은데요?”유지연이 말했다.“이거... 젖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임건우는 유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애들, 아무리 그래도 당신 애들이니까... 젖이라도 좀 먹여 줄 수 없어요?”“아아아!”유가연... 아니, 이제 그녀는 유가연이 아니라 당가은이었다.당가은은 갑자기 고함을 치며 피로 얼룩진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없어! 너희들 내가 지금 이 꼴로 젖이 있을 것 같아?”유지연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언니,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임건우와 유지연은 가나절의 거대한 문 아래서 마주 서 있었다.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에 울상 같은 표정을 지었다.“언니... 죽었어요?”“내가 확인해볼게!”임건우는 유지연을 뒤에 남겨두고 곧바로 가나절로 달려갔다.임건우의 발걸음은 빠르고 신속해 금세 불탑 앞에 도달했다.그때 불탑의 문이 안에서부터 거세게 차여 열리며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문은 부서지지 않았지만,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그런데 그 문을 통과해 나오는 사람은 상상 이상이었다.임건우는 그 모습을 보고 숨을 멈췄다.피로 물든 유가연이 불탑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예전의 유가연과는 아주 달랐다.몸은 너무 쇠약해져 거의 뼈만 남은 듯했고 얼굴에는 살이 거의 없어서 마치 40대 후반의 중년 여성처럼 보였다.그녀의 머리카락도 말라서 황갈색으로 변하고 마치 낡은 풀 더미 같았다.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빛났다.마치 하늘의 별처럼, 바닷속의 달처럼, 그 어떤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졌다.유가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고대 신녀처럼 강력했다.마치 아주 오래전 잊힌 시대에서 걸어 나온 존재 같았다.임건우는 유가연과 시선을 마주친 순간 직감적으로 알았다.그녀는 더는 유가연이 아니었다.그녀는 윤회석에서 나온 또 다른 존재였다.그리고 그 뒤에서 네 명의 아기들이 공중에서 천천히 떠 있었다.두 남자, 두 여자가 각각 높낮이를 달리며 회전하고 있었다.마치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이끌려가는 듯했다.네 명의 쌍둥이.임건우는 그들을 보며 알았다.이 아이들은 그와 유가연의 사랑의 결실이었다.유가연은 자신의 피와 수명을 희생해 그들이 미리 자라서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했다.그러나 유가연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유가연은 임건우를 바라보며 극도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아이들의 아빠라고? 이런... 수련이 부족한 벌레 같은 놈이? 네가 얼마나 특별한지 봐야겠어.”그녀는 손을 뻗어 임건우의 이마에 얹었다.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