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 당신은 뭐 하러 가는 거예요?” 서경아는 진루안이 핸드폰을 내려놓은 후, 살기가 겹겹이 쌓일 정도로 기세가 변하는 걸 보았다. 그녀는 그 군부의 장군들에게서만 이런 살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진루안의 살기는, 그 장군들보다도 더 심했다.그녀는 진루안이 이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진루안이 또 사람을 죽이러 간다는 것을 알았다.“경아 씨, 집에서 기다려요. 곧 돌아올게요.” 진루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서경아 손목을 가볍게 두드린 후,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서경아는 묵묵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진루안의 신분이 매우 신비롭고, 실력도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앞서 안명섭의 결혼식에서는, 그래도 진루안이 한준서에서 손해를 볼까 봐 걱정했던 생각이 났다. 그러나 겨우 보름이 지났는데, 한씨 가문은 이미 진루안에 의해 멸망했고, 한씨 가문의 큰 도련님인 한준서도 감옥에 갔다.이 생애에는 다시 햇빛을 보게 될 어떤 희망도 없지만, 한씨 집안에서 저지른 그 악행들은, 죽어도 다 속죄할 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그녀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바로 진루안이다. 진루안이 해야 할 일은, 그녀가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진루안이 안전하기를 기도하는 것이다.진루안은 별장을 나온 후, 이번에는 서경아의 마세라티를 타지 않고, 리버파크 단지 바깥의 길 옆에 서 있었다.약 10분 정도 지난 후, 똑 같은 색깔의 허머 십여 대가 진루안의 앞에 정차했다.곧 첫 번째 허머에서, 흰 셔츠를 입은 꾀죄죄한 중년의 남자가 내려왔다. 구레나룻을 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기질은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꾀죄죄한 남자는 진루안의 곁으로 가서, 진루안을 향해 몸을 약간 굽혔는데, 태도도 매우 온화했다. 다만, 눈빛에는 참을 수 없는 흥분을 담고서, 바로 물었다. “궐주님, 또 무슨 임무가 있습니까?”진루안은 눈앞의 구레나룻을 한 남자를 보고, 얼굴에 웃음을
철조문을 없애는 것은 임페리얼의 이익과는 무관하지만, 용국 전체에 좋은 점만 있을 뿐 나쁜 점은 없다.“하지만, 우리 둘째 사형 이상건이 철조문을 보호하고 있어요. 이런데, 나와 함께 갈 수 있겠어요?”진루안은 계속 웃으면서 그에게 묻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이상건의 신분은 세계적인 부호를 빼더라도, 여전히 강호의 보스 중의 하나여서, 지위도 높고 실력도 강하다.지금 진루안은, 이 응왕이 도대체 얼마나 대담한지 시험해 보는 것이다.응왕은 이 말을 들은 후, 갑자기 다시 미간을 찌푸리고, 음미하듯이 웃었다.“궐주님, 저는 당신의 부하입니다. 결코 무슨 이상건의 부하가 아닙니다.”“좋아요, 응왕은 역시 응왕이군요. 갑시다.” 진루안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응왕의 강자다운 기세와 담력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이번 멸문 행차에 대한 기대가 조금 더 커졌다.응왕은 말을 하지 않고, 진루안을 데리고 첫 번째 허머에 올랐다. 두 사람은 모두 차의 뒷좌석에 앉았다.“궐주께선 어째서 갑자기 철조문을 없애시려고 하십니까? 혹시 그들과 원수진 일이 있습니까?” 응왕은 자리에 앉은 후, 참지 못하고 진루안에게 물었다.진루안은, 용국의 군부와 아주 큰 관련이 있는 조직인 임페리얼의 궐주인 데다가, 진루안 자신 또한 신진 전신이다. 그는 조정의 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강호의 문파와 관계가 있으니, 응왕이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진루안의 얼굴빛이 굳어진 채, 한동수가 철조문의 장로 몇 명을 데리고, 자신의 할아버지 관을 파내고 할아버지의 시체도 파괴하려고 했던 일을, 응왕에게 숨기지 않고 알렸다.갑자기 응왕의 얼굴이 온통 분노의 살기로 가득 차서, 손바닥으로 차창을 두드리자, ‘쩍’ 하고 차창이 금세 갈라졌다.“방자한 철조문이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했군요. 철조문은 이번에 다시 죽음을 자초하게 된 겁니다.”“궐주님, 안심하십시오, 응왕이 반드시 궐주님을 도와서, 철조문을 없애 버리겠습니다. 이상건 그가 막는다고 해도, 이 몸은 두
차량 행렬이 철발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3시가 가까웠다. 뜨거운 태양도 더 이상 그렇게 눈부시지 않았고, 또한 점차 흐려져서, 온 하늘을 가리는 먹구름이 뜨거운 태양을 가렸다.진루안이 탄 허머는, 산 아래 산장의 입구에 정차했다.이 산장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으로 보이지만, 이곳에만 철조문의 성원이 있다.아마도 철조문은 이미 이상한 움직임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기에, 지금은 이미 관광객들이 없고, 산을 봉쇄한 상태였다.허머 차량 대열이 오기 전에, 이 산장 앞에는 이미 일련의 링컨 차량 대열이 정차해 있었다. 이 링컨 차량 대열은, 당연히 진루안의 팀보다 좀 더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진루안은 추측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건 둘째 사형 이상건의 차량들이니, 사형이 나보다 한걸음 일찍 철조문에 왔네.’‘다만 그가 한발 앞서 이곳에 왔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내가 문파를 없애겠다고 하면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설령 스승인 백 전신이라 할지라도 막을 수 없어.’‘나는 확실히 둘째 사형을 존경하지만, 나의 마지노선에 관련될 때에도 그들의 말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야.’진루안과 응왕이 차에서 내린 후, 뒤에 있는 십여 대의 허머 안에서, 바로 백여 명의 흰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은, 임페리얼 조직원들이 걸어 나왔다. 모두 표정이 숙연해서, 사람을 떨게 만들었다.그들은 모두 진루안과 응왕의 뒤에 서 있는데, 그들을 보면, 이른바 오는 사람은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온다는 말의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진루안이 산장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산장의 대문은 이미 안에서 밀어 젖히면서, 양복에 구두 차림의 남자 수백 명이 우르르 뛰어나와, 문 앞에 두 줄로 섰다.그 뒤를 이어서 대문 안에서 몇 사람이 나왔다. 우두머리인 남자는 약간 뚱뚱했지만, 위로 꼬리가 올라간 눈썹을 날리면서, 양미간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고, 파란색 양복이 또 다른 운치가 있었다.그리고 남자의 곁에는 많은 노인들이 따라다녔는데, 모두 철조문의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공간을 비켜서, 진루안과 이상건 두 사람에게 남겨주었다.철조문 이쪽에서는 진루안을 알지 못하지만, 진루안 뒤에 있는 응왕을 알고 있기에, 미간이 뛰면서 두려움을 금할 수 없었다.응왕도 강호에서 명성이 자자한 강자로서, 젊었을 때도 포학한 존재로서 용국 전체의 강호 세력들과 두루 겨루었다.그 후 최근 몇 년 동안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지금 또 다시 강호에 복귀한 것이, 이 진루안을 위해서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철조문은 문주부터 아래의 제자까지, 자연히 그들이 무슨 일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었다. 남의 할아버지의 무덤을 파헤친 것은, 죽을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원한인 것이다.다만 이대로 패배를 인정한다면, 그들 철조문의 체면은 어디에 있을까?지금도 이상건에게 의지해서 이 진루안을 상대할 수밖에 없지만, 이상건의 말투를 들어 보면, 이 진루안은 마치 그의 막내 사제인 것 같았다.이렇게 되자, 그들의 마음은 더욱 자신이 없게 되었다.진루안과 이상건은 주위의 이런 사람들의 정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서로 쌍방을 주시하면서 눈에는 한기가 넘쳤다.“막내 사제야, 너는 나의 적수가 아니야!”이상건은 자신의 실력에 대해 아주 자신이 있다. 비록 진루안의 경지와 같지만, 그의 경험은 더욱 풍부했다.진루안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상건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미소 지었다.“사형은 전투 경험이 풍부하지만, 살인 경험도…… 풍부한가요?”그는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용국을 위해 각지를 전전하며 싸웠다. 얼마나 많은 적을 죽였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마음의 모질기로 말한다면, 이상건은 자신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때때로, 전투는 반드시 동귀어진의 기세가 있어야만, 상대를 깔아뭉갤 수 있어.’‘누가 겁을 먹으면, 그가 바로 지는 거야.’이상건의 안색은 자기도 모르게 변했다. 그제서야 자신의 이 막내 사제가 스승의 전신 의지를 계승했고, 더욱 임페리얼을 계승해서 용국을 위해 혁혁한 전공과 영예를 세웠다는 것을 비로소 생각했다.
철조문의 사람들은, 바로 당황하기 시작했다.이상건의 부하들도, 철조문의 제자들과 함께 황급히 응전했다.철조문의 여러 장로들은, 모두 응왕을 향해 돌진해 갔다.응왕은 미친 듯이 웃으며 소리쳤다.“하하, 너희 나쁜 놈들이 나와 싸울 자격이 있단 말이냐?”“죽어라!” 응왕의 주먹이 내리치자, 한 장로의 가슴이 바로 으스러지면서 ‘뚜둑’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내장이 터져서 가슴을 가린 채, 온몸이 힘없이 쓰러졌다.철조문의 산장 아래는, 갑자기 당황하여 한 덩어리가 뒤엉켜서 혼란스러웠다.종합적인 능력을 놓고 말한다면, 이런 강호 세력은 전혀 임페리얼 조직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왜냐하면, 모든 임페리얼의 조직원들은 모두 응왕, 심지어 진루안이 직접 훈련시켰기 때문에, 군사적 소양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산장 바깥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그 장로들조차 응왕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이상건은 이를 보고 당황해서, 자신이 데려온 흑로와 백로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흑백이로는 응왕을 막으세요!”“너희들은 막을 수 없어!” 진루안은 큰 소리로 외치면서, 주먹을 이상건의 몸에 꽂았다.이상건은 진루안의 주먹에 바로 맞고 날아가서, 땅바닥에 둔탁하게 떨어지면서 바로 피를 뿜어냈다.진루안은 온몸에 살기가 뻗치면서, 부상을 입은 이상건을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철조문의 고위층들을 향해 돌진해 갔다.이상건이 막아섰기에 철조문의 사람들은 좀 홀가분할 수 있었는데, 진루안이 몸을 빼자 그들은 곧 심하게 당황했다.이상건조차도 진루안의 적수가 아닌데, 그들은 어찌 당황하지 않겠는가?“진루안, 너 설마 정말로 철조문을 없애려는 거니?” 이상건은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두 모금의 피를 토해내며, 진루안을 노려보았다.진루안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치 맹호 한 마리가 양떼 속으로 뛰어든 것 같았다. 철조문의 제자들은 진루안의 주먹을 전혀 막을 수가 없었다. 펀치가 계속 이어지면서, 제자들은 모두 나가떨어져서 진루안에게 죽임을 당했다.진루안의 살기등
“이, 그럴 리가 없어!”“문주가 왜 졌지?”눈앞의 한 장면을 바라보며, 네 장로는 갑자기 온몸을 벌벌 떨고 놀라 겁에 질린 안색이었다. 그들은 눈앞의 한 장면을 바라보면서, 정말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산장 앞에서 진루안은 주먹을 손바닥으로 바꿔서 문주의 가슴을 세게 두드렸고, 즉시 다시 문주의 팔을 잡고 그를 거칠게 집어던져서, 세차게 땅에 부딪쳤다.“푸!” 온몸이 내동댕이쳐진 문주는 정신을 차질 수가 없었는데, 오장육부의 위치가 바뀌면서 한 모금의 피가 직접 솟아나는 것이 느껴졌다.“너, 너는 도대체 누구냐?” 문주는 창백한 얼굴로 진루안을 가리키며 마음속으로는 전혀 달갑지 않았다. 설사 죽더라도, 그는 명백하게 이유를 알고 죽고 싶었다.‘이런 무서운 젊은이가 절대 무명일 리가 없어.’“진루안, 그만해!” 이상건이 눈앞의 장면을 보자, 그야말로 생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무려 100여 명이나 죽어 쓰러져 있어서,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철조문은, 이제는 이미 전멸했다고 할 수 있어!’그는 진루안이 왜 이렇게 포학한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설마 모든 전신들이 마음이 이렇게 모질었단 말이야?’‘적에게 한 번도 사정을 봐주지 않아야,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어.’‘이것은 사부인 백 전신이 그들에게 가르쳤던 것이다. 그러나 이상건은 이것을 할 수 없었고, 막내 사제 진루안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막내 사제가 새로운 전신이 된 거야.’‘이 점은, 내가 막내 사제보다 못해.’이상건은 이 점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으악!!”바로 이때, 처량하고 비명이 들려오자, 그는 얼른 소리를 따라 보았다. 문주가 진루안의 발에 밟혀, 흉골이 모두 부서지고 얼굴이 선명하게 노쇠해지는 것이 얼핏 보였다.“내가 누군지 알고 싶지 않아? 내가 말해주지.” 진루안의 눈에는 이미 살기가 사라지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문주는 두 눈을 부릅뜨고 진루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진루안은 이상건 앞에 가서, 복잡한 얼굴로 이상건을 바라보고는 이상건을 받쳐 주었다.이때의 그는, 더 이상 복수의 진루안이 아니라, 사형의 사제이자 사부의 제자였다.이상건은 어쩔 수 없이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그를 향해 고개를 젓고는 한숨을 쉬었다.“너는 말이야, 일하는 것이 여전히 이렇게 거친데, 왜 사부님이 너를 데릴사위가 되게 했을까? 바로 너로 하여금, 성격을 연마하게 한 것이지. 너의 이런 모습은, 앞으로 틀림없이 손해를 볼 거야.”“사형, 할아버지는 나의 가장 중요한 사람이예요. 땅속에서 잠들어 계시다가 다른 사람에게 방해를 받았으니, 나는 복수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철조문이 나쁜 사람을 도와서 나쁜 짓을 해서, 죽어도 속죄할 수가 없는데, 사형이 굳이 이런 혼탁한 물에 빠질 필요가 있습니까?” 진루안은 이상건을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이번에 이상건이 손을 쓴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이상건은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나서 진루안의 팔을 뿌리치고는, 그를 노려보며 외쳤다.“네 녀석은 내가 배불리 먹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너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내가 여기에 왜 왔겠어?”“그래, 나는 강호의 보스라서 체면을 원해. 그러나 나는 너를 더욱 걱정해. 네가 이제 철조문을 멸망시켰으니, 필연적으로 강호의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용솟음칠 거야. 사소한 일로,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 거야.”“나는 너를 간여할 수가 없고, 사부님도 안 계시니, 네 스스로 살 길을 도모하거라.”“우리는 가자!”이상건은 진루안을 매섭게 노려본 다음, 흑로와 백로, 그리고 그가 데려온 100여명의 수하들을 데리고, 차에 올라 떠나려 했다.진루안은 이상건에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이상건의 마음을 이해했다. 다만 원수가 있으면 갚아야 했다. 이것도 그의 인간으로서의 기준이다.“전원이 명령을 듣거라. 산에 올라, 철조문을 철저히 제거하자!”진루안은 크게 소리쳐서, 임페리얼의 조직원 100여 명을 바라보며 지시했다.철조문의 고위 인
개량 한복을 입은 노인은, 눈을 크게 뜨고 진루안을 바라보다가 쓰러졌다.진루안은, 두 번째 개량 한복을 입은 노인을 계속 쳐다보고, 얼굴에 계속 웃음을 띠며 그에게 물었다.“너의 이름은 무엇인가?”“저, 저는…….”노인은 당황하여 대답하려고 했지만, 입안에 마치 얽힌 것처럼 말을 더듬었다.“너도 죽어야겠어.” 진루안은 냉소하며 방아쇠를 계속 당겼고, 핏줄기가 뿜어져 나와 그의 머리를 터뜨렸다.“저는 양구라고 합니다.” 세 번째 노인은 얼른 먼저 대답했고 온 얼굴에 아첨하는 기색이 가득했다.“안 물어봤어!” 진루안은 아예 방아쇠를 당겨 그의 머리를 쐈다.그는 죽을 때 온통 알랑거리며 웃는 얼굴이었는데, 이 웃음은 오히려 네 번째 장로를 놀라게 했다.그러나 네 번째 장로가 말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진루안은 아예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다.이로써, 철조문의 주범 네 명은 모두 살해되었다.“궐주님, 우리는 앞으로, 일부 강호세력으로부터 보복을 당할지도 모릅니다.”응왕은 진루안의 곁으로 걸어갔는데, 안색이 극히 굳어져 있었고, 심지어 약간의 근심도 담고 있었다.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면서 총을 그에게 돌려준 다음,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떤 세력이 철조문과 연루되어 있는지 보고 싶군요.”“하나가 오면, 내가 하나를 없애고!”“열 명이 오면, 열 명을 죽일 겁니다!”진루안이 이 말을 했을 때, 온몸의 살기가 지극히 강렬해서, 응왕조차도머리털이 쭈삣거렸다. 이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서 진루안을 바라보고는,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궐주님, 도…… 돌파하셨습니까?”이전의 진루안은 연기 단계의 8단계였지만, 지금의 이런 공포의 기세는, 분명히 9단계가 되어야 비로소 발출할 수 있는 것이다.‘설마 진루안이 싸울 때, 이미 돌파했단 말인가?’진루안은 미소를 지으며, 응왕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응왕은 진루안이 정말 돌파했다는 것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