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의 능력으로, 작은 철조문을 없애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점은, 그가 철조문을 없애면, 숨겨진 세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사부님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나는 다릅니다. 나를 아는 사람은 여전히 아주 적지요. 그래서 내가 철조문을 없애면, 필연적으로 악행이 가득한 이익집단을 꼬드기게 됩니다. 그때가 바로, 사부님이 손을 쓸 때입니다.”“궐주님, 그럼 당신은 당신의 할아버지를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정의를 위한 것입니까?” 응왕은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한마디 물었는데, 이 질문은 매우 대담했다.이는 진루안의 방법을 의심하는 것이다. 만약 진루안이 화를 낸다면, 그 또한 응왕이 자초한 것이다.그러나, 진루안은 그의 질문을 들은 후에, 화를 내지 않고 안색이 더 무거워졌다.“할아버지를 위해서인데, 공교롭게도 철조문일 뿐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다른 문파였어도, 나도 손을 썼을 것입니다.” 진루안은, 끊임없이 정의를 천명할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세상에서, 어리석게 정의를 천명하는 것은, 유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그래서, 그가 오늘 철조문을 전멸시키러 온 것은, 단지 개인적인 일을 위해서였다.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문파가 철조문이었기에, 마침 스승님의 분부를 완수할 수 있었고, 그 뿐이었다.응왕은 멍해졌다. 진루안이 뜻밖에도 이렇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 그는 진루안이 정의를 위해서라고 말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진루안이 이렇게 대답한 것이, 오히려 응왕으로 하여금 더욱 존경하고 탄복하게 만들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그의 성격인 것이다.어떤 죄악, 어떤 강간범도 모두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으로 진루안으로 하여금 철조문을 없애도록 만든 것은, 결국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다.“갑시다. 여기는 현지의 정사당에 처리를 맡기도록 하지요. 그들은 이 일을 누설하지 않을 겁니다.” 진루안은 응왕을 힐끗 보고는,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응왕은 죽은 시체들을 바
진루안은, 과연 모든 업종에는 자신들의 규칙이 있고, 강호의 문파, 학술 및 종교 단체 등 각종 직업에는 모두 자신만의 발전 규칙이 있다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마영삼이 은퇴하려는 것은, 말 한 마디로 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반드시 의식을 치러야 한다. 모든 지하세력의 동업자들에게, 앞으로 나는 너희들과 이 이권을 다투지 않겠다고 말해야 한다.진루안이 매우 흥미 있어 하면서 2층으로 걸어가자, 황지우가 황급히 따라갔다.2층에 가니, 회의실은 계단 입구의 오른쪽에 있다. 이것은 아주 큰 회의실로 족히 300여 평방미터나 된다.회의실 안에는 가운데 철제 선반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노란색의 황금대야가 맑은 물을 담고 있다.주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다만 이 사람들은 모두 아주 품위가 없어서, 노란색과 녹색 머리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소위 보스들과 원로들은 차례대로 앞에 앉아 있었고, 수하들은 모두 뒤에 서 있었다.황지우는 이전에는 노랗게 염색했었지만, 지금은 이미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했고, 예전의 그런 건달 기질은 없어졌다.이전에 진루안을 베려 했던, 그 빨간 머리의 최우현과 같은 양아치는, 이미 전혀 볼 수 없었다. 마영삼도, 그의 부하가 어떤 사람이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면, 남겨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말해준다.황지우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그가 이전에 그래도 괜찮았다는 것을 말해준다.“진나리, 여기 앉으세요.” 황지우는 진루안에게 낮은 소리로 알리면서, 소매를 잡아당겨 회의실 뒤쪽의 빈 자리에 앉게 했다.진루안은 그렇게 많은 규칙이 없자, 웃음을 띠고 앉았고, 황지우는 한쪽에 섰다.마영감은 지금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금대야 옆으로 가서 여러 사람을 향해 예를 갖추었고, 만면에 웃음기가 가득찬 목소리로 말했다.“여러분, 지금부터 저 마영삼은 금대야에서 손을 씻어 은퇴하고, 여러분과 밥을 빼앗지 않겠습니다.”“여러분이 앞으로 저와 서로 다툼 없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기를 바
진루안은 계속 앞을 바라보았다.신우룡은 빨간 머리의 최우현으로부터 권총을 받은 후, 바로 마영삼의 왼팔을 겨누고, 뒤로는 온통 음미하는 표정으로 마영삼을 바라보았다.“마영삼, 내가 당신의 왼팔을 뚫게 해 주면, 그때부터 우리의 원한은 다 풀린 거야. 네가 계속 손을 씻겠다면, 나는 돌아서서 갈 거야.”“당신 생각은 어때?” 신우룡은 얼굴에 가학적인 웃음을 띠고, 마영삼을 바라보며 물었다.9마영삼의 얼굴색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그는 이 신우룡이 이때 자신의 얼굴을 때리고, 자신이 손을 씻고 은퇴하는 의식까지 어지럽힐 줄은 몰랐다.예전의 그였다면, 벌써 화를 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진루안에게 지금부터 지하세력과 관련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는 말한 대로 해야 했다.“신우룡, 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금대야에서 손을 씻은 후에는, 너에게 조금의 위협도 없어. 하필 나를 난처하게 할 필요가 있어?” 마영삼은 웃는 얼굴로 신우룡을 바라보았다.신우룡은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주위의 모든 지하세력의 크고 작은 두목들을 바라보며, 잔혹한 웃음을 터뜨렸다.“아이고, 옛날의 마 영감이, 결국 이렇게 상냥하게 변했네? 이건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하하하.”방자한 웃음소리에는, 조롱과 경멸이 배어 있었다.마영삼은 얼굴이 점점 검푸르게 변했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애써 통제하고 있었다.‘탕!’갑자기, 예고 없는 총소리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신우룡이 바로 방아쇠를 당겨서 마영삼의 왼팔을 쐈는데, 피가 튀면서 금대야 안의 맑은 물에 떨어졌고, 순식간에 물이 붉게 물들었다.마영삼은 ‘끙’ 소리를 내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왼팔을 단단히 가렸다.“마 영감님!!” 황지우는 더 이상 긴장된 마음을 참지 못하고, 회의실 가운데로 달려가 마영삼을 부축했다.“신우룡, 씨X 네가 죽기를 자초하는구나!” 황지우는 얼굴에 살기가 가득한 채 신우룡을 노려보았다.“건방지게, 황지우, 네가 뭔데? 감히 이런 말투로 신 영감에게
‘그 사람이야, 바로 그 사람이야!’방선우는 험상궂은 얼굴로 진루안을 노려보았다. 그는 영원히 이 진루안을 잊지 못했다. 바로 그가 긴 칼을 자신의 팔에 매섭게 꽂아 넣어서, 자신은 하마터면 팔을 절단할 뻔했다.“신 영감님, 저 자가 꾸민 짓입니다!” 방선우는 표독스럽게 이를 악물고, 진루안을 가리키며 신우룡에게 보고했다.신우룡은 즉시 음침한 얼굴로 진루안을 노려보았는데, 눈에는 온통 살기가 번뜩였다.그는 진루안을 모르고, 진루안도 본 적도 없었다.이때, 진루안은 이미 천천히 일어나 회의실 한가운데를 향해 걸어왔고,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길을 양보했다.진루안은 마영삼의 곁에 와서, 마영삼의 갈비뼈 아래와 복부의 혈을 누른 다음, 피가 흐르는 걸 막기 위해, 황지우의 운동복에서 길게 천을 찢어서 마영삼의 왼팔에 감았다.“도련님, 감사합니다!” 마영삼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진루안은 그와 말을 하지 않고, 신우룡을 바라보았는데, 그 방선우는 바로 무시되었다.너무 어리고 지위도 너무 낮아서, 아직 그를 상대하게 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너는 누구냐?” 신우룡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진루안을 바라보았다.그는 진루안을 알지 못했고, 주위 사람들도 알지 못했다.비록 진루안이, 동강시에서 잇달아 경천동지할 여러 큰일들을 벌였지만, 그는 대중 앞에서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신 영감님, 왜 그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이 녀석을 죽이면 됩니다!”방선우는, 원한을 가득 품은 얼굴로 험악하게 웃으면서, 총을 들어 바로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갑자기 진루안의 발걸음이 움직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방선우의 앞으로 와서, 권총을 빼앗았다.‘탕’ 하는 소리와 함께, 진루안은 방아쇠를 당겨 방선우의 미간을 뚫었다.방선우의 시체가 땅에 쓰러졌고,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갑작스러운 총소리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신우룡은 놀라서 얼굴색이 크게 변했다. 진루안이 뜻밖에도 감히 총을 쏴서, 자신의 이 새 부하를 죽일 거라
진루안은 총 한방에 신우룡을 죽였다. 극히 갑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회의실 전체가 단번에 고요해지면서, 누구도 감히 소리를 내지 못하고, 다만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이 지하세력 안의 크고 작은 두목들은, 지금 모두 진루안에 의해 철저히 놀랐다. 신우룡도 감히 죽일 수 있는데, 이 도련님이 또 감히 무엇을 할 수 없겠는가?“마 영감님, 따라오세요. 할 말이 있어요.” 진루안은 마영삼을 힐끗 보면서, 권총을 옆에 있는 황지우에게 마음대로 건네주었다. 황지우는 그제야 깨어나, 얼른 권총을 받았다.진루안은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섰다. 마영삼은 팔을 막고서, 바로 진루안을 따라 회의실을 나섰다.회의실 안에 있던 크고 작은 두목들은, 지금 하나같이 감히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진루안과 마영삼은 2층 복도에 함께 서 있었다. 마영삼은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앞서 나는 당신이 잘못을 고치고 바른 길로 돌아가야 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알았어요. 내 생각은 여전히 유치해요.” 진루안은 마영삼을 바라보며,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마영삼은 말 없이, 진루안의 말을 계속 듣고 있었다.진루안은 계속 웃으며 말했다.”“신우룡 같은 인물이, 용국 전체에 얼마나 더 있는지 몰라요. 아주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지요. 국가와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도 없는, 이런 사람은 죽어도 다 속죄할 수가 없어요.”“마 영감님, 당신은 계속 너의 지하세계의 보스로 돌아가서 동강시를 손에 쥐세요. 그 뒤에 내가 당신을 도와 세력을 건성 전체와 심지어…….”진루안은 미소를 지으면서, 이어서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영삼은 진루안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진루안은 오늘의 이 장면을 본 후, 반성도 하고 생각도 바꾸었다.마영삼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평생 이 길에 섞여있었다. 지금 그에게 금대야로 손을 씻고 은퇴하라고 한다면, 그 자신은 정말로 잘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보아하니, 이건 당연히 진루안이 지시했겠지?’그들은 모두 몰래 진루안을 쳐다보았는데, 진루안의 얼굴에 웃음기가 있는 것을 보고, 모두 마음을 놓았다.진루안이라도 그들의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그리고 그들의 신분은, 이전의 마영삼과 신우룡보다 못하더라도,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았다.‘지금 마영삼의 뜻은 아주 간단해. 바로 그들을 한데 모아 재편성하고, 그들을 모두 휘하로 거두려는 것이지. 그러나 이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이렇게 생각하자, 어떤 사람은 냉소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마 영감님, 내가 명령을 따를 수 없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내가 20년 동안 고생하여 닦은 기반을 어떻게 순순히 양보할 수 있겠습니까?”마영삼이 그를 바라보았는데, 이 남자는 여전히 비교적 젊었다. 겨우 30대에 지나지 않았는데, 팔뚝에는 모두 컬러 타투를 하고 있었다.“동성 서우동, 거리에서는 서 보스라고 하지요.” 마영삼은 미소를 지으며, 이 30대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멍해졌다. 마영삼이 뜻밖에도, 그의 내막을 이렇게 잘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곧 개운해졌다. 그는 이렇게 많은 일을 해서, 일찍부터 거리에서 명성을 얻은 것이다.“이미 마 영감님이 알고 있으니, 내가 가도 되겠습니까?” 서우동은 차갑게 웃으면서, 부하들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그때, 모든 사람들이 진루안의 행동에 끌려들었고, 그후에는 모두 가슴이 철렁했다.진루안이 다시 황지우의 손에서 권총을 들고, 서우동의 이마를 겨누는 것이 보였다.“도련님, 저는…….” 서우동은 갑자기 마음이 서늘해졌다. 앞서 깔끔하게 죽은 신우룡을 생각하고, 얼른 용서를 빌었다.‘탕’ 하는 소리와 함께, 서우동의 몸은 나른하게 쓰러졌고, 그의 부하들은 바로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진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진루안은 권총을 들고 옆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때때로 고개를 들어서 이 크고 작은 두목들을 힐끗 보았다.“마 영감님
‘진루안이 권총을 쥐어서 망가뜨렸어? 이건 정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그러나, 진루안과 같은 무술 수련자이자 고대무술 수련자에게 있어서, 권총 하나를 깨뜨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무술이다.“길은 내가 이미 깔아 놓았으니, 그들이 목숨을 걸고 당신을 따르게 하는 것은 당신의 일이예요.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겠어요.”진루안은 마영삼의 곁으로 가서, 작은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일종의 기대이자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 말을 듣고, 마영삼은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가, 진지하게 진루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도련님, 안심하세요. 나 마영삼은, 절대 당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됐어요, 나는 갈 테니 여러분은 얘기를 나누세요.” 진루안은 진루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몸을 돌려 갔다.황지우는 황급히 뛰어나가, 직접 진루안이 떠나는 것을 배웅했다.“도련님, 오늘 정말 위풍당당하십니다.” 황지우는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가득했고, 얼굴도 약간 붉어졌다. 앞서 진루안의 그 한 장면 한 장면은 위풍당당하면서 패기가 넘쳤다. 그야말로 그를 저항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진루안에게 철저하게 승복하게 되었다.“네 녀석은 마영삼을 잘 보좌하거라. 나도 너를 박대하지 않을 것이다.”“그밖에 나를 도와서 서화 그룹을 좀 봐줘, 알겠지?” 진루안은 얼굴이 굳어진 채, 황지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황지우는 당연히 그의 뜻을 훤히 알고 있었다.황지우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면서, 여위고 허약한 가슴을 두드렸다.“안심하세요. 저 황지우가 틀림없이 적절하게 잘 처리하겠습니다.”“나는 갈게, 배웅하지 마.” 진루안은 몸을 돌려 문을 나서며, 한때 마영관이었다가 지금은 영삼 커피숍으로 변한 건물 바깥으로 나섰다.“도련님은 정말 신비해.” 황지우는 점점 멀어져 가는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안색은 점점 더 복잡해졌지만, 점점 더 감복하게 되었다.그는 이렇게 거리낌이 없고, 악을 원수처럼 대하고, 또한 이렇게 독한 사람은 일찍이 본
“이윤희, 네가 어떻게 크래프트 전문점에서 일하니?” 진루안은 눈앞의 여자를 매우 의아해하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 사람은 이미 안씨 가문으로 시집가서, 명문가의 귀부인이 되었는데, 뜻밖에 밖에 나와서 일을 하는 거지?’‘이윤희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걸 좋아하지 않나?’이윤희의 안색은 아주 좋지 않았다. 뜻밖에도 여기서 진루안을 만나, 그녀를 아주 창피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그러나, 그녀는 어디까지나 이곳의 고객 담당 직원이기 때문에, 전문점의 규칙을 위반하고 진루안을 나가게 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매우 직업적인 거짓 웃음으로 진루안을 향해 물었다.“진 선생님, 무엇을 사시겠습니까?”진루안의 얼굴색이 더욱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이윤희가 언제 이렇게 변했지? 그녀는 매번 자신을 볼 때마다, 몇 마디 모욕하지 못한 걸 한스러워했는데, 언제 이렇게 사근사근해진 거야.’곧, 진루안은 이윤희의 평평한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윤희가 임신한 후, 아랫배가 이미 약간 튀어나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뜻밖에도…….“진 선생님, 무엇을 사시겠습니까?” 이윤희는 진루안이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그녀는, 진루안이 자신에게 아직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단지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의아해했을 뿐이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단지 작은 가게의 고객 담당 직원이라서, 고객에게 너무 많은 것을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다음 달 집세도 낼 수 없다.“너, 내 의상 좀 봐줘.” 진루안은 안색도 변하지 않고, 이윤희를 향해 한마디 했다.이윤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진루안을 데리고 안에 있는 의류 코너에 왔다. 다만 이곳에는 양복부터 캐주얼, 그리고 셔츠와 각종 스타일의 바지까지, 모든 가격대의 의류가 전부 다 있는 것을 보았다.“저 흰 셔츠 좀 보여 줘.” 진루안은 맞은편에 있는 흰 셔츠를 가리켰는데, 유리장에 겹쳐서 안에 놓여 있었고, 바깥에 표시된 가격은 300만 원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