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손에 든 전화가 이미 끊어져 조기를 혼자 멍하니 남겨 두었다.한참 뒤에 이를 악문 조기는 하마터면 휴대전화를 부술 뻔했다.“X발, 너까지 감히 나를 욕해!”“내가 왕이 되면, 너희들은 모두 내가 반드시 죽여버리겠어!”“무슨 개뿔 같은 진루안, 무슨 개뿔 같은 선생이야, 모두 내가 반드시 죽여야 할 인간들이야!”포효하는 조기의 눈빛은 흉악한 기색을 담고 있었다.갑자기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있는 이 고급차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차가 길가에 세워졌다.쾅!조기는 부주의로 바로 머리를 좌석 뒤의 철판 위에 부딪혔다, 격렬한 소리가 나면서 한쪽의 경호원들도 모두 통증을 느꼈다.조기는 이마를 가린 채 아파서 뒹굴었다.그러나 운전기사는 조기를 아랑곳할 새도 없이 차창을 열었다. 차창ㄷ 밖에서는 이미 그들의 행렬을 40여 명의 교통경찰이 에워싸고 있었다.대장인 성태양이 오토바이에서 내려 조기가 있는 이 차에 도착했다.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조기가 탄 이 차가 헤드 카라는 것을 알 수 있다.헤드 카가 반드시 가장 중요한 차는 아니지만 확실히 다른 차와는 달랐다.차량 행렬에 있는 모든 롤스로이스는 일반 번호판인데, 조기의 이 번호판은 흰색 번호판이고 동 0001이 새겨져 있었다.이런 번호판은 극히 드물다. 만약 번호판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이것이 가짜 번호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성태양은 이 흰색 번호판의 의미를 한눈에 알아차렸다.‘동궁, 곧 태자궁의 번호는 1번인 차’‘이것은 태자의 전용차로 사용할 수 있는 번호판이야.’‘즉, 이 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태자일 거야.’‘그렇다고 해서 태자의 차량 행렬이 사람을 치었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어.’성태양은 예전에 진루안에게 결사적으로 공평과 공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절대 상대방이 태자라고 해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아마도 교통경찰을 바꾼다면 태자의 차량 행렬이 사람을 치어 죽이는 것을 보고도 차를
성태양의 안색은 순식간에 시커먼 솥의 바닥처럼 어두워졌다. 그는 당당한 용국의 태자 조기가 뜻밖에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이 말을 전 용국 사람들이 들으면 그야말로 가치관이 망가질 거야. 앞으로 어느 백성이 이 태자가 성심성의껏 백성을 생각할 것이라고 믿겠어?’‘용국의 왕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권력자라고 해. 왜냐하면 그는 백성과 연합해서 권세 있는 계층에 대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그러나 지금 조기의 이 말은 모든 사람들의 국왕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망치는 것과 같아. 비록 지금의 조기가 국왕이 아니더라도 그가 미래에 국왕이 된다면, 그의 사상은 아무런 변화도 없을 거야.’‘이런 태자가 과연 대임을 감당할 수 있을까?’‘이 사람들을 개라고 욕해? 이렇게 말하는 태자가 어디 있어?’조기도 격노해서 욕설을 퍼부었다. 그가 욕설을 다 한 후에는 벌써 후회하면서 자신의 입을 몇 번이나 때리고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지? 이것은 그야말로 칼을 상대방의 손에 쥐어 주는 거야.’이것이 만약 진루안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태자의 자리도 불안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나는 그런 뜻이 아니야. 내 말은...”조기가 고개를 들고 다시 설명하려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카메라와 휴대전화 촬영이 앞에 놓여 있었다. 자신이 설명하고 싶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더군다나 성태양은 이 순간에 이미 이 태자 할아버지의 진면목을 간파했기 때문에 당연히 태자의 변명을 들을 마음이 없었다.“우리의 법 집행에 간섭하지 말고, 당신들은 차에서 내려 주십시오!”“3팀장이, 치안국에 전화하고, 동시에 병원에 전화해!”“예, 대장님!”성태양의 명령이 영락없이 집행되면서 한 교통경찰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다른 교통경찰들은 이미 경호원이 교통사고를 당한 사건 발견장으로 달려갔고 피투성이가 된 시체를 보았다. 이 시체는 이미 왼팔이 없어졌고, 오른손도 분쇄골절이 되었다. 온몸도 마찬가지로 수없이 골절이 생겼고 선혈이 온 바닥에 흘렀다
자신이 자리에 하루만 있더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절대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너희들이 찍고 녹화한 사진과 동영상을 모두 내게 보내!”“상대방의 배경이 간단하지 않아. 그들이 증거를 인멸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해!”성태양은 방금 사진을 찍은 대원들에게 한마디 분부했다. 그 말을 들은 대원들은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재빨리 성태양에게 넘겨주었다.성태양은 이 교통사고의 사진을 자세히 보았다. 여기에는 참사한 경호원의 시체와 조기가 차안에서 대원들을 모욕하면서 욕설을 퍼붓는 동영상이 포함되었다. 이 동영상이 일단 누설되면 태자 나리 조기도 적어도 자리를 내놔야 할 것이다.이런 상황에 직면한 성태양은 감히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작은 지방의 시 교통대장인 자신에게 이 일을 처리할 자격이 있을 수 없었다.원래 이런 일은 정사당의 선임대신이나 2대신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위일천과 황홍비가 모두 정직된 상태라 지금의 동강시는 거의 우두머리가 없는 상황이다.물론 우두머리가 없더라도 누구도 감히 혼란을 일으키지 못하고, 감히 이 기회를 타서 작은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 필경 이 동강시는 진루안의 본거지인데 죽고 싶지 않으면 누가 감히 난동을 부리겠는가? “너희들은 치안국에 가서 조사를 지켜봐!”“나는 진 선생님을 찾아가 이것들을 직접 진 선생님에게 건네주고, 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어.”성태양은 교통경찰들에게 나지막한 소리로 분부한 후, 옆의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을 떠났다.성태양은 오토바이를 타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교통을 관할하는 자신이 법을 알면서도 어길 수는 없었다.하지만 손에 쥐고 있는 자료는 아주 중요했다. 어떤 의외의 일이 생기면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결국 법을 어긴 상대방은 일반 국민이 아닌 태자 조기인 것이다.‘보통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사법절차에 따라 처벌했을 텐데, 그 사람이 당조 태자로 바뀌니 허...’성태양은 용국의 지금 상황과 수준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감히 조금
두 사람은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비록 정직된 그 이틀 동안은 확실히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했다. 폭풍우가 닥쳤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바로 가장 먼저 재앙을 당한 바둑돌이었다.그러나 지금 전해강은 이미 죽었다. 이는 바둑을 두는 두 사람 중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한 것이 진루안임을 의미했다.이렇게 되자 그들은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유일한 걱정은 자신들이 여전히 관직에 있을 수 있는가였다.“두 분은...”고개를 든 진루안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려고 했다.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다실의 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곧이어 다급한 성태양의 모습이 다실 안에 나타났다.“너는 눈이 없어...”고개를 든 위일천이 욕설을 퍼부으려다가 성태양을 보고 바로 말을 거두어들였다. 이 젊은이가 누구인지 알아본 것이다.그는 진루안이 가장 신임하는 성태양이다. 미래의 성과가 얼마나 높을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성태양의 미움을 사는 것은 절대 현명하지 못하다.늙은이를 괴롭히더라도 어린아이는 괴롭혀서는 안 되는 법이다.진루안도 성태양의 이런 조급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까지 성태양이 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진 선생님, 사고가 났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진루안이 질문하기 전에, 성태양은 먼저 손에 든 핸드폰과 카메라를 진루안에게 넘겨주었다.진루안은 먼저 카메라의 사진을 보고 눈빛이 흐려졌다.핸드폰에서 찍은 동영상을 다시 보았을 때, 조기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성태양과 같은 경찰관들에게 욕을 했다. 특히 그들을 개라고 그들 조씨 집안의 개라고 욕을 했다.진루안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태자 조기가 마영관을 떠나자마자 이렇게 큰 사건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이것은 완전히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진루안도 이런 방법으로 조기를 상대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하필 이 바보 조기가 스스로 칼날 위에 부딪쳤으니 내 마음이 독하고 수단이 악랄하다고 탓할
“진 선생님, 정말 태자를 손보실 생각이십니까?” 옆에 있던 위일천은 이미 놀라서 혼비백산했다. 진루안이 뜻밖에도 이렇게 담이 커서 태자조차도 놓지 않을 줄은 몰랐다.앞서 그들은 진루안과 태자 조기의 관계가 아주 좋아서, 조기가 먼저 동강시에 와서 진루안을 찾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전후 경과를 알게 되자 온몸이 오싹해지면서, 자신들이 바로 이 생애에서 가장 무서운 일을 겪고 있다고 느꼈다. 그것은 바로 태자와 진루안 사이의 싸움이었다.만약 이전에 진루안과 전해강 사이의 모순이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이었다면, 지금 진루안과 태자 사이의 싸움은 그들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그들은 진루안이 도대체 뭘 믿고 태자 조기를 상대할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태자야. 국왕의 친아들이자 장남이야.’‘개인적인 우세든 지위의 우세든 그는 모두 국왕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이럴 때는 조기에게 아부해야 하지 않아? 어떻게 먼저 조기에게 손을 쓸 수 있지?’아무튼 그들은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필경 진루안이 아니고, 진루안의 마음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겁먹은 거예요?”“만약 나 진루안이 마지막에 당신들에게 누를 끼칠까 봐 걱정된다면, 지금 떠날 수 있어요. 나는 강요하지 않아요!”“나는 줄곧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어요. 당신들도 마찬가지고요.”차가운 눈으로 위일천과 황홍비를 힐끗 본 진루안이, 웃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위일천이 갑자기 깜짝 놀라 얼른 손을 흔들며 말했다.“진 선생님이 오해하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당신을 배신할 수 있겠습니까?”“그래요, 진 선생님, 우리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위 대이 쓸데없는 말을 했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맞습니다, 맞아요. 진 선생님, 제가 쓸데없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진 선생님을 배신할 의사가 없습니다. 단지 좀 이해가 되지 않을 뿐입니다.”진루안의 말 한마디에 놀란 두 사람은 온몸이 오
1초 전까지만 해도 정직당했던 두 죄인이 바로 동강시의 정사당 대신으로 변했다.진루안은 확실히 권모술수를 조종하는 능력도 있다. 이런 실력도 있지만 무슨 일을 하든 사리사욕이 아니라 공적인 견지에서 생각한다.“이미 당신들도 다 알았으니 빨리 정사당으로 돌아가서 일을 하세요.”“태자의 이 일이 동강시에서 발생했으니, 당신들이 바쁠 겁니다.”“나는 위에서 아주 큰 압력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태자 파벌의 그 사람들이 반드시 필사적으로 태자를 보호하려고 할 테니, 당신네 동강시 정사당에 가해지는 압력이 아주 클 겁니다.”“건성 이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심경도든 손복기든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어요.”진루안은 그들 두 사람에게 당부해서 그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하지 않도록 했다. 결국 상대방은 일반적인 권력자가 아니라 태자다.만약 일반적인 권력자라면 두 사람은 절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태자라면 그들의 마음은 자신이 없을 것이다.그러나 아무리 자신이 없어도 이번의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이는 진루안이 이번에 조치한 가장 큰 일이다.‘어떤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도리어 내가 다치게 될 거야.’‘결국 태자를 손보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라 위험한 큰일이야. 조금만 조심하지 않으면 정말 사고가 날 수 있어.’“궐주께서는 안심하십시오. 저희가 반드시 전력을 다해 이겨낼 것입니다!”위일천과 황홍비도 바보가 아닌데, 진루안의 지금 심정을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그래서 진루안이 그들에게 독촉할 때,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명확했다. 진루안을 도와서 이 상황을 철저하게 이겨야 한다.‘무례한 말을 하자면, 여기는 동강시지 경도가 아니야. 설령 태자가 어떻다 하더라도, 그가 여기서 방자할 처지가 아니야!’“그래요, 가 보세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은 두 사람에게 다소 기대하는 기색을 보였다.공손하게 떠나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온통 가벼운 미소가 가득했다.두 사람이 왔을 때는 근심과 불안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홀
김태상의 이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맞은편의 대신들은 설사 달갑지 않더라도 감히 더 말을 하지 못했다.비록 재상도 1급대신의 직급이지만, 재상과 1급대신 사이는 마치 천연 요새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1급대신이 열세 명의 재상 중 한 명이 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다.재상이 왕작의 칭호를 가지고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은 더더욱 1급대신이 의도적으로 얻을 수 없는 있는 영예다.“제왕의 가문에는 혈육의 정이 없다는 이 도리는 당신들이 알아야 해.”“지금 태자 조기가 동강시에서 화를 일으켰어. 뜻밖에도 경호원 한 명을 죽였지. 여전히 태자를 4년 동안 보호해 온 오래 된 경호원이야.”“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소식을 듣고 나는 마음이 차가워졌어. 이렇게 감정이 야박한 사람이 어떻게 국왕이 되겠어? 또 어떻게 당신들과 나의 미래를 감당하겠어?”김태상이 이 일의 세부사항을 알고 있는 건 당연히 자신만의 정보 루트가 있기 때문이다.선임 재상으로 조정의 부마 노릇을 하던 그가 이런 걸 모르면, 일찍 그만두고 집에서 손자나 봐야 할 것이다.“당신들은 말할 필요가 없어. 나는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김태상은 고개를 들어 이 대신들이 흥분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보았다. 소리를 내지 않을 때까지 손사래를 치면서 그들의 말할 기회를 끊었다.김태상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태자가 어떤 짓을 했든 미래의 국왕이다. 어떤 일이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사람도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그런 말일 뿐이다.김태상은 미리 모든 걸 태자에게 걸었던 것이 좀 후회가 되었다. 그는 다른 재상들의 옆에서 지켜보는 것을 충분히 배울 수 있었고, 태자와 다른 황자를 편파적으로 돕지 않을 수 있었다.그러나 이런 일은 시장에서 채소를 사는 것처럼, 후회한다고 반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이 일은 정말 바보가 되어야 한다. 그가 태자를 선택한 이상 평생을 태자에게 맡기고 태자가 완전하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아예 은퇴하고 집에서 손자나 봐야 할 것이다.‘뭘 더 싸워? 태자를 도와 뭘 하겠어?’“당신 말이 맞아. 진루안이 아무리 날뛰어도 태자를 대할 엄두는 내지 못할 거야.” 이 중년 대신의 말이 의도적이든 정말 무지하기 때문이든, 김태상은 오히려 보기 드물게 칭찬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이 40대 중년의 대신을 보았다.요컨대 진루안은 이 일에서 오히려 공명정대하게 조기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기가 비록 진루안의 안방인 동강시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민감한 곳이기 때문이다.바로 그곳이 진루안의 토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루안이 대담하게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다.‘결국 지금 이 일이 드러나면 전 용국, 심지어 전 세계 상류층의 수많은 눈이 동강시에 집중될 것이니, 약간의 바람이 불면 모두 알게 될 거야.’‘진루안이 대가를 치르면서 태자 조기를 상대하는 것도 전혀 의미가 없어.’“김 대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몇 명의 대신이 결국 김태상을 위주로 이 일을 이야기하려고 했다.김태상은 대답하지 않고 손사래를 치면서 책상 위의 빨간 전화를 꺼냈다.잠시 후 전화가 연결되었고, 맞은편에서 차분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김 대신님, 제문성입니다.]“제문성, 당신은 용국 교통대신이지요. 내가 지금 당신에게 동강시 안에서 발생한 모든 교통사고 사건들을 용국의 교통부문에 회부해서 처리할 것을 명령합니다.”[그건...]마이크 맞은편에 있는 제문성은 김태상의 말을 듣고, 약간 망설이면서 이해하지 못했다.그가 용국의 교통대신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니지만, 마음대로 한 지방 시의 교통사고 사건들을 모두 국가 차원에서 살펴볼 수는 없었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다 해도, 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요즘은 무슨 일을 하든지 절차를 따져야 한다.절차로 인해서 여러 부문의 대신들이 관련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던 이런 대신들이 큰 일을 처리하는 성취감을 가지게 되었다.그가 만약 이렇게 한다면, 대신들의 방법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