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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강서준이 손을 더듬어 옆에 놓인 리모컨을 들고 살짝 눌렀다.

캄캄하던 방이 순식간에 환해지면서 상대방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40대로 보이는 남자는 둥근 얼굴에 눈썹이 짙었다.

큰 눈은 너무 부릅떠서 마치 맹렬한 호랑이 같고 매의 눈처럼 날카로웠다.

강서준은 사람이 아니라 맹호라고 느껴졌다. 간담이 서늘했다.

보통 진정한 강자를 상대할 때 이런 느낌을 받았다.

지금 등골이 서늘하다는 건 상대방이 절대 고수라는 걸 의미한다.

흑룡군의 경비를 피하고 흑룡부에 침입했으니 보통이 실력이 아니다.

강서준이 무기력하게 대답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

“신의한테 그런 일쯤은 아무도 아닐 텐데요.”

중년 남자는 의심스러웠다.

강서준은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지만 대충 짐작할 것 같았다.

이 시기에 찾아오는 사람은 왕의 사람뿐이다.

강서준이 고발을 당하자 온 국민이 분노했다.

왕은 어쩔 수 없이 외부에 조사팀을 구성했다고 둘러댔다.

이번 변혁에 강서준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몰래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

“용건이 뭔지나 말해요”

강서준의 안색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은 바로 ‘그림자’였다.

대하국 최고 장관이자 대하왕의 측근이다.

진정한 강자이자 강서준의 위에 있는 사람이다.

“왕께서 그러셨습니다. 살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요.”

강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형검을 내놓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죠.”

“그렇습니다.”

그림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형검이 있다면 집행권을 갖고 있고 먼저 죽이고 나중에 보고할 수 있는 권한도 있지요. 당신이 살해한 자들은 모두 죽어 마땅하나 왕께서 다시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릴 겁니다. 그들의 범죄 증거를 손에 넣으면 당신이 그 사이에 받은 돈을 모두 몰수하고 사형은 면할 수 있을 겁니다. 필경 돈을 받은 건 범죄에 속하지만 공을 많기 세웠기 때문에 아마도 평범한 일반인으로 강등하는 것으로 끝날 겁니다.”

강서준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앞날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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