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바닥에서 일어난 강서준은 너무 배고파 현기증이 났다.말소리가 들려서 그쪽으로 고개를 돌아봤다.지하 감옥이 어두웠지만 복도에 희미한 불빛이 비추어 옆 감옥에 갇힌 남자의 허름한 셔츠와 흐트러진 장발을 볼 수 있었다.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상대방의 말투를 보아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누, 누구야?”겨우 목소리를 냈지만 며칠 동안 굶어서 힘이 없는 것처럼 약하기만 했다.“잘 봐. 내가 누군지.”남자는 얼굴을 가린 장발을 뒤로 젖혔다. 수염이 수북하게 난 얼굴을 한참을 뚫어지게 보고서야 알아보았다.“독보운?”눈앞의 남자는 바로 강서준이 대하국 여러 강자들과 연합하여 체포한 블랙 진의 독보운이었다.독보운과의 전쟁은 참 인상 깊었다.“그래. 나야.”독보운이 크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강서준, 내 소원이 뭔지 알아?”강서준이 덤덤하게 물었다.“뭔데?”“너를 죽이는 거야.”독보운은 포효하듯 말했다. 갑자기 분노하며 강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움직일 때마다 묵직한 쇠사슬 소리가 들렸다.그제야 강서준은 독보운의 손목과 발목에 쇠사슬이 채워져 있다는 걸 눈치챘다.몸이 움직일 때마다 쇠사슬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너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 꼴이 되지도 않았어. 여기 있으면서 꿈에서도 너를 죽이려고 이를 갈았다. 나를 죽일 때 장군이더니 오늘은 용왕이 되었더군.”독보운은 포효하며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네가 여길 갇혀 있는 줄은 몰랐어. 여기서도 내가 용왕이 된 소식을 알 수 있다니 역시 대단해. 지금까지 몇몇 사람밖에 모르는 사실인데.”“하하하하.”그 말에 독보운이 미친듯이 웃었다.“누가 알았겠어. 천하의 용왕께서 이 캄캄한 지하 감옥에 갇힐 줄이야. 인과응보, 인과응보라고!”강서준은 몇 마디를 하고 온몸에 힘이 없어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에서 밤인지 낮인지 알 수 없고 얼마나 갇혀 있는 지도 몰랐다.그냥 너무 배고파 배가죽이 등짝에 붙는 것 같고 현기증이 났다.머리를 마구
강서준은 천자를 보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걱정해 줘서 고맙군요. 난 괜찮아요. 아직 죽지 않았어요.”천자가 웃었다. “강서준, 내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재판을 진행할 거예요. 당신이 지은 죄들이 모두 들통날 텐데 총을 열 번 쏴도 모자라겠죠?”강서준은 말없이 천자를 계속 쳐다봤다.화가 났지만 발악할 힘이 없었다.천자가 말을 이었다. “8시간이 지나면 재판에 들어가야 돼요. 당신의 지위가 워낙 높아서, 남황 총사령관에 용왕에. 어떤 처벌을 줄지는 다른 사령관들이 결정할 거예요. 그리고 사무총장, 행정장관까지. 이대로 죽고 싶어요 아니면 이 어두운 곳에서 남은 생을 보내고 싶어요?”강서준이 심호흡을 들이마셨다.“난 당신과 교토 거물들을 적대한 적이 없어요. 내가 남황에 있어도 당신들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잖아요. 왜 나를 제거하려고 합니까?”마음속에 두었던 질문을 드디어 꺼냈다.“그래요?”천자가 덤덤하게 웃으며 지시를 내렸다.“의자를 가져와.”누군가 의자를 가져왔다.천자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웃었다.“이유는 당신이 흑룡 총사령관이기 때문이죠. 30년 전에 전 흑룡 총사령관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요?”강서준은 천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30년 전 대변혁에서 흑룡 총사령관이 거부권을 가졌어요. 이렇게 말하죠. 새로운 선거가 다가올 때 누구의 지지율이 전 왕보다 많으면 그 사람이 새로운 왕이 되잖아요. 그런데 전 흑룡 총사령관이 반대한다면 새로운 왕이 왕위에 오를 수 없게 되거든요. 그래서 흑룡을 죽이는 방법밖에 없었어요.”강서준이 덤덤하게 물었다.“그러니까 전 흑룡 총사령관이 왕위 쟁탈을 위한 음모 때문에 죽었다는 말입니까?”“그렇게 이해해도 돼요.”“난 사직했으니 더 이상 흑룡도 아니고 총사령관도 아닌데 왜 놓아주지 않는 겁니까?”강서준은 천자에게 분명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목적이 있었다고 믿었다.만약 이 자리에서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천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요?”천
강서준이 어느새 잠들었다.하지만 배고파서 또 눈을 떴다.그리고 또 잠들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을 했을까.마침내 발소리가 들려왔다.무장한 적염군이 들어와 강서준을 감옥에서 데리고 나갔다.오랜만에 밖에 나간 강서준은 햇빛이 너무나 따뜻하고 눈이 부셨다.지하 감옥 입구에 수많은 군용차가 서 있었다. 한 차량의 문이 열리더니 천자가 내렸다.강서준의 창백한 얼굴과 초라한 모습을 보고 활짝 웃었다.“엊저녁에 제대로 쉬지 못했나 봐요.”강서준이 천자를 힐끗 쳐다봤다.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힘조차 없었다.누가 부축하지 않았다면 바로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교토 형전으로 데려가.”“네.”강서준은 차를 타고 교토 형전으로 향했다. 최고 권력자들을 심판하는 곳이다.일 년에 한 번도 사용할까 말까 하는 곳이기도 하다.형전 밖에 시민들이 가득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온 언론 기자들도 있었다.인파에서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김초현, 서청희, 하윤지, 윤정아 그리고 송나나.강서준과 관련 있는 사람과 군용차도 몇 대 있었다.모든 카메라가 달려오는 차를 향했다.“여러분, 지금은 오전 8시, 여기는 교토 형전입니다. 오늘 흑룡 강서준, 권위가 높은 이 인물을 심판하는 날입니다.”전국 채널에서도 이 사실에 대해 보도했다.군용차가 형전 입구에 멈췄다.무장한 적염군이 신속하게 다가오더니 인파를 뚫고 길을 텄다.차문이 열리고 강서준이 내렸다.찰칵! 찰칵!수많은 카메라가 요란하게 움직였다.강서준은 창백한 얼굴에 수염이 가득하고 온몸이 지저분해 매우 초라해 보였다. 전혀 위풍당당했던 흑룡의 위엄이 보이지 않았다.“아쉽네.”“대하국 전신이 어쩌다가 사리사욕 때문에 저런 짓을 했을까?”“퉤! 무슨 민족 영웅일고 그냥 암덩어리야.”텔레비전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현장에서는 계란, 배추, 두부가 강서준을 향해 날라갔다.계란과 두부가 강서준의 몸에서 깨지더니 끈적하게 묻었다.그 장면을 보던 천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흐뭇하게
”지금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드디어 재판이 시작되자 현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모든 사람들은 강서준을 바라봤다. 동정하는 사람도 있고 가엽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경멸했다.“밥 좀 먹게 해주면 안 돼요?”강서준이 힘없이 눈을 떴다.전등이 너무 강렬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의 목소리는 너무 희미했지만 워낙 주변이 조용한 탓에 다들 정확하게 들었다.강서준의 그런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훔쳤다. 특히 서청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서준은 진심으로 국민을 생각했다.비록 사직했지만 국가나 전쟁터에서 자신이 필요하면 망설임 없이 전투복을 입고 남황 전쟁터로 달려갔다.그런데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서청희가 눈물을 머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장관님들, 강서준이 죄인이라고 해도 대하 법률에는 죄인을 학대하는 조항은 없는 걸로 압니다. 정말 이래도 되겠습니까? 국가를 위해 공을 세운 사람을 이렇게 대해도 되겠냐고요!”서청희의 목소리가 현장에 울려 퍼졌다.그제야 천자가 일어서 설명했다.“진짜 죄송합니다. 저희 불찰입니다. 증거를 수집하느라 너무 바빠서 밥을 주지 않았군요. 지금 바로 식사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배불리 드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그렇게 사과를 하고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강서준은 살짝 몸을 돌려 배심석을 보았다.그 자리에는 수많은 배심원들이 앉아 있었다.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생각보다 빨리 음식이 도착했다. 3가지 반찬과 국물이 테이블에 올라왔다.강서준은 그렇게 다들 보는 앞에서 식사를 했다.그제야 힘이 좀 났다. 아직도 허약하지만 적어도 말하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그럼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전호가 일어서서 준비한 자료를 들고 강서준이 그동안 지은 죄를 낱낱이 말하기 시작했다.10분 동안 읽고서야 증인들이 무대에 올랐다.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증인은 강중 4대 가문의 SW 가문이었다.“안녕하세
모든 카메라가 강서준을 겨냥했다.수염이 수북하게 자라고 옷은 지저분해서 매우 초라했다.“인정합니다.”강서준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이 모든 사건이 사실이라고 과장을 더해서 말했지만 인정했다. 확실히 그 사람들을 죽인 게 맞으니까.“알겠습니다.”천자가 큰소리로 말했다.“강서준이 인정했으니 형법대로라면 어떻게 할지 알겠죠.”“총살이요.”강서준이 천자의 눈과 마주치며 대답했다.비록 몸이 불편했지만 눈빛은 한치의 두려움은커녕 오히려 사나웠다.천자는 마치 야수에게 찍힌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흠칫하며 뒷걸음을 쳤다.하지만 당황한 표정은 잠깐이고, 두려움을 감추며 주변을 돌아봤다.“여러분, 강서준이 이렇게 많은 죄를 지었으니 총살을 해야 하지만 배심원들의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배심원들이 수근거리며 토론하기 시작했다.그때 군용차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형전 입구에 멈췄다.차문이 열리고 검정색 제복을 입고 어깨에 별 하나를 단 장군이 내렸다.그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바로 이혁이다.대하국에서 수천 년 동안 내려온 형검은 예로부터 최고의 집행권을 대표했다.아둔한 군주를 참수하고 간신들을 처단하는 검이다.이 검은 줄곧 흑룡군 총사령관이 소지했다.“거기 서.”적염군이 앞을 막았다.이혁은 형검을 높이 쳐들고 큰소리로 말했다.“대하국 형검이다. 감히 누가 앞 길을 막아?!”“형검?”형검이라는 말에 적염군들은 두려웠다.“비켜!”이혁은 입구에서 길을 막고 있는 적염군을 노려보며 큰소리쳤다.“오늘 이 검으로 간신을 처단할 것이다.”당황한 적염군은 서로 멀뚱하니 쳐다보다가 길을 비켰다.이혁은 형검을 들고 형전에 들어갔다.배심원들이 한참을 상의하다 결론을 내렸다.천자가 매체를 향해 입을 열었다.“여러 배심원들이 의논한 바, 강서준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3일 뒤 공개적으로…”“잠깐만!”그때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어깨에 별 하나를 단 장군이 검을 들고 나타났다.이혁은 매체와 카메라를 향해 큰소
”검정색 제복이라니 남황 장군이네. 형검을 들고 강서준의 재판에 왜 나타난 거예요? 강서준을 구하기 위해서인가요?”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했다.그때 강서준은 심판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웃었다.형검을 들고 나타난 이혁을 보는 순간 천자의 얼굴이 살짝 경직됐기 때문이다.이혁은 모두 보는 앞에서 또 큰소리로 외쳤다.“대하국은 법이 강력한 국가이지만 어떤 사람은 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형법의 제재를 피했습니다. 형검이 존재하는 것도 죽어 마땅한 자들을 처단하기 위해서입니다.”이혁은 단호하고 진지하게 말했다.“우리 흑룡군의 총사령관은 국가 형법을 준수하고 형검을 이용해 죽어 마땅한 자들을 처단했습니다. 4대 가문이 참살당한 건 10년 전 사건 때문입니다. 10년 전에 강한 가문의 수십 명이 넘는 가족이 산 채로 불에 타 죽었습니다. 배후가 바로 강중 4대 가문이었습니다. 총사령관은 죽어 마땅한 자만 죽이고 관련이 없는 자는 모두 건드리지 않았습니다.”이혁이 비밀을 털어 놓자 현장은 떠들썩했다.“그, 그게 사실입니까?”“절대 그럴 리가 없어.”“강서준은 분명 형검을 믿고 무고한 사람을 죽였어. 절대 이렇게 놔줄 수가 없어요!”사무총장 김명호가 물었다.“흑풍 장군, 그건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고 증거는 있습니까?”“있습니다.”이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증거를 올립니다.”이혁은 미리 강서준의 지시를 받고 방영길에게 연락했다.지하정보망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지하 세력을 끌어 모았다.그 사람들은 모두 강한 별장에서 강서준이 형검을 꺼내 10년 전 강한 가문을 멸망시킨 자들을 처단하는 것을 보았다.“제가 증언하겠습니다. 추석에 강서준은 확실히 형검으로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모두 10년 전에 강한 가문을 멸망시킨 사람들이죠. 심지어 그 사람들은 죽기 전에 죄를 인정했습니다.”“이 영상은 저희 부하가 몰래 찍은 것인데 그 사람들이 자백하는 장면이 다 찍혔습니다.”각종 증거들이 제시되자 강서준은 무죄가 되었다.하지만 어떤 사람들
강서준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형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형검을 들고 거리낌 없이 천자를 가리켰다."이게 무슨 상황이야?"현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천자도 깜짝 놀라더니 심장이 쿵쿵 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식은땀을 흘리다가 뒤늦게 반응을 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강서준 씨, 지금 이게 어쩌자는 뜻이에요? 형검으로 저를 가리켰다는 건 도전이라도 하려는 건가요?"강서준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그냥 한 번 뽑아봤을 뿐이에요."강서준은 형검을 여전히 들고 있었다.하지만 형검은 웬만한 사람 한 명 못지않게 무거웠기에 강서준은 팔에 힘이 풀리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검을 다시내려놨다.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혁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이미 할 말을 다 했어요."그는 이렇게 말하더니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배심원들은 작은 목소리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이제는 어떡하죠?""흑룡이 형검을 갖고 있는 이상 법을 이행할 권리가 있어요.""그래도 돈을 받은 건 시민들을 위해서 한 거잖아요.""죄가 있다고는 하지만 판결을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이런 말을 들은 천자는 슬슬 조급해지기 시작했다."강서준이 한 짓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국민을 위해 그랬다는 말도 변명거리가 될 수 없어요. 우리 나라에는 엄연히 법이 있고 규칙이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에요."소요왕은 천자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어떻게 할까요?"천자가 말했다."이번 건은 흑룡의 지위과 형검을 빼앗아야 해요.""저도 동의합니다.""저도요. 백 번 양보해서 살인은 그렇다고 해도 돈을 받은 건 안되죠. 흑룡군의 총 용수로서 시민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나라에 알려서 재무부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사람들은 저마다 천자의 의견에 동의하기 시작했다.판사는 반 시간이나 고민을 한 후에야 결과를 말해줬다. 그 결과는 천자가 일어나서 읽었다."강서준에게는 형검이 있으므로 법을 히행할 권리
사람들은 나라의 안전을 지키고 불쌍한 시민들을 도울 줄 밖에 모르는 민족의 영웅이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형전 밖에는 수만 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전부 머리를 숙이고 침묵을 지켰다. 어떤 여자들은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형님..."이때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강서준은 몸을 돌려 그를 쫓아온 이혁을 바라봤다.이혁이 쫓아와서 물었다."형님, 이제는 어디로 갈 생각이에요?"강서준은 무기력하게 손을 들어 이혁의 어깨를 툭툭 쳤다."지금까지 고마웠어. 앞으로의 일은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이만 남황으로 돌아가. 너의 임무가 막중하니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하지만 형님은..."강서준은 손을 들어 이혁의 말을 끊었다."나는 괜찮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이참에 휴식도 하고 좋지 뭐. 안 그래도 너무 피곤했었어."강서준은 몸을 돌려서 떠났다.문 앞에 있던 사람들은 양쪽으로 비켜 길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강서준은 한참 동안이나 걸어야 했다."강서준을 복직시켜 주세요.""대하는 영웅이 필요해요."...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강서준은 귀가 울려 머릿속까지 복잡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인파 속에서 벗어났다.고독에 중독된 강서준은 이 짧은 거리를 걷는 것도 많은 체력을 써야 했고, 결국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휘청 바닥으로 쓰러졌다."서준 씨...!"조용히 강서준을 따라오고 있던 서청희는 그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후다닥 부축하러 왔다.강서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비켜요."강서준은 손을 들어 서청희의 손을 뿌리쳤다.부축해 주는 사람이 없자 강서준은 또다시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지만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강서준은 애써 자세를 바로 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제가 이겨 온 일들이 얼만데 이까짓 고독은 아무것도 아니에요."강서준은 안색이 창백하기는 했지만 당당한 표정으로 지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