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강서준이 흑뱀을 물끄러미 쳐다봤다.‘무슨 꿍꿍이지? 블랙 진의 보스가 되라고?’“블랙 진의 보스가 되라는 건 나한테 조직을 넘긴다는 건가? 내가 블랙 진을 청산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하하하. 하고 싶은 대로 해.”“알았어. 할 테니까 풀어줘.”흑뱀이 소리 내어 웃자 강서준도 웃음을 터뜨렸다.흑뱀의 지시를 받은 두 남자가 묶을 밧줄을 풀어줬다.강서준은 몸을 일으키더니 굳은 몸을 풀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짜 풀어주는 거야? 내가 갑자기 반격하면 어쩌려고? 내 실력을 잘 알면서. 마음만 먹으면 두 번만에 너를 꺾을 수 있어.”흑뱀도 웃었다.“지금 블랙 진도 나도 다 당신 거야. 나를 죽이든 살리든 하고 싶은 대로 해.”강서준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흑뱀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속내를 알 수 없었다.그렇게 한참이나 보던 강서준이 서청희한테 다가갔다.서청희도 밧줄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오랫동안 묶이다 갑자기 일어서려고 하니 다리가 굳어버려 마침 걸어오는 강서준의 품에 넘어졌다.향기로운 냄새가 코로 전해졌다.강서준은 서청희를 부축해 다시 의자에 앉혔다.그리고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구멍난 바지를 찢고 허벅지에 뚫린 구멍을 살펴봤다. 주먹을 꽉 쥐었더니 팔뚝에서 작은 철사 하나가 미끄러졌다. 강서준은 그 철사를 상처에 가져갔다. 철사는 마치 뱀처럼 신속하게 상처에 들어가더니 바로 총알을 잡아 끌어냈다.그 장면을 본 흑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흑룡의 싸움 실력은 물론 의술도 천하무적이라는 말에 실감이 갔다.강서준이 흑뱀에게 물었다.“담배 있어?”흑뱀은 바로 시가 한 자루와 라이터를 건넸다.시가를 물고 불을 켠 강서준이 물었다.“위험을 무릅쓰고 강중에 와서 김초현을 납치해 나를 협박했지. 그런데 지금은 나더러 블랙 진의 보스가 되어 달라면서 풀어주는군. 대체 무슨 꿍꿍이야?”시가를 피우던 흑뱀의 표정이 엄숙해졌다.“대하 5대 용수이자 남황 흑룡으로 100만 흑룡군을 이끌
보스를 구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비록 천자가 승낙했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여기는 강중이고 대하국 국경지대다. 5대 용수인 천자가 천하 병마를 이끌고 이곳을 포위한다면 아무리 날개를 달았다고 해도 보스를 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죽게 된다.그러니 강서준이 유일한 카드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강서준의 머리로 천자를 협박하는 것보다 차라리 강서준과 협력하는 편이 이길 가능성이 커 보였다.강서준이 담배를 피면서 생각에 잠겼다.독보운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르지만 블랙 진이 어떤 조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블랙 진의 모든 킬러들은 손에 피를 묻힌 자이고 흑뱀도 좋은 인간일리 없다.하지만 최초 목적이 무엇이던가?자신이 흑뱀을 유인한 것은 여기 고수들을 수복해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함이다.“어떻게 협조하면 되지?”강서준이 흑뱀에게 물었다.“당신이 소요왕과 각별한 사이라는 걸 알아. 소요왕이 강중을 포위하고 있으니 우리가 빠져나가기 힘들어. 그냥 전화 한통만 하면 돼. 우리가 필요할 때 빠져나갈 틈만 만들어주면 되거든. 약속할게. 보스를 구할 수만 있다면 블랙 진은 당신 소유이고 부하들도 마음껏 부려먹어.”“하하.”강서준이 피식 웃었다.“내가 협력할 거 같아?”말을 마친 강서준은 서청희를 끌고 나갔다.지하실 입구에 도착했을 무렵 수십 대의 총이 두 사람의 앞길을 막았다.“보내줘.”흑뱀이 소리쳤다.“네.”그제야 부하들이 총을 거두었다.강서준이 지하실에서 나왔을 때 입구에 상위권 킬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모두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날이 밝으면 2조를 갖고 이곳을 떠나 진정한 은퇴 생활을 즐기려 했다.강서준이 나타나자 모두 바짝 긴장을 하며 경계했다.뒤에서 흑뱀이 걸어왔다. 한 킬러가 물었다.“흑뱀, 무슨 상황입니까?”흑뱀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가게 내버려둬.”강서준은 킬러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서청희를 끌고 나갔다.하지만 다리가 마비된 서청희는 겨우 몇 걸음을 걷고 고통스
”기다려요.”강서준이 마을을 향해 갔다.“하하하, 흑룡. 나와 협력할 줄 알았어.”강서준이 모습을 드러내자 흑뱀은 두 팔을 벌려 포옹하려고 했다.“꺼져.”강서준이 매섭게 발로 차려는 순간 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져 이를 악물었다.흑뱀은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강서준이 말했다.“차 한 대 준비해줘.”흑뱀은 호주머니에서 차 키를 거내 던졌다.“차는 마을 입구에 있어.”강서준은 차 키를 받자마자 돌아섰다.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무렵, 서청희가 마을 입구에서 서성거렸다. 무장한 사람들이 지키고 있어 감히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서청희는 강서준이 왜 다시 마을에 갔는지 알 수 없었다.초조하게 입구에서 왔다 갔다 할 때 강서준이 나타났다.너무 기쁜 나머지 그의 품을 향해 달려갔다.강서준은 달려오는 서청희를 막으려다 의도치 않게 손을 가슴에 대 버렸다.서청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당황한 강서준은 손을 빠르게 거두고 차 키를 손에 쥐여주면서 어색하게 웃었다.“먼저 가요.”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서청희가 물었다.“강서준 씨는요?”“할 일이 있어요. 돌아가면 김초현을 좀 부탁할게요. 많이 놀랐을 거예요. 하지만 여기서 있었던 일은 말하지 말고요.”한참 생각을 하던 서청희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차 키를 누르자 주차장에서 차 한 대가 불을 반짝였다.서청희가 차에 올라타고 차창을 내렸다.“조심해요.”그리고 시동을 걸고 떠났다.강서준은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고 마을로 돌아갔다.한 집에서 강서준과 흑뱀이 서로 마주 앉았다.강서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내가 뭘 하면 되지?”흑뱀이 대답했다.“천자가 날이 밝기 전에 보스를 보낸다고 했어. 아마도 보스 혼자서 헬리콥터를 타고 올 거야. 난 헬리콥터가 오는 즉시 보스와 떠나고 당신을 넘길 거야. 그게 거래 조건이거든. 그런데 찝찝해. 천자를 믿을 수 없어. 그러니까 내가 안전하게 떠날 때까지 협조해. 당신은…”흑뱀이 강서준을 보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시계를 보니 저녁 12시가 되었다.강서준이 분부했다.“펜과 종이가 필요해. 내가 적어줄 테니 바로 준비해줘.”흑뱀이 지시를 내렸다.“펜과 종이를 가져와.”인피가면을 만들려면 일부 재료와 약재가 필요했다. 흑뱀이 종이에 적힌 재료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약재는 어디에 쓰려고?”“묻지 말고 가서 준비해. 시간 없어.”흑뱀이 지시를 내렸다. 준비하는 사이 강서준은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필요한 재료를 모두 눈앞에 가져왔다.강서준은 서둘러 인피가면을 만들고 약재를 찧기 시작했다. 그렇게 새벽 4시까지 바쁘게 보냈다. 날이 밝기까지 두 시간이 남았다.강서준은 기지개를 펴며 밖으로 나갔다. 밖에 킬러들이 앉아 있었다.오늘 같은 중요한 날에 마을이 포위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밤새 자지 않은 것이다.강서준이 집안에서 나오자 킬러들이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문턱에 털썩 앉은 강서준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이젠 같은 편이니까 긴장들 빼. 우리 수다나 떨자고.”“당신과 할말이 없어.”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얼굴에 물감을 칠해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강서준이 인피가면을 만들 때 강은미에게 연락해 킬러 리스트 상위권에 속하는 킬러들의 정보를 알아냈다.방금 먼저 입을 연 젊은 남자의 차림새만 봐도 알 수 있다.진짜 이름은 모르지만 별명이 ‘한밤의 남풍’, SSS급 킬러, 순위는 5위로 실력이 막강하다.강서준이 싱긋 웃었다.“한밤의 남풍. 킬러 순위 5위 맞지?”“흥.”한밤의 남풍이 콧방귀를 뀌었다.강서준은 눈앞의 킬러들을 보며 웃었다.“강중에서 탈출하는 게 위험한지는 알고들 있어? 지금 소요왕이 강중을 지키고 5개 도시도 봉쇄했는데 들어오긴 쉬워도 빠져나가긴 어려울 거야. 흑뱀은 너희들을 포기했어.”강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생각도 못했겠지. 흑뱀은 애초부터 너희들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어. 이번 작전에서 나를 죽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란 말이야. 블랙
강서준은 힘을 줘서 말했다.“새끼야,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알아듣게 말해.”“빙빙 돌리지 말고 직방을 날리라고.”킬러들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씩 했다.강서준이 피식 웃었다.“간단해. 너희들이 돈을 원한다면 나도 줄 수 있다는 말이야.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해 줄게. 다만 더 이상 킬러가 되지 않고 나를 따른다면 너희가 바라는 것을 다 줄 수 있어. 중요한 건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거지.”강서준이 드디어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생각해 봐. 참, 날이 밝기까지 두 시간 남았어. 시간 없으니까 빨리 결정해.”말을 마친 강서준은 집안으로 들어갔다.밖에서 킬러들이 침묵하고 있다. 강서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암살이라면 식은 죽 먹기지만 군부대를 상대하라면 승산은 없다.소파에 앉은 강서준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들어왔다. 눈을 살짝 떠보니 검정색 외투를 걸친 남자였다.나이는 대충 40대 초반, 피부가 검은 걸 보니 공사장에서 일하다 탄 것 같았다.“흑룡, 너에게 귀순하고 따른다.”강서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별명은 ‘포악한 중년’, SSS급 킬러, 킬러 순위 6위다.이렇게 빨리 귀순할 줄은 몰랐다. 강서준은 포악한 중년에게 방금 전에 만든 알약을 건넸다.그것을 보던 킬러가 인상을 찌푸렸다.“이건 또 뭐야?”강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독약. 아직은 너희들 믿을 수 없으니까 독약으로 통제하려고. 진짜 내 말을 잘 들으면 해독약을 줄 거야. 반항하면 뭐 죽는 거지. 그러니 생각 잘 해. 난 강요하지 않는다고.”포악한 중년이 살짝 망설이더니 강서준이 건넨 알약을 삼켜버렸다.그리고 이렇게 말했다.“난 2조가 필요해. 내게 2조를 준다면 남은 생은 너를 위해 일 할게.”“문제없어.”강서준이 웃었다.2조? 사비를 털어서 줄리가 없다.흑뱀이 이미 2조를 준다고 약속했으니 킬러들을 수복한다면 흑뱀에게서 돈을 뜯어낼 생각이다.“쉬고 있어.”강서준이 손을 저었다.“알
흑뱀은 소파에 앉아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있다.그 옆에는 킬러 한 명이 서서 무언가 보고했다.“보스, 흑룡이 이미 킬러들을 수복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흑뱀의 표정이 굳어버렸다.‘무서운 자식.’킬러 리스트 상위권에 속한 킬러들은 모두 무섭고 잔인했다. 킬러들을 고용하기 전에 2조를 준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강서준이 그런 해괴한 방법으로 쉽게 수복하다니 정말 대단한 인간이다.“신경 쓰지 마.”흑뱀이 손짓을 했다.보스만 구할 수 있다면 강서준이 누구를 수복하든 누구를 끌어들이든 상관없었다.독보운이 블랙 진을 세운 후,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30년 간, 독보운이 손에 넣은 재물만 해도 한 나라를 상대할 정도다. 하지만 잡히는 바람에 돈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누구도 그 돈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흑뱀은 이 돈을 손에 넣는다면 거하게 도박을 치르고 싶었다.그러니 블랙 진을 강서준에게 넘긴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그 돈은 20조 30조 금액이 아니다. 이 정도 금액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니까.“됐어. 나가서 애들한테 전해. 무기를 잘 숨기고 평범하게 보여야 한다고. 곧 해가 뜨니까 절대 이상하게 보이면 안 된다고 말해줘.”“네.”……옆방에서 강서준은 눈을 감고 흑뱀의 진정한 목적이 뭔지 생각하고 있다. 보스 독보운을 구하면 블랙 진을 넘긴다는 말이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도대체 뭘 위해서지?’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마땅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강중에 흑뱀을 유인한 것은 오로지 킬러를 수복하기 위함이다.목적을 달성했으니 블랙 진의 보스라는 허무맹랑한 자리는 무시해도 된다.‘그렇다면…’그때 강서준이 눈을 번쩍 떴다.‘흑뱀은 속이 너무 깊어 알 수 없으니 절대 독보운을 보내면 안 되겠군. 아니면 화근이 될 거야.’강소준이 심호흡을 마셨다.한 편, 김초현은 이미 무사히 집에 도착하고 서청희도 뒤를 따라왔다.서청희는 지금 김초현과 함께 있었다.김초현이 근
같은 시각, 마을에서 수천 미터 떨어진 곳에는 집 한 채가 덩그러니 있었다.흑뱀은 해가 뜨기 전에 벌써 이곳에 도착했다. 이때 휴대폰이 울리고 그는 전화를 받았다."독보운은 이미 약속했던 마을로 보냈어."흑뱀이 되물었다."매복은 없고?""절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흑뱀이 전화를 끊고는 또 다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마을 밖으로 나가 봐."연락을 받은 흑뱀의 부하들은 가짜 강서준을 데리고 마을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 한 자동차 옆에는 낯선 남자가 서있었다.부하들은 총구로 가짜 강서준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한 중년 남자가 나서서 낯선 남자를 훑어보며 물었다."우리 형님은?""네가 흑뱀이야?""그래."확인을 거친 낯선 남자가 차 문을 열었다. 차의 뒷좌석에는 머리에는 보자기를 쓰고 사지는 쇠사슬에 묶인 남자가 있었다. 죄수복을 입고 얼굴을 가린 탓에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는 없었다."형님."가짜 흑뱀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멈춰."낯선 남자가 총을 꺼내 죄수복을 입은 남자를 향해 겨눴다."사람을 데려왔으니 흑룡을 내놔라."가짜 흑뱀이 신호를 주자 부하들이 가짜 강서준을 데리고 나왔다.이때 가짜 흑뱀이 총을 꺼내 가짜 강서준의 머리를 향해 발사했다.가짜 강서준은 바닥으로 쓰러지더니 이내 생기를 잃었다.가짜 흑뱀이 덤덤하게 말했다."애초에 흑룡의 머리로 우리 형님을 교환하기로 했으니 머리는 직접 베어가도록 해. 그리고 형님을 풀어주고 우리가 사용할 헬기도 준비하도록."이 말을 들은 낯선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보스, 흑룡이 죽었습니다."그러자 그의 이어폰에서는 말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자세히 볼 수 있게 다가가.""네."낯선 남자가 가짜 강서준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몸에는 소형 카메라가 있었다.가짜 강서준이 피바다에 쓰러진 장면은 카메라에 선명히 담겼다.강중의 모 밀실에서.천자는 화면을 통해 피바다에 쓰러진 강서준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며 지시를 내렸다."
머리에 총구가 닿은 이상, 흑뱀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제아무리 킬러 순위 2위에 1:1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최강자라고 해도 말이다."이건 또 무슨 뜻이지?"흑뱀이 어두운 안색으로 소리를 질렀다."나는 너에게 솔직하게 대했어. 심지어 블랜 진의 보스 자리까지 제안했다고. 그런데 네가 감히 나를 배신해?"강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너를 믿을 수 없어. 네가 하도 얍삽해서 말이야. 강중에 도착한 순간부터 나를 골 먹일 생각 밖에 안 한 주제에 나를 무기로 써먹으려고 해?""아니야!"흑뱀은 큰소리로 말했다."이번만큼은 진심이었어. 나는 나를 키워준 형님을 구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형님이 없었더라면 나는 진작에 죽었어. 그러니 나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형님을 구할 거야.""죽여."강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흑뱀은 막심한 공포를 느꼈다.킬러 순위 2위에 있는 그는 단 한 번도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었고 죽음에 대한 인식 또한 없었다."내가 엄청난 정보를 알고 있어. 내 목숨과 바꾸기에 아주 충분할 거야.""그래?"강서준이 멈춰 서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흑뱀을 향해 몸을 돌렸다."그럼 말해 봐."흑뱀은 황급하게 말하기 시작했다."우리 형님, 즉 독보운이 블랙 진의 창시자야. 30년 전, 형님은 천하의 자산을 귀속했고 웬만한 나라보다 부유해졌어. 또 대하 경내에 밀실을 지었는데 모든 자산을 그 안에 숨겨뒀다고 해.""나는 관심 없는 이야기야."강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나는 형검을 갖고 있는 남황의 흑룡이었어. 그런 내가 돈이 모자랄 거라고 생각해? 아무리 많은 돈도 나에게는 길고 짧은 숫자에 불과해."조바심이 난 흑뱀은 바로 이어서 말했다."밀실에 있는 물건은 돈이 아닌 황금이야. 비싸고 귀할 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까지 갖고 있는 장식품이라고."강서준은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탕!불량소녀는 강서준이 몸을 돌린 순간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