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은 산꼭대기에 서서 김초현과 강서준을 내려다보았다.‘서준 오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분명 일 처리에 있어 사리분별을 가린다고 믿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일 줄은 몰랐다.그건 분명 고문에 들어가려고 벌인 짓이 아니라 고문에서 강제로 끌어들여서 벌인 짓일 것이다.지금 강서준은 변했다.김초현을 찾아가 상의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강서준을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 강서준은 너무나 강해 보통 사람들은 죽이기 어려웠다.이런 상황에서 김초현만이 강서준과 맞설 수 있었다.강영이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속으론 살짝 걱정이 되었다.김초현이 잔인하게 손을 쓸까 봐 걱정되고 강서준의 마음이 약해져 아무것도 못하고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이 순간만큼 상황이 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김초현이 강서준을 다치게 하지 말고 강서준이 김초현을 잔인하게 죽였으면 했다.강영은 내려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기만 했다.“서준 씨, 지금 가면도 벗지 않네요? 사람도 죽였으면서 뭐 하러 가면을 써요?”김초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강서준은 어쩔 수 없이 가면을 벗고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당신이야말로 무슨 짓이에요?”김초현은 가볍게 뛰어 강서준과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그리고 손에 든 검을 앞으로 힘껏 찔렀다.강서준은 피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칼에 찔린 강서준이 충격을 못 이겨 뒷걸음을 쳤다.“당신…”김초현은 당황한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졌다.순간 강서준의 가슴에 꽂은 칼을 뽑으면서 뒤로 물러섰다.강서준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찔린 상처에서 빨간 피가 흐르며 하얀 눈 위에 뚝뚝 떨어졌다.“왜 피하지 않아요?”김초현은 한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상처를 움켜쥐고 있는 강서준을 바라봤다.놀라서 말까지 버벅거렸다.강서준이 천강기공을 움직여 진기로 혈관을 막고 상처 주변의 혈도를 몇 번 찍었다.철푸덕!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은 강서준은 소
김초현은 가파른 산길에 서서 멀어지는 강서준을 보며 펑펑 울었다.“강서준! 대답해요! 대체 왜 그랬냐고요?”김초현이 울부짖었다.그 순간 망연자실하며 아무런 생각도 없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이 산길은 낭떠러지 둘레를 따라 만든 것으로 한 켠은 험난한 절벽이고 다른 한 켠은 깊은 심연이었다.강서준은 김초현과 등지고 있었지만 뒤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감지할 수 있었다.7단에 오르면서 정신력 또한 향상되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주변 상황을 알 수 있었다.김초현이 벼랑에서 떨어진 순간 감지했었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저 바보가!”속으로 욕하면서 훌쩍 뛰어 산길을 지나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이다.7단에 오른 강서준도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마음대로 진기를 움직이지 못했다.마음 준비도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더니 추락하는 힘을 통제할 수 없었다.상처 입은 몸을 돌볼 겨를도 없었다. 계속 아래로 떨어지는 김초현을 보고 전력을 다해 속도를 냈다. 한 순간에 수십 미터 아래로 내려가 김초현을 와락 끌어안았다.혼자라면 그 자리에서 충분히 절벽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하지만 김초현을 안고 부상당한 몸으로 올라가기란 너무나 버거웠다.어쩔 수 없이 김초현을 안고 끝없이 추락하다 한 쪽 절벽에 세게 부딪쳤다.등에서 전해지는 극심한 고통에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휴.”강서준은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진기를 끌어 올려 추락 속도를 늦췄다.곧 바닥에 떨어질 무렵, 손에 든 형검으로 강력한 검기를 내뿜으며 바닥과 충돌시켰다.그리고 몸을 가볍게 회전하면서 가볍게 착지했다.그 순간 고통이 밀려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주저앉았다.김초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절벽에서 뛰어내린 순간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어서 강서준이 안을 때도 반응하지 못했다.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해서야 이상한 걸 감지한 것이다.강서준은 쓰러지고 가슴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바닥은 이미 피로 흥건히 젖었다.“서준 씨. 서준 씨.”
”강영이 날 죽이라고 했어요? 천하 사람들 해치지 않기 위해서?”강서준은 믿을 수 없었다.‘강영이 그럴 애가 아닌데.’강영은 머리가 똑똑해서 무슨 일이든 다방면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강영마저 강서준이 나쁜 길로 들어섰다고 생각하다니, 그제야 자신이 천하 사람들을 제대로 속였다는 것이 실감났다.하지만 강영은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지금 당장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여보, 말해 줘요. 내가 본 건 거짓말이죠? 실제 상황은 이런 게 아닌 거죠?”김초현은 솔직하게 설명해 주길 바랬다.“말하자면 길어요.”마침 주변에 아무 사람도 없으니 강서준은 숨기지 않았다.“내가 천산파에 온 이후 구양랑이 나더러 천산파의 장문 진풍을 죽이라고 시켰어요. 저도 사람을 구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진짜 죽이려는 게 아니었어요. 천산파에서도 분명 고문파에 첩자를 심어 놨을 거예요. 그래서 진풍을 제거한 후에 구양랑과…”강서준이 간단하고 신속하게 설명했다.그 말에 김초현은 매우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미, 미안해요. 내가 오해했어요.”“휴, 하마터면 두 사람 때문에 계획을 망칠 뻔했어요.” 강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상처를 치료했다.김초현이 급소를 찔러서 자칫하다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이런 몸으로 김초현까지 구하는 바람에 상처가 더 심각해졌다.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천산파 밖에서 구양랑 일행이 강서준이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걸 보고 흠칫 놀랐다.구양랑이 눈살을 찌푸리며 욕을 퍼부었다.“이 녀석이 뭐 하는 거야? 여자 때문에 목숨도 버리겠다는 거냐? 아직 한참이나 멀었구나.”구양랑은 참 안타까웠다.“칼을 맞고 저리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지 목숨도 버릴 텐데요.”“그러게요. 아무리 7단이라고 해도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뛰어내리면 구하기 어렵죠.”십이장생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구양랑은 깊고 깊은 심연 쪽을 보며 분부했다.“창혁, 내려가서 살펴보거라.”“네.
”강 형님!”창혁이 계속 외쳤다.창혁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더니 마침내 강서준의 앞으로 다가왔다.강서준은 치료 중이고 김초현은 옆에 서 있었다.창혁이 한숨을 내쉬더니 피식 웃었다.“이 작은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형님이 죽을 리가 없죠.”강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많이 다쳤어요?”강서준은 그제야 창혁을 힐끗 보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좀 심각해요. 시간이 필요해요. 창혁 씨 먼저 올라가세요. 제가 치료를 마치면 천산파에 올라가 회합할게요.”“그게…”창혁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제가 모시고 올라가겠습니다.”강서준이 힐끗 쳐다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되고요.”강서준이 형검을 세워 겨우 몸을 일으키자 창혁이 다가와 부축해주었다.“먼저 형님을 안전한 곳에 모신 뒤에 다시 내려와서 김초현을 데려가겠습니다.”“네, 알았어요.”“갑시다.”창혁은 강서준을 업고 진기로 절벽을 오르려 했다.그 순간 강서준이 갑자기 형검을 뽑아 창혁의 등을 찔러버렸다.“강서준…”창혁은 믿을 수 없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노려보았다.강서준은 또 체내에 남은 진기를 손바닥에 모아 힘껏 창혁의 가슴을 향해 쳤다.창혁의 가슴이 강력한 힘에 밀려 움푹 패이면서 수십 미터 밖에 떨어진 절벽에 부딪쳤다.“푸앗!”강서준이 입안에서 피를 뿜어냈다. 무리하게 내공을 움직인 탓에 상처가 더 심각해졌다.창혁도 쓰러지고 강서준도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여보.”김초현이 즉시 반응하고 다가가 부축했다.강서준이 손을 흔들었다.“괘, 괜찮아요.”창혁의 등을 한 번 찌르고 가슴을 한 번 쳤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다.필경 6단 강자이니 이대로 쉽게 죽지 않을 것이다.강서준은 형검을 들고 겨우 일어서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멀리서 창혁이 눈 위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하얀 눈이 창현의 피로 벌겋게 물들었다.역시 창현은 죽지 않았다. 눈을 뜨고 강서준이 다가오는 모습을 노려보며 분노했다.“강서준. 내가 너를 형제처럼 대했는데 네
한참을 지나서야 다친 몸을 진정시켰다.강서준은 다시 창현의 시체를 쳐다봤다.창현이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구양랑이 사람을 보내 찾아 나설 것이다.“초현, 깊은 구덩이 하나 파줘요.”“알았어요.”김초현은 철검을 들고 먼저 눈을 쓸어냈다.지금 김초현도 진기가 강한 무술인이니 구덩이 하나쯤 파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서둘러 십여 미터 깊은 구덩이를 파냈다.강서준은 얼마 남지 않은 진기를 손에 모으고 한 줄기 힘으로 창현의 시체를 감싸서 구덩이에 넣어버렸다. 한편, 김초현은 피에 물든 얼음과 눈덩어리도 구덩이에 함께 넣었다.하늘에서 지금도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남은 핏자국은 눈에 녹아 사라져버렸다.강서준은 창혁의 시체를 묻고 반대편 심연으로 옮겨서 계속 상처를 치료했다.구양랑이 드디어 천산파에 도착했다.천산파 문 앞에 수많은 제자들이 모여 전국 각지에서 온 무술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이번 천산대회를 주최하는 천산파는 실력이 강하든 약하든 따지지 않고 오는 사람마다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하지만 방문객이 예상을 넘어 더 이상 묵을 자리가 없었다.천산파에서 어쩔 수 없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나무집을 만들기 시작했다.구양랑 일행은 갓 지은 나무집에 안배되었다.나무집 안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도 창혁이 오지 않자 인상을 찌푸렸다.“왜 아직도 안 오는 게야?”불안한 마음에 직접 확인해야 시름이 놓일 것 같았다.천산파 큰 대전에 수많은 시체가 나란히 놓였다.모두 강서준이 죽인 자들이다.찌이익!대전 문이 슬며시 열리며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강영이다.강영은 진작에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강서준과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 그의 인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무고한 사람을 죽일 사람이 아닌데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이곳에 온 이유는 강서준이 죽인 것이 확실한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먼저 강지에게 다가가 시체를 덮은 하얀 천을 벗겼다.강지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서 그런지 얼굴이 한층 더 창백했다.
”여기서 뭐 하세요? 누가 들여보냈어요?”진예빈은 잔뜩 경계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강영이 힐끗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왜요, 보면 안 되는 건가요?”“죽은 자를 존경해야 하거늘. 이렇게 하면…”“됐어요. 알았어요. 나가면 되잖아요.”강영은 진예빈과 얽히기 귀찮아 바로 나가버렸다.진예빈도 바닥에 누운 시체들을 힐끗 보기만 하고 나갔다.한편, 강서준은 여전히 심연에서 치료하고 있었다.상처가 심각해 짧은 시간에 치료하긴 무리였다.그래도 몇 시간 동안 숨을 고른 덕에 조금은 안정되었다.진기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목숨에 지장이 없다.강서준이 치료를 하는 동안 김초현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자기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것이니 너무 미안한 마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강 형.”그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강서준이 두 눈을 번쩍 떴다.한 노인이 눈앞에 나타났다.“여긴 왜 왔어요?”강서준은 구양랑를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구양랑이 웃으면서 말했다.“자네가 위험하지 않은지 보러 왔네.”구양랑은 말을 하면서 주변을 훑여보았다.창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참, 얼마 전에 내가 창혁한테 자네를 찾으라고 분부했는데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군. 혹시 창현을 봤는가?”“저를 찾으러 왔다고요?”강서준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랬어요?”“왜, 못 봤는가?”구양랑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강서준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전 계속 여기서 치료하고 있었어요. 창혁을 못 봤어요.”구양량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면서 강서준을 노려봤다.“정말 못 본 게 맞나?”“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형검을 잡으며 일어섰다.조금 움직였다고 체내 상처를 또 건드렸는지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김초현이 재빠르게 다가가 부축했다.“여보, 미안해요. 다 내 탓이에요. 당신에게 칼을 겨누지 말았어야 했어요.”강서준은 말 대신 손을 흔들었다.구양량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강서준의 등 짝 옷도 닳아서 피로 벌겋게 물들었다
천산파가 임시로 만든 오두막.오두막 안에는 나무로 만든 침대 하나와 얇은 이불밖에 없었다.강서준은 웃통을 벗고 침대에 엎드렸다. 김초현은 천천히 다가가서 그의 등에 난 상처를 조심스럽게 소독하기 시작했다.이는 김초현을 구하기 위해 암석에 부딪히면서 생긴 상처였다. 피부가 벗겨지고 살이 드러난 건 물론이고 뼈가 보이는 곳까지 있었다.그나마 강서준이 7단에 달하는 무술인이어서 버텼지 보통 사람이라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그래도 고통을 느끼는 것은 똑같은지 김초현이 약을 댈 때마다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구양랑도 금방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그는 강서준의 등에 난 상처를 보고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자네 괜찮나?""아직 죽을 정도는 아니에요."강서준은 활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이때 금영과 은영이 따듯한 물과 함께 수건을 들고 오두막에 들어섰다. 김초현은 따듯한 물에 적신 수건을 건네받고 상처 부위를 닦기 시작했다.구양랑은 하얀색 가루가 담긴 유리병을 꺼내며 말했다."이 약 좀 써보게나. 외상을 치료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김초현이 유리병을 받아 들고 상처 부위에 살짝 뿌렸다. 그리고 붕대로 감으며 상처 치료를 마무리했다.강서준은 김초현의 부축을 받으며 옷을 다시 입고는 몸을 일으켰다."내가 맥이라도 짚어주랴?""네."구양랑의 질문에 강서준은 선뜻 손을 내밀었다.구양랑은 유심이 맥을 관찰하다가 말했다."아무래도 만만치 않은 상처인 것 같군. 앞으로 함부로 진기를 사용하지 말게. 안 그러면 신이 와도 자네를 구하지 못할 테야."강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초현 씨가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저를 죽이려고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이미 다친 와중에 살아보겠다고 진기로 하강 속도를 낮추다 보니 내상이 생긴 모양이에요.""앞으로는 상처 치료에 집중하게나."구양랑은 강서준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금영과 은영에게 말했다."간호를 부탁하네."구양랑은 짧은 지시만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김초현은
강서준은 옷소매 속에서 약한 철사를 꺼내 들었다. 끝을 잡고 힘을 주자 철사는 순식간에 흩어져 여러 개의 침으로 변했다."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역천 81침을 사용해야겠어요. 초현 씨, 제 내상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침을 놓아줄 수 있어요?"강서준은 실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역천 81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알겠어요."김초현은 머리를 끄덕이고 역천 81침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강서준이 하라는 대로 침을 놓기 시작했다.김초현의 진기는 3단이었다. 최근 열심히 수련한 덕분에 3단 중급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한 번에 여러 대의 침을 놓을 수 있었다.김초현은 진기를 거의 소모할 때까지 침을 놓다가, 강서준의 지시를 받고 다시 뽑기 시작했다."여보, 어때요?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김초현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가 봐도 체력이 다 떨어진 것 같았지만, 자기 몸 상태는 전혀 개의치 않고 강서준만 바라봤다."네,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나저나 초현 씨가 오늘 소모한 진기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거예요. 천산대회 전에 실력을 회복하려면 초현 씨 대신 침을 놓아줄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한데...""그런 사람이 있을까요?"김초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사람을 덥석 믿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으니 말이다."할아버지를 찾아줘요."강서준이 말했다. 그는 강천도 분명히 천산에 있을 거로 생각했다. 만약 강천의 실력을 빌릴 수 있다면 단번에 치료가 될 수도 있으니 희망을 걸어 볼 만했다."알겠어요. 혹시 할아버지랑 만날 수 있을지 나가서 한 번 둘러볼게요."김초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는 천산에 온 이후로 강영은 만난 적 있지만 다른 사람은 만난 적 없었다. 특히 강천은 최근 행방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으니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김초현은 곧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진기가 모자란 관계로 온몸에 힘이 빠져 몸을 돌리자마자 휘청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