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형님!”창혁이 계속 외쳤다.창혁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더니 마침내 강서준의 앞으로 다가왔다.강서준은 치료 중이고 김초현은 옆에 서 있었다.창혁이 한숨을 내쉬더니 피식 웃었다.“이 작은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형님이 죽을 리가 없죠.”강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많이 다쳤어요?”강서준은 그제야 창혁을 힐끗 보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좀 심각해요. 시간이 필요해요. 창혁 씨 먼저 올라가세요. 제가 치료를 마치면 천산파에 올라가 회합할게요.”“그게…”창혁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제가 모시고 올라가겠습니다.”강서준이 힐끗 쳐다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되고요.”강서준이 형검을 세워 겨우 몸을 일으키자 창혁이 다가와 부축해주었다.“먼저 형님을 안전한 곳에 모신 뒤에 다시 내려와서 김초현을 데려가겠습니다.”“네, 알았어요.”“갑시다.”창혁은 강서준을 업고 진기로 절벽을 오르려 했다.그 순간 강서준이 갑자기 형검을 뽑아 창혁의 등을 찔러버렸다.“강서준…”창혁은 믿을 수 없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노려보았다.강서준은 또 체내에 남은 진기를 손바닥에 모아 힘껏 창혁의 가슴을 향해 쳤다.창혁의 가슴이 강력한 힘에 밀려 움푹 패이면서 수십 미터 밖에 떨어진 절벽에 부딪쳤다.“푸앗!”강서준이 입안에서 피를 뿜어냈다. 무리하게 내공을 움직인 탓에 상처가 더 심각해졌다.창혁도 쓰러지고 강서준도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여보.”김초현이 즉시 반응하고 다가가 부축했다.강서준이 손을 흔들었다.“괘, 괜찮아요.”창혁의 등을 한 번 찌르고 가슴을 한 번 쳤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다.필경 6단 강자이니 이대로 쉽게 죽지 않을 것이다.강서준은 형검을 들고 겨우 일어서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멀리서 창혁이 눈 위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하얀 눈이 창현의 피로 벌겋게 물들었다.역시 창현은 죽지 않았다. 눈을 뜨고 강서준이 다가오는 모습을 노려보며 분노했다.“강서준. 내가 너를 형제처럼 대했는데 네
한참을 지나서야 다친 몸을 진정시켰다.강서준은 다시 창현의 시체를 쳐다봤다.창현이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구양랑이 사람을 보내 찾아 나설 것이다.“초현, 깊은 구덩이 하나 파줘요.”“알았어요.”김초현은 철검을 들고 먼저 눈을 쓸어냈다.지금 김초현도 진기가 강한 무술인이니 구덩이 하나쯤 파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서둘러 십여 미터 깊은 구덩이를 파냈다.강서준은 얼마 남지 않은 진기를 손에 모으고 한 줄기 힘으로 창현의 시체를 감싸서 구덩이에 넣어버렸다. 한편, 김초현은 피에 물든 얼음과 눈덩어리도 구덩이에 함께 넣었다.하늘에서 지금도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남은 핏자국은 눈에 녹아 사라져버렸다.강서준은 창혁의 시체를 묻고 반대편 심연으로 옮겨서 계속 상처를 치료했다.구양랑이 드디어 천산파에 도착했다.천산파 문 앞에 수많은 제자들이 모여 전국 각지에서 온 무술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이번 천산대회를 주최하는 천산파는 실력이 강하든 약하든 따지지 않고 오는 사람마다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하지만 방문객이 예상을 넘어 더 이상 묵을 자리가 없었다.천산파에서 어쩔 수 없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나무집을 만들기 시작했다.구양랑 일행은 갓 지은 나무집에 안배되었다.나무집 안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도 창혁이 오지 않자 인상을 찌푸렸다.“왜 아직도 안 오는 게야?”불안한 마음에 직접 확인해야 시름이 놓일 것 같았다.천산파 큰 대전에 수많은 시체가 나란히 놓였다.모두 강서준이 죽인 자들이다.찌이익!대전 문이 슬며시 열리며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강영이다.강영은 진작에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강서준과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 그의 인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무고한 사람을 죽일 사람이 아닌데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이곳에 온 이유는 강서준이 죽인 것이 확실한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먼저 강지에게 다가가 시체를 덮은 하얀 천을 벗겼다.강지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서 그런지 얼굴이 한층 더 창백했다.
”여기서 뭐 하세요? 누가 들여보냈어요?”진예빈은 잔뜩 경계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강영이 힐끗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왜요, 보면 안 되는 건가요?”“죽은 자를 존경해야 하거늘. 이렇게 하면…”“됐어요. 알았어요. 나가면 되잖아요.”강영은 진예빈과 얽히기 귀찮아 바로 나가버렸다.진예빈도 바닥에 누운 시체들을 힐끗 보기만 하고 나갔다.한편, 강서준은 여전히 심연에서 치료하고 있었다.상처가 심각해 짧은 시간에 치료하긴 무리였다.그래도 몇 시간 동안 숨을 고른 덕에 조금은 안정되었다.진기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목숨에 지장이 없다.강서준이 치료를 하는 동안 김초현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자기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것이니 너무 미안한 마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강 형.”그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강서준이 두 눈을 번쩍 떴다.한 노인이 눈앞에 나타났다.“여긴 왜 왔어요?”강서준은 구양랑를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구양랑이 웃으면서 말했다.“자네가 위험하지 않은지 보러 왔네.”구양랑은 말을 하면서 주변을 훑여보았다.창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참, 얼마 전에 내가 창혁한테 자네를 찾으라고 분부했는데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군. 혹시 창현을 봤는가?”“저를 찾으러 왔다고요?”강서준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랬어요?”“왜, 못 봤는가?”구양랑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강서준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전 계속 여기서 치료하고 있었어요. 창혁을 못 봤어요.”구양량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면서 강서준을 노려봤다.“정말 못 본 게 맞나?”“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형검을 잡으며 일어섰다.조금 움직였다고 체내 상처를 또 건드렸는지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김초현이 재빠르게 다가가 부축했다.“여보, 미안해요. 다 내 탓이에요. 당신에게 칼을 겨누지 말았어야 했어요.”강서준은 말 대신 손을 흔들었다.구양량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강서준의 등 짝 옷도 닳아서 피로 벌겋게 물들었다
천산파가 임시로 만든 오두막.오두막 안에는 나무로 만든 침대 하나와 얇은 이불밖에 없었다.강서준은 웃통을 벗고 침대에 엎드렸다. 김초현은 천천히 다가가서 그의 등에 난 상처를 조심스럽게 소독하기 시작했다.이는 김초현을 구하기 위해 암석에 부딪히면서 생긴 상처였다. 피부가 벗겨지고 살이 드러난 건 물론이고 뼈가 보이는 곳까지 있었다.그나마 강서준이 7단에 달하는 무술인이어서 버텼지 보통 사람이라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그래도 고통을 느끼는 것은 똑같은지 김초현이 약을 댈 때마다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구양랑도 금방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그는 강서준의 등에 난 상처를 보고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자네 괜찮나?""아직 죽을 정도는 아니에요."강서준은 활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이때 금영과 은영이 따듯한 물과 함께 수건을 들고 오두막에 들어섰다. 김초현은 따듯한 물에 적신 수건을 건네받고 상처 부위를 닦기 시작했다.구양랑은 하얀색 가루가 담긴 유리병을 꺼내며 말했다."이 약 좀 써보게나. 외상을 치료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김초현이 유리병을 받아 들고 상처 부위에 살짝 뿌렸다. 그리고 붕대로 감으며 상처 치료를 마무리했다.강서준은 김초현의 부축을 받으며 옷을 다시 입고는 몸을 일으켰다."내가 맥이라도 짚어주랴?""네."구양랑의 질문에 강서준은 선뜻 손을 내밀었다.구양랑은 유심이 맥을 관찰하다가 말했다."아무래도 만만치 않은 상처인 것 같군. 앞으로 함부로 진기를 사용하지 말게. 안 그러면 신이 와도 자네를 구하지 못할 테야."강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초현 씨가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저를 죽이려고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이미 다친 와중에 살아보겠다고 진기로 하강 속도를 낮추다 보니 내상이 생긴 모양이에요.""앞으로는 상처 치료에 집중하게나."구양랑은 강서준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금영과 은영에게 말했다."간호를 부탁하네."구양랑은 짧은 지시만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김초현은
강서준은 옷소매 속에서 약한 철사를 꺼내 들었다. 끝을 잡고 힘을 주자 철사는 순식간에 흩어져 여러 개의 침으로 변했다."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역천 81침을 사용해야겠어요. 초현 씨, 제 내상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침을 놓아줄 수 있어요?"강서준은 실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역천 81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알겠어요."김초현은 머리를 끄덕이고 역천 81침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강서준이 하라는 대로 침을 놓기 시작했다.김초현의 진기는 3단이었다. 최근 열심히 수련한 덕분에 3단 중급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한 번에 여러 대의 침을 놓을 수 있었다.김초현은 진기를 거의 소모할 때까지 침을 놓다가, 강서준의 지시를 받고 다시 뽑기 시작했다."여보, 어때요?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김초현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가 봐도 체력이 다 떨어진 것 같았지만, 자기 몸 상태는 전혀 개의치 않고 강서준만 바라봤다."네,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나저나 초현 씨가 오늘 소모한 진기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거예요. 천산대회 전에 실력을 회복하려면 초현 씨 대신 침을 놓아줄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한데...""그런 사람이 있을까요?"김초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사람을 덥석 믿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으니 말이다."할아버지를 찾아줘요."강서준이 말했다. 그는 강천도 분명히 천산에 있을 거로 생각했다. 만약 강천의 실력을 빌릴 수 있다면 단번에 치료가 될 수도 있으니 희망을 걸어 볼 만했다."알겠어요. 혹시 할아버지랑 만날 수 있을지 나가서 한 번 둘러볼게요."김초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는 천산에 온 이후로 강영은 만난 적 있지만 다른 사람은 만난 적 없었다. 특히 강천은 최근 행방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으니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김초현은 곧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진기가 모자란 관계로 온몸에 힘이 빠져 몸을 돌리자마자 휘청거리
문밖에 서 있는 여자는 다름 아닌 강영이었다. 강서준이 김초현을 구해냈다는 소식을 듣고 난 그녀는 고민 끝에 결국 찾아가게 되었다."서준 오빠가 다쳤다고 해서 와봤어요."강영은 죄책감 하나 없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필요 없어요."김초현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영의 이상한 말을 믿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강서준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고, 강서준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초현 씨, 설마 저를 탓하고 있는 거예요?"강영은 김초현을 바라보며 이어서 말했다."서준 오빠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는 초현 씨가 제일 잘 알잖아요. 만약 오빠를 죽이지 않는다면 천산대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될 거예요. 서준 오빠가 악마에게 홀려 나쁜 짓을 저지르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건 십 년 전의 강천 어르신과 다를 바 없다고요.""상관없어요. 저는 서준 씨가 무슨 짓을 했든 계속 함께 있어 줄 거예요."쾅!말을 마친 김초현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이게 무슨 상황이지?"강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 떨어져 있은 반나절 만에 김초현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설마...?"강영은 예상가는 바가 있는 듯 생각에 잠겼다.오두막 안에 있던 강서준은 김초현과 강영의 대화를 전부 다 들었다.김초현은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강서준에게 말했다."강영 씨가 왔어요.""저도 들었어요."강서준은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지금은 중요한 시간이므로 강영과는 만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김초현을 설득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이유는 천산대회가 끝나고 나서 물어보면 되었다.쾅쾅쾅!"초현 씨, 문 열어요! 서준 오빠, 당장 문 열라고요! 지금까지 억울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 알아요?"문밖에서 강영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하지만 문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강영은 노크를 하며 몇 마디 더 하다가 몸을 돌려 떠나갔다.오두막 앞을 지키고 있던 금영과 은영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은영이 자리를 떠나 구양랑을 만나러 가서는 강
"됐다. 나는 대수령님을 만나러 가야 하니 이만 나가보거라."구양랑이 손을 휘휘 젓자, 십이장생은 공손한 자태로 밖으로 나갔다.구양랑은 잠깐 생각 정리를 하다가 몸을 일으켜 대수령을 만나러 갔다.천산파의 뒷산.이곳에는 독립적인 저택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저택의 주인은 전부 고대 무술계의 이름을 날린 고수들이었다.구양랑은 한 저택 앞으로 가서 멈춰 섰다. 저택 입구는 검은 옷에 검은 가면을 쓴 여덟 명의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안녕하십니까, 둘째 수령님."구양랑을 발견한 사람들은 허리 굽혀 인사했다. 하지만 구양랑은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저택 안의 마당에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검은 옷에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안녕하십니까, 둘째 수령님."저택을 향해 걸어가는 길에 만난 모든 사람이 공손하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 하지만 구양랑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이 곧장 한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벌써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그들도 밖에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옷에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왔구나."이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도 검은 옷을 입고 있기는 하지만 남들과 달리 해골 문양이 새겨져 있는 빨간 가면을 쓰고 있었다."네, 대수령님."구양랑은 작게 머리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대수령은 빨간 가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중년 남자였는데 둥근 얼굴형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구양랑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모용추의 얼굴을 못 본 지가 몇십 년이나 지났지만 그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는 그의 경지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높이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모용추의 곁에 있던 사람도 따라서 가면을 벗었다. 그리고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강천이었다.방 안의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구양랑은 그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아무리 둘째 수령이라고 해도 모용추의 부하들에 대해서는 몰랐으니 말이다."대수령님, 이번 계
구양랑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진심으로 강서준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었지, 이런 식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수령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기에 순순히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알겠습니다.""됐다, 이만 나가보거라."모용추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러자 구양랑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조금 전에 나온 강천은 가면을 쓴 채로 강서준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강서준이 지내고 있는 오두막 앞에는 금영과 은영이 지키고 있었다."누구를 찾으시죠?"강천은 말없이 두 사람을 빤히 바라봤다. 가면 뒤로 보이는 눈동자는 마치 악마의 눈동자처럼 빨갰다.금영과 은영은 즉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마치 영혼이라도 잃은 사람처럼 말이다. 강천은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침대에 엎드려 쉬고 있던 강서준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당연히 김초현이라고 생각하고 물었다."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요? 할아버지는요?""나다."강천이 말했다.익숙한 목소리에 강서준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강천은 이제야 가면을 벗고 그를 바라봤다."할아버지..."강서준이 인사를 하려고 일어나자, 강천은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다친 데는 괜찮냐?""작은 상처일 뿐이에요"강서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나저나 강영이 초현 씨를 조종해서 저를 죽이려고 할 줄은 몰랐네요."강천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서 강서준의 맥을 짚었다. 그리고 몇 초 후, 손을 놓으며 말했다."상처가 꽤 깊은 모양이구나. 천산대회 전에 다치면 어쩌자는 것이냐."강천은 손을 들어 막강한 진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서준의 몸으로 불어넣었다.강서준은 순간 따듯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내상도 빠르게 아물어 가고 있었다.약 10분 후, 강천은 손을 거뒀다. 강서준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상처가 전부 나았어요!"강서준이 뒤늦게 정신 차리고 강천에게 물었다."할아버지, 이건 무슨 능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