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강우의 말에 세 사람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맞다. 7단.”지강우가 탄식했다.“너무 강해. 하지만 그런 실력이 아니었으면 수많은 강자를 이끌 수 없고 전 세계를 통치하려는 야심도 없었겠지.”구씨 가문의 조상 구익. 구 왕야의 연세가 160살이다.일반 사람도 보양을 잘 한다면 100살까지 문제없이 사는 세상이니 무술인이 100살 혹은 200살까지 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만약 그 당시 모용추가 정말 도망갔다면 지금쯤 140살이 되었고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100년 전에 7단, 그것도 마흔 살에 7단이라니.’분명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무술인이다.그렇다면 100년이 지난 지금은 분명 8단에 올랐을 것이다.스읍!강서준이 갑자기 심호흡을 했다.“다른 정보는 없어요? 어디까지 알고 계시죠?”지강우가 고개를 흔들었다.“고세인은 신중한 인물이라 우리도 아는 게 별로 없다. 그 자가 한빙진기를 제대로 수련하지 않아 부작용으로 온몸이 차가워지는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만 알아.”강서준이 물었다.“고 선생의 거처는 어딥니까?”지강우가 그것까지 알 리가 없었다.지씨 가문은 줄곧 외부 일에 간섭하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말씀 고마웠어요.”더 이상 물어도 얻을 정보가 없으니 자리에서 일어났다.김초현과 강영에게 말했다.“이젠 가자.”세 사람이 지씨 가문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강서준은 운전하면서 강영에게 물었다.“모용추가 그렇게 강해?”강영이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 강씨 가문에 고문 전쟁에 대한 자료가 극히 적어서,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할아버지도 모르고 계셔서 내게 말해 준 적도 없고요.”“휴.”강서준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모용추가 최후의 목표라면 매우 까다로워진다. 그를 죽이려면 지금 실력으로 어림도 없으니까.강영이 말했다.“지금 확실해졌네요. 고 선생, 고세인이 폭로한 거네요. 전에 추측했던 것도 입증해야 되니 고 선생을 만나야겠어요. 그래야 강천이 말한 것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그
”고지민이에요.”휴대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고지민은 바로 천수 저택에 갈 수 없어 미리 김초현의 연락처를 알아낸 것이다.이름을 듣자 김초현이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강서준이 물었다.“누구예요?”김초현이 작게 말했다.“고, 고지민이요.”강영은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눈살을 찌푸렸다.“고지민이 왜 연락을 했죠?”김초현이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이시죠?”“강서준 씨 옆에 있어요?”“없어요, 저한테 말씀하셔도 돼요.”“아니요. 강서준과 얘기할 거예요.”김초현이 강서준을 힐끗 쳐다봤다.“강서준이다. 무슨 일이지?”휴대폰에서 고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전화로 말하기 곤란해요. 만나서 얘기하죠. 그쪽에서 인적 드문 곳으로 정하세요. 교토 세력들이 주시하고 있으니 우리가 만나는 걸 눈치채면 안 되니까. 주소를 보내면 내가 그곳으로 갈게요. 뚜뚜뚜…”김초현이 물었다.“고지민이 왜 이런 시기에 연락했을까요?”강영이 생각했다.“분명 서준 오빠가 구현을 폐인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무서우니까 먼저 협조를 구하려는 것 같은데 그러면 저희야 완전 고맙죠.”“먼저 협조를 구한다고요? 설마요.”김초현은 믿지 않았다.“비상시기에 고지민의 꾀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요.”강영이 말했다.“장소와 시간은 오빠가 정하니 걱정하지 마세요.”강서준은 걱정하지 않았다.고지민이 아니라 고세인이라고 해도 무섭지 않았다.절대적인 세력 앞에서 그 어떤 음모도 무용지물이 아닌가?“방에 들어가 쉬어. 난 고지민과 만날 장소를 알아봐야겠어.”강서준이 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전에 남황 사령관 신분으로 교토의 세력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지금 천수라는 신분이 있으니 뭘 하든 쉬웠다.오늘 저녁 어느 술집에서 고지민과 만나기로 했다.강영이 동행했다.김초현은 두 사람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며칠 전에 가문에서 가끔은 눈을 감아줘야 된다는 말이 떠올라 아예 따라가지 않고 집에서 무공을 수련하기로 했다.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강서준과 강영이
무대 위에 오른 여자는 이수빈이었다.남황 이 장군의 딸이자 연예인.꽤 잘 나가서 연예계에서도 어느 정도 유명세가 있다 들었다. 그런 이수빈이 왜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지 알 수 없었다.“왜 그래요, 아는 사람이에요?”강영은 제법 섹시하게 차려 입고 무대 위로 올라가는 여자를 보며 물었다.“응, 만난 적이 있어. 남황의 장군 딸이야. 그 장군은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전사했지만.”“그렇군요.”이수빈은 가슴골이 드러나고 투명한 재질의 원피스를 입어 뽀얀 피부가 보일 듯 말 듯하고 하얀 레이스 브라도 보였다.무대에 올라서자 환호 소리로 들끓었다.“이수빈.”“이수빈.”“이수빈.”고함 소리, 환호 소리 각종 소리가 섞여 분위기가 고조에 달했다.이수빈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드디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데 목소리가 세상 부드럽고 감미로웠다.한 곡을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가려고 할 때 30대 중반의 남자가 앞길을 막았다.남자가 이수빈 앞에 서더니 지갑에서 두툼한 지폐 뭉치를 꺼내 이수빈의 가슴골에 우겨 넣었다.“벗어 봐, 네가 벗으면 이 돈을 다 가져도 돼.”그리고 지갑을 거꾸로 들고 남은 지폐들을 모두 쏟아냈다.그 바람에 무대 아래에서 난리가 났다.“벗어!”“벗어!”이수빈이 옷을 벗을 때까지 소리를 지를 기세였다.“전 노래만 불러요.”이수빈이 웃음을 잃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돌아서서 내려가려고 할 때 남자가 팔을 잡아당기더니 짝!남자가 다른 손으로 이수빈의 뺨을 쳤다.“야, 곱게 얘기할 때 들어.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벗으라면 벗어야 되는 사람이야. 벗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못 나가. 알겠냐?”“해진 형 멋져요.”“역시 해진 형이 있어야 재밌어요!”“오늘 이수빈의 옷을 벗게 만들면 맥주 한 박스 마실게요.”“카메라 준비됐어요. 촬영 시작해요!”…주변에서 남자의 편을 들어 같이 떠들어댔다.대부분 이 술집의 단골 손님이니 당연히 이 남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교토에서 연예인을 술집 아가씨로 여기는
강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좀 더 지켜보자.”고지민을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런 사소한 일로 그르치고 싶지 않았다.이수빈이 다급하게 일어나더니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그제야 해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수빈의 체면을 깎아내릴수록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해진이 갑자기 손을 뻗어 이수빈의 원피스를 찢어버렸다.쫘아아악!그 순간 하얀 피부가 드러나고…당황한 이수빈이 바로 손으로 몸을 가렸지만 역부족이었다.“하하하.”“몸매 좋네. 피부 봐라, 엄청 하애.”강서준은 차마 볼 수 없었다.바로 2층에서 뛰어내려 안정된 자세로 착지했다.쿵!지진이 일어날 듯이 바닥이 흔들리자 모든 사람들이 얼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누구야?”“뭐야? 방금 그건?”“2층에서 뛰어내린 거야? 미쳤어!”오늘 강서준은 검정색 외투에 검정색 캡모자를 썼다. 얼굴을 가리고 고지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해진도 경악했다.하지만 강서준의 표정을 보고 바로 눈치를 챘다.“이 자식아, 영웅 행세라도 하게? 누구 관할인지나 보고…”말이 끝나기 전에 강서준이 돌려차기를 날렸다.건장한 해진이 몇 미터 밖으로 가볍게 날더니 바로 무대 아래에 볼품없이 떨어졌다.강서준이 외투를 벗어 이수빈에게 걸쳐주었다.“고, 고마워요. 빨리 도망가세요. 저 사람은…”자신을 도와준 남자의 얼굴을 가까이 보고서야 이수빈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당신… 강… 강서준?”강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남황 갔을 때 내가 연락처를 줬잖아요. 곤란한 일이 있으면 전화를 했어야죠. 어떻게 술집에 와서 노래를 불러요?”“그게…”이수빈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잊지 못했다.“이 자식아. 너 오늘 딱 걸렸어.”무대 아래서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해진이 경비원을 부른 것이다.주변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자리를 내주며 뒤로 물러났다.경호원들이 손전등을 들고 무대를 둘러쌌다.해진이 무대 위로 올라와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어딘 줄 알아? 내 구역이야. 네가 아
강서준은 통화를 마치고 이수빈의 팔을 잡았다.“여기서 나가요.”“네.”두 사람이 술집에서 나오자 강영도 뒤를 따라 나왔다.강서준이 고지민에게 연락했다.“죄송합니다. 상대방의 전화가 꺼져 있습니다.”강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왜 꺼져 있지?”뒤를 따르던 강영이 말했다.“교토성에서 가문과 세력들 관계가 복잡해요. 고지민도 조심하는 거예요. 발견되면 바로 죽음이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다시 기회를 만들어 봐요.”가문이든 세력이든 강서준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이수빈에게 물었다.“식사는 했어요?”이수빈은 고개를 저었다.강서준은 이수빈을 데리고 근처 식당에 들어가 조용한 룸을 안내해 달라고 요구했다.룸에서 강서준이 물었다.“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어떻게 된 일이에요?”이수빈이 따뜻한 물을 가볍게 마셨다.“우리 집 망했어요. 의붓아버지가 도망가면서 모든 빚을 엄마한테 떠넘기는 바람에 집안에 돈이 되는 물건은 다 팔고 제가 그동안 모았던 적금도 다 깼지만 어림도 없더라고요. 연예계에서도 강퇴당해서 술집에 오게 됐어요.”강서준이 물었다.“빚이 얼마 남았어요?”“몇 천억은 되겠죠?”정확한 숫자는 알지 못했다.“뭐가 그렇게 많아요?”강서준이 얼굴을 찌푸렸다.“의붓아버지는 뭐 하시는 분이에요?”이수빈이 대답했다.“과학기술회사를 차렸어요. 자산도 어느 정도 되고 몸값도 꽤 나가던데 무슨 일로 큰 인물에게 밉보였는지 그 뒤로 파산하고 사라졌다고 엄마가 그러더라고요.”“회사 이름은? 내가 조사해볼게요.”“XL과학기술회사요.”강서준이 휴대폰을 들고 연락처를 검색하더니 통화 버튼을 눌렀다.“XL과학기술회사가 파산한 이유를 알아보세요. 그리고 이 회사의 대표가 어디에 있는지도.”“용수님, 고맙습니다.”이수빈은 고마워 어쩔 줄 몰랐다.“고맙긴요. 이 장군의 딸인데 당연히 보살펴드려야죠. 전에 한 말 기억하고 있어요? 곤란한 일이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요. 그나저나 연예계에서 왜 강퇴당했어요?”이수빈 감추지 않고 털어놓았다.
”얼마나 기다려야 되지?”“이틀 뒤에 다시 연락해.”“서둘러.”간단한 대화가 오가는 사이 군부대에 거의 도착했다.사무실에 들어가는 길에 병사들이 모두 경례를 올렸다.천수 사무실.강서준은 의자에 앉고 앞에 다섯 명의 장군이 한 줄로 서서 있다.강서준이 그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천자가 죽은 뒤 누가 적염군을 책임졌어요?”조남이 나서서 대답했다.“김 장군이 책임졌습니다.”“사무실로 부르세요.”적염군 장군들의 자료에서 본 기억이 났다.김 장군 본명은 김국봉, 나이 55세, 별 3개를 단 장군이다.“네.”“됐어요, 그만들 가보세요.”장군들이 나가고 조남이 남았다.“무슨 일이 있어요?”조남이 웃으면서 말했다.“천수님, 혹시 천자의 잔당을 치우시려는 겁니까?”강서준이 흥미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다 국민을 위해 복무하는 군인인데 잔당이 어디 있습니까? 정돈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내 눈 밑에 좀벌레가 있는 건 참지 못해서.”“천수님, 저한테 증거가 있습니다.”조남이 소리를 낮춰 말했다.“그래요?”강서준이 관심을 보였다.조남이 USB를 건네며 말했다.“몇 년 동안 누구도 모르게 모은 자료입니다. 군부대에서 적지 않은 거물들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괜히 제가 화를 당할 것 같아서 그동안 밝히지 않았습니다.”강서준은 보기만 할 뿐 받지 않았다.“지금은 안 무서워요?”조남이 정색했다.“저는 천수님이 다른 사람들처럼 오염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이 자료를 뿌리면 국가에서도 처리해주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천수님이라면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으니 잘 해결할 거라 믿습니다.“알았어요, 가 보세요.”강서준이 USB를 받자 조남이 바로 돌아서 사무실에서 나왔다.긴장한 탓인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이 자료를 내놓으면 앞길은 망치고 보복당할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두렵지만 강서준의 인성을 알아 보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강서준이 천자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왕이 강서준을 천자 자리에 올렸다는
군사 구역 밖에 있던 김국봉은 소식을 받자마자 부지런히 출발했다. 그리고 반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강서준의 앞에 나타났다."천수님..."급하게 달려온 김국봉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잔뜩 맺혀 있었다.강서준은 눈앞의 50대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는 3성 장군으로 적염군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였다. 천자가 죽은 후에는 적염군은 임시로 통솔하기도 했다."김 장군...""네, 천수님. 말씀하십시오."김국봉의 얼굴은 땀으로 흥건했지만 닦을 새도 없이 빠르게 답했다."대하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가 어디죠?"김국봉은 주저 없이 답했다."저는 당연히 교토라고 생각합니다.""맞아요, 적염군이 지키고 있는 교토는 아주 안전했었죠. 하지만 천자가 죽은 뒤로부터는 약간 달라졌다고 들었는데요?"강서준의 태연한 표정에도 김국봉은 몸을 흠칫 떨며 물었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교토에 XL과학기술회사라는 곳이 얼마 전 파산했다죠? 대표는 도망가고, 빚은 연예인인 따님이 지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엔터 회사는 영향을 받게 될까 봐 따님과의 계약을 해지했고요. 만약 법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다면 따님은 왜 책임을 지게 되었고, 또 회사는 왜 계약 해지를 했을까요?""그런 일이 있었습니까?"김국봉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바로 조사를 시작해서 내일 아침 만족스러운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위법 행위가 있다면 절차대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그래요. 내일 아침에 기다리죠."강서준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몸을 일으켜 멀어져갔다. 그는 이미 따로 조사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군사 구역까지 왔다.강서준이 떠난 후, 김국봉은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새로 부임한 지도자는 예나 지금이나 성격과 배경을 뒤로하고 무언가 변화를 주려고 한다. 그래서 김국봉은 강서준의 미래 행적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빠르게 사무실로 돌아가 비서에게 말했다."10분 후 회의를 열 테
강서준은 뒷좌석에 가서 앉았다. 그의 곁에는 4,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검은색 외투를 입고,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낀 채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완벽한 가림막 덕분에 얼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고지민은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한바탕 변장을 거친 그녀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몸을 돌리더니 모자를 쓰고 있는 강서준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또 보네요."강서준은 고지민을 힐끗 바라봤다. 이렇게 어린 소녀가 그동안 자신을 골탕 먹였다는 게 살짝 놀랍기도 했다. 그는 또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이제 그만 정체를 밝히시죠."고세인은 커다란 선글라스를 벗었다. 강서준은 이제야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고세인은 그다지 특출나게 생기지 않았다, 외형만 보면 전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강서준."고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름은 수도 없이 들어서 익숙하지만, 드디어 이렇게 만나는군.""당신이 바로 천자의 배후인 고 선생, 고세인이에요?""그래.""고문인이 저를 무슨 이유로 만나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저희는 하는 일이 완전히 다른데 말이죠. 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하세요, 저는 빨리 가봐야 해서요."사실 강서준은 고세인이 자신과 만나려는 이유가 대충 짐작 갔다. 지금으로서 고세인이 할 수 있는 말은 합작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질문을 했다.고세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와 합작하고 싶어.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니까."고세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강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합작이요? 어떤 합작을 말씀하시죠?""알 만한 사람이 그만 모르는 척해요. 왕이 서준 씨를 밀어주는 이유는 선생님을 없애기 위해서잖아요. 서준 씨의 실력으로는 왕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에요. 그리고 저희는 목숨을 부지하는 조건으로 서준 씨와 합작할 생각이에요."고지민이 말했다."합작은 일단 내버려 두고 질문부터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