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12화

강서준은 뒷좌석에 가서 앉았다. 그의 곁에는 4,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검은색 외투를 입고,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낀 채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완벽한 가림막 덕분에 얼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고지민은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한바탕 변장을 거친 그녀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몸을 돌리더니 모자를 쓰고 있는 강서준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또 보네요."

강서준은 고지민을 힐끗 바라봤다. 이렇게 어린 소녀가 그동안 자신을 골탕 먹였다는 게 살짝 놀랍기도 했다. 그는 또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이제 그만 정체를 밝히시죠."

고세인은 커다란 선글라스를 벗었다. 강서준은 이제야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고세인은 그다지 특출나게 생기지 않았다, 외형만 보면 전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강서준."

고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름은 수도 없이 들어서 익숙하지만, 드디어 이렇게 만나는군."

"당신이 바로 천자의 배후인 고 선생, 고세인이에요?"

"그래."

"고문인이 저를 무슨 이유로 만나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저희는 하는 일이 완전히 다른데 말이죠. 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하세요, 저는 빨리 가봐야 해서요."

사실 강서준은 고세인이 자신과 만나려는 이유가 대충 짐작 갔다. 지금으로서 고세인이 할 수 있는 말은 합작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질문을 했다.

고세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와 합작하고 싶어.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니까."

고세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강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합작이요? 어떤 합작을 말씀하시죠?"

"알 만한 사람이 그만 모르는 척해요. 왕이 서준 씨를 밀어주는 이유는 선생님을 없애기 위해서잖아요. 서준 씨의 실력으로는 왕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에요. 그리고 저희는 목숨을 부지하는 조건으로 서준 씨와 합작할 생각이에요."

고지민이 말했다.

"합작은 일단 내버려 두고 질문부터 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