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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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의여설  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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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족 가문, 무관 가문의 귀족 영애로 태어난 최안여는 의선(醫仙)의 제자이기도 했다.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재능을 숨기고 조용히 지내던 최안여는 지체 낮은 집안과 혼사를 치렀다. 혼인한 지 3년 만에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전장에서 전사하였다. 그녀는 지아비가 데려온 둘째 부인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음 처자는 집안일이나 하는 아녀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난 의술을 가졌소. 나를 구하기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여인이니, 내 반드시 그녀를 아내로 맞이해야겠소!” 최안여는 씁쓸하게 웃으며 더는 당하지만 않으리라 다짐한다. 결국 합의 이혼을 한 최안여는 혼수를 들고 시댁에서 나와, 과부가 된 올케와 조카가 있는 진국공부(鎮國公府)로 돌아가 그들과 함께 진국공부를 일으켜 세우기로 한다. 뛰어난 의술로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던 중, 우연히 병약해 보이는 왕세자와 마주치게 된다. 그렇게 그의 은밀한 병을 치료하던 중, 왕세자는 갑자기 그녀를 안아버린다. “의관의 손길로 이 몸이 건강해졌으니, 내 이 몸으로 보답하리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왕세자와의 성대한 혼례였다. ‘지체 높은 가문과 재혼을 바랐던 것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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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대하, 고국왕 15년, 어느 봄날, 안남후부(安南侯府).“교지(詔旨)를 받들라!”소씨 가문(蕭家) 사람들은 이미 대문 앞에 모여있었다.소씨 가문의 노부인과 수년간 과부로 지낸 소량의 모친 양씨를 비롯한 하인들은 무릎을 꿇고 기다렸다.화려한 의복을 입고 있는 안남후(安南侯)의 식속들과 달리, 최안여는 소복을 입고 있었다.최안여는 정2품 진국공(镇国公)의 유일한 적녀(嫡女)이다.모든 전투에서 공을 세우며 백성들로부터 깊은 존경을 받았던 진국공 부자는 얼마 전 전장에서 함께 전사했다. 주상은 특별히 진국공의 국상(國喪)을 9일간 치르도록 윤허하였고 어제가 바로 7일장이었다.“왕께서 이와같이 말씀하셨다. 원 안남백(安南伯) 소량은 호로관 전투(虎牢關壹役)에서 용맹하게  공성 병력을 격퇴하고 남쪽을 지킨 공을 인정하여 안남후에 봉하며 특별히 야전 지휘관에도 임명하노라…”“호부원 외랑(戶部員 外廊)의 여식 임지음은 변경을 지키겠노라 자원하여, 의술로 병사들의 목숨을 구한 훌륭한 인재이도다. 안남후가 자신의 공으로 그녀와 혼례를 윤허하여달라 간청하였는바, 과인은 깊은 고민 끝에 안남후의 큰 공을 인정하여 일부이처(一夫二妻)를 허하노라. 두 사람은 택일(擇日)하여 혼례를 올리 거라.”촤안여는 순간 주위의 공기가 삭막하게 느껴지더니 모든 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들려왔다. 최안여의 부군, 소량이 장인어른과 처남의 장례를 치르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자신의 군공으로 둘째 부인을 들이는 것이었다.갑작스러운 교지에 최안여는 말문이 막혔다.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며칠간 잔뜩 긴장했던 가슴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아가야, 내가 미안하구나. 내 분명 이 일은 나중에 다시 논하자고 말했거늘…”양씨가 싸늘해진 그녀의 표정을 발견하고 급히 다가와 한마디 거들었다.그러나 최안여는 양씨의 손을 뿌리치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어머님께서는 제 억울함이 걱정되지만서도 임씨 가문의 낭자를 받아들일 생각에 기쁘시지요?”그녀의 반문에 양씨는 한동안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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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대하, 고국왕 15년, 어느 봄날, 안남후부(安南侯府).“교지(詔旨)를 받들라!”소씨 가문(蕭家) 사람들은 이미 대문 앞에 모여있었다.소씨 가문의 노부인과 수년간 과부로 지낸 소량의 모친 양씨를 비롯한 하인들은 무릎을 꿇고 기다렸다.화려한 의복을 입고 있는 안남후(安南侯)의 식속들과 달리, 최안여는 소복을 입고 있었다.최안여는 정2품 진국공(镇国公)의 유일한 적녀(嫡女)이다.모든 전투에서 공을 세우며 백성들로부터 깊은 존경을 받았던 진국공 부자는 얼마 전 전장에서 함께 전사했다. 주상은 특별히 진국공의 국상(國喪)을 9일간 치르도록 윤허하였고 어제가 바로 7일장이었다.“왕께서 이와같이 말씀하셨다. 원 안남백(安南伯) 소량은 호로관 전투(虎牢關壹役)에서 용맹하게  공성 병력을 격퇴하고 남쪽을 지킨 공을 인정하여 안남후에 봉하며 특별히 야전 지휘관에도 임명하노라…”“호부원 외랑(戶部員 外廊)의 여식 임지음은 변경을 지키겠노라 자원하여, 의술로 병사들의 목숨을 구한 훌륭한 인재이도다. 안남후가 자신의 공으로 그녀와 혼례를 윤허하여달라 간청하였는바, 과인은 깊은 고민 끝에 안남후의 큰 공을 인정하여 일부이처(一夫二妻)를 허하노라. 두 사람은 택일(擇日)하여 혼례를 올리 거라.”촤안여는 순간 주위의 공기가 삭막하게 느껴지더니 모든 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들려왔다. 최안여의 부군, 소량이 장인어른과 처남의 장례를 치르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자신의 군공으로 둘째 부인을 들이는 것이었다.갑작스러운 교지에 최안여는 말문이 막혔다.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며칠간 잔뜩 긴장했던 가슴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아가야, 내가 미안하구나. 내 분명 이 일은 나중에 다시 논하자고 말했거늘…”양씨가 싸늘해진 그녀의 표정을 발견하고 급히 다가와 한마디 거들었다.그러나 최안여는 양씨의 손을 뿌리치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어머님께서는 제 억울함이 걱정되지만서도 임씨 가문의 낭자를 받아들일 생각에 기쁘시지요?”그녀의 반문에 양씨는 한동안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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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궁으로 가는 마차 안.단청이 분노에 차서 말했다."염치없는 집안 같으니라고. 마님… 아니, 아씨께서 그곳에 계속 계시는 것이야말로 불행한 일이 옵니다.”단주도 단청의 말에 동감하지만 그럼에도 걱정스러웠다.“진국공부엔 대감과 대감 마님이 떠나신 뒤로, 조카님이신 영공 저하와 부인만 계시옵니다. 아씨께선 어디로…” 최안여가 단주의 말을 끊었다.“어디를 가든 저 배은망덕한 자들과 함께 사는 것보단 낫지 않겠느냐?”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늘 자중하면서 능력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왔다. 또한 아버지의 뜻을 따라 자기보다 미천한 가문에 시집을 가 안위를 지키려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데 걸린 시간은 햇수로 2년이었다.더는 숨죽이며 살지 않기로 했다.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과부가 된 오라버니댁과 조카였고 어떻게든 진국공부를 지켜야 했다.“단백에게 알렸으니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우린 전하를 알현할 준비만 하면 된다.”단청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단주는 점점 가까워지는 궁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아씨, 전하께서 정말 우리의 사정을 들어주실까요?"최안여가 차분하게 답했다“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공신과 부모와 형제를 여읜 고아 중 누구의 공이 더 크겠느냐? ”순간, 마차 안에 침묵이 찾아왔다. “아이를 조심하십시오!”외마디 고함 소리와 함께 거리가 혼잡해졌고 마차 한 대가 급히 돌진해 오는 아이를 피하고자 방향을 틀다가 그녀가 타고 있는 마차와 부딪힐 뻔했다.“괜찮으십니까?”마부가 마차를 멈추며 그녀를 먼저 살폈다.“송구하옵니다. 급히 방향을 틀다 보니 모두를 놀라게 했사옵니다. 주인님께서 모든 손해를 책임지시겠다고 하옵니다… 혹, 안남후부의 어느 귀인께서 타고 계시는지요?” 다른 마차의 마부가 달려와 물었다. 그의 뒤를 따르던 시위(侍衛)는 이미 주변 상인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었다.그녀도 살짝 놀랐지만, 두 마부가 능숙하게 상황을 처리했기에 큰 문제를 삼지 않았다.“괜찮소. 급히 가야 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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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 말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최안여는 사람들을 돌아보더니 말을 이어갔다.“내가 소씨 가문에 시집온 지 두 해, 집안 어른들께 효도했고 시누이를 보살피며 어떤 잘못도 범하지 않았소. 가족을 떠나보낸 것도 모자라 이런 모욕까지 당했으니, 내 기필코 소씨 가문과 인연을 끊을 것이오. 오늘부터 노부인께 드리던 약포(藥鋪)의 귀한 약재며 큰마님께서 비단 집에서 고른 의복이며 소설령 낭자의 장신구 비용들은 더는 내 혼수로 장만할 수 없으니 못 받은 돈은 안남후부로 가서 결산 받으시오.” 그간 며느리의 혼수로 호화롭게 산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어쩐지, 몰락한 소씨 가문이 여유롭게 산다고 했더니…”“며느리의 혼수를 쓰면서 며느리를 이리 못살게 굴어서야…”허심이 의관을 데리고 급히 달려와 여인을 다시 진찰하게 했지만, 최안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사람들 이목이 의관에게 집중된 사이, 그녀가 남자에게 말했다.“잠시 말씀 좀 나누지요.” 남자는 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 없이 그녀 뒤를 따랐다. 둘은 마차 옆에 멈췄다.“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남자는 평온해 보이는 최안여에게 호기심을 느꼈지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차갑고도 냉정한 모습이 그와 잘 어울렸다.“단청, 해독약.”그녀는 남자가 거절하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아씨의 뜻을 알 수 없었던 단청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소매에서 도자기 병을 꺼내, 그 안에서 약 한 알을 꺼냈다. “이것은 의선이 만든 해독약으로 어떤 독이든 해독할 수 있사옵니다. 지금 나으리께 필요해 보입니다.”그녀의 말에 남자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내가 중독된 것을 단순히 보고 알아차린 것인가?’사실 남자는 그녀가 의선이 만든 약을 가지고 있는 것에 더욱 놀랐다. 의선의 약은 하도 귀해 시중에서는 거래되지도 않을뿐더러, 최안여는 여러 알을 소지하고 있었다. 순간, 남자의 뇌리로 많은 여러 생각들이 빠르게 스쳐 지났지만, 궁금증을 억누르고 담담하게 물었다.“나는 무엇을 하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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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최안여의 입궁 소식에 소씨 가문 사람들은 좋은 날 손님을 맞이할 기분도 나지 않았다.임지음도 눈치껏 귀가하겠다며 일어섰고 소량은 다정한 위로를 건네며 그녀를 집까지 배웅했다. 예상외의 선전에 흥이 났던 그녀는 대문을 지키고 있는 수위에게 은자까지 내렸다.임씨 가문의 하인들도 자기네 아씨께서, 부모님 몰래 전장으로 나간 사고뭉치 아씨께서 조만간 신분 상승을 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알 수 없는 연유로 임씨 가문의 대문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줄을 서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집 안에 있던 사람들도 소란스러운 광경에 궁금증을 못 참고 살펴보았다.사람들이 건넨 축하의 말에 임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 댁 여식이 전공을 앞세워 부모 형제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가정이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지요?”축하는 커녕 모욕을 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 임지음은 분노에 휩싸였다.“여기가 뉘 댁인 줄 알고 소란을 피우는 게요!”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는 딸이 안쓰러웠던 온씨(溫氏)가 크게 호통쳤으나 아무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커다란 글자가 선명하게 적힌 방문(榜文)을 펼치더니 소리 높여 읽었다. “임씨 가문의 효녀는 다른 사람의 서방을 빼앗기 위해 군공을 세운 것으로, 이는 부친의 정치적 생명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닐 지뢰다.”“변경에서 안남후와 수차례 동침한 임씨 가문의 적녀가 귀경하던 중 회임까지 했으니, 이 얼마나 감축할 일인가.”방문에 적힌 내용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특히 두 번째 방문에 적힌 진국공 부자가 전사한 와중에도 밀회를 가지다가 결국 회임까지 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내 여식은 절개를 잃지 않았을뿐더러 군공을 세운 공신으로 추대받았고 왕비마마께서도 찬탄을 금치 못하셨다. 내 여식을 모욕한 자들을 용서치 않겠다!”호부원 외랑이었던 임지음의 부친, 임지원(林志遠)이 으름장을 놓자, 사람들은 그제야 조용해졌다. 이 틈에 온씨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무 근거도 없는 소문으로 전하와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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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서둘러 마차에서 내린 최안여는 소씨 가문으로 달려갔다.가까이 갈수록 소란스러운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소씨 가문 사람들은 양심을 팔아먹은 것이오? 어찌 이리 뻔뻔하고 몰상식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오! 벼락 맞아 죽을 인간들이 여기 다 있었구려!”“어떤 집안에서 장인과 처남이 세상을 뜨자마자 첩을 들이는지 물어보시오. 전하께 둘째 부인을 들이는 것을 윤허하여달라 청한 것도 모자라 본처를 내쫓고 첩을 그 자리에 앉히려 하다니, 조상님들 격분이 두렵지 않소? 자손들 보기 부끄럽지 않소?” “진국공부에 우리 모자가 있는 한, 아무도 우리 시누를 괴롭힐 수 없네! 과부까지 된 마당에 뭐가 겁나겠소?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시누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니 그리 아시오!”진국공부의 위세를 홀로 지키고 있는 사람이 그녀의 오라버니댁인 것을 알게 된 최안여는 가슴이 뭉클했다. 지아비를 잃은 부인으로, 한 아이의 어미로 겪은 압박감이 결코 자기보다 작지 않음에도 자기를 위해 싸우고 있는 올케를 보자 최안여는 든든했다.“내 오늘 오지 않았다면, 우리 시누의 혼수로 첩과 혼례를 치렀을테지. 지금 진국공부에 가장이 없다고 이리 멸시하는 게요?”“랑(琅)아, 이 자들의 얼굴을 잘 기억해두렴. 너의 고모를 괴롭힌 자들이니, 네가 자란 뒤에도 이들이 살아있다면 반드시 너의 고모 앞에 무릎을 꿇려 사죄하게 해야 하느니라. 특히 안남후, 저 배은망덕한 자는 꼭 기억해야 한다. 비열한 자이니 혹여 네가 저런 사람이 되면, 이 어미는 널 아들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최씨 가문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양자옥(梁紫玉)의 호통 소리만 들릴 뿐, 소씨 가문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최안여는 양자옥에게 다가가 말했다. “올케…”정신없이 호통을 치던 양자옥이 최안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아무 말도 못 한 채 눈물을 떨궜다.“아가씨, 많이 늦었지요? 벼락 맞아 죽어도 모자랄 인간들이 이런 짓을 꾸밀 줄이야.”올해 여섯 살이 된 최랑이 최안여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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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내관이 오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소씨 가문 사람들은 최안여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살짝 긴장했다. 양자옥도 놀란 눈치였다. “안심하세요.” 최안여는 양자옥의 손을 가볍게 두드린 후, 최랑을 자기 옆으로 끌어당겨 함께 무릎을 꿇고 교지를 받들 준비를 했다.“왕께서 이와같이 말씀하셨다. 안남후가 국상 기간에 첩을 들이려 한 것은 윤리를 인간의 도리를 어긴 것이니라. 과인은 안남후의 전공을 인정하여 선례를 열었기에 진국공의 여식이 간청한 휴부는 불허하였으나 두 사람의 합의 이혼은 허락하는바, 즉시 효력이 발생하니 안남후부는 삼일 이내에 지난 두 해 동안 소비했던 진국공의 적녀, 최안여에게 은자 75만 냥을 반환하라.” 소량은 넋이 나갔다. ‘전하께 휴부를 간청해?’“미친 게 아니고서야, 가족을 여읜 여인이 지아비도 없이 살수 있을 것 같소? 받아줄 사람이 있을 것 같소?”소설령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은자 75만 냥을 반환할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가족들이 다 같이 도둑질라도 하십시오.” 최안여는 그들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만일 교지에 불만이 있거든 궁으로 가 전하께 어명을 거둬달라 청하십시오.”지난번 자기가 했던 말을 최안여가 그대로 되돌려주자, 보기 안 좋았던 노부인의 얼굴이 흉측하게 변했다.일가족을 살펴본 내관은 곧장 떠났고 소량은 그제야 큰소리 치기 시작했다.“그간 좋게 대했더니 점점 선을 넘는구려!”“교지에 적힌 대로, 시누는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자기 물건을 찾아가는 게 당연지사 아니오? 안남후, 언행을 조심하시게.”양자옥이 나서서 그녀의 편을 들었다.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양씨가 입을 열었다.“영공 저하 부인…”“주상께서 서방님을 호국 대장군에 봉하셨기에 나도 이제부터 장군 부인이네. 우리의 인연을 언급하려거든 삼가시오. 우린 이제 아무 사이 아니잖소?”선을 긋는 양자옥의 말에 양씨가 살짝 민망해하더니 한마디 했다. “분명 무언가 잘못…”“기어코 나쁜 소리를 하게 만들 작정이오?”양자옥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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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임씨 가문.“회임한 사실을 최안여가 어찌 안 것이냐?”온씨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임지음은 절망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당당하게 안남후부로 입성하려 했던 계획이 최안여 때문에 수포가 되었고 힘들게 쌓은 명성까지 잃었다.“어머니, 소녀 정말 몰랐습니다.”임지음이 쉰 목소리로 힘없이 말했다.“그 집안 노부인이 너무 기쁜 나머지 입을 나불거린 것 같습니다. 소씨 가문의 어른 중 한 명은 견이망의(見利忘義)의 전형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소리장도(笑裏藏刀) 그 자체이니 누이가 분명 고생할 것입니다.”소설령이 마음을 품고 있는 임지음의 오라버니, 임천(林川)이 불평을 늘어놓았다.임지원은 창백한 얼굴로 말을 아꼈다.“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느냐? 너 하나 때문에 우리 가문은 명성을 잃었다.”“최안여 그 여인은 진국공부가 망한 마당에 안남후에게 붙어있지 않고 끝까지 싸우려 드는지 알 수가 없구나.”온씨는 차마 자기 여식을 원망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 안남후에게 달려있습니다. 반드시 우리가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며 누이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할 겁니다.”임천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여인이 보상을 거부하면 어찌합니까? 혼수를 내놓고 가라 강요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임지음이 걱정스레 말했다. “그것까지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리라. 안남후가 우리 가문에 마음을 보이겠다고 했으니, 그의 행동을 지켜보자꾸나. 걱정 말거라. 비록 임씨 가문 세력이 강하진 않으나 숙부님과 외조부께서 네 편이 되어주실 거다.” 시름이 놓이지 않았던 임지음은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지 고뇌했다.그때, 하인 하나가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대감마님, 마님 큰일 났사옵니다.”하인의 말에 임지원은 가슴이 철렁했다.‘오늘 겪은 일로 충분하거늘, 아직 뭐가 남은 것인가?’“웬 소란이냐!”온씨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호국 대장군댁 부인께서 오셨습니다.”임지원과 온씨는 말문이 막혔다. 그들은 진국공부가 쫄딱 망했다고 여겼다. “과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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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임씨 가문은 체면 때문이라도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동생, 무슨 뜻인가? 우리가 진국공 부자를 얼마나 존경하는데, 그런 요구를 할 리 없잖소. 안남후부의 하인이 말을 잘못 전달하는 바람에 안남후도 오해한 것 같네.”임지음은 이런 상황에서조차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돌리며 변명했다.“죽을 생각은 없나 보군.”“다음에 만날 때는 동생이라고 좀 하지 마시오. 난 낭자처럼 천박하지도 않네. 한데, 내 어찌 낭자 동생일 수 있단 말이오?”옆에서 듣고 있던 임천이 나섰다. “말이 지나치군. 누이가 이 정도로 사죄했으면 받아줄 줄도 알아야지.” “우리 시누가 뭐 그리 지나쳤는지 말해보게. 누이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도 웃으면서 참으라 할 것이오?”임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기가 이중잣대 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임지원이 입을 열었다.“장군 부인과 최씨 낭자의 심정을 소관(小官)도 이해하나 이렇게 집까지 찾아와 시비를 걸 필요는 없다고 여깁니다. 제 여식은 공을 세웠지,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변경에서 병자를 치료한 공이 있고 관건적인 순간, 안남후를 구한 것도 공이지요. 안남후가 여식과 혼례를 올리겠다고 한 것도 우리 가문 입장에선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불만이 있으시거든 안남후부에 불만을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온씨가 얼른 말을 이었다.“같은 여인끼리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팍팍한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구태여 서로를 괴롭히며 살아야 하는지요?”백성들이 술렁이며 동요하자 임지음이 재깍 말을 덧붙였다. “처음부터 동생 자리를 포함한 어떤 것도 빼앗지 않는다고 그리 말했거늘… 그럴 생각 아니었다고 그리 말했거늘…”최안여는 그들의 변명을 예상하였기에 놀랍지 않았다. “그러시오? 어쩔 수 없어서 하필 부형의 상을 치를 때 안남후를 찾아와 난동을 피우며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라 한 것이고, 어쩔수 없이 안남후부까지 찾아가 인사를 올린 것이며, 어쩔 수 없이 회임을 빌미 삼아 첩으론 못 산다고 한 것이오?”양자옥이 싸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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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최안여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못할 겁니다. 부형을 전장에서 잃고 상을 치르는 여인에게 혼사를 꺼내는 것은 효를 중요시하는 예법에도 어긋납니다.”양자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 말씀하시니 안심이 됩니다. 진국공부에 아직 랑이가 있고 진국공의 작위도 거둬들이지 않았으니, 아무도 우리 가문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잠시 고민하던 최안여는 올케에게 진실을 알려주기로 했다.“올케, 아버님과 오라버니께서 전하의 의심을 풀기 위해 굳이 병사를 이끌고 출정한 것이고 신분이 미천한 소씨 가문과 사돈을 맺은 겁니다. 만일 내가 오늘 일을 크게 벌여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았다면, 임지음의 회임 사실을 떠들고 다니지 않았다면 합의 이혼을 윤허한다는 교지도 받지 못할 겁니다.”깜짝 놀란 양자옥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안여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소량이 전공으로 전하를 압박했기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겁니다. 그간 아버님과 오라버니는 아무리 대단한 전공을 세우더라도 전하께 무엇을 요구한 적은 없습니다. 한데, 갓 작위를 받은 신 귀족이 문무백관 앞에서 전례 없는 상을 요구했으니, 전하께서도 제가 대신 나서서 그 집안을 망신 주기를 바랐을테지요.”양자옥이 심란한 얼굴로 말했다.“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하께서 기탄하지 않았다면 이런 출신 배경을 가진 제가 최씨 가문에 시집오는 일도 없었겠네요.”최안여는 다시 한번 양자옥의 손을 꽉 쥐었다.“올케, 진국공부가 올케를 집에 들인 것이 정말 그 연유일 수도 있지만,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오라버니까지 전부 진심으로 올케를 대했습니다.”“이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건 우리 둘뿐입니다. 출신 배경 상관 없이, 우리는 하늘이 정해준 올케와 시누이입니다.” 그녀의 말에 양자옥은 코끝이 찡했다.“오늘 올케가 랑이를 데리고 그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소씨 가문을 떠난 뒤 어디에서 정착해야 할지 몰랐을 겁니다.”최안여가 울음을 참으며 말하자 양자옥은 당황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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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다음날.사람들은 아침 댓바람부터 소씨 가문으로 모여들었다.선두에 있는 노인은 최안여 때문에 점포에서 쫓겨났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은 관아(官衙)까지 잡혀갔다. “최안여가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게요?”“갑시다. 가서 따집시다.”사람들은 기세등등하게 나갔다.양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대로 보내면 네가 곤란해지는 것 아니냐?”소량은 오히려 최안여가 곤경에 처하기를 바랐다.“어머님, 소란을 피우게 놔두십시오. 우선 임씨 가문부터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황상께서 혼례를 윤허하셨으니 우리도 그 댁에 성의는 보여야지요.”노부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임씨 부인의 외가는 고명한 가문이다. 지음 낭자의 외조부가 태사(太師)이고, 숙부는 재신이시다. 혼례를 올리면 너를 비롯한 우리 가문이 임씨 부인의 온씨 가문과 친인척 관계가 될 것이고 아무도 너를 무시 못 할 것이다. 조당의 도움도 받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최안여를 압박해야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그때 가서 우리가 혼수 들고 오면 첩으로 들이겠다고 요구하면 된다. 감지덕지하면서 혼수 들고 올 거다.”노부인은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즐거워했다. 눈앞의 문제를 이미 해결한 것처럼 좋아했다. 진국공부 대문 앞에 도착한 사람들은 무작정 들어갈 수 없었는지 앞에서 소리쳤다.“나와 우리한테 설명하시오!”“진국공부가 이리 백성을 괴롭혀도 되는 것이오?”“나와 보시오!”“…”춘란각(春蘭閣)은 최안여가 혼전에 묵었던 규방이다.동풍이 낡은 창틀을 지나 흘러들었고 눈 부신 햇살은 창살을 타고 들어와 탁자 위에 내리쬈다.그녀는 오라버니가 생전에 변경에서 보내준 늑대 이빨을 손끝으로 만졌다. 날카로운 날이 손가락을 찔렀지만 개의치 않았다.“아씨, 소씨 가문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단청이 화가 난 목소리로 보고했다.단주가 옆에서 막지 않았다면, 단청은 당장 뛰쳐나갔을 것이다.“그래, 슬슬 살길을 알려줘야겠구나.”자리에서 일어난 최안여는 탁자 위에 있는 작은 함에 늑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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