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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마의여설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09 15:36:29
다음날.

사람들은 아침 댓바람부터 소씨 가문으로 모여들었다.

선두에 있는 노인은 최안여 때문에 점포에서 쫓겨났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은 관아(官衙)까지 잡혀갔다.

“최안여가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게요?”

“갑시다. 가서 따집시다.”

사람들은 기세등등하게 나갔다.

양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대로 보내면 네가 곤란해지는 것 아니냐?”

소량은 오히려 최안여가 곤경에 처하기를 바랐다.

“어머님, 소란을 피우게 놔두십시오. 우선 임씨 가문부터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황상께서 혼례를 윤허하셨으니 우리도 그 댁에 성의는 보여야지요.”

노부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임씨 부인의 외가는 고명한 가문이다. 지음 낭자의 외조부가 태사(太師)이고, 숙부는 재신이시다. 혼례를 올리면 너를 비롯한 우리 가문이 임씨 부인의 온씨 가문과 친인척 관계가 될 것이고 아무도 너를 무시 못 할 것이다. 조당의 도움도 받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최안여를 압박해야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때 가서 우리가 혼수 들고 오면 첩으로 들이겠다고 요구하면 된다. 감지덕지하면서 혼수 들고 올 거다.”

노부인은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즐거워했다. 눈앞의 문제를 이미 해결한 것처럼 좋아했다.

진국공부 대문 앞에 도착한 사람들은 무작정 들어갈 수 없었는지 앞에서 소리쳤다.

“나와 우리한테 설명하시오!”

“진국공부가 이리 백성을 괴롭혀도 되는 것이오?”

“나와 보시오!”

“…”

춘란각(春蘭閣)은 최안여가 혼전에 묵었던 규방이다.

동풍이 낡은 창틀을 지나 흘러들었고 눈 부신 햇살은 창살을 타고 들어와 탁자 위에 내리쬈다.

그녀는 오라버니가 생전에 변경에서 보내준 늑대 이빨을 손끝으로 만졌다. 날카로운 날이 손가락을 찔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씨, 소씨 가문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단청이 화가 난 목소리로 보고했다.

단주가 옆에서 막지 않았다면, 단청은 당장 뛰쳐나갔을 것이다.

“그래, 슬슬 살길을 알려줘야겠구나.”

자리에서 일어난 최안여는 탁자 위에 있는 작은 함에 늑대 이빨을 조심스레 넣고 밖으로 나갔다.

문밖에 모인 사람들의 논쟁 소리가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때 진국공부의 대문이 천천히 열렸고 최안여가 담담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왜 우리의 일거리를 끊은 게요?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할 것이오!”

누군가 나서서 불만을 토로했다.

“옳소! 내 아들은 왜 잡아간 것이오?”

소씨 가문 사람들은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염치없고 뻔뻔했다.

“나라에는 국법이, 집에는 집안의 규칙이 있는 법, 가짜 장부를 만들었으니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게 인지상정 아니오?”

그녀의 말에 소씨 가문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직접 몽둥이를 들고 안 쫓아낸 것만으로도 내 이미 자비를 베푼 것이오.”

“그간의 정을 봐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일러주겠네.”

“전하께서 혼례를 윤허하셨으니 조만간 임씨 가문 여식이 소씨 가문으로 들겠지. 그 댁 여식이 효심이 지극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지? 분명 어려운 친인척들을 도울 것이오. 낭자의 숙부가 재신이라던데, 어쩌면 그 분이 직접 관아에 출두하여 자제를 빼내 줄 수도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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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일러주겠네. 오늘부로 다시 한번 우리 가문에 찾아와 난동을 피운다면 내 그대들에게 극악무도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겠네.”말을 마친 최안여가 손을 한 번 툭 치자, 여러 명의 시위가 막대기를 들고 우르르 몰려왔다.단청이 소리쳤다.“썩들 안 꺼지시오? 진국공부의 시위에게 매라도 맞아야 갈 것이오?”사람들이 허둥지둥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최안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곧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구나.’임씨 가문의 뒤뜰.임지원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안남후가 조회(朝會) 전후로 찾아와 사과하더구나. 우리 가문에게 제대로 된 성의 표시를 하겠다더구나.”임지음은 옆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들었다.임천이 한마디 했다.“당연한 것 아닙니까? 온 가족을 데려와서 속죄해도 모자랄 판입니다.”온씨는 임지원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오늘 오라버니께서 뭐라 하던가요?”임지원이 어두운 얼굴로 부인에게 말했다.“무슨 말을 하겠소, 우리더러 행동거지를 조심하라 하더이다. 혼례로 안 치르던 처자가 회임을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기에 전하께서 혼례를 불허했다면 첩으로 들었을 거라며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라 하더군.”임지음은 고개를 더 떨궜다.“외조카에게 어찌 그런 말을 하는지… 장인어른과 처남의 입지가 없었다면 회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댁의 며느리를 내쫓고 본처가 되진 못했을 거라 하더군.”온씨가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부모 형제가 전장에서 전사한 걸 빌미로 동정심이나 유발하는 이혼녀가 감히 내 딸의 인생을 망치려 했습니다. 반드시 대가를 치를게 할 겁니다.”임천의 눈빛이 번쩍였다.“어머님, 그 여인을 소자가 첩으로 들이는 건 어떻습니까? 평소엔 뒷방에 처박아두고 누이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괴롭히는 겁니다.”임천의 음흉한 계획은 하인에 의해 중단되었다.“대감마님, 마님, 사람들이 또 찾아왔습니다.”임지음은 또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미천한 것들!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소란을 피운다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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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일은 반드시 해명하겠소.”소량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최씨 가문 사람들을 쫓아냈음에도 임씨 가문 사람들은 분이 풀린 것 같지 않았다.“대단한 가문인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줄은 몰랐네. 안남후가 되자마자 벌써 누이의 머리 위에 올라가려 하다니.” 온씨가 불쾌한 듯 말했다.“회경하던 중에 안남후가 약에 중독되지만 않았어도 내 딸이 안남후와 가까이하지 않았을 것이고 회임하지도 않을 거요. 명성이 바닥칠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요.”하인들과 선물을 옮긴 임지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양씨가 황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가야, 그간 고생이 많았다. 며느리 교육을 못 한 내 탓이니, 원망하려거든 나를 원망하여라.”“어머님을 탓하라니요? 가족을 잃은 낭자가 안남후의 사랑을 받는 소첩을 투기하여 벌인 일입니다. 어머님 탓이 아닙니다.”“누이가 이리 너그럽습니다. 야박한 누구랑은 비교가 안 되지요. 그러니 하늘도 누이를 도운 것이겠지요.” 임천의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소량은 최안여의 체면을 최대한 세워주려 했다. 그럼에도 얼굴을 붉히며 자신과 따지는 그녀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얼마나 온화하고 세심한지, 거칠고 무지한 아녀자들과 다르오.” 분위기가 조금 좋아지자, 양씨는 입을 열었다.“오늘 이리 찾아온 것은 사죄하기 위해 온 것도 맞지만, 사돈댁과 혼례일에 대해 상의하려고 왔소. 주상께서 혼례를 허하셨고 안남후도 상복을 입을 필요가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오.”임지음은 얼굴을 붉히며 소량을 쳐다봤다.임지원과 온씨도 시선을 교환했다. “물론 좋은 일이긴 하다만…”온씨가 망설였다.“어머님 편히 말씀하십시오.”소량이 말했다.잠시 망설이던 온씨가 입을 열었다.“전하께서 사흘 안에 진국공부에 은자 75여만 냥을 반환하라는 교지를 내렸다 하던데… 그러면 혼수는…”온씨가 양씨 모자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 말했다.“내 여식은 이미 최안여 때문에 모욕을 당했소. 간소한 혼례를 올린다면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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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들은 어리둥절해서 마차를 따라갔다.양자옥을 태운 마차는 갑자기 막아선 하인 때문에 멈춰섰고, 어쩔 수 없이 진국공부로 다시 방향을 돌렸다.최안여는 양자옥이 돌아오자마자 말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올케도 나를 버리는 게요?”아들 앞에서 차마 눈물을 흘릴 수 없었던 양자옥은 애써 눈물을 삼켰다.양자옥을 품에서 놓아준 그녀가 하인에게 명했다.“랑이를 데려가거라.”순순히 하인을 따라 나가는 최랑을 본 뒤에야, 양자옥을 끌고 방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양자옥이 쓴 유서를 베개 밑에서 꺼냈다.“올케, 이럴 겁니까?”그녀는 확인하지 않은 유서를 다시 양자옥에게 건넸다.양자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슬픔을 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먹구름이라도 낀 것처럼 암울했다.“진국공부에서 제일 지위가 높은 게 저랍니다. 전하께서 교지를 내리셨고, 장군 부인이기에…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진국공부에 들어오겠다 하더군요. 허나, 진국공부에 들어와 사는 게 목적은 아닐 겁니다. 분명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입니다.” “천륜을 끊을 수 없어 목숨을 끊으려 한 것입니다. 제가 죽어야, 제가 친정댁에서 목숨을 끊어야 진국공부에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양자옥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우리 랑이의 고모님이니, 랑이를 잘 양육하실 거라 굳게 믿습니다. 친정 식구들도 진국공부의 유일한 적통에게 함부로 못 할 것입니다. 전하께서 아가씨께 작위를 하사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면 아무도 아가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저도 서방님을 당당히 뵐 수 있겠지요.” “우리가 진정 올케의 희생으로 평안해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게요?”양자옥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연달아 찾아온 슬픔과 압박감으로 그녀는 이미 무기력해졌다.“이혼한 시누가 친정에 돌아오자마자 올케까지 그리 떠나면, 결국 나는 가족들을 잡아먹었다는 누명만 쓰겠지요.”최안여의 말에 양자옥의 두 눈이 커졌다. “가족까지 잡아먹은 이혼녀인 고모와 여섯 살짜리 조카를 너그러이 봐주는 사람이 있긴 할까요? 그간 부형께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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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량은 서늘한 기운이 이마를 스쳐 지나는 것 같았다.최안여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소량은 그녀가 자기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굳이 이런 동전들을 가져온 것이오? 돈을 갚기 싫은 것이오, 아니면 안남후부는 동전을 끌어모아야 할 정도로 처지가 안 좋아진 것이오?”최안여는 그의 얕은수를 이미 예상하였다.“여봐라! 은덩이를 장비에 올리고, 동전들은 병부에 필요한 식량과 물자를 구비하여 내 명의로 변경에 기부하거라.”소량의 농간은 그녀에게 먹히지 않았다. 소량의 이마 핏줄이 꿈틀거렸다.“조모님께서 약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병이 다시 악화하고 있소.”소량이 자초한 일이기에 그를 봐줄 생각은 없었다.“내게 시댁에 불효와 불경한 짓을 저지른 여인이라 하지 않았소? 노부인의 병이 악화했으면 안남후가 돌보지 그러시오?” 단청이 비웃으며 말했다.“안남후께서 어찌 아시겠습니까? 아씨께서 노부인을 돌보면서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있을 때, 변경에서 임씨 가문 낭자와 노닥거렸을 텐데요.”소량의 예상과는 달리 최안여는 평온했다.소량은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그대가 아무리 진국공의 여식일지라도 변경에서 공을 세운 지음 낭자를 이리 욕보일 자격은 없소!”“변경을 지키기 위해 가족까지 잃은 마당에, 뭣을 더 해야 한다는 거요?”최안여의 말에 소량은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할 말을 잃은 소량에게 최안여가 말했다.“채무는 다 상환했으니 더는 진국공부 앞에서 어슬렁거리지 마시오. 소금을 뿌릴 여력도 없으니.”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으라는 명을 내렸다.양자옥은 아무 말도 못 하는 소량을 보고 있으니 후련한 기분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다.“소씨 가문과 완전히 연을 끊은 것은 잘된 일이긴 하나, 소씨 가문과 임씨 가문이 사돈의 연을 맺으면 온씨 가문이 그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겁니다. 마냥 좋게 볼 상황은 아닙니다.”최안여는 온씨 가문의 위상 높은 두 인물을 떠올리자, 헛웃음이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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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럭 아범은 소량이 폭발 직전인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혼례일인 것을 되새기며 애써 분노를 억눌렀다.“안내하게.”소량은 이를 악물고 한 마디 내뱉았다.기럭 아범은 얼른 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은 두 가문에게 몹시 중요한 날이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을 시 책임을 묻는 것은 안남후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 길도 이미 다른 점포로 인해 여인들이 줄지어 있었다.이 점포도 최안여의 것으로, 여기선 옷감과 옷을 파는 점포였다. 역시나 반값에 팔고 있었다.억눌렀던 소량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계속 가거라.”소량이 서늘하게 명령했다.기럭 아범이 다급하게 말했다.“전부 여인들이오. 충돌한다면 누군가는 다칠 것이오. 혼삿날 피를 보는 것은 불길한 징조이니…”소량이 싸늘하게 말했다. “다른 길에는 최안여의 점포가 없을 것 같으냐?”소량은 최안여의 속셈을 알 것 같았다.기럭 아범은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편, 흥겹기만 하던 임씨 가문은 혼란스러워졌다.“시간이 다 되었거늘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것이요?”온씨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임지원은 심기 불편한 얼굴로 서 있었다.“사람을 보내 알아보거라.”임지원은 수하를 보내 알아보게 했다.“어머님, 염려 마세요. 무슨 일이 생겨 시간이 지체되는 것 같습니다… 저랑 혼례 하겠다는 진심은 변함없을 겁니다.”다른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기도 했으나, 사실은 자신을 위로하는 말이기도 했다.온씨가 손에 쥔 손수건을 꽉 잡으며 임지원에게 말했다.“대감, 사람을 보내 알아보세요.”온 태사와 해씨 부인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안남후부에서 여까지 얼마나 멀다고 이리 오래 걸리는 게냐? 아무 거리나 골라서 오면 될 것을, 좋아하는 것을 하나 택해서 오겠다느냐?”온 태사의 말에 뼈가 있었다.“외조부님, 안남후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길을 돌아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진국공부의 앞으로 돌아오느라 늦나 봅니다.”임지음도 마음이 초조했지만 어떻게든 소량을 옹호했다.

  •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제39화

    소량은 풍채가 좋은 말을 타고 안남후부에서 떠났다. 며칠 동안 아프다며 난리를 치던 노부인은 아무도 대꾸해 주지 않자 다시 기운을 차렸는지 그에게 당부했다.“안남후, 색시를 데리고 돌아올 때, 반드시 진국공부 앞으로 지나야 한다. 그 댁 여인에게 안남후부의 화려한 혼례를 보여줘야 한다. 몰락해 가는 진국공부에서 부군과 가족을 잃은 두 여인이 너의 혼례를 지켜볼 것이다.”소량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최안여에 대한 불만과 적대심이 갈수록 커졌기 때문이다. “조모님, 제가 그자들의 자존심을 짓밟겠습니다.”임지음이 소씨 가문에 들어오면, 소량도 온씨 가문의 외손서가 된다. 온 태사와 온 재신께서 과거의 일 때문에 그를 탐탁지 않아 했으나, 임지음을 봐서 소량에게 신경을 써줄 것이다.“가거라.”노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웃었다. 영친 행렬이 북을 울리며 흥겹게 나아갔지만, 길에는 백성들이 많지 않았다. 이 시각이면 임씨 가문으로 향하는 대로에는 백성들로 가득해야 했으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세 가문의 일로 큰 소란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궁금해서라도 몰려들 것이다. 그러나 길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앞에서 가고 있던 기럭 아범도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안남후, 전방에 길이 막혔소.”“왜지?”안남후가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군악대의 북소리도 그쳤다. “백성들이 앞에 너무 몰려서 길을 내기 어렵소.”기럭 아범도 이런 일은 처음 겪는 듯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영친 행렬인데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단 말인가?”“인원이 워낙 많아…”기럭 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은자 좀 주고 길을 지켜달라 하게. 저들 때문에 시간 낭비할 수 없소.”소량이 한발 물러섰다.기럭 아범은 머뭇거리더니 그들에게 다가갔다.하지만 백성들이 워낙 많기도 했고 한 점포에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바람에 제치기가 쉽지 않았다. “무슨 점포요?”소량은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기쁜 혼삿날, 혼례가 끝나면 최씨 가문에게 복수할 수 있을 것

  •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제38화

    소설령은 오라버니의 말에 대꾸하며 임천과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다.소씨 가문에서 의도적으로 몸을 사리는 바람에, 사흘 동안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어느덧 시간이 유수처럼 흘러 혼례 당일 되었다.소씨 가문과 임씨 가문은 혼례 준비로 북적였다. 소량에 대한 소문이 어떻든 간에, 그가 이끌었던 병사들은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했다. 조정의 일부 대신들도 온씨 가문의 눈치를 보며 참석했다.임씨 가문에는 온겨례뿐만 아니라, 기분에 따라 조정에 나가는 온 태사도 참석했다.재신과 태사께서 여식의 혼례에 참석해 주자, 임지원은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비록 딸의 명성을 잃긴 했으나, 시댁에서 체면을 차리긴 좋았다.“장인어른, 처남, 안으로 드시지요. 지음이가 두 분이 오신 걸 알게 되면 엉엉 울지도 모릅니다.”“좋은 날 울면 안 되지, 우리 이만 갈까요?”온겨례가 진지한 얼굴로 묻자 임지원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온씨가 거들었다.“오라버니, 좋은 날 농이 지나치십니다. 조카가 숙부 얼굴도 못 보고 시집가게 할 거예요?”끔찍이 아끼는 누이가 이리 부탁을 하니 그도 어쩔 수 없었다.“농이다. 부모님 두 분 다 오셨으니, 오늘은 내 말에 힘이 없겠구나.”온 태사의 부인. 해씨가 온겨례를 살짝 쳤다.“아드님 농 때문에 아범이 긴장했잖소.”임지원은 간신히 긴장을 풀었다.“어머님, 처남 농을 듣는 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간만에 하는 농인데, 그냥 봐주세요.”온 태사는 진중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자네 사위가 안남후가 됐다지? 평소엔 자네가 위엄이 있게 행동하게. 우리 가문의 외손녀를 데려간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알아야 하네. 어쨌든 이혼한 남자잖소.”해씨는 두 사람이 얘기를 하는 틈을 타, 자기 딸에게 말했다. “남자끼리 얘기 나누라 하고 우린 지음이한테 가자꾸나.”온씨는 그녀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해씨의 뒤에는 온씨 가문의 서녀(庶女), 온여상이 있었다.“어머님, 올케랑 두 조카들은 왜 안 보입니까?”온씨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제37화

    늘 점잖고 우아하던 양씨의 기품은 온데간데없었다. 두 모녀는 비틀거리며 집으로 향했다.제 발로 찾아와 분풀이 상대가 되어준 두 사람 덕분에 최안여는 기분이 한결 좋았다.그녀는 육경침이 전해준 취선각의 찬들을 꺼내며 최랑을 불렀다.요 며칠 말을 잘 들었기에 주는 상이라고 했다.양자옥은 매번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최안여가 자기를 지켜주는 것 같아 미안했다. ‘다른 가문은 몰라도 우리 가문만큼은 내가 처리해야 해. 다음엔 절대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한편, 양씨와 소설령은 집에 가자마자 소량에게 알렸다.“왜 찾아갔습니까?”바로 최안여부터 비난할 줄 알았던 소량이 의외의 질문을 했다.“노부인의 설연을 구하기 위해 약포에 많은 사람을 보냈으나 안남후부라는 연유로 거절했소. 아무도 우리에게 팔지 않겠다고 하더군.”양씨는 전처럼 자애롭고 온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소자가 방벚을 찾아보겠습니다. 혼인 전까지 다시는 최안여에게 시비 걸지 마세요.”혼례 준비로 바빴던 그는 요 며칠 조정에도 나지 않았다. 온씨 가문이 아직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온겨례는 두 사람의 혼례에 참석하겠다고 말은 했으나, 그것은 온전히 조카 임지음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함이었다.전에는 최안여가 있었기에 설연을 언제든지 노부인에게 줄 수 있었지만, 최안여가 없는 지금 안남후부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노부인의 약을 끊을 순 없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단 며칠 사이에 소량은 명예를 잃고, 처가의 압박과 가족들의 난동, 조모의 끊임없는 요구로 소량은 이미 지쳤다.이것들을 처리하는 것이 전장에서 싸우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하지만 최안여 없이 자기 혼자 처리 못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어미는 안남후가 최근 매우 지쳐있는 것을 아오. 아드님이 고집을 지나치게 부린 탓도 있소. 이 세상은 남자에게 관대하기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새로운가 이야깃거리생길 것이고 우리도 자연스레 묻힐 것이오.”양씨가 소량을 위안했다.“어머님의 말씀,

  •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제36화

    “마님은 항상 온화하고 무해한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 척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네요. 덕분에 사람들은 저를 독하고 계산적인 사람으로 여기니, 소씨 가문의 명성은 회복하겠네요.”“이건 지혜롭지 못한 수단입니다. 안남후의 모친께서 자기보다 어린 여인를 이겨보겠다고 수작 부리는 게 그리 현명해 보이지는 않습니다.”양씨의 속내를 꿰뚫는 최안여 때문에 양씨는 공든탑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시모에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우리 어머님은 너보다 연장자다!”소설령은 촌수로 최안여를 압박하려 했다.“우리 집에서 먹고 잔 주제에 무슨 염치도 없니? 감히 우리 어머님을 모욕해?”소설령은 자기가 내세운 이유가 매우 타당하다고 여겼다.최안여는 이미 예상을 한 듯 비릿하게 웃었다.“소씨 가문 사람들도 우리 아버님과 오라버니를 욕보였잖아? 난 그저 모두 앞에서 진실을 말했을 뿐이다. 소씨 가문 사람 중에 우리 집안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더냐? 누구 덕에 그간 평탄한 삶을 영위했는데, 안남후는 아버님과 오라버니의 죽음으로 전공을 세우고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날 배반했다.” “내 비록 짐승만도 못한 너희를 상대하고 있다만, 내게 소총이 있었다면 당장 너희부터 쏴 죽였을 거다. 안남후와 이혼한 순간부터 소씨 가문과 인연도 끝났다. 설연은 고사하고 멸문하는 소씨 가문을 구할 수 있는 게 나밖에 없다 해도, 단호하게 거절할 것이다.”“맞습니다!”“우린 총관을 지지합니다!”소설령이 이를 꽉 물었다.“우리 가문의 생사가 네 손에 달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니 꿈 깨거라.”최안여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썩 꺼지지 않겠느냐? 설연을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냐? 사돈댁이 설연도 못 구할 정도로 가난하더냐? 임씨 가문 첫째 아드님과 혼인하기 위해 계속 임지음의 비위를 맞출 건지 제대로 고민해보거라.” 몸을 부들부들 떠는 소설령을 양씨가 황급히 진정시켰다. “얘야, 그만두어라… 안국총관께 무례를 범하면 안 된다.”최안여는 양씨에게 한마디 했다.“마

  •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제35화

    최안여의 직설적인 질문에 소설령은 듣기 불쾌했다.“안국총관까지 된 사람이 언행을 조심하는 게 어떠시오?”양씨는 소설령를 핑계 삼아 다시 연기를 했다.“설령아, 싸우지 말거라. 우린 그럴 자격이 없다. 우리 집안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잖니? 만일 약포에서 안남후부에 설연만 팔아준다면, 총관이 약포에 팔라는 명령만 내리면 너희 조모님은 연명할 수 있다. 어떤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참아야만 하느니라.”양자옥은 양씨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했다. 그래서 최안여를 자기 뒤에 숨긴 뒤 양씨에게 맞섰다.“이보게, 자네는 어찌 그리 뻔뻔하시오? 우리 시누는 자기 혼수로 안남후부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을 뿐, 약포에서 약을 안남후부에 공급하지 않는 것은 점포 주인이 안남후부와 거래하고 싶지 않았던 거요. 왜 우리 시누에게 뭐라 하시오?”양씨는 그 말에 눈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며 말했다.“장군 부인의 질책에 반박할 수 없소. 소씨 가문이 잘못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오.”순순히 인정하는 양씨 때문에 양자옥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최안여는 양씨 같은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다.“소씨 가문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부인의 병을 돌봤습니다. 그때부터 노부인께서 자기 며느리는 한 번도 자기를 간호한 적 없다며, 입으로만 걱정한다며 한탄했습니다.”“그런데 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하는 것은 안남후의 혼사일 전에 상을 먼저 치를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겁니까? 뱃속의 아이도 신분 없는 아이로 태어날까 두려운 겁니까?”자신의 속내를 정확히 꿰뚫는 최안여 때문에 살짝 당황했다.“난… 사실대로 말하마. 노부인의 병이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생활에 영황을 끼쳐,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한다.”“좋은 날 노부인께서 혼자 고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할까 봐 그러시는 겁니까?”양씨의 말문이 다시 막혔다.“아니다…”“마님, 노부인께서 다리가 불편하여 처음엔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제가 밤새 다리를 주무르며 찜질을 한 것입니다.

  •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제34화

    최안여는 대문 앞으로 걸어가 양자옥 곁에 나란히 섰다.양씨는 최안여를 발견하고 매우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나를 얼마나 원망하고 있는지 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안남후 잘못이 크다. 하지만 노부인께서 연세가 많으시고, 너도 알다시피 얼마 전에 병이 호전되었잖니? 어르신께서 병 치료 제대로 못 받으면 너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니?”양씨는 소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을 낮추며 명백한 잘못을 한 소량도 비판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최안여에게 통하지 않았다. “마님 말씀이 옳습니다. 궁에 들어가 전하께 이혼하겠다고 청한 것도 노부인께서 용기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단호하게 불만이 있으면 궁에 들어 전하를 찾으라는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기세등등하시던 분이 어찌 편찮으실 수 있겠어요?”양씨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했다.“안남후에게 화나 난 것을 알고 있다. 그날 노부인께서 말을 심하게 한 것 때문에 네가 화가 난 것을 알고 있다.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땐 너도 진국공 부자의 상을 치르느라 바빴고 우리도 네게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안남후에게 솔직히 말하고 상의해 보라 전했거늘…”양씨는 자기 아들에게 속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결국 내 말을 듣지 않았고 임씨 가문에 명확한 뜻을 밝히겠다는 안남후를 말리지 못해 네게 상처를 줬다. 내가 대신 미안하다. 교지가 내려온 마당에 우리가 뭣을 할 수 있겠니? 안남후에게 화가 났으나 전하를 찾아가 명을 거둬달라고 할 순 없잖니?”“네가 이리 열성적인 줄은 몰랐다. 우리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곧장 집을 나갈 줄이야. 그 뒤에 발생한 일은 우리의 예상을 초월했다…”최안여는 말 없이 양씨의 말을 들었다.양씨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현혹할지 보고 싶었다.최안여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양씨는 자신감을 가졌다.“왜 모든 약포에서 설연 공급을 중지한 것이니? 그러면 안 된다. 노부인께서 설연으로 연명하셨는데 모든 약포에서 네 허락 없인 안남후부에 절대 안 팔겠다고 하더구나. 노부인께서

  •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제33화

    허심은 약곡에게 속삭였다.“모든 물건을… 반값에… 사람들이 많겠지.”약곡은 최안여가 체면 때문에 억지로 화를 참는 성격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앞으로 여기서 만나지. 치료 시일은 그대 말에 따르겠소.”“시야가 훤하고 번잡한 시내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네요. 사흘 후에 뵙겠습니다.” 사실 왕세자도 임지음의 혼삿날 어떤 소동이 일어날지 궁금했다.“의관의 말에 따르지.”“총관께서 집안 걱정을 하는 것 같아, 본 왕이 찬거리를 미리 준비하게 했으니 영공 저하와 장군 부인께 가져다주시오.”자리에서 일어난 그녀에게 왕세자가 한마디 더 했다.단청과 단주는 서로의 눈만 바라보았다. 취선각의 음식은 외부로 판매되지 않을뿐더러 절대 밖으로 들고 나갈 수 없었다.“저하, 감사하옵니다.”“독 안 들었으니 염려 말고 드시게. 필경 본 왕은 총관의 뛰어난 의술이 필요하지 않소?”“저하를 의심하지 않았사옵니다.”그는 한마디 덧붙였다.“안남후의 노부인께서 몸이 안 좋아졌다고 하더군. 설연이라는 약재를 찾아다닌다고 들었소. 그 댁 부인이 진국공부로 갔을 것이오.”최안여가 흠칫 놀라 물었다.“진국공부를 찾아가면 누가 약재라도 준답니까?”“한때는 그 집안 며느리였으니, 그 댁 부인의 성정과 목적은 나보다 총관이 더 잘 알듯 싶네만.”육경침은 말을 아꼈다.최안여는 한시가 급했다. 소씨 가문이 지위를 들먹이며 진국공부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것 같았다. 단청과 단주도 마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씩씩거렸다.“어찌 이리 뻔뻔하단 말입니까? 온 대하에 소문이 다 났을 텐데 무슨 염치로 거길 찾아간답니까?”“인간도 아닌 자들이니,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거겠지요.”단주는 그나마 이성적인 편이었다.소매까지 걷어 올린 단청은 당장에라도 진국공부로 뛰어가 싸울 기세였다.“생각할수록 화가 납니다. 진국공부에서 교양 있게 행동하란 가르침만 안 받았어도 그날 제가 가만 안 있었습니다. 제대로 혼내줬을 겁니다.”단청의 씩씩거리는 모습에 단주가 웃음을 터트렸

  •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제32화

    “간만에 오셨는데 이 늙은이랑 담소 좀 나누다 가세요.”“…네.”대비는 두 사람을 위해 마차 두 대를 준비해 줬다. 최안여는 육경침을 만나러 가야 했다.“올케, 먼저 돌아가세요. 다른 일 좀 보고 갈게요.”“네, 조심하세요.”사실 양자옥도 집에 혼자 두고 온 최랑이 걱정되던 참이었다. 아무도 없는 틈에 양씨 가문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면 하인들도 막지 못할 것이다. 최안여를 태운 마차는 대비가 말했던 주점, 취선각에 도착했다. 보기만 해도 기품이 넘치는 주점은 손님도 가려 받는 것 같았다. 거칠고 천박한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다.육경침은 2층에서 여유로운 얼굴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고 허심과 약곡이 긴장된 얼굴로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육경침은 그녀가 준 방서대로 약을 지어 먹은 뒤로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그것을 직접 목격한 두 사람은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진행했으면 한다.“저하, 그간 강녕하셨사옵니까?”위층으로 올라온 최안여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허심과 약곡은 최안여를 보자마자 내심 반가워하며 눈을 반짝였다. 두 사람의 수상한 눈빛에 단청과 단주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자기 주인을 보호했다.“송구합니다, 저희… 저희는 그런 의도가…”허심이 말을 더듬거리며 변명했다.“괜찮소. 궁에 들어 인사를 드리던 중에 이상한 분과 마주치는 바람에 시간을 지체하였습니다.”육경침은 팔꿈치를 자연스레 식탁에 올려놓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번이 두 사람의 세 번째 만남이다. 조용히 자리에 앉은 최안여는 진맥부터 했다.“오랜 투병으로 장기 손상이 심각하옵니다. 전에 드린 방서는 증상을 완화하나 저하의 병을 완전히 치료할 순 없습니다. 모든 증상을 종합해 보면, 저하께서 오랫동안 중독에 노출된 것으로 예상되옵니다.”“오늘도 방서와 해독약 두 알을 드리겠습니다. 지난번 저하께서 빌려주신 호심단은 한 알 더 보태어 총 두 알을 갚겠습니다.”단청은 옷소매에서 약병 두 개를 꺼내어 약곡에게 건넸다. 육경침이 천천히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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