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윤수는 정홍민과 정자옥의 반응을 보고는 자신이 사람을 잘 찾았다고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하하, 너네들도 깜짝 놀랐지? 내가 찾은 ‘가짜’ 퀄리티 수준이 높지?’ 라며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공윤수는 자기혼자 만족을 하고 있는 중이였다. 강책이 회의실에 들어와 앉아 정자옥을 향해 은은한 미소를 짓고는 물었다.“누님, 원준 사장이랑 계약이라도 하려고 온 겁니까?” 정자옥의 안색이 창백해지고는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원준과 ‘가짜’ 강책의 연극을 보러오기 위함이지, 계약을 하겠다고 온 건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그녀의 반응에 원준은 “정여사님은 오셔서 강팀장님과 저를 이어주려 오신 것이 아닙니까, 다 정여사님 덕분이죠.” 라며 말했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사건의 발단이 어디서 부터 시작된 건지 단숨에 알아챘다. 공윤수와 일면식도 없는 자신이 아무 이유없이 그의 표적이 되기는 어렵고, 이 모든 건 정자옥이 시킨 짓인 것이 분명했다. 정자옥은 겨우 자리에 앉았다. 온 몸에는 소름이 돋았으며,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가짜 강책을 통해 원준을 공격하려는 생각에 들떴지만,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이때의 정자옥은 꼴이 말이 아니였다. 그는 강책을 까발리고 싶었지만 폭로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며, 앞에 있는 강책은 진짜 강책으로, 원준에게 앞에 있는 사람은 강책이 아니라고 말을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강책을 까발리지 않는다면 강책의 잘난 척을 계속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녀가 제일 화가 나는 건, 앞에 있는 공윤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정자옥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마치 자신이 찾은 ‘가짜’에 자부심을 뽐내는 듯한 모습이였다. 정자옥은 이마를 짚으며 인상을 썼다. 마치 진품을 가품으로 속여 소비자들을 속이는 황당하고 멍청한 판매자 같았다. 정자옥은 단 한번도 이런 ‘판매자’와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제일 중요한 건, 정자옥이 공윤수에게 몇번이나 주의를 줬
즉, 강책은 그의 회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강팀장님. 지금 당장 새로운 합의서를 작성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저희쪽에서는 이 계약서와 바뀌지 않는 조건으로..” 강책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이어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건은 상관없습니다. 보아하니, 사장님 회사가 곧 파산 될 위기에 제가 끼어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하시죠. 제가 1등급 원석을 골라드릴테니, 저에게 좋은 악세사리 하나만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강책의 뜻은 조건이 필요 없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악세사리는 그저 1등급 원석에서 조금만 때내어 제조하면 되는 아주 쉬운 일이다. 강책의 넓은 아량과 깊은 배려에 원준은 “강팀장님, 저의 은인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라며 감사 표시를 했다. 원준은 계속 감사하는 말을 전하고 짧은 시간안에 합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회의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회의실 안에는 강책과 나머지 세명이 남아있다. 공윤수는 박수를 치며 강책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나가셔도 될 듯한 연기를 가지셨네요!” 이어서 강책의 목을 팔로 둘러싸서 웃음을 짓고는 “하지만, 방금 전 조금 별로였어요.” 라며 말했다. 강책은 고개를 돌리고는 “어디가 별로였습니까?” 라며 물었다.“마음대로 대본을 바꿨잖아요! 대본을 마음대로 바꾸다가는 바로 들통이 날 수 있어요, 게다가 좋은 조건을 다 버리고 딱 악세사리 하나를 요구했잖아요. 합리적이지가 않아요.”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것까지는 개인의 일이니, 제가 상관할 권리는 없죠. 그쪽이 잃은 돈도 제가 할 말은 없고요. 대본 바꾼 것만 빼면 그쪽 연기에 90점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윤수는 말을 하는 와중에 강책의 어깨를 치며 앞에 있는 정자옥에게 “정여사님, 오늘 강책 대타의 연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주 훌륭하지 않습니까?” 라며 물었다. 정자옥은 안색이 창백해진 상태로 온몸이 떨렸
공윤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속은 것도 모자라 강책에게 1억 8천을 뜯긴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강책에게 몇 마디하려고 하자 회의실 문이 열렸다. 원진이 작성한 합의서를 들고 웃으며 들어왔다.“강팀장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합의서는 이미 작성을 다 완료했고요. 또 수정해야할 부분 있을 지 한번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공손하게 합의서를 강책의 앞에 두었다. 강책은 합의서를 들고 대충 보고는 “네, 합의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네요. 아, 근데 추가 해주셔야 하는 게 있습니다.” 라며 말했다. “말씀하세요.” “이번 합의서는 제가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원사장님께서 만약 합의 전에 누군가에 무언가를 드렸다면 그건 합의 위반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명심해주세요.”이때, 원준의 안색이 변했다.“저...” 그는 정자옥과 정홍민에게 악세사리를 선물했기에 다시 돌려받아야 위반이 되지 않는다. 정자옥은 심장이 떨리고, 화가 났다. 우스워진 자신의 꼴에 이어서 받은 선물 까지 돌려줘야 하는 판이니, 강책이 더 미웠다.“가져가세요!” 정자옥은 선물 받은 목걸이를 탁자 위에 던지고 정홍민은 침착하게 목걸이를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 그들의 행동에 원준은 헤헤 웃으면서 “역시 눈치가 빠르십니다.” 라며 말했다. 정자옥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강책과 함께 ‘연기’를 하기 위해 회의실을 나갈 수도 없었다. 자신의 발을 자신이 밟았다. 정자옥은 꿀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분노를 참으며 강책과 함께 2시간 연극을 펼쳤고, 강책은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기 전에 정자옥에게 “누님, 믿을만한 사장님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해요!” 라며 그녀의 화를 돋구었다. 오후 시간, 정자옥은 피곤한 상태로 리버 주얼리를 떠났다. 지금 그녀는 만성 피로 상태였다. 강책은 일부러 2시간이나 머물러 그녀의 기운을 쏙 뺀것이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정자옥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남의 눈에서 눈물을 내기 전에는 자신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올 것이라는 각오는 해둬야 한다. 정홍민은 아무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도 강책을 상대하고 싶지만 감옥에서 나오고 나서 강책을 상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강책의 곁은 항상 그를 지키는 ‘힘’ 이 있었다. 매번 정홍민이 그를 상대하려 했지만 항상 지는 건 정홍민이였다. 잘못하다가는 정가 가주의 자리까지 뺏길 수 있으며, 아직 강책을 상대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그에게 있어 강책은 괴물 같은 존재로 느껴졌으며, 너무 거대해 절망스러웠다. 이때, 눈치 없는 공윤수가 헤헤 거리며 그들에게 다가가서 정자옥에게 물었다.“정여사님, 일은 잘 끝난 것 같은데, 결제는 어떻게 해주실 건가요?” 정자옥은 이렇게 눈치도 없고, 낯 부끄러울 줄 모르는 사람은 처음이였다. 그녀는 공윤수를 바라보았다.“야, 이 양아치야, 네가 일을 망쳤는 데, 내가 돈을 왜 줘야 하니? 머리에 총 맞은 거야? 가짜 데리고 강책 명성 좀 조져보려고 했는데, 네가 감히 진짜를 데려와서 계획을 망쳐놔? 내 꼴이 무슨 꼴이였는 지 알아? 내가 제일 우스운 꼴로 변하고, 강책의 잘난 척을 2시간동안 들어야 했던 나는 어땠을 것 같아? 당장 안꺼져?!” 공윤수도 질세라 말을 더했다.“무슨 말을 이렇게 해? 내가 그래도 사람은 찾아줬잖아. 계약서는 아니지만 합의서도 썻고, 네가 하라는 건 다 했으면 돈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일 처리가 별로였다면 깍아서 주면 되잖아. 그래, 14억만 줘.” 정자옥은 어이가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는 “14억? 14원도 주기 싫으니까,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 라며 말했다. 두 사람의 언성은 점점 높아지더니 공윤수가 갑자기 정자옥의 멱살을 잡고는 “내가 널 못 때릴 것 같아? 돈 안 내놓으면 사람 불러서 방이라도 잡아서 놀아볼까? 뭐가 사회악인지 한번 보여줘?” 라며 말했다. 정자옥은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렸고, 정홍민이 다가와 공윤수의 팔을 힘으로 짓눌렀다. 팔에서는 뼈 소리가 나고는 곧이어 끊어질
차는 아스팔드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때, 정홍민은 대체 누가 강책과 상대를 할 수 있을가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인정하긴 싫지만 자신과 강책은 차이가 너무 크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하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만능이며 다른 사람 머리 위에 서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랐다.강책의 실력을 보고 나서야 무엇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인지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정가의 가주를 빼앗은 것은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 보기에는 좋지만 자리의 무게를 건뎌야 했다. 만약 자신이 그저 보통 신분의 사람이였다면 매일 강책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었다. 정홍민은 강책을 상대할 사람을 떠올리고는 여러 이유들을 생각하며 이름을 지워버렸다. 정홍민은 자신의 인맥이 넓게 퍼져있다고 생각했지만, 급한 상황에 믿을 만한 사람은 찾지 못했다. 계속 고민하던 와중에, 한 이름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정홍민은 낮은 목소리로 “동생아, 일단 집까지 데려다줄게.” 라며 말했다. 정자옥이 물었다.“응? 일단이라니? 오빠 설마 강책한테 가는 거 아니지?”정홍민은 씁쓸한 웃음을 짓고는 “내가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라며 답했다. “그럼 어디 가는데?”“강책 이길 수 있는 사람 만나러.”정자옥은 궁금한 듯 “강남구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누군데? 궁금해.” 라며 물었다.정홍민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사람의 이름은 함부로 밖으로 내뱉을 수 없어 계속 머뭇거리고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박아진.”정자옥은 이름을 듣고는 모든 것을 깨달은 듯 했다. 그 여자라면 강책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박아진은 정홍민과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면서 정홍민을 짝사랑하던 여자였다. 정홍민은 잘생기기도 했고, 집안도 좋았으며, 특출나게 똑똑했기 때문에 그를 짝사랑 하던 학생들이 많았다. 매번 한 바구니의 편지를 받아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박아진은 그 많은 학생 중 1명이였다. 어느
하지만 정홍민은 당연히 쉽게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가아들의 내연녀는 더더욱 건들면 안되었다. 정홍민이 간이 백개라도 박아진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정홍민 집안의 배신 사건이 터지고 나서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에 박아진은 한번 더 정홍민을 찾아 갔었다. 그녀는 정홍민에게 정홍민이 만약 자신의 비밀 연인이 되기만 한다면 조가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동시에 집안 가주의 위치로 올라가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에도 정홍민은 그녀를 거절했었다. 첫번째로, 조가 아들이 마음에 걸렸으며, 두번째는 정홍민은 자존심이 쎈 사람으로 여자에게 빌붙어서 가주의 위치로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는 박아진을 한번도 좋아한 적이 없었다.그 다음으로 정홍민은 단 한번도 박아진에게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 오랜 시간동안 박아진은 별장 안에서 세월을 보내며 어느 덧 그녀의 나이는 30살이 넘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그녀의 외모도 지키기 어려워 지는 동시에 조가에서 쫓겨 날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무능한 현실과 오랜 시간의 외로움이 섞여 그녀를 괴롭혔기애 박아진은 잠시나마라도 기댈 수 있는 어깨가 필요하고 있을 것이다. 정홍민은 강책을 상대할 수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박아진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힘을 통해 조가와 연락하여 강책을 처리하는 것이다! 박아진은 조가 아들의 순위에서 아슬아슬 하지만 조가의 주요세력은 경성에 있기 때문에 조가의 영향력으로 강남구에 있는 강책을 해결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아진이 입만 열면 조가가 강남구의 세력으로 강책을 단숨에 처리할 수 있다고 정홍민은 생각했다.차 안에서 정자옥은 유심히 정홍민을 바라보고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오빠, 진짜 그 여자 찾으러 갈거야?” 정홍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자옥은 불안해하며 말 했다.“결혼은 반대야! 그 여자가 얼마나 오빠한테 빠진 줄 알아? 오빠가 조금만이라도 여지를 주면 오빠는 들어가
“오빠, 진짜 다 결정 한 거지?” “응.” “그럼 같이 가.”정홍민은 잠시 멈칫하고는 고개를 둘러 정자옥을 바라보았다.“너무 위험해, 또 다른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위험하니까 같이 가는거야, 동시에 내 남편한테도 알려서 준비라도 해놓아야 상황에 대비할 수 있잖아.” 정홍민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그래, 같이 가자.” 정남매는 그렇게 조가 아들의 호화로운 별장으로 향했다. 멀리서 경비원이 다가와 이름을 물어 본 뒤, 몇 분이 지나서 경비원이 “저희 마님께서 정홍민이라는 사람만 들어보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라며 다가왔다. 정홍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자옥에게 말했다.“차 안에서 기다려. 절대 다른 곳은 가지 말고.” 정자옥은 “응, 오빠 조심해.” 라며 말한 뒤, 남매는 헤어졌다. 경비원의 안내 아래, 정홍민은 별장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유럽풍의 인테리어가 가득 들어가 있는 로비가 그를 반겼다. 로비 위에는 샹드리에가 달려있으며, 옆쪽으로는 용 조각 모양의 그림이 장식되어 있었다. 레벨이 다른 재벌들만이 구매할 수 있는 별장이 분명했다. 정홍민도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는 패기는 없었다. 경비원, 하인들 모두 철수하고 집 안에 남은 사람은 정홍민 한 사람 이였다. 그는 가만히 박아진을 기다렸다. 박아진의 등장하기 기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예전의 그는 박아진을 굉장히 싫어했으며, 한 평생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져주길 바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 상황은 반대가 되었다. 지금의 정홍민은 그녀가 꼭 필요했다. 이때, 구두의 또각또각 소리가 온 집을 채웠다. 정홍민은 고개를 들었다. 다름아닌 그가 기다린 박아진 이였다. 그녀는 어깨를 내놓은 긴 원피스를 입고 마치 공주처럼 천천히 계단을 밟으며 내려갔다. 박아진은 관리를 열심히 한 탓에 피부도 매끄럽고, 촉촉하며 얼굴에는 주름 하나 없어서 서른 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면 20살로도 충분히 오해 할 수 있었다. 그녀가 발걸음을 멈
양심에 찔리는 말이였지만 그녀를 통해 강책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정홍민은 너무 간단하게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박아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두 팔을 벌렸다.“자, 시작해.” 정홍민은 잠시 멈칫했다.“시작이라니?” “연인들이 하는 거.” “어....무슨 말이야?”박아진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런 일을 내가 직접 말해야해? 2층 침실로 가서 연인들이 하는 짓 해야지.” 라고 말했다. 정홍민은 바보가 아니였기에 바로 알아차렸지만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박아진을 사랑하지도 않으며, 그녀가 가지고 있는 세력도 그에게 감당하기 버거웠기에 ‘그것’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아진은 그에게 또 한번 더 증명할 기회를 내던진 것이다. 신체접촉을 해야 그녀가 정홍민을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홍민은 자신 앞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만약 여기서 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이 곧 망하게 된다. 강책이라는 큰 산이 자신을 바닥 끝까지 내몰 것이며, 결국 조가 집안도 쉽게 강책을 건들 수는 없게 될 것이다. 그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다가가 박아진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그는 박아진을 안아 천천히 계단을 밟아 위로 올라갔다. 박아진은 마치 왕자에게 안긴 공주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어서 정홍민의 목을 팔로 감고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박아진은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다는 점과 이 뒤에는 분명히 이익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해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정홍민을 얻을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상관 없었다. 둘은 침실에 도착하고, 문이 닫혔다. 그날 밤, 둘은 연인 사이의 행각을 펼쳤고, 정홍민은 자신의 존엄을 내려놓았으며, 박아진은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 다음 날, 별장의 로비 안에서 박아진은 정홍민을 꼭 끌어안고 앉아있다. 옆 소파에는 한 숨도 제대로 못잔 정자옥이 앉아있다. 자신의 오빠가 박아진과 가까운 사이로 변한 것을 보고,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