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맹지는 즉시 누군가에게 강책이 강연장에 순조롭게 입장할 수 있도록 준비를 요청했다.…이번 강연의 규모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로 3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의과대학 강당에서 진행됐다.강연장은 모든 좌석이 꽉 찼다.남은 좌석이 없었다.학교에 사람이 워낙 많았기에 아무도 강책의 존재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덕분에 무사히 교수의 자리에 착석했다.교장-장규민은 학교 관리자를 이끌고 석관이 무대에 오르기를 기다리며 앞자리에 앉았다.현장은 붐볐고 많은 사람들이 수다를 떨었다.“석관이 오늘날 의료계의 선두주자라고 들었어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을 한 번도 볼 기회가 없었는데 드디어 오늘 기회가 생기네요.”“선진적인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니, 너무 영광이네요!”“하지만 이상하네요, 그렇게 바쁘신 분이 왜 우리 학교에서 강연을 하는 거죠?”“모르겠네요, 어쩌면 열정이 가득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후배 양성을 위해서 하는 것일지도요.”모두가 토론하는 동안 진행자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그녀는 마이크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존경하는 관리자, 교사,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조용해졌다.진행자는 계속해서 말했다.“오늘 우리 학교는 강남구 의료 분야의 선도적인 인물인 석관 박사를 초청하여 의학 강연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 학교의 영광입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박사님께 의학 지식을 잘 배워 가까운 미래의 조국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다음으로 석관 박사님을 무대로 초대해 봅시다.”말을 마치자 현장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곧 의학계의 거장-석관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양복 차림에 안경을 낀 그의 모습은 부드럽고 온화해 보였으며 무엇보다도 그의 분위기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었다.현장의 박수는 더욱 뜨겁고 길게 이어졌다.십분 동안의 촬영이 끝났고 석관은 모든 촬영을 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격려 끝에 석관은 공식적으로 의학 강의를 시작했다.석관은 간단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의학을 설명했다.그가 한 말은 현장의 학생들이 이해하기에 충분했다.강책조차도 듣고 나서 많은 새로운 지식을 배웠다고 느꼈다.“석관은 확실히 재능이 있네요.”“단지 후배를 양성하기 위해 선행을 베푼다는 게 사실일까요.”강책은 계속해서 지켜보았고 석관의 캐릭터가 확실히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드디어 2시간의 강연이 막바지에 다랐다.“방금 의학이 우리 인체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최근에 연구한 약물로 사람들의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약품입니다.”그가 말하면서 손뼉을 치자 그의 아들 석문병이 약을 한 아름 안고 나왔다.“오늘 여기에 온 또 다른 목적은 이 신약을 모든 사람에게 배포하는 것입니다.”모두가 어리둥절했다.뭔가 이상했다, 강연은 강연일 뿐인데, 약을 팔려고 하다니?석관은 책 장사를 하는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강연을 한 개 진행하고, 사람들의 눈물을 유도하고 그 뒤 책을 파는 것과 같았다. 표면상으론 강연이고 실제는 책을 팔러 온 것인가?석관의 진짜 목적은 강연이 아니라 약 판매였다니?석관 같은 부자가 이깟 돈 몇 푼에 연연할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다.모두의 의구심 속에서 그 약들은 조금씩 나누어져 모두의 손에 전달되었다.석관은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석관은 확실히 약을 파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이 모든 약은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이렇게 말하면 누구나 안심할 수 있었다.“박사님의 진짜 마음을 내가 오해했네요.”“박사님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지식을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위해 새로운 약을 주었습니다. 정말 훌륭합니다.”“박사님 감사합니다.”의과 대학의 모든 교사와 학생들은 석관에게 큰 감사를 표했고 현장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무대 위의 석관은 의자에 앉
약의 부작용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얼굴 공개를 넘어서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었다.강책은 석관이 헌신적인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석관은 학교에 와서조차 다른 사람을 해칠 마음뿐이었다.강연장은 정적이 흘렀다.석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얼굴이 붉어졌다, 논쟁하고 싶었으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옆에 있던 석문병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강책, 당신은 원석을 판매하는 보석상입니다. 의학 지식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요? 저희 아버지는 의학계의 거장입니다. 수십 년 동안 의학을 공부하셨습니다. 당신과 같은 문외한에 비할 수 있을까요? 약의 성분과 비율을 아세요? 왜 여기서 헛소리하는 겁니까?”석문병은 장규민 교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교장 선생님, 누가 한 말이 맞는지 정해주세요!”강책은 손을 뻗어 소매를 털고 같은 방식으로 장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규민씨, 나는 당신이 정의를 옹호하기를 바랍니다.”학교의 모든 교사와 학생들은 장규민을 바라보았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장규민이 아무런 설명이나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그는 약을 손에 들고 일어서 석관과 강책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잠시의 침묵 한 그의 첫 번째 질문은 “강책 사장님, 어떻게 우리 의과 대학의 교직석에 앉아있죠?”이었다.이......강책은 쓴웃음을 지었다. 약과 관련이 없는 질문이라니.물론 그는 사맹지에 대해 말할 수 없었기에 말도 안 되는 말을 했다. “오늘 의학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강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의학에 관심이 있어서 초대받지 않았지만 여기에 왔습니다.”“초대받지 않고 오셨습니까?” 장규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만 나가주세요.”뭐라고?강책은 눈살을 찌푸렸다. “손님한테 가라고 하는 겁니까?”장규민은 “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나요? "라고 웃었다.“그럼 당신은 석관을 옹호하는 것인가요?”“아직도 생각할 필요
교직원과 학생들은 강책을 내보내기 위해 치열하게 소리치며 투쟁했다. 내보낸다기보다 내쫓는다는 표현이 맞아 보였다.물론 그 선두에는 총장 장규민도 있다.강책은 사람들의 거세에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는 평온한 어조로 장규민을 보며 말했다.“사람들 모두 제가 떠나기를 바라는 것 같으니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저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인지병원으로 오세요.”그는 책상 위의 약을 챙기고는 이내 일어났다.그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때마다 주위에 펜과 노트가 날아다녔다. 그는 공개적으로 조리돌림 당하는 죄수처럼 모욕당했다.강책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박수가 터져 나왔고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장규민은 사람들을 진정시키려는 듯 손을 가라앉히며 말했다.“그만. 이제 모두 진정합시다.”사람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매우 기뻤다. 강책을 깎아내려서 제 발로 퇴장시켰고 이로써 석관의 명예를 지켰기 때문이다.장규민은 무대 위의 석관을 바라보며 말했다.“석관 선생님, 이 자리를 빌려 선생님께 사과를 전하고 싶어요. 이런 치욕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제가 관리하지 못해서입니다.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석관은 착한 척하며 말했다.“총장님, 그런 말씀 마세요. 보이는 곳에서 날아오는 창은 피하기 쉽지만, 몰래 쏘는 화살은 막아 내기 어렵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런 놈이 나를 모욕하고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으니 총장께서 어떻게 막을 수 있었을까요. 마음 쓰지 말아요.”장규민은 크게 감격하며 말했다.“석관 선생님께서는 의술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의덕도 태산처럼 높으신 분입니다. 우리에게 위인 같은 존재입니다!”장규민의 입에서는 온갖 찬사가 다 흘러나왔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석관을 향한 존경이 차올랐다.회의는 한 시간 넘게 지속되다가 끝났다.석관은 아들인 석문병과 차례로 교문을 나섰다. 시종일관 자애로운 노인인 척하고 있는 석관의 모습에는 조금의 부자연스러움도 없었다.그들이 앉은 차가 교문을 지나치자 그의 가면도 벗겨졌다.차 안에서.
그는 몇 년간 마음을 졸여가며 이 일을 해왔지만, 진작에 그만두고 싶었다.이번 계약은 경성의 큰 거물과 체결했다. 만약 그에게 성공적으로 장기를 이식해주면 어마어마한 포상금을 받을지도 모른다.그러면 한 평생 근심 걱정이 없을 것이다.이러한 이유로 석 씨 부자는 무리하면서까지 의대에서 ‘몸 스크리닝’을 진행하는 것이다.의과대학에서.석관이 떠나자 교직원과 학생들도 그 자리에서 해산했다.장규민은 약을 들고 총장실로 돌아왔다. 그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몹시 기뻤다.첫째로 학생들이 무료로 유용한 지식을 습득했고, 무료로 신체기능을 증진시키는 약을 받았다. 너무 기쁜 일이지 아니 한가.둘째로는 곤경에 처해 있는 석관에게 도움을 준 것이다.여기서 포인트는 석관이 현 의학계의 거장이자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 그런 석관을 이 장규민이 도움을 줬다는 게 아닌가. 앞으로도 석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의학계에서 크나큰 명예를 얻을 수 있겠지.곱씹을수록 기쁜 일이다.“생각해보니 그 악마 강책에게도 감사해야겠네.”“강책이 일부러 석관 선생을 모함하지 않았다면 내 어찌 이런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었겠는가.”“정말 신이 나를 도왔도다.”장규민이 뿌듯해하고 있는 와중에 어떤 이가 다급하게 노크해왔다.“들어와요.”문이 열리자 한 선생이 들어왔다. 선생은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큰일 났어요, 총장님!”장규민은 눈썹을 찡그렸다. 자기가 온갖 좋은 상상을 하는 와중에 달려와서 한다는 소리가 큰일 났다니, 제대로 기분이 잡쳤다.그는 “무슨 일이 생길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금방 한 학생이 석관 선생이 준 약을 먹었는데, 복용 직후에는 각성제를 맞기라도 한 듯 생기발랄하다가 10분도 안 되어 경련, 구토를 일으키고 말도 횡설수설했어요. 병원 갔는데 글쎄 쇼크래요!”“뭐라고?” 장규민은 너무 놀란 나머지 펄쩍 뛰면서 물었다.“그래, 확실히 약 먹어서 그러는 거 맞아? 학생 본인이 원래 다른 병을 앓고 있다든지?”장규민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장규민이 그토록 믿었던, 믿다 못해 숭상할 정도였던 석관이 되려 자기를 해치려 했다니.도대체 왜?이런 행동을 해서 그에게 무슨 이익이 있나?장규민은 떨리는 손을 들어 “석관이 준 약 절대 먹지 말라고 빨리 방송실 스피커로 알려”라고 말했다.대부분이 이미 먹었다 한들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구한 거다.이 방송으로 몇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으면 좋은 일이다.선생과 학생회 회장은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이 사실을 전달했다.장규민은 후회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석관이 그를 속이려 했단 말인가?안 되겠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지!그가 바로 석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다름 아닌 안내 음성이 들렸다.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전원이 꺼져 있다고?“젠장!!!”장규민은 탁자 위에 전화기를 거칠게 던져놓고는 한바탕 저주를 퍼부었다.이때 교감이 다시 들어와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총장님, 일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학부모들까지 다 알고 난리 났어요.”장규민은 걱정이 최고조에 달했다.학부모가 이 일로 소란을 피운다면 석관은 어떻게 나오려고 이러는 거지?그는 매섭게 소리쳤다. “빨리 경찰에 신고해서 가짜 약이나 파는 석관을 잡아가라 해!”“그래도 소용없어요. 석관은 약을 거저 준거지 팔지 않았어요. 경찰이 석관을 잡아간다 해도 우리 쪽은 면치 못하잖아요.” 교감이 말했다.그래, 석관을 즉시 처형시킨다 해도 학부모들이 우리 잘못을 쉽사리 넘기겠어? 절대 그럴 리가 없지.이 일을 잘못 처리하면 장규민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형사 책임까지 떠안아야 될지도 모른다.그는 쉴 새 없이 책상을 두드려댔다.“이렇게 하자. 우리 일단 경찰에 신고하자고.”“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전달해줘. 학생들의 의료 비용은 전적으로 학교에서 책임지겠다고.”현재로서는 장규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그는 지금 학생들에게 큰
무슨 일이든 늘 자신감 넘치는 장규민이었는데 이번만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도무지 싹수가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싸안고 책상에 엎드려 괴로워했다.“강책을 찾아가는 건 어떨까요?” 교감이 슬며시 귀띔했다.“강책? 그를 찾아서 어쩌려고?” 장규민이 고개를 들어 교감을 바라보았다.“강책은 처음부터 약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어요.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도 정확히 짚어낸 이상 그에게 해결책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도움이 필요하면 인지병원에 찾으러 오라고도 했고요.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을 것 같아요.”일리가 있는 말이다.다만……장규민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강책의 호의를 매도하고 교내의 모든 사람이 그를 죄수 취급하면서 쫓아냈는데 어찌 또 손을 내밀 수 있겠는가.”교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렇지만 시도해보죠. 수백 명 학생들의 목숨과 관련 있는 일이니, 총장님께서 좀 괴롭더라도 어쩌겠어요.”장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강책이 정말 학생들을 구할 방법을 알고 있다면 내가 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그에게 도움을 구해야겠어! 지금 당장 인지병원으로 가보세.”교문 앞은 이미 학부모들로 꽉 막혀서 도무지 나갈 수가 없었다. 교감은 사다리를 구해다 줄 사람을 불렀다. 사다리를 타고 학교 담장을 넘어간 뒤 담장 밖에서 차를 대기하고 있을 작전이었다. 십여 분을 애쓰고 나니 차는 어느새 병원에 도착했다. 장규민은 차 문을 열고 나왔다.그가 병원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한 여인이 길을 막아섰다.“이봐요. 좀 비켜주세요. 급한 일이 있단 말이에요.” 장규민이 말했다.“의과대학의 총장 장규민 씨?”“맞는데…… 저를 어떻게 아시죠?”“저는 의과대학의 주임 신온입니다.”“저 사람이 화타라고 불리는 신 명의——신온?” 장규민은 크게 놀랐다. 신온은 워낙 유명해서 그 역시 신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온이 젊고 예쁘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장규민이
강책은 장규민이 자기를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었다. 석관이 일으킨 문제를 장규민 혼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강책이 학교를 떠나서 바로 병원에 온 것은 빨리‘억제제’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병원은 약재가 많으니 약을 만들기 용이했다. 이 맞춤형 억제제도 몇 시간 걸려 만들었다.강책은 이를 대비해 신온에게 부탁했었다. 장규민을 만나면 자기가 약을 조제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밖에서 기다려달라고.하지만 도리어 난감한 상황이 연출됐다.신온은 수치 당했을 강책을 생각하고는 불같이 화가 났었다. 장규민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고는 장규민에게 강책의 말을 그대로 전달해주지 않았다. 장규민을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라 문전박대까지 하고 말았다.근데 이것도 어쩌면 강책의 부탁대로 하는 게 아닌가. 장규민을 기다리게 하라고 했지, 어떻게 기다리라고는 하지 않았다.장규민이 무릎을 꿇은 것도 자기 선택이며 신온이 요구한 적 없다.신온 역시 강책을 대신해서 화를 내준 게 아닌가.어찌 됐든 신온의 마음속에 강책은 완전무결한 존재이다.신온은 강책을 사랑하고 있다. 강책과 한평생 함께 있을 수 없더라도 다른 사람이 강책을 모욕하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강책이 좋게 말해달라고 했지만, 신온은 들어줄 수가 없다 이 말씀이다.한 편, 강책은 장규민이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못내 딱해 보였다.강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온, 저건 아니지.”신온은 다시 얼굴색을 바꾸며 말했다. “그가 교내 사람들 앞에서 너를 모욕한 게 더 못 할 짓이야. 무릎 꿇은 것도 내가 시킨 게 아니라 장규민이 스스로 한거라고.”그 둘의 대화가 장규민에게도 들렸다. 그도 대충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이럴 때일수록 굽히고 들어가야지. 아니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장규민이 그들에게 말 걸었다. “맞아요, 강책 씨. 제가 혼자 반성하려고 무릎을 꿇은 겁니다. 강책 씨한테 용서를 구하고 싶어서요. 신온 선생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