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만둣국을 다 먹어 해치웠지만, 정몽연만이 앞에 놓인 그릇을 보고 다시 강책을 바라보며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 그녀까지 먹는다면 강책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 될 것이었고, 종민오는 이걸 노리고하는 짓이었다.그는 정몽연이 자신이 준비한 만둣국을 먹길 원했다, 다른 사람의 여자가 자신의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몽연아, 왜 안 먹어?"종민오가 고의적으로 물었다. 정몽연은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고개를 떨구었다.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을 하기 어려웠고, 자리에 많은 사람이 있는 와중에 그의 호의를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설마, 정말 자신의 남편을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해야 한단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몽연은 입술을 깨물며 오늘 여기 있는 사람들과 사이가 틀어지더라도 강책의 편에 서서 종민오가 준비한 만둣국은 절대 먹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분위기가 어색한 도중에 강책이 웃으며 만둣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에 만두가 불어 터진 걸 보니 놔둔지 꽤 된 것 같은데, 용성원의 제일 신선하고 질 좋은 만둣국이 아닌가 보군요. 이런 만둣국을 우리 몽연이가 먹을 수 없지.”이게......종민오의 안색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렸다.그가 힘들게 인맥을 동원해서 구해 온 고급 만둣국은 한 그릇에 40만 원이나 되는데,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멸시를 당해도 된다는 말인가? "하하, 강책 씨,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죠.”"내가 준비한 만둣국이 불어 터져서 몽연이에게 맞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좋아요, 그럼 당신이 어디 한 번 만둣국을 하나 만들어 보시든가.” "입만 살아서 그러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요. 비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다른 사람들도 웃으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반장, 난처하게 하지 마. 이 만둣국은 한 그릇에 40만 원 남짓이나 되고 지금 차려진 것만 해도 200만 원은 족히 되겠는데, 저 사람 한 달 월급이나 된다고.”"에휴 몽연아, 너도 참, 한 송이의 꽃이 거름에 핀
강책은 휴대전화를 꺼내 손재언에게 전화를 걸었다."응 재언아, 일 좀 도와줘. 내가 지금 용성원의 만둣국이 먹고 싶으니까 그 집 셰프를 불러서 직접 장 레스토랑장 6번 룸으로 와서 만둣국을 조리해 달라고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15분 안에 처리하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사람들을 둘러본 강책은 담담하게 말했다.“15분이면 셰프가 와서 저희에게 직접 만둣국을 끓여 줄 테니 다들 조금만 기다려주시죠.” 현장에는 다시 한번 격렬한 야유가 터져 나왔다.15분? 하하하하하, 웃겨 죽겠다!용성원의 셰프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도 열흘이나 보름 전에 해도 못 잡았는데, 강책 같은 평범한 직원은 예약을 할 자격도 되지 못했다. “어이, 이제 그 연기도 그만 좀 하지?”강책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5분,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 동안 모두들 의자에 앉아 뉴스를 대충 훑어보더니, 룸 밖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중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저분은 용성원의 셰프가 아닌가? 어째서 장 레스토랑에 온 거지?!” 이 외침은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하나둘씩 얼른 일어나 나가봤고, 종민오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강책은 의자에 앉아 반찬을 한 입 집어먹으며 정몽연에게 말했다."배고프지? 잠시 앉아 있으면 만둣국이 곧 나올 거야.” 정몽연은 흥분한 듯 물었다.“너 정말 용성원의 셰프를 부른 거야?” "응.""어떻게 한 건데?” 장책은 웃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용성원 셰프랑 원앙 식당의 섭쟁 셰프랑 친구 사이이고, 나랑 섭쟁 셰프는 서로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사이이니 다 같이 알게 돼서 이 정도 도움쯤이야 뭐, 할 수 있지.”정몽연은 깜짝 놀랐다, 강책은 겉보기에는 별로였지만 그의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너 말이야, 앞으로 네 친구 좀 배워 봐, 평생 평사원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하하,
"반장, 왜 안 먹는 거야?”"그러게, 만둣국 너무 맛있는데. 난 한 그릇 더 먹을래."“강책 대단하군, 용성원의 셰프까지 부르다니.”그 박쥐 같은 동창생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종민오의 편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강책을 추켜세우고 있다. 그들은 모두 줏대 없이 누가 더 세 보이면 그의 말을 듣는 것이다.월급 180만 원을 받는 강책이 어떻게 셰프를 모셔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셰프를 모셔올 수 있는 정도라면 분명 대단한 사람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앞에 놓인 만둣국을 보며 종민오는 그릇을 드는 것조차 꺼려 했다."흥!"그는 탁자 위를 거세게 내리치며 분을 삭일 수 없었다.강책은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만둣국을 들고 먹었는데, 역시나 전국 제일의 만둣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 함께 먹고 있는 도중에, 룸의 문이 열리고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이 여성을 본 남학생들의 눈빛이 다시 한번 밝아졌다.그녀는 반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여학생인 양군여였고, 당시 정몽연과 함께 반 여신이라고 불렸고, 그녀를 쫓아다니던 남학생들이 줄을 섰었다.정몽연에게 다가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남학생들은 양군여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다."군여, 왜 이제야 왔어?"“길이 막혔어, 늦어서 미안해.”양군여의 목소리는 매우 가늘었고,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군여아, 여기로 와서 앉아.”정몽연은 손을 뻗어 양군여의 손을 잡고 자신의 옆에 앉게 했고, 두 사람은 학교 다닐 때 서로 둘도 없는 절친이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서로의 일이 바빠 연락이 끊겼었다.몇 년 후에 이렇게 재회하니 두 사람 모두 매우 기뻤다.두 명의 미녀가 한자리에 앉다니, 남학생들은 잇달아 상심하여 눈물을 흘렸다.이거야말로 낭비이지 않은가! 그들은 미녀 옆에 앉을 수 없어 매우 한탄스러웠다.종민오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물었다. "군여, 듣자 하니 축구 코치한테 시집을 갔다고 하던데?” 양군여는 고개를 끄덕였다."뭐라고 했지?이름이….
동창회의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변했다양군여는 마치 범죄자처럼 그의 심문을 받고 있었고, 머리를 떨군 채 두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정몽연은 그때 양군여의 양손에 굳은살이 박인 것을 발견했다.응석받이로 자란 양군여는 원래 꾸미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굳은 일을 할 줄도 모르는 아이였는데 어떻게 굳은살이 박일일 수 있단 말이지? 나성민의 다리가 부러지고 양군여 혼자 가정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는 걸로 밖에 설명이 안 됐다.종민오는 계속해서 빈정거리며 말을 이어갔다.“군여,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아이도 없다면서?”양군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성민 오빠가 계속 바빴거든.”"바쁘다고? 하하, 내가 보기엔 그런 쪽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종민오가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 다리가 부러져 아이를 갖고 싶어도 역부족인데,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나라도 도와줄까?”"개 같은 자식!!!”정몽연은 더 이상 그의 말을 듣고 있을 수 없어 테이블을 치며 일어섰다.하지만 종민오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농담한 건데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게다가, 다들 오해하고 있나 본데 내 말 뜻은, 군여에게 좋은 의사를 찾아줘서 나성민의 병을 고치게 할 생각이었다고. 그러면 아이를 가질 수 있잖아?”그의 설명은 매우 구차했지만,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정몽연은 자리에 앉아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떤 좋은 의사를 찾을 수 있는데 네가?"종민오는 웃으며 대답했다."몽연아, 너도 반장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네.”"나는 네 쓸모없는 남편과는 달라, 그는 고작 셰프 몇 명밖에 몰라서 만둣국 몇 그릇 내놓을 수 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지?”“하지만 난 달라, 강남구 최고의 의사를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강남구 최고의 의사?“지금 의학사의 석 씨 집안을 말하는 거니?”정몽연이 물었고, 종민오는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의학사는 의학계의 선두주자지만 그동안 계속
사람들은 일제히 강책에게 시선이 쏠리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종민오는 독살스럽게 말을 했다.“강책, 내가 지금 명의한테 전화를 걸고 있는데 무슨 소란을 피우는 거지?”강책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끊었다.강책이 전화를 끊은 직후 종민오가 걸던 전화도 끊기며 안내음이 나왔다.‘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종민오는 좀처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자신은 명의와 친한 친구라고 말했는데 상대방이 바로 그의 전화를 거절하다니. “종민오, 허풍 떠는 버릇은 여전하네? 명의가 네 전화를 받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정몽연이 말했다."누가 허풍 떠는 걸 좋아한다는 거야? 명의가 갑자기 일이 생긴 걸 수도 있지. 기다려, 다시 전화를 걸어볼 테니까.”종민오는 말을 마치며 다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테이블 너머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고, 강책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강책! 당신 왜 그러는 거야?”"전화 끊으라고, 못 들었어? 지금 명의한테 전화 걸고 있는데 일부러 그러는 건가?”그러자 강책은 발신자 표시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정말로 전화를 끊으라는 건가요?”"허튼소리! 명의랑 얘기하는 걸 방해하지 말라고.”"그래요, 당신 말을 따르죠.”강책은 또다시 손을 뻗어 전화를 끊어버렸고, 동시에 종민호 쪽의 전화도 끊어졌다.“응?”종민오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몰래 빼온 번호가 설마 가짜인 건가? 아니면 명의는 낯선 사람의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이유야 어떻든 지금 이 상황은 매우 곤란했다."다시 해볼게."종민오는 다시 전화를 걸었고, 전화가 막 연결되자마자 저쪽에 있던 강책은 전화를 끊는 상황이 또다시 반복됐다.이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이상함을 감지했다. 왜 매번 종민오가 전화를 걸 때마다 강책의 휴대전화가 울리는 거지? 마치 종민오가 강책에게 전화를 건 것처럼 말이다. 종민오도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차린 뒤
그는 강책을 바라보았고,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세 번 연속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강책의 휴대폰이 모두 울렸고, 마지막으로 강책이 휴대폰을 끄자 명의의 휴대폰도 꺼졌다니,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우연이 겹쳤다.이것은 아주 높은 확률로 종민오가 건 전화는 강책이었다.하지만 종민오는 명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는데, 그럼 강책이 명의라는 뜻인 건가?월급 180만 원을 받는 평범한 직원이 설마 명의라고? 종민오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는 심지어 이 일이 확인되면 그의 체면이 구겨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믿기 두려워졌다.한 동창생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종민오, 네가 건 전화번호 좀 불러봐 봐.”"어, 핸드폰 번호가 010에......”그가 전화번호를 다 읊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은 과연 정몽연이었고, 놀라서입을 열었다.“그건 강책 번호인데?”역시나!다시 한번 장내가 술렁였다.모두들 동시에 강책을 향해 존경의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강책, 당신이 명의란 말인가요?”강책은 손사래를 쳤다. "며칠 동안 신 어르신을 따라 의술을 배웠을 뿐이지 어디 명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아휴, 명의 님께서 이렇게 겸손하시다니!”"강책이 명의였다니, 용성원의 셰프를 알 만도 하군.”"강 명의 님, 이렇게 능력이 있는데 왜 자신을 월수입 180의 평사원이라고 말한 겁니까?”강책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제 본업은 실제로 월급 180만 원짜리 평사원이긴 합니다. 다만 여가 시간에 의관에서 의술을 배우고, 그곳에서 월급도 받지 않으니 굳이 말을 안한 거죠.”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정말 대단하군요, 여가 시간에 의술을 배우면서 명의의 경지까지 오르다니, 천재가 따로 없네요.”"이분이야말로 진정한 명의라고 할 수 있군요!”"그러니까요, 정말 잘 어울리는 부부 한 쌍이군. 몽연이 같은 학교 여신이 평범한 직장인과 결혼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됐지. 강 명의처럼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헛된 명성을 추구하지
"종민오? 너 괜찮은 거야?!”몇몇 동창생들이 달라붙어서 종민오를 일으켜 세웠고, 또 누군가는 즉시 119에 전화를 걸어 종민오를 구급차에 태워 보냈다.강책의 말을 듣지 않으니 바로 화를 당했고, 그의 호의를 오해해서 큰 손해를 본 셈이었다.이 해프닝으로 인해 화기애애했던 동창회도 삭막해졌고, 다들 계속 식사할 의향이 없어지자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그대로 헤어졌다.정몽연은 양군여와 함께 식당을 나왔다.그러던 중 양군여가 먼저 말을 꺼냈다."몽연아, 네 남편이 명의라니, 혹시 부탁을......”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몽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말할 필요도 없어.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강책에게 네 남편의 병을 고치러 가라고 할 거야. 지금도 한가하니까 바로 출발할까?”"몽연아, 고마워.”"너랑 나는 둘도 없는 사이인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정몽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군여야, 너 차 어디에 주차했어? 내가 네 차 따라갈게.”양군여는 어색한 듯 머리를 쓸어넘겼다.“난 버스 타고 온 거야.”"어? 네 차는?""팔았어.”"어떻게?""성민 오빠 병을 고치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양군여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요즘 매우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정몽연은 양군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렇게 힘들게 지냈는데 왜 나를 찾지 않은 거야? 네가 말만 하면 난 널 무조건 도와줄 거야.”양군여의 코가 시큰거리며 이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성민 오빠는 적이 너무 많아, 너한테 누를 끼칠까 봐 감히 말을 못 했어.”"바보야, 앞으로는 그런 생각 하지 마!”정몽연은 양군여를 끌어안으며 가장 순수하고 사심 없는 사랑을 줬다.그리고 그녀들은 차례로 차에 올라 강책이 차를 몰고 양군여의 집으로 달려갔다.예전에 양군여가 살던 곳은 그런대로 호화로웠지만, 나성민이 사고를 당한 이후 진료를 위해 집도 팔고 지금은 교외에 방을 얻어 살고 있었다.그들은 한
이미 늦었다. 소리를 지르자마자 네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입구를 막자 양군여, 정몽연 그리고 강책은 방에 갇혀 나갈 수 없었다.양군여가 당황해 물었다. “저 사람들 누구예요?”슈트 차림의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저는 양광 부동산의 자문 변호사 염강호입니다.” 나성민은 원래 남강 축구단의 감독이었다. 즉, 양광 부동산은 남강 구단의 본사이다. 양군여가 물었다. “당신들 성이 형 해고한 거 아니에요? 또 무슨 일로 찾아왔어요?”염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해고는 했는데 아직 해결할 게 남았어.”염강호는 계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나성민이 팀원들에게 승부조작을 시켜 남강 축구단과 양광 부동산 명예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으므로 현재 법원으로부터 나성민은 남강 축구단과 양광 부동산에 각각 삼백만 원씩, 총 육백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니 늦지 말고 빨리 입금해!”염강호는 당당하게 말했다. 양광 부동산처럼 큰 회사가 나성민 하나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닌가?게다가 승부조작은 양광 부동산 명예에 큰 영향을 끼쳐 배상을 받아도 마땅했다.하지만...나성민은 염강호의 말을 듣자마자 화를 내며 큰소리를 쳤다. “저는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어요! 그건 팀원의 부탁으로 한 비공식적인 계약서예요. 저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들이 나한테 누명을 씌우는 거잖아요!” 염강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누명을 씌우든 말든 그건 나랑 상관없고, 그렇게 억울하면 경찰서 가서 말하고 법원 가서 항소해. 나랑 상관없어.”“나는 명예훼손금 육백만 원만 돌려받으면 돼.”“나성민, 양군자. 멀뚱멀뚱 쳐다만 보지 말고, 얼른 돈 내놔.”‘돈?’무슨 돈?있는 돈을 다 털어서 나성민에게 줘서 빈털터리가 되었는데 어디서 육백만 원이 어디 있을까?지금뿐만이 아니라 나성민이 감독이 되어도 육백만 원은 없다. 나성민이 법에 엄격해 나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업계 최하위 연봉을 받는 감독이다. 하지만 이런 강철같은 나성민 감독이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