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모든 음식을 꼼꼼히 검사하면서도 말을 계속했다.“만약 저를 위해 준비하신 거라면 다음부터 줄여주셔도 좋습니다. 제가 많이는 못 먹습니다.” 음식의 검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조연진은 강책과 얼굴을 마주보며 식사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 분위기가 점점 어색하게 흘러갔다. 식사를 마친 뒤, 조연진은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고, 강책도 그녀를 따라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조연진은 침대에 눕고, 강책은 소파에 앉았다. 여전히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연진은 어떻게든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너무 황당할까봐 시도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바로 조연진이 씻고, 잘 시간이다. 조연진은 강책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강선생님, 저..이제 그만 씻고 자고 싶어요.” “네, 좋습니다. 일단 제가 먼저 가서 욕실 검사를 하겠습니다.”곧이어 강책은 빠르게 욕실을 검사했다. “네, 씻으셔도 됩니다.” “네?”조연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여기서 제가 씻는 걸 보신 다고요?” “네.”아무리 조연진이 강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가는 것에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하면서 나쁘지는 않았다.‘와, 왜 기뻐하는 거야? 남자한테 목욕하는 걸 보이는 게 좋은거야? 나 너무..’ 강책은 조연진의 표정을 파악하고 욕실 내부를 가리켰다.“들어가시면 저 커튼을 치면 됩니다. 그러면 저는 그냥 그림자만 보이고, 아가씨 몸은 직접 보이지 않습니다. 아가씨의 안전을 지키는 겁니다.” “아, 네. 그렇군요.”사실 남자에게 목욕할 때 그림자를 보이는 것 자체로도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강책이였기에 조연진의 머릿속에는 그저 기쁨 만이 맴돌았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네.”조연진은 갈아입을 옷을 들고 커튼을
강책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3초 정도 침착함을 되찾고 다시 시선을 커튼으로 향했다. 완벽한 라인이지만 강책에겐 결국 영화를 보는 것과 다름 없었고,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40분 뒤, 조연진은 목욕을 마쳤다. 강책은 왜 여자들은 목욕시간이 긴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은 5분, 길어봤자 10분이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자신의 아내 정몽연도 목욕을 30분 이상 했던 것을 떠올렸다. 강책이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커튼이 열렸다. 귀여운 여자가 나왔다. 강책이 밖에 있는 줄 까맣게 잊은 채 평소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커튼을 쳐버린것이다.“아~!!!” 조연진이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커튼을 쳤다. 커튼 위로 떨리는 그림자가 비춰졌다.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기 때문에 강책도 깜짝 놀랐다. 이때, 보안요원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괜찮으신 겁니까?” 조연진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큰 소리로 답했다.“괜찮아요. 살짝 넘어진 거 뿐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려가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시면 꼭 말씀해주세요.” “네, 알겠어요.”보안요원들이 떠나고 조연진은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고는 커튼을 치고 나왔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서 강책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빠르게 강책을 옆을 통해 토끼마냥 침대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이불을 머리 위로 올렸다. 강책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책도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이불을 머리 위에 쓰시고 주무시면 호흡에 좋지 않습니다.” 조연진은 그제서야 이불 위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는 강책을 슬쩍 바라보았다. 곧이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저, 잘게요.” 라며 말했다. “네.”강책은 책상 스텐드를 키고, 방 안의 불을 끈 채 소파에 앉아 조연진을 바라봤다. 조연진은 궁금한 듯 물었다.“안 주무세요?” “제가 자면 누가 아가씨를 지켜줍니까?” “그렇게 지내다가는 몸이 힘들텐데요.” “걱정
미팅이 끝나면 강책이 바로 별장으로 다시 데려간다. 오늘은 화장실도 급하지 않는 이상은 금지였다. 완벽한 조치로 강책은 범인이 조연진에게 절대로 다가가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가씨, 만약 가능하다면 오늘 활동도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안전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보는데요.” 강책의 제안이 맞는 말이였지만 몇 년동안 열심히 닦아온 결과를 앞에두고 그대로 포기해버리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였다.“제리 선생님이랑 그래도 이야기는 해보고 싶어요.” “네,알겠습니다. 하지만 20분이에요, 가능하면 짧고 굵게 끝내세요. 다른 말은 하지 마시고요.” “네, 알겠어요!”강책은 조연진을 데리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레드 카펫이 펼쳐진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기자들, 회사 직원들, 관리인들 모두 오늘의 미팅을 중요시하게 여겼다. 회사의 브랜드 명성, 외국계로 진출할 가능성 모두 오늘의 제리 디자이너의 말에 따라 달라 질 것이다. 제리 디자이너는 엄격하기로 소문난 디자이너이다. 하지만 조연진의 충줄한 능력과 재능 덕에 한번 만나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하지만 조연진의 작품이 제리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브랜드의 명성은 반토막이 될 것이다. 반대로, 제리가 만족한다면 머지않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조연진은 손을 흔들면서 웃은채로 무대위로 올라갔다. 강책은 그녀를 무대위로 안내 한 뒤, 조연진을 이미 배정해 둔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강책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상한 사람이 있나없나 살폈다. 만약 범인이 조연진과 함께 불에 타서 죽고 싶다면 분명 좋은 상태는 아닐 것이다. 강책이 계속 살폈지만 이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 백명이 넘는 사람들 와중에 범인을 찾기에는 어려웠다. 동시에 강책은 범인이 어떤 식으로 공격을 가할 지 궁금했다. 현장의 보안요원은 10명이 훨씬 넘고, 건물 자체에도 감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으며 화장실도 보안이 지킨다. 심지어 무대를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모두 강책이 보호를 하고 있다.
조연진은 제리와 기쁘게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여러 디자인 쪽 생각을 뱉었다. 그리고 제리에게 칭찬도 얻었다. 모두가 오늘의 미팅은 성공적이라고 생각이 들때,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제리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방 안에 손을 넣고는 라이터와 알 수 없는 액체를 꺼내고는 뚜껑을 열어 조연진의 몸에 뿌렸다. 순간, 조연진은 깜짝 놀라 움직이지 못했고, 현장에 모든 사람들이 얼어버렸다.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들도 제리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너무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누구도 막지 못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 제리가 조연진과 함께 불에 타 죽기 위해서 변태 편지를 보냈었다는 건 아무도 믿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검사를 거치지 않고 모든 보안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제리 뿐이였다. 그가 범인이다. 제리가 다시 행동을 취하자 강책이 빠른 속도로 무대로 올라가 제리의 왼쪽 손을 눌렀다. 이어서 그의 오른손에 쥐고 있는 라이터를 찼다. 이 모든 과정은 1초도 되지 않았다. 너무 빠른 속도에 기자들도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제리가 라이터를 꺼내 강책에게 저지를 당할 때 까지 걸린 시간은 2초, 강책은 처음부터 제리가 범인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이거놔, 이거놔!” 제리는 강책에 의해 탁자위로 짓눌렸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나오려고 해도 강책의 손을 벗어 날 수는 없었다. 그제서야 조연진은 제정신이 되돌아왔다. 그녀는 제리 디자이너가 변태 편지의 범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뭐가 어떻게 된거에요?” 이때, 강책이 ‘가짜’ 제리가 하고 있던 가발과 수염을 때고는 “진짜 제리가 아닙니다.” 라며 말했다. 조연진은 놀란 목소리로 “가짜?! 그럼 진짜 제리 디자이너는 어디있어!” 라며 물었다. 하지만 가짜 제리는 단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강책은 보안요원들을 불러 ‘가짜’를 감시하라고 알려두었고, 부하들을 시켜 진짜 제리를 찾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만약 그의 예상이 맞다면 진짜 제리는
강책은 조연진을 차에 태웠다.이때 곽현민이 선뜻 다가오며 말했다.“그 사칭자는 강책 씨께서 잘 해결해주세요.”“물론입니다.”“연진 씨는 제가 직접 바래다 드리겠습니다.”“그래요. 제가 차로 배웅해드릴게요.”강책이 손짓하자 곧바로 차 여러 대가 호송하러 왔다. 곽현민은 직접 운전하여 조연진을 별장으로 데려다주었다.그들의 차가 멀리 떠난 후 강책도 다시 회사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는 사칭자가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상세하게 조사할 계획이었다.바로 이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여보세요?”“강책 씨, 저희가 이미 제리 마스터가 묵고 있는 호텔을 조사해 봤는데 강책 씨 예상대로 마스터가 납치를 당했어요. 제리 마스터는 줄곧 방안에 갇혀있고 옷과 서류 등은 전부 그 사칭자가 가져갔어요.”“알았어.”모든 것이 강책이 추측한 대로이니 그다지 놀랄 것도 없었다.이 일은 이쯤에서 끝나야만 했다.강책이 전화를 끊으려 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또다시 말소리가 들려왔다.“아 참 강책 씨, 제리 마스터의 말에 의하면 그를 납치한 사람은 남자 한 명 외에 여자도 한 명 더 있는 것 같대요. 한 사람의 짓이 아니라 일당이 있는 것 같아요.”일당이라고?순간 강책의 머릿속에 아주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그는 놀란 눈빛으로 조연진의 차가 떠난 방향을 쳐다봤다. 생각하면 할수록 소름 끼쳤다.“망했어!”사실 그는 좀 전에도 매우 수상했다. 사칭자는 뭇사람들 앞에서 라이터를 꺼내 조연진과 함께 죽으려 했는데 이런 일이 가능하기는 할까? 현장에는 수많은 경호원과 소화기가 놓여 있어 사람이 불에 타죽을 가능성은 너무 낮았다.그는 드디어 알아챘다. 사칭자는 단지 속임수를 쓴 것에 불과했다.진정 조연진과 함께 ‘한줄기 불꽃’ 이 되려던 자는 사칭자가 아니라 또 다른 여자인 곽현민이었다!“젠장, 이렇게 어리석은 실수를 하다니!”강책은 깊은 자책감에 빠졌다.사실 그를 탓할 것도 없었다.누구든 변태 범인이 당연히 남자일 거로 여길 테니까. 여자일 줄을 대체 누가 알
조씨 가문의 저택에서 조해인은 한창 아내 기윤미와 함께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과일도 먹여주고 다리도 주물러 주었다.조해인은 전국 각지에 수많은 애인을 두고 있지만 아내한테 여전히 매우 충실했다. 밖에서 아무리 기고만장하게 날뛰어도 집에 들어오면 얌전하고 성실할 따름이었다.어쩌면 집에서 너무 갑갑한 나머지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푸는지도 모른다.그도 그럴 것이 기윤미의 기세는 사납기 그지없었다.조해인은 밖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지만 집에만 돌아오면 얌전한 고양이가 되어 아내의 말에 절대복종한다.“여보, 다리 좀 어때?”조해인이 아부하며 물었다.“괜찮아졌어.”기윤미는 다른 한쪽 다리를 그에게 내뻗더니 계속 과일을 먹으며 TV를 시청했다. 마치 궁중의 대비마마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조씨 일가에서 기윤미는 세대주 외엔 거의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그녀는 불같은 성격에 능력도 출중하다.조씨 일가가 오늘 이 자리까지 올라온 데에는 기윤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조해인이 실패에 부딪힐 때마다 기윤미가 힘을 써서 구해줬고 조씨 일가에서 따내지 못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도 기윤미가 아이디어를 짜서 전부 해결해 주었다.기윤미는 조씨 가문에 없어서는 안 될 ‘빅 브레인’ 이었다.하여 집안에서 이토록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문득 조해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아내의 허락을 받은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상대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부회장님, 큰일 났어요. 연진 씨가 사람들에게 잡혀갔어요!”“뭐?!”조해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한 무리 사람들을 보내 철통 보호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어떻게 잡혀갈 수 있단 말인가?상세한 보고를 들은 후 조해인은 좌불안석이 되어 어쩔 바를 몰랐다. 조씨 일가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바로 여동생 조연진이었다.만약 조연진이 잘못되면 그는 대체 어찌 살아가란 말인가?“강책 이 망할 자식, 아무런 쓸모도 없는 쓰레기 같은 녀석!”기윤미가 그
이젠 어떡해야 하는 걸까?조연진이 물었다.“현민 씨,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곽현민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으로 가고 있어요.”“낙운강이요?”“네. 우리 함께 낙운강에 뛰어들어 사랑을 승화해요!”조연진은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사랑이 웬 말이야고? 그녀는 이성에게만 호감을 느낄 뿐 곽현민과 같은 변태에겐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현민 씨, 차 세워요. 나 진짜 현민 씨한테 호감 없다고요.”곽현민은 낯빛이 변했지만 차의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괜찮아요, 연진 씨. 혼자만의 사랑이라도 좋아요.”이런 일방적인 ‘사랑’ 이 가장 골치 아프다. 상대는 전혀 아무 느낌 없다는데 한사코 매달리고 집착하고 심지어 함께 죽으려 하다니.이게 정말 사랑인 걸까?이건 엄연한 이기적인 행위이다!그들의 차는 낙운강과 점점 더 가까워졌다. 몇십 초 뒤엔 바로 난간을 뚫고 도로에서 낙운강으로 떨어질 기세였다.경찰이 곽현민의 위치를 파악한다 해도 이젠 더는 막을 수 없다.“안돼!!!”조연진은 울며 애원했다. 그녀는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마음속엔 또 다른 남자가 자리하고 있었으니.“강책 씨, 어디 있어요? 제발 나 좀 구해줘요!”그녀의 진심이 닿았던 걸까, 이때 갑자기 길옆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튀어나왔다.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옆에서 뛰쳐나왔다.그가 바로 강책이었다!본인이 한 잘못이니 직접 만회해야 한다.“강책 씨?!”조연진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강책이 나타나다니, 정말 짜릿할 따름이었다.곽현민도 강책을 보았다.그녀는 하찮다는 듯 코웃음 치며 말했다.“혼자서 사람을 구하려고? 꿈도 꾸지 마! 연진아, 넌 오늘 내 여자야. 우린 반드시 함께 뛰어내려야 해!”그들의 차는 순식간에 난간 쪽으로 돌진했다.이때 강책이 재빨리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려 자동차 위에 안착했다.곽현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차는 곧바로
도끼가 이제 막 강책의 팔에 꽂히려던 순간, 조연진은 서슴없이 자신의 몸으로 곽현민을 들이받았다. 이에 곽현민은 머리가 띵해졌고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좌석 사이에 그대로 끼었다.마냥 착한 조연진을 이 지경으로 몰아붙이다니, 강책을 향한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연진아, 올라와 얼른!”강책은 다른 한 손을 내뻗어 조연진을 힘껏 잡아당겨 차 위로 잡아당겼다.그 시각 헬기 한 대가 그들 쪽으로 날아오더니 사다리를 내려보냈다.강책은 한 손으로 조연진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흔들리는 사다리를 꽉 잡은 후 헬기에 매달린 채 위로 날아올라 갔다.차 안에는 곽현민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그녀는 차창 너머로 구출되는 조연진을 바라보며 절망 섞인 표정을 지었다.“안돼, 안돼!”남을 해치려 들면 본인도 무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 셈이다. 오랫동안 계획한 꼼수에 결국 본인만 넘어갔고 정작 조연진은 안전히 구출되었으니,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이란 말인가?몇 초 후, 차가 낙운강에 빠져 굉음을 내며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켰다.경찰이 나중에 차를 건졌을 때 곽현민은 일찌감치 익사했다.그녀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다.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계획이라 여겼는데 이토록 쉽게 강책에게 파괴당하다니.그도 그럴 것이 오직 강책만이 이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만약 일반인이라면 조연진의 시체만 건질 뿐, 그녀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강책은 조연진을 꼭 안고 헬기에 탄 채 안전한 곳에 착륙했다. 조해인이 한 무리 사람을 거느리고 자리에 도착했다. 그는 걱정 어린 말투로 조연진에게 안부를 물은 후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의사들을 데려와 그녀를 진찰하게 했다.다만 그녀는 모든 사람을 돌려보냈다.조연진은 강책만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의 품 안에서만 따뜻한 온기와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다.강책은 매우 난처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를 밀쳐낼 순 없었다.그렇게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그녀의 마음도 서서히 안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