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앉자마자 옆에 앉아있던 여자 두 명이 동시에 일어났다. 같이 앉기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한 여자가 다가와 손을 내밀며 말했다.“방금 제가 드린 명함 다시 돌려주세요.” 방금 자신에게 굽신굽신 거리고 심지어 무릎까지 꿇었던 여자들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니 정운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편, 소홍문은 강책을 이리저리 보고 웃으며 말했다.“한이가 저번에 갔다 오면서 네 얘기를 했었어. 네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 몽연 그 기지배가 아주 딱 맞는 낭군님 한테 시집을 갔다고 그랬는데. 오늘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강책, 네가 우리 엄마한테 준 선물 진짜 마음에 들어. 자, 내가 술 한잔 따라주겠네.” 강책이 말했다.“과찬 이십니다.” 두 사람은 술을 같이 들이켰다. 소홍문은 그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소청에게 말했다.“큰 누나, 어디서 이런 사위를 찾은 거야?” 소청은 소홍문의 말을 듣고 기뻐서 입을 다물 수 가 없었다. 웃음이 오가는 자리 덕분에 분위기가 점점 좋아졌고 예전의 유쾌하지 않은 일들은 다 잊혀진 것처럼 보였다. 오로지 정운만 구석에 앉아 혼자 술을 들이켰다.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어 갈 때쯤, 어떤 사람들이 무리 지어 들어왔다. 리더처럼 보이는 사람은 선글라스를 끼었으며, 그는 키도 크고 덩치도 컸다. 그의 뒤로는 보디가드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검정 슈트를 입고 있었다. 무리들이 들어 온 걸 본 소청과 소홍문은 서로 바라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억지로 웃음을 내보이며 말했다.“형 왜 이제서야 와, 기다리다가 죽는 줄 알았네.” 선글라스를 낀 그 리더는 소청의 동생이자 소홍문의 형, 소중원이였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외국에서 사업을 했기에 그의 가족도 같이 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귀국도 거의 하지 않았고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심지어 자신 모친의 건강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래에 모친의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하여 귀국을 하여 찾아왔다
소중원은 고개를 들고 하찮게 여기며 말했다.“일단, 여기는 호텔이고, 네 집이 아니야. 그리고 나는 엄마를 보러 온거지, 너를 보러 온 게 아니야. 넌 날 쫓아낼 자격 없어, 알아들어?” 그가 손가락을 몇 차례 튕기더니 요리사 옷을 입고 있는 외국 남자가 다가왔다.소중원이 말했다.“난 너네 같은 거지들이랑 다르지, 덜 떨어진 요리사 불러서 개돼지줘도 안 먹을 요리나 해서 엄마 구역질 하게 만드는 것 뿐이지만, 난 무려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로브트 요리사를 불렀다고, 로브트 요리사의 요리는 이미 전세계 음식 잡지에서도 실린 적 있어. 동생아, 네가 말한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는 쓰레기 요리사들 중에 이런 업적 이룬 사람 있어?” 소홍문은 그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소홍문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강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요리사들 이였지만 로브트같은 전세계에서 잘 나가는 요리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는 화가 가라앉지 않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평소엔 엄마한테 얼굴도 안 비추더니, 재산 나눈다고 하니까 바로 나타나는 거 진짜 역겨워.” 소중원은 자신의 모친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 이런 쓰레기는 먹지 마. 내가 로브트 요리사한테 새로 만들어 오라고 할게. 이것보다 더 맛있을 거야. 엄마생신잔치 더 재미있게 보내게 해줄게. 알겠지?” 소청은 한숨을 내쉬고는 질책하며 말했다.“중원아, 엄마 입맛이 워낙 유별나. 서양음식을 엄마가 먹길 하겠어? 안 드실 게 뻔한데.” 소중원은 화를 냈다.“누나, 누나가 뭘 아는데?로브트 요리사는 전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요리사라고! 저 사람이 해준 음식을 안 먹다니, 그게 말이 돼? 그리고 셋째는 자기 정성이라고 쓰레기 요리사 들이라도 불렀지, 누나는 장녀가 돼서 요리사도 안 불러, 한 게 뭐야? 정말 불효녀가 따로 없네. 근데도 나를 가르치려 들어? 안 창피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소청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섭쟁의 등장으로 소청은 큰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군중들의 비웃음 속에도 섭쟁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요리사에게 팔의 개수 따위는 중요치 않습니다.만들어 낸 음식이 맛이 있는지, 맛이 없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건장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도 맛 없는 음식을 만들 수 도 있습니다.” 소중원은 미소를 거두며 물었다.“무슨 뜻이지? 그 뜻은 자네가 한 음식이 로브트 요리사가 만든 음식보다 더 맛있다는 뜻인가? 그쪽이 뭐라고 그렇게 자신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거지? 로브트는 전세계 음식 잡지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섭쟁이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중화 운명 오 천년, 긴 역사에, 땅도 넓으니 음식의 종류가 매우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설령 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다른 지역, 방법에 따라 다른 맛이 날 수도 있습니다.긴 세월이 흘러 지금의 음식은 총 8가지 사천,산동,광동,푸저우,소주,절강,후난,안훼이의 음식으로 나누어집니다. 더 자세하게는 너무 복잡하여 말씀 드리지는 못하지만 요리의 기술, 방법, 기구까지 전세계가 다 합쳐도 중화요리를 따라오지는 못할 것 입니다. 하여 제일 대단한 요리사는 중화요리사 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서양 요리사를 데리고 와 현지의 음식을 하라고 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소리입니다. 서양의 요리는 중화요리와 비교할 수 가 없습니다, 덜 떨어진 방법과 평범한 기술이 만들어 낸 맛은 다양하지 않고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단일합니다. 전세계 음식 잡지에 실렸다고 하지만 한낱 종이에 불과한 것인데, 제가 거기에 무릎까지 꿇고 빌어야 할 일입니까?” 소중원은 그의 말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입을 열지 못했다. 강책은 소리없이 웃었다. 섭쟁이 이렇게 말을 잘 하는 줄 몰랐다. 사실, 다른 방면에서 섭쟁은 말할 자격,권리는 없었지만 요리 쪽에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 의견을 내놓을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소중원은 화가 나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반박할 수도 없
빈 두 탁자 위에는 각각 로브트가 만든 음식들과 섭쟁이 만든 음식이 놓였다.로브트가 먼저 음식을 내보였다. 음식의 빛깔이 오색 찬란했고, 곳곳에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음식냄새를 맡은 사람들은 모두 흘린 침을 닦기 바빴다.빛깔 뿐만이 아닌, 음식의 향기 그리고 디테일까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고, 어떤 면에서 보나 완벽한 음식들 이였다.반면, 섭쟁의 음식은 외관상으로 한 참 덜 떨어졌다. 둘이 만든 음식을 비유하자면 부유한 공주와 촌에서 사는 거지 소녀 이였기에 비교할 가치가 없었다. 소중원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잘난 체 하더니, 만들어낸 게 고작 이딴 쓰레기야? 로브트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보라고, 예술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 네가 졌다는 거 인정하는 게 좋을 텐데?” 섭쟁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맞는 말이에요. 빛깔이나 냄새에서나 로브트가 차린 음식이 제가 만든 음식보다는 훨씬 낫네요.” 소중원이 말했다.“그래, 네 분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건 다행이네.” 섭쟁은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음식에 있어 먹는 사람에게 인정을 받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외관만 보고 음식의 가치를 판단하는 건 옳지 않아요.” 소중원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 뜻대로 해주지. 지금부터 엄마한테 음식을 나눠줘. 어느 쪽 음식이 더 맛있는지는 보면 알 거야.” 소중원은 케이크를 들고 일어나 그의 모친에게로 다가갔다.“엄마, 아-해보세요. 로브트 요리사가 엄마를 위해 만든 특수 케이크니까 한번 드셔보세요.” 소중원은 케이크를 모친에게 먹여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젖히고는 싫어하는 듯이 말했다.“아니, 안 먹어.” 소중원의 안색은 급격히 나빠졌다.“엄마, 이거 맛있 다니까요? 딱 한 입만 드셔보세요.” 그녀가 답했다.“안 먹어. 냄새 나.” 소중원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케이크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역겹거나 이상한 냄새는 전혀
“아무리 같은 고객이라 할지라도, 기분에 따라 입맛도 변하게 되있습니다. 설령 아무리 같은 기분이라 할지라도, 고객의 컨디션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도 다릅니다. 요리사라는 사람이 고객의 컨디션,입맛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책에 있는 그대로 음식을 만든 다면 좋은 요리사는 될 수 없습니다. 사람이라면 모두 음식을 만들 수 있고 심지어 기계도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요리와 기계의 요리의 차이점이라면..사람의 요리에는 감정이 들어가 있다는 점 입니다.” 섭쟁은 말을 하면서 그릇에 자신이 만든 음식을 담았다. 그릇 안에는 작게 썰린 고기, 야채 등등을 같이 담았고 마치 잡탕과 같은 모양새를 띄었다. 음식이 할머니 앞에 놓이기도 전에 그녀의 기분이 바뀐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냄새를 킁킁 맡고는 말했다.“냄새 좋아. 맛있는 냄새야. 이건 먹을래.” 그녀의 반응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그녀는 섭쟁이 음식 담긴 그릇을 자신에게 건네주기도 전에 뺏어서 꼴깍꼴깍 크게 들어 마시고 안에 있는 고기 마저도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한 그릇에서는 성이 차지 않아 세 그릇을 들이켰고, 다 마신 그녀의 기분은 매우 좋아 보였다. 마치 이성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것 처럼 보였다. 군중들은 섭쟁의 요리 실력에 허를 내두르고 주방의 신이라며 감탄을 했다. 강책은 웃음을 짓고는 그에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도 한 쪽 팔 밖에 없는 요리사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중간에 서있던 소중원과 로브트는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저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뒤 소청과 소홍문을 귀신저리가라 욕하는 것 이였는데 섭쟁이가 나타나 그 계획을 망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섭쟁의 요리실력은 뛰어 넘을 수 없는 경지까지 온 것이다. 이때..할머니의 눈이 맑아지더니 소중원을 보고는 좋지 않은 말투로 크게 소리질렀다.“둘째야! 너 이제야 돌아온 거냐?!” 소중원은 깜짝 놀라 자신의 모친을 바라보았다. 모친의 눈에는
소중원은 강책을 슬쩍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강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런 종류의 사람들은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게 대다수였다. 그는 소중원을 향해 다가갔다. 소청은 강책을 말리려 했지만 소한이 그런 그녀를 막았다. 소한은 강책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잘 알고있었다. 강책 혼자서 광두용 무리10-20명 정도를 상대하며, 단 30몇 초 만에 그들을 쓰러뜨렸던 전적이 있는데 눈 앞에 보이는 5-6명의 보디가드로는 전혀 그를 이길 수 없었다. 강책이 소중원에게 다가가자 보디가드 중 키는190정도로 보이고 근육질인 사람이 강책에게 다가갔다. 근육질 보디가드는 순간 강책의 목을 조르려고 했지만 강책은 한발 더 빠르게 보디가드의 팔목을 세게 잡았다. 그리고 투둑투둑-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근육질 보디가드는 아파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아~!!!!” 다른 보디가드들이 상황을 보고는 강책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강책의 재빠른 동작에 보디가드들은 맞고 떨어져 나가더니 하나 둘씩 게거품을 물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머지 보디가드들은 4-5초의 짧은 시간 안에 모두 그에게 당했다. 소중원은 놀라며 뒷걸음질을 했다. 사람 일리가 없어, 괴물이 틀림없어! 사람들속에서 섭쟁은 웃음을 보였다. 강책에게 ‘서경 수라전쟁의 신’이라는 이름은 괜히 붙은 게 아니였다. 이런 식충이 몇 십배로 달려든다고 해도 그를 어쩔 수는 없었다. 강책은 소중원의 멱살을 잡고는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너무 꽉 잡혀 소중원은 숨 쉬기 조차 힘들었다. 강책은 마치 죽은 돼지를 치우듯이 소중원을 서서히 끌더니 문 밖으로 냅다 던져버렸다. 그 탓에 소중원은 기둥에 머리를 박았고 아파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강책은 소중원의 앞에 서서 담담히 입을 열었다.“외국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그럼 비행기표 사서 외국으로 당장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마. 여기서 만약 다시 너를 보게 되면,
강책이 수락을 해도, 수락을 하지 않아도 밉보일 것 같아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소한이 집에 가기 싫어 했던 이유는 강책과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했기 때문이였는데 강책이 자신을 데려다 준다는 말에 기뻐하더니 강책의 팔을 잡고 흔들어댔다. “형부, 저 혼자 집에 가기는 무서운데, 데려다 주시면 안돼요?” 강책은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고는 소홍문에게 차키를 받아 소한을 데리고 떠났다. 옆에 있던 섭쟁은 그 장면을 바라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마음속으로 속삭였다.‘저희 형님은 몸놀림도 빠를 뿐더러, 여자를 대하는 것도 아주 능숙 하답니다. 아마 평생 여자한테 받는 인기 때문에 고생 좀 하실 거라 구요.’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구석.상처받은 정운이 고개를 내밀고 강책과 소한이 같은 차에 오르는 장면을 빤히 바라보았다. 화가 나 이를 갈기 시작했다.“강책 이 나가서 뒤져도 싼 놈, 아내도 있는 놈이 처제를 건드려? 다 먹어보려고 하는 개돼지보다 못한 놈! 그리고 소한, 너는 무조건 나, 정운이랑 결혼 해야해. 아무도 못 뺏어 가!” 그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통한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차 이미 시동 걸었어. 소한이랑 한 남자랑 같이 도착 할거야. 근데 예상과는 다르게 소한 아버지가 아니야. 그러니까..예의 바르게 행동 할 필요 없어. 죽을 만큼 때려도 된다는 소리야. 아, 알려줄게 있는데, 그 남자 몸놀림이 빨라서 인원을 좀 많이 불러와야 할거야. 기억해, 남자는 계속 건드려도 되는데 여자는 겁만 주고 머리카락 한 가닥도 건들면 안돼. 내가 도착하면 그때부터 계획대로 진행해. SUV하얀 차, 차 번호는...” 정보란 정보는 다 알려준 뒤, 정운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웃었다.‘강책, 감히 내 여자를 뺏으려 들어? 허허, 참혹하게 죽을 각오나 하라고!” 정운은 오래전부터 계획해 왔었다.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깡패들이 소한의 차를 막고, 그 남자를 때리고, 소한 한테는 겁만 주다가 타이밍에 맞게 그
소한은 그의 말에 뒤를 쓱- 돌아보고는 의미심장하게 따라오는 봉고차를 발견했다. 그녀가 다시 앞을 돌아보는 순간, 강책이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 소한이 물었다.“왜그래요?” 강책이 답하기도 전에 앞쪽에는 봉고차 두 대가, 뒤쪽으로는 차 세 대가 그들을 막아섰다. 그리고는 칼,철 방망이, 단검을 들고있는 무리들이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밤이라서 그런지 여자인 소한은 이런 상황에 겁이 나기 시작했고 아무리 강책이 옆에 있었지만 몸이 떨렸다. 강책이 아무리 강해도 무기를 가지고 있는 무리들을 빈 손으로는 이길 수는 없지 않나? 소한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저 사람들은 누구에요? 소중원 사람들인가요?” 강책이 말했다.“그렇게 보이지는 않아요.” 그리고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일단 고개를 숙이시고, 차 안에서 잠그고 밖으로 절대 나오지 마세요, 제가 나가 볼께요.” 소한은 그를 잡고는 말했다.“뭐라고요? 가지 마세요. 저기 쪽수가 너무 많아요, 게다가 무기들까지 가지고 있잖아요. 그냥 여기서 꼼짝하지 말고 경찰 불러요.” 강책은 그녀의 손을 토닥거리며 안심 시키고는 웃으며 답했다.“걱정마세요. 저를 어떻게 하지는 못 할겁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깡패들이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휘파람을 불고, 입에 담지도 못하는 욕을 해왔다. 소한은 욕을 듣고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어이, 이쁜 동생, 나와서 우리랑 같이 놀래?”“예쁘장하게 생겼는데 왜 이런 쓰레기랑 같이 있어? 나와서 우리랑 놀아.”“좀 내려봐, 이 오빠들이 네 울부짖는 소리 좀 듣고 싶다니까?” 강책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 문을 열고 나가자 깡패들이 웅성거렸다.“저 여자 보고 나오라고 했지, 네가 왜 나와?”“헐, 지금 우리한테 시비 털려고 그러는 거야? 죽여! “ 그들이 무기를 들어올리고 강책을 향해 다가가 때리려는 순간, 전조등으로 보이는 강책의 표정을 보고는 다들 깜짝 놀라며 하나 둘 걸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