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이 말했다.“쓰레기네.” 병노호는 웃으며 말했다.“저기, 강책형님, 저는 진짜 형님인 줄 몰랐습니다. 게다가 형님의 여인 일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 제가 어떻게 알고 이런 짓을 했겠습니까.” 그는 소한을 강책의 여인이라고 착각했다.강책은 어색한 듯 기침을 하며 말했다.“어..오해야, 이 분은 내 여인이 아니..” 병노호는 고개를 바로 흔들며 말했다.“알죠, 알죠. 형수님한테는 저희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을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상황이 더 꼬였다. 병노호는 강책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킬까봐 인정을 안하는 것 이라고 생각했다. 니가 알긴 뭘 알아? 강책은 마음속으로 욕을 했다. 반면 소한은 강책의 여인으로 오해받는 시선을 즐겼다. 그녀는 오해라고 해봤자 잠시일텐데, 오히려 하늘이 자기를 불쌍해 해 주는 ‘상’ 으로 생각했다. 병노호는 굽신거리며 말을 이었다.“지금 오해도 다 푸신 것 같은데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백전백승, 화끈한 저녁 보내십시오.” 백전백승? 화끈?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에 강책은 어이가 없었다.“기다려.” 병노호가 답했다.“네? 무슨 말씀이라도..” 강책은 웃으며 말했다.“정운이 그런 역할극을 좋아하나봐? 그럼 그냥 정운한테 맞춰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병노호는 놀라며 대체 강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2분정도 지나, 정운은 자신의 차를 우전하며 ‘우연히’이 그 길을 지나가는 척을했고, 그의 예상대로 차 세 대가 SUV 차를 막고 있었고 무리들은 무기를 들고 차 밖에서 소리를 지르며 아예 앞 길을 막았다. 정운은 웃었다.“히히, 소한미녀! 이 오빠가 구하러 갈게! 조금만 기다려.” 그는 차의 전등을 끄고, 옷,머리를 정리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큰 목소리로 다가갔다.“너네 지금 뭐하는거야?” 깡패들이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정운은 그들에게 다가가 SUV차를 슬쩍 보았다
정운은 겨우겨우 일어나더니, 또 다른 깡패에게 배를 까였다. 그는 배를 잡고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깡패들도 같이 때리기 시작하자 정운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잠,잠깐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연기만 해주면 돼. 진짜 때릴 필요 없다고.” 그의 말이 끝나자 방망이를 들고 있는 깡패가 그의 다리를 때렸다. 뼈가 부서 질 듯한 고통해 정운은 바닥을 뒹굴며 소리를 질렀다.“야, 이 미친놈들아, 내 말 못 알아들었어?” 정운이 어떤 말을 하든 깡패들은 하나 둘씩 계속 그를 밟거나 때렸다. 얼굴에는 멍,상처, 몸은 피투성이 였다. 그는 고통을 참아가며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파악했다.대체 어디가 문제인거지? 그냥 연기일 뿐인데 왜 진짜 때리는 거지? 시간이 조금 지나, 깡패들이 길을 트더니 강책이 그에게 다가갔다. 강책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저기 정감독, 이렇게 약한데 소한을 어떻게 보호하려고 했어? 왜 누워있어?” 정운을 눈을 서서히 떠 강책을 바라보았다.“너, 너, 기절한 거 아니였어? 어떻게 일어났어?” 강책은 그냥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다친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한이 정운에게 다가가서 그를 욕했다.“이열치열, 너 연기하는 거 좋아하잖아? 우리가 맞춰준거야.” 정운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자신이 오히려 걸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웅인 척 하려했지만 자신이 고용한 깡패들이 자신들을 배신하고 강책을 도와 연기했다는 것을 알아챘다.깡패들이 때릴 때 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정운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강책은 담담히 한마디 한 뒤, 소한과 자리를 떴다.“다음부터 역할극 하고 싶으면 나한테 먼저 알려줘. 꽤 재밌네 이거.” 그 자리에는 정운 홀로 바닥에 누워 찬 바람을 맞고 있을 뿐이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 소한은 차 창문을 열더니 크게 웃기 시작했다.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였다. 강책이 물었다.“그
”너……”소한은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집에 돌아가기 전에 얼굴부터 씻는 거 잊지 마. 큰 언니한테 키스마크를 들키면 큰일 날 거니까.”강책은 가슴이 두근거렸고, 남자로서 이러한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이미 한 여자가 들어와 있었고, 그의 두 번째 여자는 있을 수 없었다.게다가, 소한은 정몽연의 사촌동생이라는 사실은 강책을 더욱더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다.“형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나 형부한테 아무 감정 없어.”소한은 혀를 내밀곤 단지 안으로 껑충껑충 뛰어들어갔다.정말 감정이 없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억제하는 건지는 아무도 몰랐다.강책은 잡다한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떨쳐내고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쉰 뒤 엑셀을 밟고 떠났다.……그 후로 며칠 동안 강책은 침몽 하이테크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고, 여전히 동생 강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빚을 다 갚고, 회사를 되찾은 것은 첫걸음에 불과했고, 강책은 강모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을 모조리 제거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특히나 천정 그룹은 1순위였고, 강책은 천정 그룹을 강남 시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철저히 분열을 조장해야 했다. 하지만 천정 그룹은 강남 시를 대표하는 초일류 기업이었기에 제거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제거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강책이어도 제멋대로 강남 시의 거대한 기업을 없애버릴 수 없는 노릇이었고, 무조건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했다.그렇게 하려면 다방면에서 점차적으로 기업을 잠식해 버려야 했다!강책은 정해, 물병, 목양일 등 모두를 불러 대책을 상의했다.“천정 그룹은 부동산, 외식, 엔터테인먼트로 총 3개의 주력 산업으로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나 엔터테인먼트는 강남에서 독보적이죠.”떠돌이 생활을 오래 한 정해가 분석하며 말했다.“천정 그룹을 무너뜨리려면 세 개의 주력산업을 모두 꺾어야 합니다. 기둥이 무너진다면 자연스럽게 기업도 무너지게 되고, 뒤집을 힘도 사라지
낮 12시, 성남 공항.강책은 B2 국제선 입국장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고, 하나둘씩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여성들을 휴대폰에 있는 사진과 대조하며 정단정을 놓칠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그러면서 정단정의 이름이 적힌 작은 플래카드도 들고 있었다.그가 대략 30분 정도를 더 기다린 끝에, 흰색 스키니진을 입고 선글라스와 선 캡을 쓴 여성이 출구로 다가왔다.강책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키 174의 늘씬한 몸매와 뽀얀 피부, 붉은 입술은 사진 속 모습과 똑같았다.그가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건넸다.“정단정 씨, 안녕하세요. 정단정 씨 할아버지 되시는 분께서 보내셔서 마중 나왔습니다.”정단정은 그를 쳐다도 보지 않고 능숙하게 그녀의 짐을 건네며 말했다.“여기.”강책은 그녀의 가방을 들었고,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거친 모습으로 강책 옆을 지나갔다.강책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도 비교적 오만한 사람이었지만 정단정에 비하면 약과였고, 그녀의 오만함은 하늘을 찌르는 격이었다. 강책은 보좌관 마냥 짐을 들고 뒤따라 공항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들어섰다.정단정은 앉은 뒤 선글라스를 벗고 메뉴판을 보기 시작했다.강책은 의자에 짐을 놓고 앉으려는 찰나에 정단정이 그에게 호통을 치며 말했다.“당신 신분을 알아야죠!”강책은 어색함을 숨기지 못하며 할 수 없이 다시 일어섰다.서경의 위대한 수라군신이 언제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있었는가?하지만 상대방에게 도움을 간청하러 왔으면 마땅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 법이었다.주문을 다 한 뒤 정단정은 메뉴판을 한쪽에 놓고 강책을 올려다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강책 맞죠?”“네.”“그래요, 당신 사정은 할아버지를 통해 들었어요.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거절이에요.”강책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만난 뒤 불과 몇 분 만에 이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정단정은 말을 이어갔다.“당신네들은 좋은 구석이라곤 한 개도 없어요. 엔터테인먼트는 하나의 예술입니다. 당신네들이 복수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정단정은 매우 훌륭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차갑고 비범했으며, 또한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겸비했다. 사업에 있어서도 매우 성공했으니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패배했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그녀의 주변 모든 남자들은 그녀의 미모를 노리는 것이 아닌, 그녀에게 아첨하여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었고, 그녀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지속되다 보니, 그녀는 남자에 대한 인식이 매우 안 좋아졌다.여러 해 동안 사업에 상당히 성공한 정단정은 많은 돈을 벌어들였지만, 유독 감정적인 면에서는 귀결점이 없었다.그녀는 매우 거만했고, 남자를 너무 깔보는 탓에 이 세상에서 그녀를 만족시킬 만한 남자는 한 명도 찾지 못할 것이었다.시킨 음식이 모두 나오자, 정단정은 나이프와 포크를 들며 말했다.“이제 비켜주시죠? 옆에 있으면 밥이 못 넘어갈 것 같은데.”강책은 어이가 없다는 듯 머리를 흔들며 식당에서 나갔다.그는 입구에 서서 문틀에 기대며 속으로 이렇게 기이하고 거만한 여성은 처음이라는 생각을 했다.그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식당 안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악~~!!!”강책은 곧바로 식당 안을 보았고, 정단정이 강도에게 납치되는 장면을 목격했다.그 강도는 온몸이 꾀죄죄했고, 머리에는 비듬이 한가득이었으며 안 씻은지 매우 오래되어 보였다. 그의 손에는 반짝거리는 비수도 들려 있었다.강도는 한 손에는 비수를, 다른 한쪽 팔로는 정단정의 목을 움켜쥐고는 그녀를 벅 쪽으로 끌어당겼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뿔뿔이 흩어졌고, 공항의 경비와 경찰들이 곧바로 달려와 총을 꺼내 강도를 조준했다.한 경찰이 소리치며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좋게 하고, 인질은 놓아주시죠!”그러자 강도가 웃으며 말했다.“인질을 놓아주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이렇게 완벽한 여자를 겨우 찾았는데 내가 왜?”“무슨 일이 있으면 말로 하시죠, 어려움이 있으면 저희 경찰 측에서 당신을 도울 겁니다, 그러니 극단적으로 행동
정단정은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고,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난생 처음이었다.강도의 손에 들려 있던 칼이 그녀의 목에 닿아 있었고, 금방이라도 벨 것만 같았다.경찰 또한 놀라 강도에게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침착하세요, 아내를 찾는 일은 천천히 해도 됩니다.”그러자 강도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40년 동안 천천히 해왔는데, 나더러 또 천천히 하라고? 이젠 상관 안 해, 오늘 이 여자랑 같이 영혼 결혼식을 올릴 거야. 살아서 아내를 찾지 못한다면 죽어서 일품인 여자라도 데리고 가겠어!”날카로운 비수가 정단정의 가슴을 찌르려는 순간, ‘휙’하는 소리와 함께 젓가락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악당을 향해 날아갔다.젓가락은 강도의 손등을 뚫고, 손 전체를 관통했다. 그러자 강도의 손에 들려 있던 비수가 바닥에 떨어졌다.경찰은 우르르 달려들어 강도를 제압하며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꼼짝 마!”정단정은 이미 넋이 나간 상태였고, 부축되어 의자에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강책이 물 한잔을 그녀 앞에 놓으며 말했다.“물 한 잔 마시고, 진정시키세요.”정단정은 물을 한 모금 들이켰고, 아직까지 완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이때 경찰이 와서 강책에게 경례를 한 뒤 말했다.“범인을 잡는데 기여를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범인 잡는 게 매우 어려웠을 텐데, 정말 감사드립니다.”“별말씀을요.”정단정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강책을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당신이 절 구해준 건가요?”강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남자는 여러 방면에서 믿음직하지 못하고, 여자도 남자보다 잘 하는 일이 많지만, 적어도 무력에서는 남자가 더 강하죠.”정단정은 얼굴을 붉히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가 물을 몇 모금 더 들이켜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닙니다.”잠시 동안 휴식을 취한 정단정은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은 뒤 말했다.“안 돼, 방금 강도에게 너무 오랫동안 붙잡혀 있다 보니 온몸에
반면 정단정은 여전히 어여쁜 미모와 사업의 성공을 거뒀지만, 그녀가 아직 싱글이며 평생 시집가지 못할 것 같다는 현실을 부정하지는 못했다.이 점에서, 양혜민은 자신이 정단정보다 조금은 우세하다고 느꼈다.옛 동창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다가 뜻밖의 장소에서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는 기뻐해야 할 상황에서 정단정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고, 그녀는 양혜민처럼 부를 쫓아 결혼하는 여성을 매우 싫어했다.양혜민은 다가와 정단정을 본 뒤, 뒤에 있는 강책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동기들한테 들은 바로는 단정이 네가 계속 싱글이라고 들었는데, 오늘은 남자친구를 데려와 쇼핑을 하러 온 걸 보니 헛소문이었나 보구나?”정단정과 강책은 동시에 넋이 나가며, 오해가 너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그들이 입을 열어 설명하려는 찰나에 앙혜민이 또 말을 꺼냈다.“근데 단정아, 내가 널 나무라는 게 아니라, 네가 아무리 나이가 있어서 급하더라고 아무거나 주워 먹는 건 좀 아니지 않니.”“이분 좀 봐, 쯧쯧, 노점상을 할 것 같은 차림에 생긴 건 또 우람해서 막 밭을 갈고 온 듯한 느낌이네.”“단정아, 이건 널 너무 망치는 일인 것 아니니.”정단정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그녀는 남자를 제일 혐오하는데, 하필 양혜민은 그녀를 강책의 여자친구라고 오해하고, 강책을 저렇게 조롱하다니. 겉으로는 강책을 조롱하는 듯했지만, 사실상 그건 정단정을 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강책은 실없이 웃으며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이 아가씨의 말투로 보아서는 당신이 찾은 남자는 매우 훌륭한가 보죠?”양혜민은 눈을 부릅뜨며 대답했다.“당연한 소릴.”그러자 강책이 다시 말을 꺼냈다.“하하, 그렇다면 이 기회에 서로 알아갔으면 좋겠네요. 맞다, 옆에 계신 분은 아버지 되시죠? 적은 나이도 아니신데 이렇게 따님이랑 나오셔서 쇼핑도 하시고, 보기 좋네요.”“풋.”시크함을 유지하던 정단정 마저도 그의 말을 듣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버지? 딸이랑 쇼핑을 나와?
여자들이 서로 비교하려 든다면, 상당히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정단정은 시크하고 거만했지만, 본질적으로 그녀도 여자였으니, 여자의 특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정단정과 양혜민은 쉴 새 없이 옷을 집어 들었고, 너 하나 나 하나 계속해서 더 비싼 옷들을 골랐다.계속해서 서로 비교해가며 몇 벌을 집어 들자 그녀들의 손에 들려 있는 옷들은 이미 천만 원을 뛰어넘었다.정단정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이렇게 돈을 막 쓸 수는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도도한 셩격에 이런 상황에서 창피를 당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고, 죽어도 손에 든 옷들을 사야만 했다.양혜민도 지지 않고 옷 한 무더기를 안아 들었고, 옷 한 벌 당 백만 원은 족히 되었고 옷을 다 합치면 1억은 되어 보였다.그녀의 남편은 얼굴을 찡그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혜민아, 이거……너무 많아도 다 못 입으니 조금만 가져오는 거 어때?”양혜민은 눈을 부릅 뜨며 대답했다.“안 사겠다는 거지? 그럼 내 뱃속에 있는 아이도 안 낳으면 되지 뭐.”“아니, 살게, 다 사. 전부 사자!”그는 양혜민이 이 수법으로 협박하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다.잠시 뒤, 옷을 대충 다 고르자 계산대로 갔다.매장 직원은 정다정과 양혜민의 손에 한 움큼씩 들려 있는 옷을 보고는 감격에 겨워 웃음꽃이 피었다.그들은 정다정과 양혜민이 편하게 옷을 한곳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최종 결산은 정다정은 총 1억 9천만 원, 양혜민은 총 1억 8천만 원이었다.정다정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흥, 내 옷이 더 비싸네?”그러자 양혜민은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계산이 틀린 거 아니야? 내가 가져온 옷이 어떻게 쟤보다 더 쌀 수가 있어? 혹시 내 옷에 세일이 들어간 거 아니야? 난 할인 따위 필요 없어!”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해했고,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이런 요구는 처음이었다.정단정은 웃으며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며 말했다.“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네, 패배를 인정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