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서로 비교하려 든다면, 상당히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정단정은 시크하고 거만했지만, 본질적으로 그녀도 여자였으니, 여자의 특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정단정과 양혜민은 쉴 새 없이 옷을 집어 들었고, 너 하나 나 하나 계속해서 더 비싼 옷들을 골랐다.계속해서 서로 비교해가며 몇 벌을 집어 들자 그녀들의 손에 들려 있는 옷들은 이미 천만 원을 뛰어넘었다.정단정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이렇게 돈을 막 쓸 수는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도도한 셩격에 이런 상황에서 창피를 당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고, 죽어도 손에 든 옷들을 사야만 했다.양혜민도 지지 않고 옷 한 무더기를 안아 들었고, 옷 한 벌 당 백만 원은 족히 되었고 옷을 다 합치면 1억은 되어 보였다.그녀의 남편은 얼굴을 찡그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혜민아, 이거……너무 많아도 다 못 입으니 조금만 가져오는 거 어때?”양혜민은 눈을 부릅 뜨며 대답했다.“안 사겠다는 거지? 그럼 내 뱃속에 있는 아이도 안 낳으면 되지 뭐.”“아니, 살게, 다 사. 전부 사자!”그는 양혜민이 이 수법으로 협박하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다.잠시 뒤, 옷을 대충 다 고르자 계산대로 갔다.매장 직원은 정다정과 양혜민의 손에 한 움큼씩 들려 있는 옷을 보고는 감격에 겨워 웃음꽃이 피었다.그들은 정다정과 양혜민이 편하게 옷을 한곳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최종 결산은 정다정은 총 1억 9천만 원, 양혜민은 총 1억 8천만 원이었다.정다정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흥, 내 옷이 더 비싸네?”그러자 양혜민은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계산이 틀린 거 아니야? 내가 가져온 옷이 어떻게 쟤보다 더 쌀 수가 있어? 혹시 내 옷에 세일이 들어간 거 아니야? 난 할인 따위 필요 없어!”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해했고,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이런 요구는 처음이었다.정단정은 웃으며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며 말했다.“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네, 패배를 인정
”너!!!”정단정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이때……강책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주머니에서 용봉 황금카드를 꺼내 정단정에게 건넸다.“여자 옷은 남자가 사는 게 맞지, 정아, 내 카드 써.”“너?”정단정은 멍하니 강책을 바라보았다.어차피 양혜민은 강책을 정단정의 남자친구로 오해하고 있었고, 정단정을 위기에서 구출해 주기 위해 강책 또한 설명하지 않고 오해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양혜민은 어리둥절해하다가 다시금 비웃으며 말했다.“거기, 농촌 청년, 그만 허세 부리시죠? 방금 건 신용카드가 아니라 목욕탕 입장 카드 아닌가요? 그만 하고 목욕이나 하러 가죠, 더 있다가 긁지도 못하고 더 창피 보기 전에.”그러자 강책이 허허 웃으며 카드를 정단정의 손에 쥐여주었다.정단정은 이런 황금카드를 본 적이 없었고, 반신반의하며 직원에게 카드를 건넸다.이 카드는 스위스 운행의 최고급 카드로, 전 세계에서 5명 이상이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보지 못했다는 것은 그들이 그 계급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밖에 되지 못했다.직원은 단말기에 카드를 긁었고,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지불이 성공되었음을 알렸다.1억 9천만 원을 일시불로 결제한 것이다!양혜민은 넋이 나갔다, 한 번도 보지도 못한 카드 안에 정말로 2억 원이나 되는 돈이 들어있다니?그녀가 계속 멍을 때리고 있자 강책이 말을 꺼냈다.“이 옷들과 똑같은 걸로 두 세트 더 준비해 주세요.”“네?”사람들은 모두 얼이 빠졌다.그러자 강책은 덤덤하게 다시 말했다.“옷을 오래 입으면 구겨지고, 더러워지니까. 단정이에게 똑같은 옷을 세 벌씩 사주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갈아입으면 하루 종일 예쁨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어요?”그의 부는 그야말로 상상 그 이상이었다!직원은 감동의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손님, 손님께서는 여자친구분을 정말로 사랑하시는군요, 두 분 사랑 오래가셨으면 좋겠습니다.”“어서, 빨리 똑같은 걸로 두 세트 더 준비해 드려, 이건 옷이 아니라
돌아가는 길 내내 정단정은 환희에 젖어 있었다.그녀는 정신을 차리자 강책에게 말을 건넸다.“이번 일은 정말 고마워요, 당신에게 빚진 돈은 내가 빠른 시일 내에 갚을게요.”그러자 강책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안 갚으셔도 됩니다.”“네? 이렇게 통이 크시다고요?”“당신은 정해 아저씨 손녀잖아요. 정해 아저씨는 오랜 시간 동안 침몽 하이테크를 위해서 헌신하셨는데, 제가 매번 돈을 드리려 할 때마다 항상 받지 않으셨어요. 오늘 당신에게 쓴 돈은 정해 아저씨에게 하는 보답으로 치죠.”정단정은 조금은 놀란 듯 강책이 이렇게 후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침묵을 유지한 채 침몽 하이테크로 돌아온 강책은 그녀를 정해에게 데려다준 뒤 업무를 보려 발길을 돌렸다.“잠시만요.”“또 다른 볼 일이 남았나요?”“저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정단정이 물었다.그러자 강책은 웃으며 대답했다.“없는데요.”“저한테……엔터테인먼트 사업 창립에 대한 일을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저는 강요하는 걸 싫어합니다. 당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시키지 않을 거예요.”그는 말을 마친 뒤 로비를 떠났다.정단정은 강책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할아버지와 손녀딸은 오랜만에 만났고, 정해는 그녀를 보자마자 질문 세례를 해댔지만 정단정은 왠지 모르게 넋이 나가 있었다.정해는 눈치가 빨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채며 고의적으로 물었다.“누가 우리 손녀 딸을 마음 졸이게 하는 걸까?”정단정은 화들짝 놀라며 일부러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아니야, 난 그냥 갑자기……모든 남자가 다 그렇게 혐오스럽지 않고, 어떤 남자는 꽤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정해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녀 입에서 이런 말을 하게 만드는 남자라면 보통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정해는 이미 그가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그래? 그 남자랑 같이 일을 하면서 더 알아가고 싶어?”정단정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난 남자를 알아가는 데 흥미 없어.”말
”왜 갑자기……”정단정은 도도하게 고개를 치켜세우며 말했다.“벌써 좋아하지 마세요, 돕겠다고 대답하기 전에 우선 세 가지 약속을 하죠. 만약 제 요구에 동의를 하면 제가 남아있을지를 결정할 거예요.”“말씀하세요.”“첫 번째, 제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창립하는 목적은 국가 예술을 발양하고 유망 신인을 발굴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있는 것이지 당신의 복수를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강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받아들이죠.”“두 번째, 당신이 주주이지만 엔터테인먼트에 관련된 모든 일들은 전부 제 말을 따라야 합니다.”그러자 정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아니지 않니?”정단정은 강책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때요?”강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동의합니다.”“세 번째, 전 3백억의 초기 자금이 필요해요, 또한 두 회사를 인수해서 독자적인 엔터테인먼트의 거점을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이 세 가지 요구를 성사시키려면 적어도 천억은 들 것이었다.정단정의 생각대로라면 할 거면 가장 세게 밀고 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세게 나가려면 무조건 돈을 써야 했다. 또한 그 돈을 결정적인 곳에 잘 써야 했다.강책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세 가지 약속은 모두 통과되었고, 지금부터 침몽 하이테크의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정단정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취임 첫날, 관계자들을 모두 모아 회의를 열었다.작은 회의실에는 강책, 정해, 물병, 목양일까지 모였다.정단정은 프로젝터를 켠 뒤 곧바로 말을 꺼냈다.“엔터테인먼트는 다른 업계와의 본질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자원’과 ‘유통’ 이 두가지죠. 강남시에 크고 작은 유통 업체가 있어서 저희는 천천히 돈을 주고 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원 부분은 저희가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엔터테인먼트의 자원은 또 ‘작품’과 ‘인재’ 이 두 가지로 나뉩니다. 현재 저희는 완전한
기모 엔터테인먼트, 강모를 기억하자는 의미였고, 강책이 동생 강소를 그리워하는 마음이었다.강책은 며칠 동안 회사 업무에 몰두하였고, 두 회사를 인수해 합병했다.또한 엔터테인먼트 기지 건설도 시작돼 이르면 한 달 안에 완공될 예정이었다.정단정은 두 가지 일을 착수했는데, 하나는 강남시 각 방면의 유통 업체를 뚫어 이후의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계속해서 엔터테인먼트 방면의 우수한 인재를 끊임없이 캐스팅하는 것이었다.모든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비록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지만, 강책이 보기에는 모두 투자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다.이날, 일을 마친 강책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강책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장인 정계산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찻상 위에 놓은 카드 한 장을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정몽연과 소청은 나란히 그의 옆에 서 있었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아버님, 어머님, 몽연아, 다들 왜 그러세요?”강책이 다가와 물었다.그러자 정몽연이 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아무 일 없어, 빨리 들어가 쉬어.”아무 일이 없다니?이게 아무 일이 없는 상황인 건가?“내가 바보도 아니고, 다들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데 아무 일이 없다니?”강책이 말했다.그러자 정몽연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네가 막 직장을 구해서 매일 그렇게 바쁜데, 네 일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강책은 웃으며 말했다.“일이 아무리 바빠도 가족에게 소홀할 수는 없지. 말해봐, 무슨 일인데?”정몽연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실토했다.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카드 몇 장을 가리키며 말했다.“오늘 오후에 우리 아빠 부서 주임이 회사 법인카드를 주면서 은행에 가서 수리국의 프로젝트 잔금을 결산하게 했는데, 다 합해서 60억 원 이야. 근데 아빠가 가서 보니까 돈이 한 푼도 없어서 주임에게 전화
정계산은 간절하게 부탁했다. “과장님,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이번 일은 정말 저도 몰라요.”맹건수가 말했다. “어떻게 모를 수 있지? 내가 이미 다 알아봤어, 재무부에서 나온 증거도 있는데 끝까지 모르는 척하다니, 처음에는 카드에 분명히 50억이 있었어, 은행에 알아봤는데 이체 기록도 없이 50억이 없어졌어.”정계산은 도통 무슨 일인지 몰라 울고 싶었다.이렇게 재수 없는 일이 어떻게 정계산에게 일어난 걸까?맹건수가 정계산을 보며 말했다. “계산아 그 돈 네가 가져갔으면 헛수고하지 말고 지금 줘, 네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정계산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과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정말 제가 안 가져갔어요!”“알겠어, 그럼 네가 안 가져갔으면 누가 가져갔어? 정계산, 나도 잠깐은 눈감아줄 수 있어. 그런데 지금 상대 회사에서 잔금 언제 주냐고 난리야, 내일까지 돈 안 주면 분명 조사 나올 거야.”맹건수가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너 겁주는 게 아니야, 내일까지 돈 안 주면 감옥 가게 될 거야.”정계산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정계산에게 방법이 있겠는가?옆에 있던 강책이 어떻게 된 일이지 파악한 후 말했다. “증거로 보면 카드가 재무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돈이 있었는데 은행에 와서 돈이 없어졌어요. 그럼 중간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거죠.”맹건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정계산 잘 생각해 봐, 길에서 사람이랑 부딪혀서 가방 떨어진 적 없어? 아니면 은행 사람들이 조작한 거 아니야?”정계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럴 리 없어요. 카드는 계속 제가 가지고 있었어요. 은행에서도 직원들이 처리하는 것을 제가 다 보고 있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정말 희한한 일이네.”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책이 맹건수를 보며 무심결에 한 마디 했다. “저희 아버님이 카드를 받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럼 아버님이 카드를 받기 전 재무부에서 은행으로 전달하는 도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정몽연과 소청은 강책이 그저 허풍을 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계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정계산이 분노하며 강책에게 말했다. “그 입 다물어! 아직도 창피한 줄 모르는 거야? 50억이 얼마인지는 알아? 너는 평생 못 벌어!”“너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소청이 강책에게 눈짓을 했다. “아버지 화나셨으니까 우선 방으로 들어가.”강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덤덤하게 방으로 향했다.그 시각, 거실 맹건수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계산아 무슨 저런 사람을 사위로 뒀니? 정말 뻔뻔하네, 네 딸 이혼시키고 우리 아들이랑 결혼했으면 얼마나 좋아, 이렇게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고.”정계산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휴, 저도 정말 어쩔 수가 없네요. 과장님, 저도 저놈을 집에서 쫓아내고 싶어요. 이게 다 모녀가 저지른 일이에요!” 소청과 정몽연은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랐다. 그들은 강책에게 정이 있지만 지금 정계산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걱정이 많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계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과장님, 죄송하지만 오늘 밤에 이 사건 좀 덮어주세요, 회사에서 절대 알면 안 돼요, 부탁드릴게요.”“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오늘 밤에는 막아보겠지만 내일은 어떡할 건가?”정계산이 말했다. “얼른 방법을 찾아봐야죠.”맹건수가 정계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럼 수고하게, 내가 협박하는 게 아니라 내일까지 돈 못 메꾸면 정말 감옥 갈 거야, 50억이 적은 액수가 아니야, 감옥 한 번 들어가면 10년 이상이야. 잘 생각해 봐.”맹건수는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정계산이 자리를 떠나려 하자 정몽연이 말했다. “아빠, 아무래도 이 일 좀 수상해요.”정계산이 정몽연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뭐가 수상해?”“아빠, 강책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카드가 재무부에 있을 때와 아빠가 받고 나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럼 그 중간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거죠. 그
소청이 정계산을 타이르며 말했다. “화 좀 가라앉히고 생각 좀 해봐요, 내일까지 돈 마련 못하면 진짜 감옥 가야 돼요.”정계산이 잠시 생각하며 말했다. “우리 집에는 50억 있는 사람이 없으니 다른 사람 찾아봐야지.” “돈 빌릴 사람 있어요?”“할아버지한테 돈이 있을 텐데, 그 성격으로는 절대 안 빌려주실거야, 더군다나 할아버지께서 이 일을 아시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정계산이 잠시 고민한 후 정몽연에게 말했다. “맞다, 몽연아 너희 형부 당문호씨 동구지역 부총장 아니야? 재산이 만만치 않을 텐데, 50억은 별거 아니지 않을까?”정몽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부 능력이나 지위로는 50억은 문제없죠.”“그래, 좋다.” 정계산이 외투를 입으며 말했다. “당문호씨에게 가서 돈 좀 빌려 달라고 해볼게.”“네? 아빠,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뭐가?”정몽연이 말했다. “저번에 서안 리모델링 프로젝트 사건 때문에 언니랑 형부하고 사이가 안 좋아져서 아마 돈 안 빌려줄 거예요.”“그래도 친척이 죽어가는 거 보고만 있지 않을 거 아니야?” 정계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당문호씨 아니면 누구한테 돈을 빌려?”정몽연이 거실에 있는 강책을 보며 말했다. “강책이한테 한 번 물어보세요, 정말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요.”“강책?”정계산이 비웃으며 말했다. “저놈이 돈이 있었으면 우리 집에 얹혀살겠어? 몽연아 지금 아빠랑 농담할 때니?“됐고, 지금 당문호씨 집에 갔다 올 테니까 너는 집에 있어. 과장님한테 연락오면 아빠한테 바로 연락해라.”정몽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계산이 외투를 입고 집을 나서자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정계산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차로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정몽연과 소청은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돈을 빌리면 다행이지만 못 빌리면 정말 감옥에 가는 수밖에 없는 건가?아…그 시각 정계산은 빗길을 뚫고 당문호의 집으로 향했다. 차 안, 맹건수는 한 손으로는 운전하며 한 손으로는 핸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