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명은 강책의 가는 길 내내 미소를 지으며 그를 직접 바래다 주었다. 누가 보아도 유진명은 강책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의사들을 만나왔지만 그는 처음으로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강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건 제가 바로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강회장님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중한 유진명의 대답에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았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젊은 사내가 그를 향해 다가갔다. 다름아닌 강책에게 패배한 젊은 의사 모지안이였다. 그는 잘못된 처방약으로 인해 환자의 병증을 악화시켰던 탓에 머지않아 모리 하이테크의 사람들에게 쫓겨나 오랜시간 동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모지안의 얼굴표정에는 좌절감과 실망감이 드러났다. 양자리는 바로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싸움이라도 할 것 같은 모습입니다만.” 모지안은 고개를 젓고는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강교수님께 사과를 드리려 하는 겁니다.” 라며 말했다. 양자리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그의 강단을 감탄했다. 강책이 모지안에게 다가가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젊은 패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이 패기마저도 없다면 이 사회에서 살아갈 맛이 있겠습니까?오늘 일은 모교수님께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으시고요.” “아니요. 다 저의 섣부른 판단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환자의 병증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처방약을 멋대로 지어 복용한 제 잘못입니다. 강교수님께서 강남구에서 왔다고 하셔서 무시한 것도 사실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틀렸습니다.” 모지안은 고개를 숙이고는 성실한 태도로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죄송하지만 한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세요.” “강교수님, 의술과 의덕 어떤 쪽에서도 빠짐 없고, 유본부장의 시선까지 사로잡은 교수님의 실력에 감탄했습니다. 제 스승이 되어 주세요!” 강책은 순간 머리가 윙윙 울렸다. 모지안의 부탁이라는 말에 많은 것을 생각해보았지만 스승의 제안에
임지란은 실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네 뜻은 의사선발에서 탈락됬다는 소리야?” 강책은 고개를 젓고는 “그건 아니에요.” 라며 답했다. 이어서 모리 하이테크가 의사들을 고용한 일들을 임지란에게 간단하게 얘기해주었다. 강책은 강한비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으며, 허경의 병이 완치되어서야 강한비를 만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라는 말을 전했다. 임지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래도 강한비랑 아직 만날 기회는 있다는 거잖아. 네 아버지가 맞는 지 아닌 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야.” 라며 말했다. 이때, 강책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다음으로 그가 뱉은 말에 양자리와 임지란이 충격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허경의 병이 완치가 되어도, 만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임지란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무슨 소리야?” 라며 물었다.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허경을 진찰한 결과, 가지고 있는 병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유전이 아니라, 인조적인 병이에요.” “인조라니?” “허경의 몸 전체에 다른 정도의 손상이 존재합니다. 신체 안에 독이 들어간 것 같아요.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판단능력이 떨어져요. 하지만 저희가 알고 있는 선천적인 증상이 아니에요.” 임지란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알기 쉽게 말해줘봐.” 라고 말했다. “즉, 허경이 오랜시간동안 독 성질을 가지고 있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약 때문에 몸에 이상이 나타났고, 결국에는 뇌쪽까지 퍼져서 환각증상을 띄고 있는 겁니다.” 양자리는 경악했다.“총수님 말씀대로라면, 어떤 사람이 일부로 허경에게 계속 그 약을 복용해서 그의 사고판단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겁니까?” “응,맞아.”방 안의 모든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허경의 증상은 강한비보다 훨씬 더 가벼운 셈이다. 강책의 말대로라면 강한비는 어쩌면 지금까지도 누군가에게 약을 받으면서 통제를 당하고 있는 중 일것이다. 이 일을 꾸민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강한비를 죽이지는 못하고, 그를 완전한 지적장애로 만
모리 하이테크 안, 회장실.똑똑똑-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유진명이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어서 탁자 앞으로 다가가고는 “회장님, 오늘 의사선발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라며 입을 열었다. 이때, 유진명의 앞에 있는 사람은 신비에 쌓여있던 모리 하이테크의 회장 강한비 였다! 그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결과는?” 이라며 물었다. “회장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이번 선발에서 숨어있는 스파이를 찾아냈습니다.” “누구지?” “소크라 의사입니다.”강한비는 살짝 고개를 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표정에는 실망이 가득했다.“내가 제일 우려했던 결과가 나왔구나. 소크라 의사는 우수한 의사일세, 만약 그의 도움이 있다면 내 병도 완치가 되었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완치가 불가능하다면 생명이라도 길게 늘려줄 수도 있어. 아깝고, 슬프고, 한숨이 가득하네. 그런 우수한 의사가 결국 스파이였다니. 누가 보낸 스파이 인지는 알아냈어?” “로라입니다.” “뭐? 그 여자였어! 오영감이 경성에 오고나서, 어게인 하이테크를 건설하는 바람에 항상 나랑 경쟁하더니 결국 우리 시장까지 가로챘어. 우리 인재들 까지 고용하더니, 뻔뻔하게 나오는 행동까지 모두 꼴볼견이야! 특히 그 로라라는 여자는 오영감의 제일 큰 무기일세. 진짜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은 여자야. 언젠간 내가 꼭 제대로 지옥을 맛보게 해주겠어!” “지금 당장 없애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니야. 어게인 하이테크 뒤에는 조가집안이 서있어. 아직까지는 조가집안과 전면으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아니야. 도가 집안이 일을 다 처리하면, 그 기회를 틈타서 조가 집안, 어게인 까지 모두 쓰러뜨리면 되는 거야.” 그는 말을 끝내고 손을 휘저었다.“일단은 잘 알았으니까 나가보게.”평소라면 강한비의 말에 바로 발걸음을 옮겼던 유진명이지만, 오늘은 머뭇거리며 우유부단한 행동을 보였다. 강한비는 “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라며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오늘 의사선발을
유진명은 강한비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오랜 시간동안 강회장의 곁에서 일을 해왔었지만 그는 단 한번도 호들갑을 떨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강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강한비의 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이어서 몸의 떨림이 유진명에게 까지 전해졌다. 놀라움, 미친듯이 웃음을 터뜨리고, 다시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마치 머리에 나사가 빠진 것 같았다. 유진명은 깜짝 놀라 “강회장님, 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지요? 왜 그러십니까? 의사! 의사!” 라며 외쳤다. 하지만 강한비는 손을 허공에 휘젓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강책이라니, 강책이라니! 하하하하,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강책의사와 아는 사이십니까?” 강한비는 미소를 지어보였다.“나랑 강책이 어떤 사이인지 알고는 있나?” “모릅니다.” “강책은 내 친아들이야!”..어게인 하이테크, 개인오락실 안.회장 오영감이 당구봉을 들고 혼자서 당구를 치고 있다. 이때, 로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영감이 허리를 곧게 피고는 당구봉을 닦으면서 물었다.“어떻게 되었지?” 로라는 다리를 꼬고는 고개를 저었다.“실패했습니다. 강한비 그 늙은 여우가 얼마나 교활한지 아십니까? 허경이라는 사람을 이용해서 치료를 받게 하고, 허경의 병을 완치한 의사만이 강한비를 직접 만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허경을 실험용도로 쓰고, 의사를 전혀 믿지 않는 행동을 보이고 있어요.” 오영감을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당연하지. 그 여우가 어떻게 직접 나서겠어? 그럼, 소크라는 포기한건가?” “네. 거만하고, 사람을 시도때도 없이 무시하는 사람이 어떻게 조용히 그 사람들의 지시에 따르겠습니까? 게다가, 그 병증이 특이하다 못해 기괴하다고 하더군요. 소크라가 허경의 치료를 완치한다고 해도, 강한비를 죽이는 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그래, 어게인과 모리, 조가집안과 도가집안의 싸움인거야. 보기에는 평화롭기 그지없으나, 사실 피바람이 오기전의 징조라는 것이지. 이제 머지않아 큰 전쟁이 일어날거야.
시간은 오후 2시, 장소는 원명식당.강책은 이메일로 받은 내용대로 일찍 원명식당에 도착했다. 양자리뿐만 아닌 임지란까지 자리에 데리고 왔다. 만약 자신의 부친 강한비와 만나게 된다면 임지란의 존재가 중요했다. 그녀는 강한비가 자신의 규칙을 버리고 강책을 먼저 만나자고 제안을 한 것은 강책의 처방약에 놀라움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추측했다. 강한비가 강책의 진짜 부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도 나머지 두 명이 필요했다. 차가 멈추고, 세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강책이 앞서서 원명식당의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한 보안요원이 막대기를 들고는 “비키세요!”라며 소리쳤다. 강책은 “저희는 식사를 하러 왔을 뿐입니다.”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늘 식당은 모리 하이테크가 전부 다 예약했습니다. 관계자가 아닌 이상 들어갈 수 없어요.” 강책은 보안요원에게 “저희가 모리하이테크의 초대를 받은 사람들 입니다. 특별히 먼저 도착한거고요.” 라며 말했다. 보안요원은 “오? 그럼 초대장은 들고 오셨습니까?” 라며 물었다. “아니요.” “모리 하이테크 사원증이라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을 함부로 들여보낼 수는 없습니다. 기자 아니십니까? 보아하니, 좋은 기사를 쓰실 분들은 아닌 것 같네요.” 양자리는 화가 났다.“지금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늘은 강회장님이 특별히 참가하시는 자리입니다. 제가 맡은 임무는 관계자 외에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들이지 아니하며, 당신같은 기자들은 더더욱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입니다. 시간 낭비 그만하시고 다른 곳 알아보세요.” 양자리는 초조하고 화가 났다. 보안요원이 손님을 기자로 생각하여 출입을 불허하는 그의 모습은 어이가 없었다. 강책은 앞으로 다가가 보안요원에게 말했다.“저희들은 모리 하이테크 유본부장과 아는 사이입니다. 지금 유본부장님한테 물어보시면 아시게 될겁니다.” 보안요원은 강책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저기
경비원들은 이 목소리가 매우 익숙했고, 뒤돌아보지 않아도 유진명임을 알 수 있었다. 슬며시 곁눈질을 하자, 역시나 유진명이 보였다. "본부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보안팀장이 부랴부랴 걸어갔다. 앞에 도착하자마자 유진명은 손바닥을 치켜들며 보안팀장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다. "본부장님, 이게 무슨……”그러자 유진명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모르겠나? 강 선생님은 우리 회장님께서 직접 초대하신 귀한 손님인데, 당신이 감히 이런 분에게 손을 쓰려 하다니!” 보안팀장은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이 몇 사람은 정말로 유진명을 알고 있었고, 몰래 사진을 찍으러 온 신문 기자 따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 오해십니다!” 보안팀장이 연신 용서를 빌었지만, 유진명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나한테 말하지 말고, 강 선생님에게 용서를 구하세요. 만약 강 선생님께서 용서를 하시지 않는다면 그다음 일은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보안팀장은 재빨리 강책에게 달려가 주저 없이 곤두박질치며 강책에게 무릎을 꿇었고, 콧물을 흘리며 말했다. "강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감히 강 선생님을 못 알아 뵀습니다, 제발 이 우둔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자 강책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그래서 내가 일찍부터 유 본부장님을 찾아가라고 했는데 왜 제 말을 듣지 않은 거죠?”보안팀장은 다급해졌다. 만약 그가 명찰이라도 차고 있었다면 누가 감히 가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강책이 걸친 옷을 합치면 20만 원도 되지 않는데, 당연히 그를 얕잡아볼 수밖에.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말할 수 없었다.보안팀장이 연신 절을 하자 다른 경비원들도 무릎을 꿇었고, 강책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징계를 조금은 내리겠습니다, 지금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보안팀장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에게 용서를 얻어내고 무릎을 꿇는 것이 직장을 잃고 모리 하이테크에 죽임을 당하
"회장님, 강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사실 유진명이 말을 할 필요도 없이 누구나 강책이 오는 걸 봤고, 특히 강한비는 강책의 몸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부자가 다시 상봉하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아들아!"강한비는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떨며 감격스러운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강책은 어떻겠는가? 그는 강한비를 보는 순간 이미 그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아봤다.10년 만에 만나도, 얼굴이 변해도 아버지의 모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멍해졌다. 강책만이 강한비에게 왜 그렇게 중시되는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강책은 강한비의 친 아들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아들을 중요시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디 있겠는가? 10년 동안 만나지 못했더라도 부자간의 정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다.이 사랑은 오래된 술과 같아서, 먼지로 뒤덮인 지 오래될수록 이 술은 더욱 향기로워진다. 부자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격에 겨워 포옹했다.강책은 드디어 친가족의 따뜻함을 되찾았다. 그러자 유진명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부자의 재회라니, 정말 뜻깊은 순간입니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잔을 들어 강한비가 자신의 아들과 만나게 된 것을 축하했다.남자는 눈물이 있어도 쉽게 흘리지 않지만, 이런 순간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지금 강책은 비록 수라군신이라 할지라도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앞에서 그는 영원히 아이일 뿐이다."참, 아버지, 임 씨 아주머니도 오셨어요.""임 씨 아주머니?"강한비는 순간 반응을 하지 못했다, 유진명은 분명 강책과 양자리 두 사람만 온다고 했는데, 한 여자를 더 데리고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임지란은 일찌감치 옆에서 감격에 겨워 울고 있었다. 그녀와 강한비는 오랜 동창이자 친구이며, 강한비를 오랫동안 사랑했고 계속해서 그 사랑을 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몇 년 만에 다시 강한비를 보니 억눌렸던 감정이 한꺼번에 방출되었
”오랜 세월 동안 제가 중병을 앓아, 가장 안심할 수 없는 것은 모리 하이테크를 넘겨받을 큰 그릇이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내 아들 강책이 슬하에 돌아왔으니, 이 늙은이도 드디어 후계자가 생겼습니다.” "강책이 바로 우리 모리 하이테크의 후계자이고, 나 강한비의 후계자로 지명되었음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강책이 내 뒤를 이어 모리 하이테크의 회장이 될 것입니다!” 매우 중대한 선포에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모리 하이테크, 연수입이 몇 십조에 달하는 거대 상장회사인데, 이렇게 쉽게 후계자를 정하는 건 좀 경솔하지 않은가? 아무리 친아들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후계자를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게다가 많은 고참 직원들은 강책의 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도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요한 현장 가운데 유진명 본부장이 앞장서 박수를 치며 말했다."회장님의 훌륭한 후계자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강 선생님의 능력을 의심할지 모르지만, 안심하십시오. 강 선생님은 비록 지금은 의사이지만, 얼마 전까지 강남구의 총책임자이자 서경의 수라군신이셨습니다! 모리 하이테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갖춰져 있습니다.” 그의 말에 비로소 많은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 구의 총책임자가 후계자를 맡다니, 그래도 믿음직스러웠고 강한비가 허튼소리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책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우선, 그는 결코 후계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두 번째로 그는 단기간에 유진명이 자신의 내막을 속속들이 조사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유진명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거지? 혹은, 강한비는 또 무엇을 하려는 걸까? 강책은 잠시도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싶든 간에 몰래 남의 비밀을 캐내는 이런 행동은 강책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이때, 강책은 싱긋 웃으며 먼저 나서서 말을 꺼냈다.“아버지, 저희는 방금 만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