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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성혜인 앞에서 강할 수 있음

홀은 순간 간담이 서늘해 질 정도로 조용해졌으며, 반승제는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만 같았다.

휠체어 손잡이를 꽉 쥔 채 손등에 힘줄까지 불끈 솟아올랐다.

성혜인이 조금 전 뱉은 그 말은 살상력이 만렙에 달한다.

아직 라미연이 품고 있는 아이가 반승제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기에 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겨울이의 목숨이 반승제 아이의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했다.

여기서 가리키는 반승제의 아이란 성혜인의 품었던 아이와 라미연이 품고 있는 아이를 가리킨다.

반승제의 나쁜 속마음을 질책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반승제는 헛기침하며 낭패하기 그지없어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도 몰랐다.

성혜인 앞에서 반승제는 강할 수도 있고 무례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고 나서 반승제는 모든 반항 능력을 잃은 것만 같았다.

입을 꾹 다물고 입만 오므린 채 의사에게 묻고 있는 성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겨울이 어때요?”

“희망이 있어 보입니다. 선생님께서 아직 응급 치료하고 있습니다.”

남은 대화는 더 이상 반승제의 귀로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의 대뇌는 참 이상한 것만 같다. 분명 열심히 듣고 있으나, 그 소리가 시끄럽기만 하며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반승제는 심인우가 있는 쪽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심인우는 한걸음에 뒤로 다가와 묵묵히 휠체어를 밀었다.

반승제는 본래 몸이 허약하고 스스로 휠체어를 조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만히 잡고만 있을 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성혜인도 마음이 좋지 않다.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리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인우는 지금 반승제를 밀고 병원을 떠나고 있다.

성혜인이 스스로 악한 여자라며 소심하기 짝이 없다며 생각하고 있다.

반승제의 상태가 자기로 인해 나빠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막말을 하고 있을 때 반격했으니 말이다.

입으로만 말하고 행동으로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픈 말을 퍼부었다.

성혜인은 고개를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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